소셜미디어 활용법

“시민커뮤니티는 테러리즘 막는 방패” SNS 활용 ‘보스턴 테러’에서 배우자

153호 (2014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운영,전략

 보스턴 테러사건 당시 보스턴 경찰서의 트위터 계정은 언론의 오보를 바로잡고 시민들의 협조를 요청하는 등 위기상황에서 가장 신뢰받는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떠올랐다. 팔로어 수는 닷새 만에 5만 명대에서 33만 명으로 늘어났고 경찰에 대한 시민의 신뢰와 존경은 급상승했다. 한국의 기업과 조직들이 배워야 할 보스턴 경찰서의 SNS 대응 및 이용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위기가 닥쳐서야 SNS를 들여다보지 말고 평소부터 고객과 소통하며위기대응 채널로서의 신뢰를 쌓아라

 

2) SNS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가 예상되면 먼저 소통을 시도하라. 대화 과정을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도를 높여라

 

3) 모든 재난은 다르다. 사건 발생 후엔 매뉴얼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 그때그때 응용해서 대응할 수 있도록 SNS 실무팀의 대응능력을 키워놓으라

 

4) 크라우드소싱을 과신하지 말라

 

 

 

Scene 1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5일째 되던 2014 421,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지금 SNS와 인터넷을 통해 온갖 유언비어와 루머가 많다.(…) 이런 것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시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피해 가족의 아픈 마음을 두 번 울리는 일이고,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분노케 하고, 우울하게 만드는 위험한 일이다.(…) 유언비어의 진원지를 끝까지 추적해 그들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다음날인 422, 범정부대책본부 박승기 대변인 역시 정례 브리핑에서 SNS 유언비어와 루머에 대해 철저한 대응을 강조했다. 교육부는 421, 25일 두 차례에 걸쳐 전국 시·도교육청에 “SNS 댓글 등이 유언비어에 해당될 때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음을 학생들에게 안내하라는 지침을 발송했다.

 

Scene 2

보스턴 마라톤 테러 두 달 후인 2013 610, 미국 하원은 사건의 주요 관계자를 의회로 초청해 사건의 발생 및 전개 과정, 사후 조치에 대한 증언을 청취했다. 그중 보스턴 경찰서장 에드 데이비스(Ed Davis)는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시민 커뮤니티는 미국이 테러리즘을 상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시민들은 보스턴 마라톤 테러사건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동영상, 사진,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사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정부와 유관기관들은 시민 커뮤니티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방법과 기회들을 계속 찾아 나가야 합니다. 보스턴 경찰서가 시민 커뮤니티와 하나의 공동체로서 함께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었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소셜미디어였습니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와 세월호 침몰 사건은 1년의 시차를 두고 벌어졌다. 그러나 위의 두 장면에서 보듯 두 국가적 재난사건이 온라인상에서 전개되는 양상은 사뭇 달라 보인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는 단지 비극으로 머무른 것이 아니라보스턴 스트롱(Boston Strong)’이라는 간명한 단어로서 미국의 힘을 상징하는 사례로 승화됐다. 이에 반해 세월호 침몰 사건은 현재 구조작전 및 사건수사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우리 사회에 복잡하고 묵직한 과제를 던져줬으며 후유증도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위기상황에서의 소셜미디어에 대한 관점과 전략에 집중하고자 한다. 기업 역시 예상치 못한 재난이나 경영에 타격을 주는 나쁜 뉴스를 맞닥뜨렸을 때 소셜미디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섣불리 대응하려다가 역효과만 나기도 한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를 통해위기관리 소셜미디어의 교과서로 떠오른 보스턴 경찰서 사례에서 한국의 기업과 공공기관이 배울 수 있는 시사점을 찾아보자.

 

보스턴 마라톤 테러를 통해 위기관리 무대에 본격 데뷔한 소셜미디어

1897년에 시작한 보스턴 마라톤 대회는 1947년 한국의 서윤복이 우승하고 1950년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이 1∼3위를 휩쓸었던 바로 그 대회(대한민국 건국 이후 첫 국제대회 우승). 이봉주 역시 2001년 제105회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한국인에게 특히 친숙하다. 3만 명이 레이스에 참여하며 50만 명의 시민이 레이스를 지켜본다. 마라톤 애호가들은 이 대회에 참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영광으로 여기기도 한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는 2013 415, 매사추세츠 주의 공휴일인애국자의 날(Patriots’ Day)’이자 제117회 보스턴 마라톤이 열렸던 월요일에 일어났다. 오후249, 선수들의 레이스는 종료됐지만 아직 9000여 명의 일반인들이 한참 달리고 있던 무렵 결승선 근처 두 곳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응원을 위해 모여 있던 시민들을 대상으로 발생한 무차별 테러였다. 현장에서 3명이 사망했고 수백 명이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사건 직후 연방정부, 주정부, 시정부 및 주요 정부기관 약 백여 곳이 모인 합동 수사본부가 차려지면서 수사가 본격 진행됐다. 사건발생 4일째인 목요일 저녁, 용의자 형제의 사진이 공개됐다. 보스턴을 탈출해 뉴욕으로 도주하려던 용의자들과의 총격전에서 MIT대 경찰관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금요일 새벽에는 용의자 중 형인 타맬란 차르나에프가 경찰과의 총격전 중 사망했으며 그날 저녁 동생 조하르 차르나에프가 주택가에서 체포되면서 사건은 종료됐다.

 

9·11 이후 미국 영토 안에서 12년 만에 발생한 테러였기 때문에 이 사건이 미국 사회에 미친 충격은 대단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102시간 만에 수사 및 용의자 체포가 성공적으로 완결될 수 있었던 원인에 대해서 여러 가지 분석과 설명들이 뒤따랐다. 미국 하원 증언에서 매사추세츠 주 재난관리청(Messachusetts Emergency Management Agency)의 청장 커트 슈와츠(Kurt Schwartz)는 보스턴 마라톤 테러가 성공리에 해결될 수 있었던 큰 이유로 십 년 동안에 걸쳐 정부 유관기관들끼리 상호 협력하에 재난 대비 사전예방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 온 것을 꼽았다. 9·11 이후 미국 연방정부 재난청(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은 단일 기관의 단독 훈련 대신 여러 기관 간의 협력 훈련에 대해 적극적인 자금 지원을 해왔고, 이러한 전략적 투자는 보스턴 마라톤 테러에서 큰 효과를 발휘했다.

 

그런데 2011 9·11이나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등 미국의 대형 재난사건들과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 간의 가장 큰 차이는 소셜미디어가 본격적으로 정부기관의 위기관리 무대에 등장한 것이다. 페이스북이 2004, 트위터가 2006년 탄생한 이후 소셜미디어는 개인,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영역을 꾸준히 확장해 왔지만 보스턴 마라톤 테러 이전에는 소셜미디어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정부기관들은 소셜미디어를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립되고 공유된 절차를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보스턴 마라톤 테러를 기점으로 소셜미디어는 미국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의 일환으로 본격 편입됐다. 정부의 정확한 입장과 최신 정보를 신속히 전달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유용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미국 정부는 소셜미디어를 적극 껴안은 것이다.

 

이와 관련,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소셜미디어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가르치는 니코 멜레(Nicco Mele) 교수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에 잘못된 정보들과 유언비어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 때문에 소셜미디어라는 플랫폼 자체를 배척해서는 안 된다. 플랫폼과 사용자가 생성하는 콘텐츠는 별도로 분리해서 봐야 한다.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위기상황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찾게 되고 정보 부재의 빈 공간(vacuum)은 누군가에 의해서 어떤 식으로든 채워지게 돼 있다.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은 믿을 수 있는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빈 공간에 채워 넣는 것이고, 소셜미디어 공간에서신뢰할 수 있는 목소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보스턴 마라톤 테러 당시 여러 가지 소셜미디어 서비스 중에서도 가장 돋보인 것은 트위터다. 트위터 플랫폼이 가진 특별한 강점, 즉 리트윗(Retweet) 기능을 통해 최대 다수에게 최대한의 속도로 실시간 정보를 확산 전달할 수 있다는 특징이 뚜렷이 부각됐다. 그리고 이 새로운 기술이 제 역할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사용한, 그래서 위기상황에서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새로운 베스트 프랙티스를 만들어낸 기관이 바로 보스턴 경찰서다. 특히 보스턴 경찰서의 트위터 계정(@bostonpolice)은 테러 수사가 진행된 5일 동안 전례가 없었던 다섯 가지의 전략적, 혁신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1.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적시에 전달한다.

[415, 폭발을 공식적으로 알린 첫번째 트윗]

 

 

2. 수사에 도움이 되는 정보, 사진과 동영상을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수집한다.

[419, 사건 종결을 알린 트윗]

[415, 테러사건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는 트윗]

[418, 용의자 사진과 함께 정보를 요청하는 트윗]

 

 

3. 언론들에 수사진행에 협조를 구하는 동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419, 범인 수색작전이 벌어지는 장소에 대한 언론보도 자제를 요청하는 트윗]

 

 

4. 언론 및 인터넷에서 잘못 유포된 루머와 오보를 정정한다.

[417, 언론 오보를 정정하는 트윗]

 

 

5. 위로와 감사의 메시지를 통해 커뮤니티가 상처에서 회복될 수 있도록 돕는다.

[4 19, 사건 종료 후 희생자를 추모하는 트윗]

[4 19, 사건 종료 후 경찰과 환호하는 시민들은 담은 장면]

[525, 테러 사건으로 인해 끝까지 달리지 못했던 시민들이 다시 완주 했던 날을 담은 장면]

 

이 중에서도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4번이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 당시 주요 언론들은 24시간 생중계를 하면서 속보 전쟁을 치렀다. 이번 세월호 침몰 이후 한국 언론들이 보여준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수의 오보, 특히 이미 용의자가 구속됐다는 오보를 내면서 특정 인물의 신상정보까지 공개했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소위네티즌 수사대들도 범인찾기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면서 무고한 시민들이 피해를 입거나 범인으로 지목된 탓에 안타깝게도 목숨을 끊은 이도 있었다. 그러나 사건 3일째인 수요일 오후, 보스턴 경찰서는언론 보도는 모두 오보이며 구속된 용의자는 없다는 공식 입장을 트위터로 발표했다.

 

이 트윗이 올라온 직후 상황이 반전됐다. 언론들의 오보는 중단됐고 소셜미디어에서는 보스턴 경찰서의 트윗이 급속히 공유됐다. 이것은 언론과 시민들이 보스턴 경찰서 트위터를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알려주는 공식 창구로서 간주하고 있었던 덕이 크다. 보스턴 시민들은 수많은 오보를 낸 TV나 신문이 아니라 보스턴 경찰서 트위터를 새로고침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기다렸다고 증언한다. 사건 5일째 범인수색 작전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보스턴 및 인근 도시를 대상으로 모든 일상활동과 비즈니스를 중단하고 집 안에서만 안전하게 머물라는(shelter-in-place) 공지가 발표되자 시민들은 이를 엄격히 준수했다. 언론 역시, 경찰관 및 수사요원들의 안전을 위해서 범인 수색현장을 생중계하지 말아달라는 보스턴 경찰서의 요청에 협조한 것은 물론이다.

 

사건이 진행된 5일 동안 거의 매일 보스턴 경찰서장을 비롯해 매사추세츠 주지사, 보스턴 시장, FBI 등 유관기관의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합동으로 생방송 기자회견을 해 왔다. 그런데 보스턴 경찰서는 419일 밤 용의자의 신병을 확보했다는 내용을 트위터로 가장 먼저 알렸다. 이 트윗은 13만 회 이상 공유(Retweet)됐으며 주류 언론이 아니라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위기의 공식 종료를 선언한 첫 번째 사례가 되었다.

 

보스턴 경찰서의 트위터 팔로어 숫자는 사건 직전인 4월 초 54000명이었다. 이미 미국 전역의 경찰서 트위터 중 가장 많은 팔로어를 확보한 계정이었다. 용의자가 체포된 직후엔 무려 33만 명 이상으로 불어나 있었는데 이는 보스턴을 대표하는 언론사인 <보스턴글로브>의 트위터 팔로어 숫자보다도 많은 것이었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에는 보스턴 경찰서뿐 아니라 100여 개의 정부기관들이 관여돼 있었음에도 그중 보스턴 경찰서의 소셜미디어가 유독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보스턴 경찰서의 소셜미디어가 특별한 세 가지 이유

 

1. 경찰서장의 리더십과 조직문화

리더십은 보스턴 경찰서의 소셜미디어 사례를 설명하는 출발점이다. 미국 수사기관들의 통상적인 관례는 수사가 종결돼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시민, 언론 등 외부에는 정보를 되도록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진행 중인 수사에 대해서 정보를 공개해서 득될 것이 없고 괜히 불필요한 분란만 일으킨다고 여기는 폐쇄적인 조직 문화와 이로 인해 언론과의 대면 접촉을 지극히 꺼리는 오래된 인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스턴 경찰서의 서장, 에드 데이비스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2006년 서장으로 부임한 이래 커뮤니티 폴리싱(Community Policing)을 보스턴 경찰서의 미션으로 삼았다. 커뮤니티 폴리싱이란 1980년대 미국에서 경찰조직 개혁 차원에서 등장한 개념으로서 경찰과 시민들이 적극 대화하고 쌍방향으로 정보를 공유해 지역의 범죄율을 낮추고 치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함께 협력하는 방식을 뜻한다. 시민들은 거주지역의 어떤 문제가 범죄를 유발시키는지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경찰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권한과 자원을 가지고 있으므로 상호 공조, 협력하는 체제를 통해서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에드 데이비스 서장은 커뮤니티 폴리싱 철학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이라고 봤다. 기존의 다른 수사기관들과 달리, 그는 언론과 시민들에게 진행 중인 사건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에 대해서 협조를 구하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에 우선 순위를 뒀다. 그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요즘 같은 시대에 경찰 조직 안에서 정보를 숨기는 것은 일시적 방편일 뿐이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다 드러나기 마련이고 만약 불리한 정보를 감췄다가 들통이 나면 더 감당을 못한다. 아예 처음부터 공개하고 시민과 언론의 협조를 구하는 게 경찰 업무에도 더 효과적이고 성과에도 도움이 된다. 근본적으로 조직 문화를 탈바꿈시키는 문제다라고 언급했다.

 

서장의 이런 철학은 보스턴 경찰서의 조직 체계에도 반영이 됐다. 보스턴 경찰서의 커뮤니케이션 팀(언론 및 소셜미디어 담당)은 서장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체제를 일찍부터 갖췄으며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에게도 적극적인 권한 위임(empowerment)이 이뤘졌다. 2013년 말 퇴임하기 전까지 7년 동안 에드 데이비스 서장은 보스턴의 범죄율을 30% 감소시켰으며 시민들이 보스턴 경찰서를 투명하고 열린 조직, 신뢰할 수 있는 조직으로 인식하도록 만들었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 역시 그의 리더십과 관련이 있다.

 

[보스턴 경찰서의 미션]

 

1 소셜미디어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 왼쪽:일반적 경우(소셜미디어를 여러 가지 커뮤니케이션 채널 중 하나로 보는 시각)

- 오른쪽:보스턴 경찰서의 전략 (소셜미디어는 시민, 고객과 대화하고 경청할 수 있는

최우선 채널)

 

 

2. 장기간의 소셜미디어 활동을 통해 축적된 높은 신뢰도

서장의 리더십은 보스턴 경찰서가 소셜미디어를 바라보는 전략에 큰 영향을 미쳤다. 소셜미디어야말로 커뮤니티 폴리싱 철학을 현장에서 실행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 즉 지역 커뮤니티와 쌍방향으로 대화하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데 가장 적합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리고 보스턴 경찰서의 소셜미디어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6년 동안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를 맡았던 엘렌 드리스콜(Elaine Driscoll)이다.

 

엘렌 드리스콜은 보스턴 경찰서 역사상 처음으로 PR 전문가 커리어를 밟아온 외부 출신의 여성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다. 이전까지는 경찰서 내부 승진자 또는 기자 출신이 해당 직책을 거쳐갔다. 30세에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로 채용된 이후, 그는 커뮤니티 폴리싱 원칙에 따라 보스턴 경찰서의 블로그(www.bpdnews.com)를 개설해 경찰서의 수사 진행과정 및 결과를 거의 매일 투명하게 공개했다. 블로그 채널을 활용해서 잘못된 정보는 정정했으며 시민 및 언론들의 칭찬에 대해서는 공개적인 감사를 표했다. 2009년에는 미국 수사기관들 중 선두주자격으로 트위터 계정을 개설했으며 페이스북 페이지와 유튜브 채널도 만들어서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지역 커뮤니티와 쌍방향 대화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갔다. 딱딱한 공문서용 문장이 아니라 실제로 만나서 대화하듯이 친근한 표현을 소셜미디어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보스턴 경찰서의 소셜미디어가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계기는 2011년 가을에 찾아왔다.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운동이 미국 전역으로 불붙듯이 퍼져나갔다. ‘보스턴을 점령하라(Occupy Boston)’도 예외는 아니었다. 엘렌 드리스콜과 커뮤니케이션 팀은 소셜미디어를 면밀히 모니터링했고 시위대가 곧 보스턴을 향할 것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엘렌 드리스콜이 시위대와 트위터를 통해서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 시위의 자유를 인정하되 시위할 수 있는 장소는 도시 치안 차원에서 제한된 곳에서만 진행하도록 가이드를 하는 일련의 커뮤니케이션은 트위터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보스턴을 점령하라운동은 73일간 진행됐지만 다른 도시들에 비해서 시위대와 경찰 간의 물리적 충돌은 최소화된 상태에서 비교적 평화롭게 종결됐다. 그 근원에는 엘렌 드리스콜 팀과 시위대 간의 소셜미디어상에서의 지속적인 대화에 있다. 그리고 더 의미 있는 점은 이 대화의 과정 전체를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시민, 언론, 정부 관계자들은 보스턴 경찰서가보스턴을 점령하라운동의 시작부터 끝까지 시위대와 어떠한 투명하게 열린 대화를 하는지를 지켜봤고, 이를 계기로 보스턴 경찰서는 한층 더 높은 신뢰도와 평판을 얻게 됐다.

 

3. 매뉴얼을 넘어선 응용력과 팀워크

보스턴 마라톤 테러 이후, MIT대에서 열린 위기관리 콘퍼런스에서 에드 데이비스 경찰서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보스턴 마라톤을 대비해 발생 가능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들에 대해서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했다. 하지만 아무리 준비를 하고 계획을 세웠다 하더라도 현실에 맞닥뜨리게 되면 모든 게 바뀐다.” 때문에, 위기를 맞이했을 때 미리 준비해 둔 매뉴얼은 곧이 곧대로 적용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응용해서 적응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보스턴 경찰서의 커뮤니케이션팀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에는 테러상황에 대응하는 소셜미디어 사용 매뉴얼은 없었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를 포함한 6명이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면서 하루 3∼5차례 현장 수사팀과 미팅을 통해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면 안 되는지에 대해서 가이드라인을 정리한 후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수행했다. 특히, 다른 경찰 조직들과 달리 보스턴 경찰서 커뮤니케이션팀은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동시에 담당했기 때문에 어떤 메시지를, 어떤 채널을 통해서, 누가 언제 공유할 것인지에 대해서 일관성 있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뉴욕시 경찰서의 경우, 언론 담당 조직과 소셜미디어 담당 조직이 별도로 분리돼 있었기 때문에 두 조직이 각각 따로 경쟁적으로 움직이면서 정보의 충돌 및 커뮤니케이션 혼란이 가중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한 현재진행형인 급박한 위기상황을 소셜미디어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팀은 경찰서장 및 현장 지휘부로부터 일일이 승인을 받으면서 진행하지 않았다. 2009년부터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면서 일상적으로 훈련된 커뮤니케이션팀의 역량을 에드 데이비스 경찰서장은 신뢰했고 초유의 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권한도 적극적으로 위임했다.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한 중요 미팅에 대부분 참석해서 핵심 정보를 다 꿰고 있는 상태에서 언론을 상대했다. 동시에 커뮤니케이션팀은 경찰서 안에서, 통합 수사본부에서, 현장에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현재 상황을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렸다.

 

[엘렌 드리스콜이 Occupy Boston 시위대에 보낸 트윗]

 

특히 사건 3일 차 언론 오보를 정정하면서 분기점이 됐던 트위터 메시지 및 용의자 체포와 사건 종결을 알리는 트위터 메시지는 상부의 승인을 받고 올린 것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팀이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업데이트한 것이었다. 경찰서장은 커뮤니케이션팀의 분별력과 판단력을 믿었고 커뮤니케이션팀은 위기상황에서 평소 단단히 다져진 팀워크를 통해 응용력, 적응력의 역량을 한껏 발휘했던 것이다.

 

한국의 기업과 조직을 위한 시사점

 

1. ‘신뢰성의 전투(the Battle of Credibility)’에서 승리하려면?

위기가 발생한 다음보다는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에 결정되는 것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신뢰일 것이다. 신뢰라는 무형의 자산은 쌓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사라지는 데는 일순간이다. 국가나 기업의 위기상황에서는 누구의 말이 옳은지, 무엇을 따라야 하는지 등의 정보를 일일이 판별해야 하는 것 자체가 위기를 더 가중시키는 악효과를 낼 수밖에 없다. ‘신뢰성의 전투에서 승자가 되기 위한 3가지 요건은 다음과 같다.1

 

1) 지금까지의 기록과 평판(the history and reputation)이 위기가 막 발생했을 때 조직에 대한 신뢰도를 이미 상당 부분 결정짓는다.

 

2) 위기 직후 초기 대처(the initial response)가 그 다음에 이어지는 위기상황 전개의 방향을 좌우한다.

 

3) 위기 대처 과정에서 불리한 정보를 발견했을 경우 먼저 자진해서 밝히게 되면 언론과 시민들은 최소한 솔직함과 투명성에 대해서는 점수를 준다. 하지만 만약 나중에 밝혀지게 되면 불리한 정보를 일부러 숨겼다는 비난을 받게 되고 신뢰도 평판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보스턴 경찰서의 경우, 2006년부터 시작된 커뮤니티 폴리싱 정책과 적극적인 소셜미디어 사용을 통해서 지역 언론 및 시민들로부터 보스턴의 안전 및 치안 문제에 있어서는가장 첫 번째로 찾아가야 할 곳(go-to source)’으로 이미 인정을 받고 있었다. 수년간 누적된 경험과 기록, 명성 덕분에 보스턴 경찰서 커뮤니케이션팀은 적절한 초기 대처를 할 수 있었고 이는 향후 수사 전개 방향에서 시민과 언론들의 협조를 구하는 데도 필수적이었다.

 

이와 대조적인 사례로 월마트를 꼽을 수 있다. 1962년 창립된 이래 월마트는 세계 최대의 오프라인 소매점으로 승승장구해왔다. 2003년에는 <포브스> 지가 선정하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 직후 월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과도한 저임금과 불합리한 의료보험제도가 불거지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월마트 경영진은 이 위기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2005년 조그비 인터내셔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6%월마트는 미국에 악영향을 끼치는 존재다. 설령 물건을 싸게 구입할 수 있을지언정 그것은 미국의 경제와 윤리적 가치를 갉아먹는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2007년 경쟁사 타깃이 인기리에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것을 보고 이에 대항하기 위해 월마트도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다. 그러나 이미 나빠진 여론 때문에 부정적인 코멘트가 다수 올라오자 월마트는 올라오는 글들을 차단 또는 삭제했고 소셜미디어상의 여론은 한층 악화됐다. 2008년 대선에서는 당시 오바마 후보가 대기업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는 대표적 사례로 월마트를 언급했다. 2012년에는 <뉴욕타임스> 특종 기사로 월마트가 멕시코 고위 공직자들에게 뇌물을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과 멕시코 양국 정부의 수사를 받았다. 2013년에는 시장의 기대치를 하회하는 실망스러운 실적을 내놓았다. 월마트는 10년 전 기업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쳤던 첫 위기를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고 이후 끊임없는 위기 발생, 기업의 신뢰도 추락, 경영성과 부진이라는 악순환 고리가 이어지는 중이다. 심지어 애당초 위기의 발단이었던 의료보험 문제를 더 많은 노동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바꾸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습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평가다.

 

신뢰는 위기상황에서 한번 무너지면 재건하는 데 드는 노력이, 위기 이전에 신뢰를 잘 쌓고 관리하는 노력보다 훨씬 더 어렵다. 기업의 꾸준한 평판관리와 위기발생 시의 첫 단추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다. 소셜미디어도 마찬가지다.

 



 

2. 위기로부터 배워라

위기 이후 학습의 과정이 체계화돼 있지 않은 점은 한국에서 대형 재난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2

 

“위기 이후에 시민들과 관련 기관들이 위기로부터 교훈을 배우도록 하는 것은 리더의 중요한 과제다. 대부분의 이들은 위기가 끝난 후에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위기가 발생했던 사실이나 혹은 위기가 남긴 교훈을 잊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위기라는 것은 순환하는 것(circular)이자 계속 반복되는 것이라고 여겨야 한다. 하나의 위기의 끝은 그 다음에 찾아올 위기를 준비하기 위한 학습의 시작점이다. 위기가 끝나는 그 순간, 다음 위기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 훈련, 계획, 자원배분이 시작돼야 한다. 이런 관점은 조직의 일상적 행동에 위기관리를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를 제공한다. 또한 위기로부터 배운 교훈을 어떻게 종합, 정리할 것인지에 대한 것도 리더가 고민해야 하는 과제다. 시간이 지나면서 위기상황을 겪었던 사람들의 경험과 지식도 점차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런 현상은 문서로 기록하기보다는 구두로 전수하는 조직문화를 가진 곳일수록, 또 위기관리를 해 본 사람들의 교훈을 시스템에 반영하기보다는 암묵적인 지식으로만 남겨두는 조직일수록 더욱 빈번히 발생한다. 위기를 겪은 과정과 교훈을 반드시 문서로 기록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조직문화와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 위기로부터 배운다는 것은 위기가 전개된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해서 따져묻고, 분석하고, 평가하고, 문서로 만들어서, 조직 시스템에 반영시키는 것까지 포함돼야 한다. 보스턴 경찰서 역시 테러 사건 이후 약 1년에 걸쳐서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한 매뉴얼을 업데이트하고 위기관리 시스템에 체계적으로 포함시키는 작업을 했다.

 

반면 유나이티드항공사는 소셜미디어 시대의 도래와 함께 대형 위기를 겪었음에도 여전히 학습과 시스템 개선이 되지 않고 있는 경우다. ‘유나이티드가 기타를 부쉈네(United breakes guitars)’ 사례는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겪은 개인 고객이 소셜미디어의 힘을 빌려 대형 기업을 상대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2008년 캐나다 출신의 밴드 멤버 데이브 캐럴(Dave Carrol)은 기타를 유나이티드항공 수하물로 맡겼다가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 기타 목이 부러진 것을 발견한다. 그는 유나이티드항공사에 보상과 사과를 요구했으나 규정을 이유로 계속 거절당했고 1년 후 이 사건을 노래로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렸다. 이 영상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유나이티드항공의 평판은 추락했다. 부랴부랴 고객만족부서 디렉터가 데이브 캐럴에게 직접 사과전화를 걸었고, 이 영상을 내부 교육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청을 하면서이 위기를 통해서 익힌 교훈으로 고객 서비스 정책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에 따르면 2013년 미국 항공사 서비스 종합평가에서 유나이티드항공은 최하위인 9위를 차지했다. 세부지표 중 하나인 수하물 처리와 고객 불만에서도 8위에 머물렀다. 2011, 2012년 연속으로 유나이티드항공은 개선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아직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위기가 반복되는 것은 위기로부터의 학습이 부재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위기관리 전문가 로렌스 바턴(Laurence Barton)은 위기가 종료된 직후 리더가 질문하고 답을 구해야 하는 5가지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1) 사람들이 위기를 어떻게 처음 인지했는가?

 

2) 당신의 위기대응은 얼마나 효과적이었는가?

 

3) 정확한 메시지를 연속적으로 전달했는가?

 

4) 당신이 해를 입히거나, 고립시키거나, 혹은 위기관리 대상으로 포함시키지 못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5) 위기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가장 효과적이지 못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3. 위기 상황에서의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을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필수

테러가 발생한 직후부터 보스턴 경찰서와 FBI는 트위터를 통해서 사건 현장 상황을 찍은 사진과 동영상, 수사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여러 번 알렸다. 그러나 되레 문제가 발생했다. 사건 해결에 참여하고 싶은 시민들의 참여가 보스턴 경찰서가 소화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서 폭주했던 것이다.

 

보스턴 경찰서의 CTO(Chief Technology Officer)는 사건 종료 후 한 인터뷰에서시민들이 보내준 자료들과 정보들은 매우 감사한 일이었지만 양이 굉장히 많았고 또 중복되는 것들도 많았기 때문에 우리가 완전히 다 소화할 수는 없었다라고 고백했다. 한편 시민들의 열성적인 참여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낳았다. 소셜미디어 중 하나인 레딧(Reddit)에서는 사용자들 사이에서 자발적인 수사가 벌어지면서 행방불명 중인 일반 시민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바람에 그 가족들이 협박과 고통을 받는 일도 발생했다.

 

이에 대해 하버드 케네디스쿨 니코 멜레 교수는언론이나 기업에 비해 정부기관의 크라우드 소싱은 아직 뒤처진 분야다. 당시 보스턴 경찰서가 시민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겠다는 계획은 좋은 것이었지만 정보를 소화하고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한 상태에서 무작정 정보만 수집하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민들이 위기해결을 돕고자 하는 참여의지를 정부의 공적인 위기관리 체계 안에 포함시키기 위한 체계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위기상황에서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정보와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신속히 분석해낼 수 있는 IT 시스템을 미리 마련해 두는 것의 필요성도 지적한다.3

 

 

시간적 여유가 있는 환경에서의 크라우드 소싱과 달리 급박한 위기상황에서 해결책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크라우드 소싱은 아직까지 뚜렷한 성공모델이 보이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최소한 위기상황에서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자사의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접수된 것 중 유의미한 의견을 검토하고 잘못된 정보를 정정하는 등의 피드백 프로세스는 예방단계에서 미리 준비해 둘 수 있는 위기관리 절차다.

 

맺음말

위기는 두 번 반복되지 않는다지만 이미 발생한 위기는 앞으로 다가올 위기를 대비하기 위한 귀중한 자료의 보고다. 그러나 우리에겐 위기라는 중요한 교재를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허비하는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실제로 위기가 터진 직후에는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기관을 설립하고, 투자를 약속하는 경우는 많지만립서비스에 그칠 뿐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사안들이 우선순위로 끼어들면서 예산 배정 등의 문제로 위기관리에 대한 투자는 점점 뒤로 밀리기가 일쑤다.

 

위기관리 전문가 에릭 스턴(Eric Stern)은 이를 두고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기가 좋든 어렵든, 시절이 평화롭든 혼란스럽든, 보험료는 꾸준히 납부해둬야 위기가 닥쳤을 때 되돌려 받게 된다는 얘기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가져야 할 소셜미디어 위기대응 전략도 마찬가지다. 일이 터지고 나서 소셜미디어상에 수많은 악소문과 잘못된 정보, 언론 오보들이 돌기 시작한 후에야 대응하려고 하면 이미 한참 늦다. 또한내가 나를 스스로 정의하지 않으면 타인에 의해 정의된다라는 인터넷 세계의 격언처럼 소셜미디어를 유언비어와 루머의 온상지라는 시선으로 배척하거나 무시하면 돌아오는 대가는 더 크다.

 

, 위기상황에서 소셜미디어를 적절히 활용해 위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조직 역량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는 위기 훨씬 이전에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신뢰도 높은 평판을 꾸준히 쌓아두는 긴 호흡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위기상황에서는 알아야 할 정보만 일방적으로 전달(a need-to-know)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할 가치가 있는 정보를 나누는(a need-to-share) 자세, 명령과 통제(a command and control)가 아니라 연결과 협력(connect and collaborate)의 패러다임이 소셜미디어 전략에 녹아들어 있어야 할 것이다. 위기상황의 종료 후 반성과 진단, 학습을 토대로 이 다음에 찾아올 새로운 위기에 대한 소셜미디어 및 관련 시스템의 준비가 곧바로 시작돼야 함은 물론이다.

 

박소령 하버드 케네디스쿨 공공정책학 석사 과정 soryoung.park@gmail.com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경영전략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 공공정책학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하버드대 아놀드 호잇(Arnold Howitt) 교수와 함께 세월호 침몰 사건에 대한 위기관리 케이스를 공저 중에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