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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기업이 건너야 할 ‘죽음의 계곡’은 더 깊고 길다. 기술 신뢰성과 시장 수요를 동시에 입증해야 하는 이중 리스크와 막대한 초기 개발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배현민 카이스트 창업원장은 기술 사업화 과정에서 세 가지를 염두에 둬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첫째, 기술의 완벽함보다는 시장의 진짜 문제(Pain Point)에 집중해야 한다. 고객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이 아닌 합리적인 가격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제품에 지갑을 연다. 둘째, 사업화 시점을 결정할 때는 기술 개발 단계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자본 투입으로 연구개발을 폭발적으로 가속할 수 있는 시점인지, 시제품 제작까지 걸리는 시간이 얼마인지 등을 고려해 법인 설립 시기와 투자 유치 규모를 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략적 투자자(SI)를 우군으로 삼아 스케일업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기술을 온전히 이해하는 SI의 투자는 자금 조달을 넘어 협업을 통한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
배현민 KAIST 창업원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 후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전기 및 컴퓨터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 중 논문을 바탕으로 첫 회사 인터심볼 커뮤니케이션즈를 창업해 매각했다. 2009년부터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2010년 테라스퀘어, 2013년 오비이랩, 2016년 포인트투테크놀로지, 2021년 배럴아이를 연달아 창업한 연쇄 창업가다. 2023년 KAIST 창업원장에 취임해 기술 창업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창업은 본래 희박한 성공 확률을 향해 나아가는 일이지만 딥테크(Deep-tech) 기업 앞에 놓인 길은 더 험난하다. 연구실에서 수년간 다듬은 원천기술은 시장에 나오는 순간 두 개의 질문에 동시에 답해야 한다. ‘이 기술이 실제로 작동하는가’와 ‘누가 이 제품을 살 것인가’다. 일반 스타트업이 수요만 증명하면 되는 것과 달리 딥테크 기업은 기술의 신뢰성까지 입증해야 하는 이중의 리스크를 안는다. 검증 과정 역시 녹록지 않다. 시제품 제작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탓에 소프트웨어 업계처럼 최소기능제품(MVP)을 빠르게 출시해 고객 반응을 살피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다.
자금도 더 많이 필요하다. 바이오·반도체·양자 등 딥테크 분야는 기술 고도화와 시제품 검증(PoC) 등에 초기부터 2000만 달러 이상 필요하고 연구실에서 시장에 나오기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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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투자자들은 자금 회수 기간을 고려해 단기에 매출을 내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아이템에 관심을 보인다. 딥테크 기업의 잠재 수익률이 일반 테크 기업 투자와 비슷함에도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딥테크 투자의 역설’이 발생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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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주목을 받으면서 딥테크 투자가 관심을 받고 있지만 AI와 로보틱스, 그리고 대형 딜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기 딥테크 스타트업은 본격적인 스케일업 진입 전 자금이 바닥나는 상황에 직면하기 십상이다.
배현민 KAIST 창업원장은 스타트업이 직면하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다섯 번이나 통과했다. “연구의 가치를 가장 직접적으로 증명하는 방법이 창업”이라는 신념으로 20여 년간 5개 딥테크 스타트업을 세웠고 전적은 5전 5승이다. 두 곳은 매각으로 엑시트(Exit)에 성공했고 나머지 세 곳은 글로벌 투자사의 투자를 유치하며 각 분야의 기술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