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논란, 더 주냐 덜 주냐가 아닌
낡은 임금체계-노동법제 개편이 핵심
Article at a Glance
최근 성과급 논란의 본질은 지급 규모 자체가 아니라 성과급을 임금으로 볼 것인가, 경영 성과에 연동되는 변동 보상으로 볼 것인가에 있다. 현행 노동법은 산업화 시대의 근로자 보호를 전제로 설계돼 고성과·고보상 인력까지 동일한 틀로 규율하고 있어 AI와 반도체 시대의 보상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반도체 산업의 초과성과는 직원뿐 아니라 장기 투자와 연구개발, 협력업체, 정부 정책, 시장 환경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인 만큼 성과급도 단기 현금 보상이 아니라 장기 가치와 위험을 함께 반영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자 보호의 하한은 유지하되 노사 간 계약과 협약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노동법제를 현대화해야 한다. 기업 역시 기본급과 성과급을 명확히 구분하고 지급 기준과 산식, 이연지급, 주식 보상 등을 사전에 계약으로 명확히 설계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결국 성과급 논란은 초과성과를 어떤 원칙과 약속에 따라, 어떤 시간에 걸쳐 나눌 것인가의 문제다.
지난 몇 개월 사이 경영성과급이 국민적 화두로 떠올랐다. 대기업이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한 사례가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논란이 커진 적은 없었다. 동시에 “반도체 업계의 초과이익이 소속 직원들만의 몫은 아니다”는 비판적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주 이익이 부당하게 줄고 기업의 장기 경쟁력이 훼손된다는 주장, 반도체 산업을 뒷받침한 협력업체들과 이익을 나누지 않는 것은 이기적이라는 주장, 심지어 초과수익은 국민 몫이라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 논쟁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따로 있다. 바로 성과급을 둘러싼 법적·제도적 틀이 오늘날의 산업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가라는 문제다. 성과급은 말 그대로 성과에 따라 달라지는 보상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기업 수익이 줄어들거나 경영상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성과급도 일정 부분 조정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지급한 성과급의 일부를 일정 조건 아래 이연하거나 환수할 수 있는지, 향후 지급될 성과급의 기준을 경영 상황에 맞게 바꿀 수 있는지도 중요한 쟁점이 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의 목적은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고 균형 있는 국민경제 발전을 꾀하는 것”이며(제1조), 노동관계법령은 근로조건의 하한선을 보장하는 강행규정이라는 것이 대법원의 기본 입장이다. 따라서 기업이 경영 사정에 따라 기본급을 삭감하거나 이미 지급한 성과급을 되돌려받는 일은 법적으로 결코 쉽지 않다.
물론 근로자 보호라는 노동법의 기본 정신은 여전히 중요하다. 문제는 보호 필요성, 교섭력, 보상 구조가 크게 다른 근로자들을 하나의 법적 틀 안에서 거의 동일하게 다루는 현행 노동법제가 과연 오늘날의 현실에 맞느냐는 점이다. 연간 수억 원의 성과급을 받는 고소득·고숙련 근로자와 최저임금 수준의 근로자를 동일한 보호 문법으로 다루는 것이 노동법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는지, 이제는 본격적으로 따져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