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에 ‘인간(Human)’ 더한 HESG 경영 도입
함께 생각하는 조직을 설계하라
Article at a Glance
AI 시대의 진짜 위기는 인간의 사유 능력 자체가 퇴화하는 ‘생각의 멸종’에 있다. 사람들이 글쓰기와 사고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AI에 외주화하면서 개인 경험에 뿌리내리지 않는 ‘죽은 완벽함’만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개인 차원의 인지적 항복은 사회 차원으로 확산돼 광장에서의 집단지성 대신 AI와의 밀폐된 대화만 남기고 공유 지식 생태계를 붕괴시킨다. 이로 인한 각종 사회적 비용과 모델 붕괴를 막으려면 기업은 ‘인문 컨설팅’을 통해 인간의 고유성을 복원해야 한다. ESG에 인간(H)을 더한 HESG 경영을 도입하고, ‘함께 읽기’ 문화로 고립된 사유를 다시 연결하며, 결과물의 매끄러움이 아닌 사유의 궤적을 평가하면서 ‘숙고의 시공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AI를 정답 자판기가 아닌 반론의 파트너로 삼아 체화된 경험으로 진짜 시그널을 가려내는 ‘질문하는 리더십’을 육성해야 한다.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 등장으로 촉발된 대규모언어모델(LLM)의 공습은 인류 지성사에 마치 ‘한밤중에 찾아온 기습’과도 같았다. 기술의 발전이 완만하게 이뤄져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법적·제도적 방벽을 쌓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질 것이라던 낙관적 예상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 알파고의 충격이 바둑이라는 격리된 규칙의 세계 안에서 벌어진 단발성 사건이었다면 생성형 AI가 던진 충격은 인간 고유의 영토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언어, 논리적 추론, 창작의 영역 전반을 무차별적으로 뒤흔들었다. 그동안 인류가 쌓아 올린 논리적·분석적 지능이 마치 하루아침에 ‘시한부’ 선고를 받기라도 한 듯이 우리는 불안과 혼란의 긴 터널을 지나야 했다.
여러 경제학자는 이 혼란을 생성형 인공지능이라는 범용 목적 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이 가져온 부의 대대적인 재분배와 구조적 혼란으로 진단한다.
1
산업혁명의 증기기관과 정보화 시대의 컴퓨터가 그러했듯이 범용 목적 기술은 단순히 특정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인프라와 자본의 질서를 파괴적으로 재편한다. 증기기관이 기계적 동력으로 인간의 육체를 대체하고 컴퓨터가 연산 능력으로 인간의 기억을 대체했다면, 이제는 생성형 AI가 지식 노동의 핵심인 ‘언어적 가치 창출’ 자체를 대체한다.
이미 이 거대한 물질적·경제적 충격이 산업 생태계 전체를 뒤흔들며 인간 노동의 존재 이유를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듯하다. 오죽하면 기술 확산의 장본인이자 시장의 프런티어인 오픈AI조차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사람을 첫째로 두기 위한 아이디어들’이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이 초지능 기술을 제어 없이 방치했을 때 인간이 소외되고 노동의 가치가 급격히 격하될 것이라는 실존적 두려움을 내비쳤을 정도다.
2
기술을 만드는 자들마저 그 기술이 불러올 지적·사회적 황폐화를 경고하고 나선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