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는 뛰어난 스펙을 갖췄지만 조직의 문화나 고유한 맥락은 이해하지 못하는 ‘신입 사원’과 같다. 따라서 AI와 제대로 협업하려면 단순히 정보를 탐색하는 ‘질문’을 넘어 업무의 목적과 맥락을 담아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AI 활용의 가장 큰 위험은 사용자가 전문성이 없는 영역에서 AI가 내놓은 그럴듯한 답변을 맹신하는 데서 비롯한다. 이 때문에 AI 시대에는 해결할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도메인 전문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다. 인간은 과업을 설계하고(설계자), 결과물을 평가하며(비평가), AI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코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럴 때 AI는 단순한 업무 자동화로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효과성’을 증진시키는 진정한 파트너가 될 것이다.
3년 전 우리 조직에 독특한 신입 사원이 입사했다. 이력서만 보면 누구나 인정할 만한 최고의 스펙을 갖춘 인재였다. 미국 국적으로 아이비리그 최상위 대학 출신이면서도 한국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에 능통하다. 코딩 실력을 보면 분명 컴퓨터공학 전공자인 것 같은데 다양한 전공 수업을 청강했는지 인문학부터 경영학, 의학, 법학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지식을 두루 섭렵했다. 처음에는 그의 놀라운 능력에 모두가 감탄했다. 며칠씩 걸리던 복잡한 코드를 순식간에 작성하고, 어려운 개념을 명쾌하게 설명하며, 지치지도 않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그 모습에 기존 구성원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제법 똑똑하고 박학다식하긴 했지만 우리 조직의 고유한 문화나 업무 방식, 그동안 축적된 암묵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게다가 내가 생소한 영역에 대해서는 전문가답게 답하지만 내가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업무 관련 내용으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내공이 드러났다. 깊이가 얕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원론적인 답변을 나열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분야에서는 시니어 못지않은 역량을 발휘했지만 우리 조직의 맥락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데는 여전히 서툰 주니어 사원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의 새로운 동료가 된 그의 이름은 ‘생성형 AI’다.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같이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생성형 AI가 출시된 지 약 3년이 지난 지금,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과 놀라움을 지나 최근에는 한계와 가능성을 깨달으면서 우리는 이 특별한 동료와 어떻게 하면 더 잘 협업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그의 강점을 극대화하면서도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HR의 관점에서 AI 시대에 정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지난 3년간 HRD에 생성형 AI를 적용하면서 겪은 시행착오와 그로부터 얻은 깨달음과 통찰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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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kay.hrd@gmail.com
LG인화원 책임
필자는 LG인화원 전문교육센터 책임으로 재직하며 그룹 구성원들의 데이터 리터러시와 AI 리터러시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LG그룹 HR Analytics 커뮤니티 ‘tHReshold’를 운영하면서 HR 담당자들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고려대에서 교육학 학사 및 성인계속교육학 석사를, 스위스스쿨오브매니지먼트에서 AI/Big Data MBA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대에서 인지과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인지과학연구소 연구원으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