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자본과 자원, 지식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세계 어느 곳에서나 경쟁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고객들은 새로운 공급업체로부터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렇게 혼란스러운 사업 환경에 세계적 불황까지 겹친 상황이다. 이런 때일수록 기업이 고객과 형성하는 관계는 새로운 경쟁업체들이 모방하기 힘든 자산이 된다. 멀리 내다보는 기업의 리더들은 ‘관계 자산(relational asset)’을 확보하고 보호해 이를 고성과 비즈니스의 동력으로 삼는다. ‘고객관계관리(CRM)’의 툴과 프로세스를 기업 운영의 모든 측면에 사용하면 성과를 올릴 수 있다.
불황기에 더 중요한 CRM 방법론
CRM 정보 통합이 관건 고객은 기업으로부터 자신의 가치를 진정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을 재빨리 감지한다. 자신이 어떤 기업으로부터 장기적인 고객으로 대접받지 못한다면 굳이 그 기업을 다시 찾을 필요 없이 다른 대안을 찾게 된다.
기업의 정보기술(IT) 담당 리더는 고객과의 모든 상호작용을 낱낱이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데 CRM을 사용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고객의 제품 정보 요청, 최초 판매, 판매 후 고객 지원에 이르기까지 CRM 시스템은 고객과 기업이 상호작용하는 모든 단계에 대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고객이 거래 기업으로부터 충분히 이해받고 소중한 고객으로 대우받고 있다고 느끼면, 다른 기업이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더라도 다시 기존 거래 기업을 찾는다. 고객은 거래 기업에 자신의 요구를 반복해 설명할 필요가 없으므로 구매에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또 기업은 새로운 수익을 올릴 수 있으므로 모든 거래 당사자들의 거래 효율성이 향상된다.
기업이 공급망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최적의 재고량을 인지하고 재고의 위치를 조절해야 한다. 이는 제품의 선적 일정 및 관리를 개선할 필요성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측면에서 고객이 원하는 정확한 물품을 제시간에 최적의 비용으로 받도록 하는 프로세스에서 공급업체들도 하나의 파트너가 돼야 한다.
많은 기업을 하나의 프로세스로 묶는 이 같은 엄청난 규모의 통합은 미국 대형 소매업체 월마트의 성공으로 확인할 수 있다. 월마트와 거래하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은 월마트 시스템의 일부로 관리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데이터보다는 고객 중심으로 접근하라 CRM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서 저지를 수 있는 실수는 기업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데이터 출처에만 중점을 두는 일이다. 보통 기업들은 일상적으로 유입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갖는데, 이 데이터는 미래의 고객 관리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설명하는 데만 치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제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판매되는지 추적하기는 비교적 쉽다. 기업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특정 고객’에게 제품이 판매되는 과정을 추적하는 데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즉 자사에 ID를 등록한 고객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고객 충성도 향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고객의 비즈니스를 추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
데이터 처리 업무는 대개 제품 중심이지 고객 중심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객 중심으로 접근할 수 있을까. 고객 중심 접근 방식은 고객이 제품 하나를 구입할 때부터 구매 패턴을 관찰한 뒤, 향후 고객이 더 높은 가격에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 고가 제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CRM 프로세스는 고객에게 이러한 ‘업셀(up-sell)’의 기회를 줘야 한다. 또 다른 고객 중심 접근 방식은 제품 구매를 중단한 고객들의 행동을 연구해, 왜 더 이상 자사 제품을 사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는 것이다.
고객 수가 아닌 고객 가치를 보라 기업은 CRM 시스템을 무조건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사용해서는 안 된다. 때때로 CRM 시스템의 가장 큰 가치는 기업이 보유할 필요가 없는 고객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데 있다.
회사가 끌어들이지 못한 고객들이 주로 가격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회사가 이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낮춰도, 이들은 다른 회사에서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 옮겨갈 것이 뻔하다. 따라서 이런 고객을 잡아두기 위해 투자해봤자 실제로는 지속적인 관계 자산을 넓히는 게 아니다. 이들 고객은 수익을 거의 발생시키지 않으며, 더 큰 가치를 지닌 고객을 관리할 수 있는 자원을 분산시킬 뿐이다.
‘고객 확대(Customer Number Increase)’가 아닌 ‘고객관계관리’라는 용어를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CRM 시스템의 목표는 고객이 구축하려는 관계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지, 관계의 ‘수’를 극대화하는 게 아니다. 이렇게 구축된 CRM 프로세스는 기업이 가진 데이터를 단순한 고객 연락처 목록이 아닌 기업의 지적 자산으로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