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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요시 셰피 MIT 트랜스포테이션·로지스틱스 센터장

“미중 갈등-전쟁 등 글로벌 공급망 위기
AI 기술 업고 회복탄력성 전략 세워둬야”

백상경,류종기 | 392호 (2024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오늘날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함은 경이로운 수준까지 올라왔다. 사실상 업스트림(조달)의 시작점과 다운스트림(유통)의 종점이 모두 희미해질 정도로 각 단계의 상호의존성은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망의 회복탄력성을 끌어올릴 중요한 해법으로 떠오른 것이 기술 발전과 인공지능(AI)에 기반한 혁신이다. AI는 인간의 전문성과 결합해 각종 공급망 관리 과제를 해결하고 있다. MIT 트랜스포테이션·로지스틱스 연구센터의 대화형 다중 사용자 컴퓨터 인터페이스 공간 ‘케이브(CAVE)’와 같이 공급망 전반의 재설계를 돕는 도구도 속속 등장했다. 당장의 활용도는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인지하고 철저히 실험해야 한다. 다만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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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공급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기업 운영의 기본 조건이 됐다.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공급망 중단은 더 빈번히 발생하고, 그 영향 또한 즉각 눈에 보이게 된다. 지난 3월 컨테이너선과 충돌한 미국 볼티모어 교량 붕괴 사고는 올해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한 공급망 중단의 가장 최근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사실 기업은 매일 무수히 많은 공급망 운영상의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공급망 관리자 선에서 공급 부족 문제가 표면화하지 않도록 노력하기 때문에 겉으로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하지만 관리 범주를 넘어선 문제가 발생할 경우 리드 타임은 길어지고, 한동안 가격 인상이 발생하거나 아예 공급이 중단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팬데믹이나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큰 혼란은 특정 기업이 아닌 업계 전반의 공급 부족을 초래한다.

이러한 비즈니스 중단 리스크를 관리하고 복구할 수 있는 능력, 즉 ‘회복탄력성’은 이제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됐다. 기술의 발전, 특히 인공지능(AI) 기반의 혁신은 기업의 회복탄력성을 한층 끌어올릴 중요한 해법으로 떠올랐다. 이는 지난 3월 26일 열린 ‘MIT 트랜스포테이션·로지스틱스센터(CTL) 콘퍼런스인 크로스로드 2024(Crossroads 2024)’1 에서 논의된 주요 주제이기도 했다. 콘퍼런스를 관통하는 핵심은 지역 물류, 공장에서 오피스, 컴퓨팅에 이르기까지 공급망 관리와 관련한 업무 전역에서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이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특히 사람과 기술을 결합하는 협력적 로봇, ‘코봇(cobots)’이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나아가 생성형 AI에 기반한 창의적인 코봇이 기획과 설계, 조달, 제조, 유통 및 애프터 세일즈 등 공급망 전 단계에 걸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공급망은 너무 복잡해진 까닭에 기존의 도구로는 관리가 어려워졌고, 도구 개선은 당면 과제가 됐다.

열쇠는 인공지능(AI)에 있다. AI는 인간의 전문성과 결합해 각종 공급망 관리 과제를 해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자상거래(e-commerce)의 급격한 성장으로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배송 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에서 AI는 배송 솔루션을 모색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기업은 교통 혼잡, 예측할 수 없는 고객 수요, 탄소배출량 감소와 같은 당면 문제를 AI를 통해 실시간으로 관리하면서 고급 경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공급망 재설계 작업에 전문성을 지원하는 도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MIT CTL의 컴퓨터 및 시각 교육(CAVE) 연구소에서도 공급망을 시뮬레이션해 기업 각 부서에서 유통망 재구성과 같은 변화가 비용과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술이 구현할 회복탄력적 공급망의 시대에 이제 기업의 모든 관리자는 공급망 작동 방식에 대한 실무 지식을 갖춰야 한다. 공급망 관리를 둘러싼 변화를 제대로 이해해야 변동성이 큰 비즈니스 환경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새롭게 등장할 차세대 기술과 관리 도구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DBR은 글로벌 공급망 및 리스크 관리 분야 석학이자 『매직 컨베이어 벨트: 공급망, 인공지능 그리고 일의 미래』2 의 저자인 요시 셰피 MIT 트랜스포테이션·로지스틱스센터 센터장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이를 통해 AI를 비롯한 기술의 발전이 글로벌 공급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업들이 어떤 전략에 집중해야 할지를 자세히 들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팬데믹은 끝났지만 지정학적 위기, 미중 갈등, ESG 이슈에 이르기까지 공급망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여전히 많다. 현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앞으로 펼쳐질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공급망 위기라는 용어보다 불확실성이 지금의 상황을 잘 설명하는 단어다.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하며 앞으로 더 악화될 수 있다. 여기엔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리스크, 중국과 대만 분쟁 가능성, 북한의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 등이 포함된다. 지정학적 긴장의 결과로 일부 기업은 본국에 더 가까운 곳으로 사업장을 옮기거나 우호적 국가와 협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제품, 소비자, 사회는 더 정교해졌고 요구 또한 다양해졌다. 그 결과 오늘날 공급망은 과거보다 훨씬 많은 도전 과제를 마주하게 됐다. 글로벌 무역으로 인한 경쟁 심화, 고객의 서비스 기대 증가, 지정학적 긴장과 파급 효과, 제품 수요, 생산 및 운송, 물류 시간의 불확실성 확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목표 달성에 대한 요구 사항 등 하나하나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과제가 산적했다.

안타깝게도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불확실성에 맞서 회복탄력성을 형성하고 조직에 올바른 문화를 정착시켜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신속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고 보는가?

공급망의 핵심은 소비자에게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최저 비용으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있다. 이런 기본 운영 철학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급망 관리자의 업무는 과거에 비해 매우 까다로워졌다. 서비스와 비용 외에도 회복탄력성과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네 가지 목표가 모두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경우, 특히 비용과 관련해선 상충관계(trade-off)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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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공급망에는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참여자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인텔 반도체 칩은 작은 탄탈룸 콘덴서에 의존한다. 탄탈륨 광석을 제공하는 광산은 인텔(최종제조사) 공급망 기준에서 12계층까지 내려가는 하위 심층 구조에 존재한다. 광산에서 나온 광석은 브로커, 광석 집광기, 광석 가공기, 제련기, 금속 가공기 및 여러 제조업체를 거친다. 공급망 구성원들 간에 상품이 이동하는 것도 생각하자. 화물이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여러 운송 수단(예: 트럭-기차-선박-레일 트럭)을 통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일련의 운송업체가 참여한다. 이들 운송업체 외에도 여러 서비스 제공업체가 중간중간 운송을 지원한다. 운송업체를 찾는 데 도움을 주는 화물 중개업체, 여러 화물을 통합해 비용을 절감하는 화물 통합 업체, 화물이 국경을 통과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세관 중개업체가 포함된다.

해외에서 소비자의 집까지 단 하나의 상품이 운송되는 과정 전반을 이해하고 나면 아마 내가 주문한 물건이 제시간에 도착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단순해 보이는 바나나의 공급망을 생각해봐도 그렇다. 출발이 바나나 농장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농부들은 농기구, 트랙터 연료, 각종 비료와 살충제, 농기구 예비 부품, 관개용 물 등을 위해 다른 산업의 공급망에 의존한다. 공급망에는 업스트림(조달)의 ‘시작점’이 없으며 각 작업에는 서로 다른 투입물이 필요하다. 제품을 분해하고 다른 제품을 생산하는 데 구성 요소를 사용하는 재활용까지 고려하면 다운스트림(유통)의 공급망에도 ‘종점’은 없다.

공급망의 모든 심층 계층과 숨겨진 참가자는 공급망 관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과정 자체가 너무 길고, 너무도 많은 조직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당사자들은 공급망의 맨 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추정할 수 있을 뿐 제대로 알 수 없다. 겉보기에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혼란(seemingly unrelated disruptions)이 예상치 않은 결과를 낳는 이유다. 유럽의 천연가스 부족이 아프리카의 식량 부족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말이다.3


기업들이 실제로 마주하는 공급망 리스크는 어떻게 분석할 수 있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다양한 부품, 자재, 인력 부족으로 많은 생산 공정이 차질을 빚어야만 했다. 일부 부품이 누락되면 전체 제품이 불완전해져 판매가 불가능할 수 있다. 제조업에서는 이를 ‘황금나사 현상(golden screw phenomenon)’이라고 부른다. 작은 부품 하나라도 누락되면 자동차, 냉장고, MRI 기계, 컴퓨터 또는 항공기 엔진의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2년 9월 포드는 각 트럭의 앞과 뒤를 장식하는 파란색 타원형 포드 배지가 부족해서 베스트셀러 모델인 F-150 트럭 4만 대 이상을 출하하지 못했다.

많은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공급망은 언제든 풍족한 상태에서 부족한 상태로 전환될 수 있는 ‘키스톤(keystones, 쐐기돌)’으로 가득하다는 점이다. 공정 지연, 작업자 누락, 공간 부족, 혼잡한 터미널, 부품 누락, 에너지 부족, 정부 제약 등 많은 요인이 모두 키스톤이다. 특히 고도로 효율성을 끌어올린 오늘날 공급망은 키스톤으로만 이뤄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부품이 필수적이며, 어느 하나라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 전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제품의 부품 수, 공급망의 다층 구조, 제품의 출시에 수반되는 다양한 프로세스, 조달해야 하는 복잡한 자재 및 공급망의 전 세계적인 범위 등은 기업이 공급망을 관리할 때 직면해야 하는 어려움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공급망의 회복탄력성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회복탄력성(resilience, 리질리언스)은 사실 재료과학(materials science)에 뿌리를 둔 용어다. 물질이나 물체가 변형 후 이전 모양을 되찾는 능력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회복탄력성은 조직을 운영 중단으로부터 신속하게 복구하고, 이전 수준의 생산 및 서비스 또는 핵심 성과를 다시 얻어내는 것이다. 즉, 중단 후 핵심 KPI(생산 수준, 서비스 수준, 수익성 등)를 되찾을 수 있는 조직의 능력이 회복탄력성이다. 공급업체, 운송, 제조, 고객 등 공급망 어디서든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곳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중단 유형에 관계없이 효과적인 ‘일반적인 회복탄력성 역량(general resilience capabilities)’을 구축하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공급망의 복잡성과 빠른 변화는 기업 경영 전반, 특히 공급망 관리에 높은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기업 공급망 한쪽에서는 소비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주문 패턴을 보이면서도 원활한 주문 처리와 배송을 기대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공급과 생산 체계가 새로운 지정학적 문제, 파괴적 사건, 사회적 명령(societal directives), 비용 압박 및 변덕스러운 수요에 대처하고 있다. 두 가지 현실 사이에서 기업들은 인력과 자산을 적절히 조합하고 최대한의 생산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어려운 결정, 전략 및 전술과 항상 씨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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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IT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최첨단 기술이 글로벌 공급망 관리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게 될까?

AI 기술은 이제 막 발전하고 있는 단계다. 아직까지 소규모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수준에 그쳤다. 당장은 대규모 네트워크와 물리적 시설, 자산을 관리하는 데는 유용성이 떨어졌다. 다만 AI가 첨단 자동화의 일부로서 공급망의 효율성을 점차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본다.

최신 기술을 활용해 통합 공급망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조직 내 소통의 단계를 끌어올리는 변화는 이미 다양한 형태로 구체화했다. 예를 들어 MIT 트랜스포테이션 로지스틱스 연구소가 만든 대화형 다중 사용자 컴퓨터 인터페이스 공간인 케이브(CAVE)도 그중 하나다. 10~15명의 참가자는 초대형 터치스크린 벽면 디스플레이, 중앙에 위치한 대형 ‘홀로테이블(holotable)’과 제어 콘솔 등을 이용해 다양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지리 공간 데이터는 물론 기타 복잡한 시각적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 CAVE와 같은 시설을 통해 연구원, 엔지니어 및 경영진은 상호 연결되고 색상으로 구분된 3D 지도, 그래프, 다이어그램 및 애니메이션을 통해 복잡한 조직 또는 공급망 문제를 모델링하고 시각화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각적 스토리텔링은 분석 및 시뮬레이션, 상호작용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정보에 입각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AI가 이러한 시스템과 긴밀하게 결합할수록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공급망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그 밖의 첨단기술 분야에선 드론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지상의 혼잡한 교통 상황을 고려하면 자율주행 트럭을 적용하는 것은 대중들에게 쉽게 수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예상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일이라 오히려 드론의 적용 속도가 빠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드론은 물류 창고의 저장 통로 사이를 비행하며 디지털 식별 정보와 바코드 태그를 읽고 재고에 대한 최신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배송 분야에서도 더 많은 활약이 가능하다. 실제로 중국 전자상거래 소매업체 징둥닷컴은 드론 배달을 위해 중국 남서부에 200개의 드론 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맞아 기업들의 경영전략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인지하고 이를 철저히 실험해야 한다. 다만 기억해야 할 것은 과대광고(hype)에 현혹돼 무작정 기술을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접근은 최첨단 기술이 아니라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그 자체에서 시작해야 한다. 기술이 해결책을 제공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프로세스의 변화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이 경우 무작정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비용과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

조직의 인적자원이 새로운 기술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직원들이 기술 도입에 따라 직책과 업무, 책임이 달라지는 것에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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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자유무역과 글로벌 공급망의 연결성 안에서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그리고 한국의 기업에 최우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공급망 위기, 지정학 리스크 등 모든 언론 보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공급망은 글로벌하게 유지될 것이다. 유일한 변화는 보다 우호적인 국가에 조달 및 판매 노력이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특히 수출 주도형, 기술 집약형 중심 경제 체제이면서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근로 인구 감소 문제를 해소할 해법으로 인공지능 기술의 적용 문제를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사실 회복탄력성의 개념, 그리고 회복탄력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다만 여기에는 투자와 일련의 절차가 필요하다.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미래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중요한 것은 회복탄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잘 세워두는 것이다. 강력한 커뮤니케이션과 명확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갖춘 비상 관리 센터가 최우선 과제다. 이러한 센터를 중심으로 공급망 중단에 대비한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반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시나리오별 최적의 대응책을 도출하는 법을 조직에 체화해야 한다. 나아가 공급망 중단 상황 그 자체를 우리 조직에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두는 것도 필요하다. 다른 기업과 협력해 벤치마킹할 만한 대응 방식을 연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앞으로 눈여겨봐야 할 공급망 관련 새로운 기술이나 전략이 있을까?

양자 컴퓨팅, 3D 프린팅, 사이버 보안, 5G를 비롯해 로봇 공학 및 자동화 등 수많은 기술이 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한층 발전시킬 것이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특히 주목하는 기술을 꼽자면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의 핵심 요소인 디지털 트윈과 증강 현실(AR/VR)이다. 비즈니스 환경, 공급망 및 기술이 더욱 복잡해 질수록 사람들에겐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안전하게 실험할 도구가 필요하다. 디지털 트윈은 장비, 운송 수단, 공장, 창고, 회사 또는 전체 공급망과 같은 물리적 시스템의 상세하고 사실적인 디지털 복제다. 단순히 자산을 컴퓨터에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조건을 반영해 계속 업데이트하는 현실과 동일한 법칙으로 움직이는 공간이다.

디지털 트윈을 이용하면 다양한 운영 및 성능 개선과 전략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특히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인터페이스를 활용하면 물리적인 시스템의 성능을 시각화하고 모니터링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항공기 비행 시뮬레이터가 대표적이다. 각종 우발 상황이나 변경 사항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하고 비교할 수 있다. 트럭 운송 회사라면 엔진 및 변속기와 같은 주요 부품의 상태 및 기능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는 디지털 트윈을 생성해 적시 정비에 활용하거나 트럭 운행의 효율화를 다양한 형태로 실험해볼 수도 있다. 기술적인 조직의 경우 고급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복잡한 공급망을 관리하거나 훈련이나 실제 중단 상황에서 중요 시설을 관리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인간참여형(Human-In-The-Loop) 모델 스펙트럼도 중요하다. 사람, 팀, 조직이 새로운 자동화, AI 기술로 생산성을 극대화하려면 새로운 협업 구조가 함께 정립돼야 한다. HITL 모델은 인간 전문가가 AI 학습 과정 가운데 중간 결과물을 확인하고 개입하는 형태다. AI가 전처리한 데이터를 사람이 검수하고, 다시 검수한 데이터를 AI가 후처리하는 피드백 루프 형태의 구조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공급망은 기술과 프로세스의 조합이지만 결국은 인적 네트워크(social networks)다. 내가 공급망 분야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공급망은 생산하고, 저장하고, 이동하고, 계약하고, 소통하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이 모든 것은 점점 더 강력해지는 인공지능과 ‘Industry 5.0’ 기술의 힘으로 강화될 것이다. 2020년부터 EU를 중심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인더스트리 5.0은 인더스트리 4.0(4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상에서 자연친화와 인간 중심의 개념을 더한 것이다. 인간의 생산성과 기술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는 인더스트리 5.0 비전은 고성능의 공급망을 실현하는 열쇠다. 중요한 것은 기술은 어디까지나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힘이 아니라 인간 고유의 자질을 향상시키는 힘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점을 잊지 않는다면 발전하는 기술을 통해 보다 회복탄력적인 공급망 운용이 가능할 것이다.
  • 백상경 |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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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종기 류종기 | EY한영 상무

    필자는 기업 리스크와 리질리언스, 지속가능 경영 분야에서 24년간 컨설팅을 했다. IBM 리질리언스 서비스 리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기업리스크자문본부 디렉터를 역임하고,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겸임교수로 기후재난, 탄소중립, ESG를 연구, 강의했다. 현재 EY한영에서 지속가능금융(ESG)과 리스크 관리, 책무구조도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으며 서강대 일반대학원 신문방송학과에서 겸임교수로 전략적 ESG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있다.
    esilience@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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