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은 연구, 장강은 양산, 주강은 부품
싼 로봇 신속 배치, 데이터 쌓아 성능 개선
Article at a Glance
중국 로봇 산업의 경쟁력은 ‘저렴한 본체 → 빠른 현장 배치 → 작업·실패 데이터 축적 → 모델과 제품 개선 → 적용 확대’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에 있다. 이 순환을 떠받치는 것이 3대 지역 생태계다. 베이징의 강점은 풍부한 연구와 AI, 정책 자원을 기업들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로봇 플랫폼과 데이터 및 표준 기반으로 전환하는 능력이다. 장강삼각주는 자본과 자동차·전자 제조 현장을 연결해 로봇 연구 성과를 양산으로 밀어 올리며, 주강삼각주는 반경 40㎞ 안에서 부품의 80%를 조달하는 등 부품 공급망과 신속한 제품화 생태계가 강점이다. 그러나 중국의 전기차와 태양광 산업이 그랬듯 중국 로봇 산업에서 역시 과잉 투자와 경쟁 과열에 따른 구조조정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중국의 속도전을 따르기보다 그 순환 구조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고난도 제조 현장을 학습 데이터의 생산 기지로 삼고, 정부는 지원 시설을 늘리기보다 데이터와 시험·인증, 실증을 잇는 표준과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용 로봇에서 체화지능으로 로봇 산업의 경쟁 기준이 바뀌고 있다. 과거의 핵심은 ‘정해진 동작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반복하는가’였다. 자동차 공장의 용접 로봇, 전자제품 조립 라인의 로봇팔이 대표적이다. 통제된 공간에서 사전에 입력된 경로만 반복하면 됐기에 작업 환경과 부품 위치만 일정하다면 인간보다 빠르고 정밀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문제는 통제된 공간을 조금만 벗어나도 로봇이 무력해진다는 데 있다. 부품 위치가 조금만 어긋나거나 예상 밖의 장애물이 나타나면 작업이 멈춰 다시 프로그래밍을 해야 했다. 로봇의 활동 무대가 자동차 공장 같은 구조화된 환경에 오랫동안 갇혀 있었던 이유다.
이 무대를 바꾸고 있는 것이 피지컬 AI (physical AI), 그 핵심 구현 방식 중 하나인 체화지능(embodied intellig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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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카메라와 센서 등으로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상황에 맞게 판단한 뒤 로봇의 몸을 빌려 행동으로 옮기는 AI다. 로봇에 AI를 얹은 것이 아니라 AI가 로봇이라는 본체를 얻어 현실 세계에 개입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로봇의 경쟁 기준도 달라진다. ‘얼마나 정확히 반복하는가’가 아니라 ‘낯선 환경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정교한 조작과 현장 신뢰성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는가’로 바뀌는 것이다.
체화지능이 작동하는 과정은 ‘환경 감지 → 상황 이해와 추론 → 행동 계획 → 실행 → 결과 확인과 수정’이다. 정보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행동의 결과를 확인해 판단을 수정한다는 점이 중요한 특징이다. 기존 자동화 로봇이 정해진 위치에 놓인 상자를 반복해서 옮겼다면 체화지능 로봇은 상자의 위치와 방향이 달라져도 이를 찾아낸다. 장애물을 피하고 크기와 무게에 맞춰 힘을 조절하며, 실패하면 자세나 경로를 바꿔 다시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