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을 ‘고객 문제 해결 유닛’으로 재편
속도 낼 수 있게 직원·AI에 권한 구체화
Article at a Glance
AI로 개인의 일은 빨라졌는데 조직의 성과는 제자리인 기업이 많다. 일을 맡기고 승인하는 구조, 즉 위임의 설계가 과거의 제약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AI가 처음부터 있었다면 누구에게 무엇을 맡겼을까’를 묻고 위임 구조를 원점에서 다시 짜야 한다. 첫째, 무엇을 맡길지 정한다. 결정의 빈도와 영향, 되돌릴 수 있는 정도에 따라 AI와 사람에게 줄 권한의 경계를 긋는다. 둘째, 누구에게 맡길지 정한다. 팀을 직무가 아닌 고객 문제 중심의 ‘문제 해결 유닛’으로 재편해 권한이 일의 흐름을 따라가게 한다. 셋째, 무엇을 남길지 정한다. AI의 예측은 적극 활용하되 차별화를 만드는 전략적 선택은 사람이 쥐어야 한다. 위임이 낳는 업무 과부하와 학습 기회의 상실을 막을 장치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 경영자는 감수할 위험을 분명히 하고, 결과를 보며 위임의 범위를 조정하고 넓혀야 한다. 누구나 같은 AI를 쓰는 시대에 경쟁우위는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지키느냐에서 나온다.
AI를 활용해 하루 걸리던 보고서 초안을 10분 만에 작성하고, 새로운 기능의 시제품을 몇 시간 만에 만들 수 있게 된 기업이 있다. 하지만 보고서가 실제 의사결정에 반영되기까지는 여전히 일주일이 걸리고 시제품을 고객에게 시험하는 데는 한 달이 필요하다면 어떨까. 직원들은 AI의 효용을 체감하면서도 회사 전체의 변화는 더디다고 느낄 것이다. 개개인이 업무를 수행하는 속도와 조직이 움직이는 속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AI 도입의 성패는 이 간극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생성형 AI가 보편화되면서 기업들은 어떤 모델을 선택하고 어느 업무에 적용할지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직원에게 좋은 도구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생산과 분석의 비용이 낮아지고 한 사람이 수행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넓어지더라도 과거의 제약에 맞춰 설계한 분업과 보고 체계가 새로운 병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이 더 많고 다양한 일을 해낼 수 있게 된 만큼 그 일이 다른 사람과 부서를 거쳐 사업 성과로 이어지는 과정도 달라져야 한다.
따라서 경영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AI가 처음부터 존재했다면 지금과 같은 팀과 조직, 의사결정 및 승인 체계를 설계했을까?” 과거의 제약 때문에 만들어진 구조를 다시 보고 무엇이 여전히 필요한지 확인하자는 것이다. 경영자는 사람, 업무, 기술을 어떻게 결합할지로 생각을 넓혀야 한다. 또 업무 흐름과 팀 구성, 의사결정권과 인센티브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이 질문의 한가운데에는 ‘위임’이 있다. 누가 어떤 일을 맡고, 어떤 결정을 누구의 승인 없이 내릴 수 있는지를 정한 규칙이 곧 조직의 골격이기 때문이다. AI는 이 규칙의 전제를 바꿨다. 이제 일은 사람뿐 아니라 AI에도 맡길 수 있고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의 범위도 넓어졌다. 따라서 경영자는 세 가지를 다시 정해야 한다. 무엇을 AI에 맡길 것인가, 누구에게 권한을 줄 것인가, 무엇을 끝까지 사람의 일로 남길 것인가. 기업의 AI 도입은 결국 위임을 다시 설계하는 전략과 리더십의 문제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