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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강사 우형철씨 인터뷰

“재미로 다가가 실력으로 마음 열죠”

하정민 | 49호 (2010년 1월 Issue 2)
한국에서는 매년 수학능력시험 일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진기한 광경들이 펼쳐진다. 각 기업의 출근 시간이 늦춰지고, 비행기가 제시간에 뜨고 내리지 못하며, 주식시장도 늦게 열린다. 외국인 눈에는 기이해 보이지만 한국인은 누구라도 불편을 기꺼이 감수한다. 수능이 한 사람의 인생에서 얼마나 큰 의미를 차지하는지 모든 한국인이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능 전쟁에서 승리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대부분 학생들은 공부를 힘든 과업으로 여긴다. 특히 수학에 치를 떠는 학생이 수없이 많다. 수리 영역이 당락을 가르지만, 학생들이 없어졌으면 하고 바라는 과목도 수학이다. 이 어려운 수학 강의에서 뛰어난 실력으로 학생들을 사로잡은 스타 강사가 있다. ‘삽자루’라는 예명으로 더 유명한 스타 강사 우형철(46세·비타에듀) 씨다. 그는 학생들에게 ‘개그콘서트보다 더 웃긴 강사’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의 구세주’로 불린다. 대학 졸업 후 20년 동안 수학 강의를 해온 그는 소위 ‘땡땡이’를 치거나 숙제를 제대로 해오지 않은 학생에게 삽자루를 휘둘러 유명해졌다.
 
비타에듀의 스타 인터넷 강사인 그는 2009년 강좌 매출로만 75억 원, 교재 매출로만 15억 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 어떻게 동기부여를 했기에 이처럼 큰 매출을 올렸을까. 수학 공부를 지독히 싫어하는 대다수 학생들의 공부 열의를 북돋운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그가 경기도 이천에 세운 ‘삽자루 기숙학교’를 찾았다.

 

 
수업 중 비속어나 10대들의 말투를 많이 쓰는 걸로 유명하다고 들었습니다
 
학생들에게 공부하라고 무작정 강요한다고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 건 아닙니다. 학생은 저의 고객이고 저를 그들에게 팔려면 일단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어떤 사람인지, 이들과 소통하려면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저는 강의와 교재 연구 시간만으로도 1분 1초가 모자라고, TV도 잘 안 보는 사람이지만 <개그콘서트>는 꼭 챙겨보고 매일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씨인사이드’에 접속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 고3 아닙니까. 그 학생들도 개그콘서트를 보는데 제가 바빠서 못 본다면 그야말로 핑계죠. 일단 학생들과 대화가 돼야 그들을 물가로 이끌던지, 마구간으로 이끌던지 할 거 아닙니까.
 
소위 디씨인사이드식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말투를 모르면 제 강의에 대해 학생들이 어떤 식으로 평가하는지, 강의 내용 중 불만이 무엇인지, 다른 강사들은 어떤 평가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어제 한 강의는 별로였지만 오늘은 괜찮았다 치죠. 학생들이 “선생님. 어제는 이런 점이 별로였지만, 오늘 강의는 아주 좋았습니다”라는 댓글을 적어놓을 줄 아십니까. 천만에요. “너님하. 어제 강의는 삽듣보(삽자루+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것)였는데 오늘 강의는 삽느님(삽자루+하느님)이네. 님 좀 짱인 듯. 우왕ㅋ굳ㅋ” 이렇게 써놓습니다. 디씨체 글쓰기는 어른들의 호불호를 떠나 이미 시대 흐름이고, 10대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문화를 저급하다고만 할 게 아니라, 우리가 먼저 이해해야죠. 만약 나무라고 싶다면 일단 이해부터 한 뒤에 나무라야지, 이해하지도 않으면서 나무라기만 한다면 영원히 아이들과 소통할 수 없습니다.
 
5년 전 한 라디오 방송에 나가 ‘안습’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요즘은 안습이라는 단어를 어른들도 많이 알지만 당시에는 학생들 중에서도 반은 알고 반은 몰랐어요. 방송이 나가자 학생들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학생들이 ‘삽자루가 소위 꼰대인 줄 알았더니 우리가 쓰는 최신 단어도 아네. 우리랑 좀 통하겠네’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누구인지를 이해해야, 학생들로부터 신뢰와 동질감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그 이후에 이런 식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조언해야 말이 먹히죠. 그저 ‘공부해라. 그래야 좋은 대학 가고 인생 핀다’고 말하면 어떤 학생이 제 말을 듣겠습니까.
 
욕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제가 단기적으로 애들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욕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아닙니다. 70분짜리 강의는 한 편의 드라마입니다. 드라마도 70분 동안 꼼짝하지 않고 보기 힘든데 70분 동안 재미없는 수학 강의를 들으려면 얼마나 지겹겠습니까. 아이들을 집중시키고, 70분 내내 이를 유지시키려면 재미와 반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제 신조는 학생들의 돈은 뺏어도 시간은 뺏지 말자는 겁니다. 1분 1초가 급한 학생들에게 쓸데없는 내용을 가르치거나 점수 향상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그건 죄죠. 시간을 뺏지 않으려면 강의 시간 중에 학생들의 몰입도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고, 강의가 끝나도 수학 공부를 하고 싶다는 느낌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재미만 추구하면 아이들이 하루 이틀은 좋아할지 몰라도 결국 강의를 안 듣습니다.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요. 성적 향상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그들을 재미있게 해주려면 반전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오프라인 강의 때 항상 틀린 답을 말하는 학생을 미리 점찍어놓고 일부러 수업 중에 그 학생에게 답을 물어봅니다. 그 학생이 틀린 답을 내놓으면 ‘그거 아닌데’라고 하지 않고 ‘아주 지랄을 하세요’라고 합니다. 이게 반전입니다. 이 짧은 시간의 웃음이 집중력이 떨어진 아이들을 다시 집중하게 만들어줍니다. 70분 동안 학생들을 웃고 울리고 감동시키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게 하려면 수많은 경험, 치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드라마 작가, 감독, 스태프, 배우 역할까지 다 제가 해야 한다는 뜻이죠.
 
중요한 건 체벌이나 욕이 아니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겁니다. 일단 학생들에게 ‘저 사람은 그래도 된다’는 인정을 받는 게 중요합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애착이 있고, 자신들을 위해 제가 고생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줘야 합니다. 좋은 수업 내용만으로는 100% 동기부여를 하기 힘듭니다. 학생들의 절박함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삶의 목표나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걸 더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기성 세대가 10대들을 이해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또 서울대를 졸업하셨는데 처음 강사 일을 시작할 때 공부 못 하는 학생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까
 
솔직히 처음에는 전혀 이해가 안 됐습니다. 어떻게 이런 걸 모를 수가 있나 한심하다는 생각도 많이 했죠. 그런데 공부 못 하는 아이들을 많이 가르쳐보니 애들 성적이 안 오르는 게 애들 잘못이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 잘못이더군요. 초창기 강사 시절 제가 가르쳤던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와 집에서 모두 내놓은 문제아들이었습니다. 이런 학생에게 동기부여는 사치입니다. 그냥 좋은 말을 해서는 절대로 공부 안 합니다. 그래서 전 아이들을 때렸습니다. 닿는 면적이 넓어서 별로 아프지는 않지만, 엄청난 소리가 나기 때문에 맞는 사람이나 지켜보는 친구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 최고인 삽자루를 썼죠. 채찍을 쓴 겁니다. 채찍을 쓰니 일단 학생을 책상 앞에 앉힐 수 있었고, 꼴찌도 쉽게 탈피했죠.
 
하지만 어느 순간 채찍에 한계가 옵니다. 이때 당근이 필요합니다. 요즘 청소년들이 닌텐도와 아이팟에 열광하듯 당시 청소년들에게는 게스 청바지가 최고 히트 아이템이었습니다. 시험 잘 보면 게스 청바지를 사준다니까 수학의 ‘수’자도 모르는 학생들이 미친 듯이 수학 공부에 매달리더군요. 당근의 효과가 나타난 거죠. 요즘에는 오프라인 강의를 할 때 개강 때부터 종강 때까지 하루도 결석을 안 하고 숙제도 안 빼먹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다리타기를 해서 3명에게 노트북을 사줍니다. 옆 자리 친구가 노트북을 받는 걸 보면 학생들의 눈에 불이 나죠.
 
그런데 당근으로도 부족한 시점이 또 옵니다. 당근만 가지고선 스스로 공부에 재미를 느끼고, 옆에서 누가 뜯어말려도 본인이 좋아서 공부를 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는 힘들거든요. 이때 필요한 게 비전입니다. “너 나한테 올 때 대학 가기도 힘든 수리영역 7등급이었지? 다 수포자라고 놀렸지만 벌써 3등급까지 왔잖아. 이제 한두 등급 높이는 건 일도 아냐. 누가 뭐래도 너는 명문대를 갈 수 있어”라는 식으로 비전을 제시해야죠. 꼴찌에게 처음부터 거창한 비전을 제시하는 식으로 동기를 부여할 수는 없습니다. 채찍과 당근으로 먼저 능력을 만들어준 다음 비전을 갖게 해줘야 합니다. 언제, 어떤 단계에서 채찍, 당근, 비전을 내밀어야 효과가 최고인지 아는 방법은 여러 등급 아이들을 골고루 가르치면서 각 수준에 맞는 교육 방법을 체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학생들 개개인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오프라인 강의와 달리 온라인 강의는 불특정 다수 학생을 대상으로 합니다. 다양한 학생들의 욕구를 다 충족시키기 어려울 텐데요
 
인터넷 강의는 학생들을 직접 볼 수 없으니 확실히 오프라인 강의에 비해 학생들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단점을 메우는 도구가 바로 경험입니다. 제가 지금 수학 강의를 20년째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학생, 얼마나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을 만났겠습니까. 저는 처음 만난 학생 수준을 그 학생이 어떤 문제를 틀리는지를 보고 파악합니다. 학생에게 ‘너 몇 등급이지’라고 하면 아이들이 깜짝 놀랍니다. ‘문제 틀리는 것만 봐도 내 등급을 맞추는구나. 이 사람 족집게구나’라며 제 강의에 신뢰를 보내죠.
 
저는 어떤 수준의 학생들이 어떤 부분을 특히 어려워하는지를 사전에 다 파악하고 이를 수업 시간에 최대한 해결해주려고 합니다. 5등급 학생들은 어떤 부분에서 틀릴 거고, 3등급 학생들은 어떤 부분에서 틀릴지, 이 학생의 등급을 빠른 시간 안에 최대한 높여주려면 어느 부분을 집중적으로 가르쳐야 하는지를 파악하려면 학생이 헷갈려 하는 부분과 문제 출제자의 의도를 동시에 잘 파악해서 이 두 부분의 접점을 찾아내야 합니다. 초창기 강사 시절 수학과 함께 화학도 같이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가르치던 어떤 학생이 어떤 문제에 엑스(X) 표시를 해 놨길래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문제가 별로예요. 이런 건 안 풀어도 돼요”라고 하더군요. 사실 그 문제는 굉장히 좋은 문제였습니다. 그 학생은 출제자의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고, 이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늠할 실력도 전혀 없었던 거죠. “너 올해는 대학가기 어렵겠다”고 말했고 그 학생은 실제 대학에 못 갔습니다.
 
경험이 적은 강사들은 단순히 문제를 풀어주는 수준에서 그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학생들에게 답 푸는 과정을 외우게 도와줄 순 있어도 비슷한 유형의 다른 문제가 나올 때 응용해서 풀 능력까지 길러줄 순 없습니다.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각각 다른 등급의 아이들에게 맞는 수준으로 가르치려면 상당한 경험이 필요합니다. 수능의 취지도 그렇지만 최근에는 문제 하나를 풀려면 여러 개념을 융합해서 풀어야 해요. 단순히 문제를 풀어주는 수준으로는 절대로 학생들의 융합적 사고 능력을 키워줄 수 없습니다.
 
제가 요즘 온라인 강의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기숙 학원에서 제가 키우고 있는 강사들에게 ‘다양한 수준의 아이들에게서 최대한 많은 질문을 받아서 내게 가져오라’고 주문합니다. 그래야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고, 제 자신의 실력도 늘죠. 겉보기에는 진입 장벽이 무척 낮아 보이는 인터넷 강의가 그야말로 1등만이 살아남는 척박한 시장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강의 준비나 교재 연구를 도와주는 스태프들도 20여 명 있고, 기숙 학원에도 직원이 80여 명이 넘는다고 들었습니다. 일종의 CEO신데 직원들에게는 어떤 식으로 동기부여를 하십니까
 
강사 몇 명을 제외하면 우선 고학벌 직원을 안 뽑습니다. 똑똑하지만 조직에 충성을 다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똑똑하지는 않지만 충성심이 대단하고, 자신보다 조직이 우선인 사람을 선호합니다. 기숙 학원 직원, 운전 기사, 카메라맨 등등 저와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소위 말하는 명문대 출신이 아닙니다. 직업 특성상 모의 고사가 있는 시즌에는 전 직원이 굉장히 바쁘고 야근도 엄청 많이 해야 합니다. 좋은 학교를 나온 직원들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칼같이 계산한 야근 수당을 요구합니다. 물론 그들의 태도가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더 줄 수도 있는데 더 주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때가 있다는 거죠.
 
그런데 저랑 같이 일하는 직원들은 달라요.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충성합니다. 초창기에는 이들에게 두둑한 휴가비를 주고 2주 휴가를 줬습니다. 복귀한 후 2주 동안 뭐했냐고 했더니 “휴가 내내 본가에 내려가 집안 일만 도와줬고, 돈은 저금했다”고 하더군요. 무작정 이 친구들을 나무랄 수도 없었어요. 재충전의 의미를 갖는 휴가를 가본 적이 없는 친구들이었거든요. 돈만 주면 그들이 제가 바라는 휴가를 보내고 회사 일을 더 열심히 할 거라고 생각한 저의 착각이었죠. 한마디로 직원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부족했던 겁니다.
 
이후에는 아예 해외 여행을 끊고, 카드까지 줬습니다. 유럽을 한 번 다녀오면 직원들의 견문이 넓어진다는 게 확연히 드러납니다. 직원들도 “가보니 정말 배우고 느끼는 점이 많더라. 더 열심히 일해서 내 돈으로 여행을 가보는 수준에 이르겠다”고 하죠. 직원들이 유럽에 다녀오면 더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제 눈에도 보이니 저도 기쁜 마음으로 계속 여행을 보내줍니다. 1년에 한 번씩은 꼭 해외 여행을 시켜주고 있습니다. 강사들을 제외하면 기숙 학원 직원 80명 중에서도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딱 1명입니다. 그래도 기숙학원을 운영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소위 명문대를 나온 사람들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회 전체를 굴러가게 하는 사람들은 명문대를 나온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들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뿐이죠.
 
후배 강사를 발굴하는 강사 매니지먼트 사업도 하신다면서요
 
이수만 SM 엔터테인먼트 사장이 연예인 매니지먼트 사업 개념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듯 저도 강사 매니지먼트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노량진에서 제가 가장 나이 많은 강사입니다. 그런데도 왜 제가 아직 건재할까요. 저를 밀어낼 젊은 강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젊은 강사들이 뜨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재입니다. 제가 이번에 새로운 교재를 출간했다 치죠. 저는 인지도도 있고, 최소 몇 만 권을 찍어내기 때문에 생산 단가가 엄청 쌉니다. 그런데 젊은 강사가 자기 교재를 내려면 불과 몇 백, 몇 천 권을 자비로 찍어내야 하기 때문에 생산 단가는 엄청 비싸고, 교재 디자인이나 종이 질도 무척 조악합니다. 당연히 학생들은 외면하죠.
 
젊은 강사들을 키우기 위해 제일 먼저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줍니다. 저와 계약을 맺은 강사들의 계약은 간단합니다. 저는 이들이 클 때까지 데뷔, 홍보, 마케팅 등을 책임집니다. 이들이 뜨면 제가 그 수익의 일부를 갖는 구조예요. 한 사람의 젊은 강사가 성공하면 저는 그 강사를 통해 얻은 수입으로 다른 젊은 강사를 몇 명 더 뽑아서 훈련을 시킬 수 있죠. 일단 한 달에 500만 원을 주고 교재 연구에만 매달리게 했습니다. 1년 동안 교재 연구만 시킨 후 교재를 찍어서 학생들에게 무료로 대거 뿌리고, 실전 강의에 데뷔를 시켰습니다. 그래서 데뷔시킨 젊은 강사가 몇 명 있고, 이미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중 한 명이 언어 탐구 영역의 권규호 강사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 여자친구가 있냐고 물었더니 스타 강사가 될 때까지 여자를 안 사귀겠다고 답하더군요. “평생 혼자겠네”라고 했더니 “3년 안에 스타 강사가 될 자신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 자신감을 믿고 같이 일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교재도 너무 훌륭하게 만들어왔어요. 처음 데뷔시켰을 때 학생들이 28살짜리 젊은 선생이 왔다며 권듣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책을 받아보고 나니 의외로 교재가 괜찮고, 강의를 들어보니 더 좋거든요. 그러면서 권듣보가 권느님으로 진화하기 시작했죠.
 
많은 강사들은 자신이 밀려날까 두려워 자신의 노하우를 절대 후배들에게 절대 알려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릅니다. 저도 벌써 40대 후반인데 제가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겠습니까. 후배를 키워야 오히려 제가 더 오래 살 수 있습니다. 이수만 사장이 후배 가수 키우면서 자기 지위를 잃을까 걱정하지 않듯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아직 능력이 있을 때 제 능력으로 후배들에게 투자하고, 제가 은퇴하면 후배 수입을 통해 저도 소득을 올릴 수 있으니까요.
 
후배 강사들에게는 어떤 식으로 동기부여를 하십니까
 
젊은 강사들은 아무래도 자기 관리에 소홀합니다. 조금 인기를 끌면 거만해집니다. 대표적 현상이 골프 치러 다니는 겁니다. 골프가 시간을 좀 많이 잡아먹는 운동입니까. 그러면 교재 연구에 소홀해지고, 강의가 점점 뒤떨어지면서 학생들 사이에 소문이 금방 퍼집니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일수록 어떤 강사가 강의를 잘하고 못하는지, 어떤 강사가 뒤쳐진 교재를 쓰는지를 기가 막히게 파악해냅니다. 그런 식으로 한순간 밀려나면 영원히 끝입니다.
 
고액 과외에 눈독 들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학원업계 용어로 이를 ‘돼지 잡으러 다닌다’고 합니다. 단기간 내에 엄청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유혹이 많지만 학원 강사가 과외하러 다니다 보면 교재 연구할 시간이 줄고 결국 실력이 떨어집니다. 강사는 무조건 교재 연구에 절대적으로 몰입해야 합니다. 교재 연구를 안 하는 강사는 사기꾼입니다. 저는 제가 관리하는 강사들에게 과외할 시간을 아예 안 줍니다. 강의가 없는 날에도 불쑥 기숙 학원에 찾아와 자리에 없는 강사들에게 받을 때까지 전화를 합니다. 전화를 받으면 “나도 오는데 네가 왜 자리에 없냐. 그 시간에 언제 교재 연구하고 언제 나 밀어낼래?”라고 다그치죠. 제 강사들은 강의 안 하는 시간에는 항상 교재 연구를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스타 강사에 돈도 많이 버셨습니다.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스스로에게는 어떤 동기를 부여하고 계십니까
 
소명 의식입니다. 저는 서울대 자원공학과 84학번입니다. 최루탄이 난무하던 시절 대학을 다녔지만 한 번도 시위에 참가한 적이 없어요. 한마디로 시대정신이 없는 한심한 놈이었죠. 사회에 나와서도 20년 동안 강의밖에 한 게 없습니다. 그런데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도 몰랐던 제가 어느 순간 그 개념을 떠올리고 있더군요. 제가 가르친 학생이 서울대에 몇 명이 들어갔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학교도 포기한 아이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점에 즐거움을 느끼는 제 자신을 발견한 거죠. 제가 비록 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한 건 없지만 인생을 포기한 많은 학생들에게 희망을 줬고, 그들의 인생을 변화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 일을 하고 싶고요.
 
게다가 싫든 좋든 삽자루라는 제 이름은 이미 제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솔직히 나쁜 짓을 하고 싶어도 이제 얼굴과 이름이 알려져서 할 수도 없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거창한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누가 저를 학생 우려먹는 강사, 직원 착취하는 강사라고 평가할까봐 무섭습니다. 남들은 물론이고 스스로에게도 항상 ‘초라해지지 말자. 떳떳하게 살자. 돈만 아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말자’고 계속 다짐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은사께서 제게 ‘똑똑한 지식인이 되지 말고 성실한 사회인이 되어라’는 말을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그 뜻을 알겠네요.
 
편집자 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박윤영 씨(서울대 경영학과 4학년·24)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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