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기업 경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트렌드는 ESG 리밸런싱(ESG Rebalancing)이다. ESG 자체보다 산업 경쟁력, 에너지 안보, 공급망 안정 등 현실적 이해관계를 우선하는 실용 노선의 경영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1960년대 CSR, 1990년대 지속가능성 개념과 결합하며 덩치를 키운 ESG는 2000년대 들어 존재감을 키웠다. 국제기구, 정부, 언론, 학계, 금융, 시민단체 등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기반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기업 경영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했다. 그러나 미국의 정책 전환, 유럽의 영향력 약화, 에너지 위기 증폭 등 글로벌 정치경제적 역학관계의 변화로 ESG 트렌드는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 21세기 기업도덕론, 당위성에 가까운 절대적 도그마는 이제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 상대적 지향점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ESG에 경도돼 현실과 사업전략이 유리되는 경우를 경계하고 사업의 본질인 고객과 시장에 집중해 미래 장기 생존성을 높이는 전략적 리밸런싱이 필요하다.
10. ESG 리밸런싱 ESG Rebalancing
ESG의 퇴조와 함께 부상할 실용주의 노선의 ESG 경영 패러다임 전환. 산업 경쟁력, 에너지 안보, 공급망 안정 등 현실적 이해관계에 입각해 실용성 있는 전략적 리밸런싱, 전술적 효율화가 2027년 경영의 화두가 될 전망.
21세기 기업도덕론의 한계와 퇴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 문명의 역사에서 도덕론과 현실론은 영원한 대척점이다. 정치, 경제, 사회, 군사는 물론 종교적 영역에서도 명분에 기반한 도덕론과 실질에 기반한 현실론은 상호 대립하면서 보완하는 변증법적 관계를 형성한다. 특히 도덕론과 종말론이 결합하면 무소불위가 된다. 세계의 종말에 대비하고 인류를 구원한다는 대의명분으로 절대적 권위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각종 정치적 이념과 종교적 교리의 기본적 구조에서 도덕적 당위론과 종말적 구원론이 교차하는 이유다.
ESG의 본질은 21세기 기업도덕론이 지속가능성을 매개체로 종말론과 결합한 것이다. 1990년대 개념이 정립되고 2000년대 본격화했다. 당대 글로벌 경제의 상황이 여기에 힘을 실었다. 2000년대 초반 글로벌 경제는 초호황을 누렸다. 소련 등 공산권 붕괴와 중국의 WTO 가입으로 통합된 세계 단일 시장에서 미국은 확고한 주도자였다. 유럽은 EU 출범 이후 통일화폐 유로를 기반으로 거대 경제권을 창출했다. 영원한 번영이 약속된 듯한 분위기에서 미국, 유럽이 주도하는 ESG가 본격화할 수 있었다. 기후변화 대응, 환경보호, 사회적 가치 증진, 지배구조 개선 등이 강조됐고 기업 경영에도 여기 입각한 규준이 제시됐다. ESG를 추구하는 정치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제도화와 금융투자 흐름의 변화가 맞물리며 영향력은 더욱 확대됐다.
이를 두고 기업에 과도한 책임을 강제하면서 불필요한 규제를 신설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특히 국제기구, 정부, 언론, 학계, 시민단체 등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각종 명분을 내세우며 기업 경영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리고 2020년대 들어 환경이 급변했다. 미국의 부채 위기, 유럽의 저성장, 중국의 부상이라는 요인으로 글로벌 역학관계가 변화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미국-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의 불안정이 증폭되고 있다. 소위 태평성대의 도덕론이자 미국, 유럽의 규준을 글로벌 규제로 연결시키는 프레임인 ESG의 추진력은 경기불황과 에너지 위기가 중첩되면서 퇴조 추세가 확연하다. 이미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화석연료 사용과 기후변화 상관관계와 관련해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다. 국제기후금융계획도 폐지하고 화석에너지 관련 규제도 대대적으로 철폐하고 있다. 친환경 저탄소 관련 기술을 차세대 산업경쟁력으로 발전시키려던 유럽연합(EU)의 미래산업 구상은 차질을 빚고 있다. 유럽의 자동차, 화학 등 주요 산업들 또한 난관에 봉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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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전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필자는 딜로이트컨설팅 대표이사와 딜로이트 경영연구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AI 피보팅』 『디지털 인문학』 『세상을 읽는 통찰의 순간들』 『로마인에게 배우는 경영의 지혜』 『오십이라면 군주론』 『위기를 지배하라』 등이 있다. 서울대 농경제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