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통해 기술 평가·시장 매칭 속도 높여
멀티 에이전트로 특허전략·투자유치까지
Article at a Glance
기술사업화의 성공은 기술의 가능성을 시장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정보가 폭발적으로 늘고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간의 경험과 직관만으로 기회를 포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AI는 이를 보완하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 첫째, 기술 수요와 공급을 AI 플랫폼으로 연결해 탐색 병목을 해결한다. 실제로 공공 플랫폼인 국가기술은행(NTB)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아폴로(APOLLO) 등에서 기술과 기업의 매칭이 이뤄지고 있다. 둘째, 기술의 경제적 가치를 판단하는 기술 가치 평가의 비용과 시간을 줄인다. AI와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면 기존 전문가 중심의 가치평가를 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가치평가로 발전시킬 수 있다. 셋째, 시장성 검증과 사업계획 수립, 시제품 개발을 지원해 기술 창업을 돕는다. 향후 기술사업화 경쟁력은 우수한 기술 확보를 넘어 AI로 기술의 잠재 가치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시장 가치로 전환하는 역량에서 결정될 것이다.
기술주도형 혁신의 함정 오늘날 기업이 직면한 문제는 더 이상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로봇 등 첨단 분야에서는 새로운 기술과 특허, 연구 성과가 끊임없이 쏟아진다. 오히려 문제는 어떤 기술이 어떤 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어떤 기업과 결합해야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찾아내는 일이다. 기술이 많아질수록 이를 시장과 연결하는 과정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으며 기술사업화의 핵심 병목도 연구개발(R&D) 자체보다 기술과 시장을 연결하는 ‘탐색’과 ‘매칭’으로 이동하고 있다.
시장견인형 혁신과 기술주도형 혁신의 차이는 현 상황에서 기술 혁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시장견인형 혁신은 ‘무엇이 필요한가’에 집중한다. 시장 수요를 바탕으로 기술과 제품이 개발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시장 수용성을 기대할 수 있다. 기술주도형 혁신은 연구소나 연구개발 현장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이 창출되면서 시작된다. 기업이나 연구자가 보유한 기술적 역량과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바탕으로 먼저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이후 해당 기술을 활용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지, 어떻게 시장에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방식이다. 즉 기술만 있으면 시장은 창출될 수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기술주도형 혁신은 그동안 역사적으로 뛰어난 기술 및 혁신 제품을 많이 만들어냈지만 시장 수요를 선제적으로 파악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 사례가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다. 기술적으론 크게 진보된 제품을 선보인 것이었지만 높은 개발비와 운영비에 따른 비싼 항공료, 제한적인 운항 등으로 인해 대중적으로 확산되지 못했다. 이는 기술을 개발해 제품을 만드는 것이 끝이 아니라 고객에게 선택돼 시장에 안착할 때 비로소 혁신이 완성됨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