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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의 럭셔리 브랜딩 전략

‘아빠 차’ 아닌 내 인생 첫 프리미엄 카
젊고 유쾌한 마케팅으로 ‘하차감’ 높여

이규열 | 383호 (2023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올해 2023년 9월 제네시스의 누적 판매량이 100만 대를 돌파했다. 국내 판매량은 럭셔리 차의 대명사인 벤츠를 앞질렀으며 해외 판매 비중도 40%에 달한다. 제네시스가 럭셔리 브랜드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신호이다. 제네시스가 ‘가성비 좋은 고급차’를 넘어 ‘겸손하고 젊은 럭셔리카’로 포지셔닝할 수 있었던 배경은 다음과 같다.

1) 차량 디자인, 플래그십 매장 등 고객이 구매 과정부터 이용 과정까지 겪는 모든 경험에 한국적인 요소를 적극 차용해 브랜드에 부재한 헤리티지를 보완했다.

2) ‘최초’ 또는 ‘최고’ 타이틀이 붙는 스포츠 마케팅, 미디어 노출 전략을 세워 매스 마케팅, 세분화 마케팅을 고루 진행했다.

3) 럭셔리 브랜드 운영 경험이 풍부한 외부 인재를 영입하고 기존의 내부 인재에게는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럭셔리 경험을 체화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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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이 고급차를 판가름하는 기준 중 하나는 ‘승차감’이었다. 주행하면서 운전자와 동승자를 얼마나 편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게 여겨졌다. 최근에는 ‘하차감’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주로 차에서 내릴 때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느끼는 기분을 뜻한다.

그런데 차에서 내릴 때 ‘저 사람 A차 타는 사람인가 봐’라는 시선은 차의 브랜드, 차에서 내리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독일의 명품 브랜드를 타고 내린 사람이 20대의 젊은 청년이면 어떨까. 보통은 부모를 잘 만나 호강을 누리는 ‘금수저’이거나 반대로 차에 모든 인생을 바친 ‘카푸어’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혹은 나이대에 맞지 않게 중후한 차를 몰고 다닌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반면 40~50대 중년이 내린다면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커리어맨, 커리어우먼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인, 교수 등 이목에 신경 써야 할 직업을 가졌다면 어떨까. 그를 동경하는 이도 있겠지만 반대로 혀를 차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값비싼 외제차를 모는 것을 겸손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동차 자체가 이동을 위한 하나의 수단을 넘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소비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자 자동차를 구매하는 의사결정은 더욱 복잡해졌다. 비싸고 관여도 높은 제품인 만큼 마력, 제원, 편의 및 안전 옵션 등 기능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동시에 ‘이 브랜드가 나를 어떤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남들에게 보이는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 사람들이 바라는 하차감을 구현하기 위해선 과시와 절제 그 중간 어딘가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해야 한다. 차에서 내렸을 때 ‘좋은 차를 모네’라는 시선과 ‘사치하는 건 아니네’라는 시선을 함께 바라는 것이다. 이쯤 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하나 있을 것이다.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오랫동안 비어져 있었던 럭셔리 자동차 자리를 채운 ‘제네시스’다. 제네시스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절제된 럭셔리’ 브랜드로 인식되며 동시에 ‘젊은 럭셔리’로의 포지셔닝을 시도했다.

2015년 제네시스가 처음 현대자동차로부터 독립해 독자 브랜드를 론칭했을 때 기대만큼 걱정도 컸던 게 사실이다. 세계시장에서 ‘독일 차에 비해 가성비 좋은 고급차’라는 인식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으나 ‘럭셔리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을까. 그러한 제네시스의 판매량이 심상치 않다. 올해 8월까지 국내 69만177대, 해외 31만8627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누적 판매량 총 100만8804대를 돌파했다. 이는 2015년 11월 국내 최초 럭셔리 브랜드로 출범한 지 7년 10개월, 누적 판매 50만 대를 뛰어넘은 지 2년 3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특히 출시 5년이 지난 2020년에는 벤츠, BMW의 국내 판매량을 추월했으며 2022년에는 국내에서 총 13만5045대가 판매돼 수입차 판매량 1위를 기록한 벤츠(8만976대)보다 1.5배가량 많이 팔렸다. 해외 판매 비중도 꾸준히 늘어 현재 40% 수준에 육박하게 됐다.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점차 제네시스가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럭셔리 브랜드로서 헤리티지가 없는 제네시스는 어떻게 ‘하차감 좋은 차’로 럭셔리 자동차 시장에 포지셔닝할 수 있었을까. 요약하자면 브랜드의 헤리티지 대신 ‘한국’의 헤리티지를 디자인 및 고객 경험에 녹여낸 점, 세계적인 수준의 문화 마케팅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점, 럭셔리에 정통한 외부 인재를 영입하고 내부 인재에게는 럭셔리 경험을 주입한 점 등이 핵심이다.

1. 럭셔리로 재해석되는 ‘한국’

2010년대까지만 해도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한국 기업의 필수 과제는 로컬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의 포지셔닝 전환이었다. 현대차 역시 2008년 첫 제네시스 차량인 제네시스 BH 모델을 선보이며 일본 도요타의 렉서스, 닛산의 인피니티처럼 ‘제네시스’라는 브랜드 이름을 내세울지 크게 고심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한국 차는 ‘저렴한 싸구려 자동차’로 인식됐기에 한국에서 온 ‘현대차’ 꼬리표를 떼는 것이 프리미엄으로 도약해야 하는 제네시스에 필요한 전략인지 고민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글로벌 금융 위기가 겹쳤다. 고급차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보였고 프리미엄 브랜드의 출시에는 필연적으로 초기 투자 비용이 크게 들 수밖에 없다. 하나의 브랜드로 서기에는 아직 라인업이 충분하지 않다는 내부 의견도 있었다. 결국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공급망, 유통망을 활용하기 위해 제조업체 브랜드의 이름 아래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는 ‘콤비네이션 브랜드’로 출시됐다.1 이후 2015년 제네시스는 현대차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고 전시장, AS 등도 일부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산 현대차’ 딱지를 떼기 위해 7년간을 기다린 제네시스인데 최근 제네시스 브랜딩에서는 오히려 한국적인 요소를 두드러지게 강조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1) VIP 고객 경험 차별화하는 ‘한국식 환대’

2023년 11월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제네시스 GV80 부분 변경 모델과 GV80 쿠페 모델 출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제네시스 북미 법인 CEO인 호세 무뇨스 사장이 가장 먼저 이들을 맞이하며 건넨 말은 ‘한국식 환대’를 주제로 한 환영사였다. 그는 “한국에서는 특별히 초대한 게스트를 ‘Son-nim(손님)’이라고 부른다. 제네시스는 그간 디자인, 기술, 환대의 힘을 활용해 우리의 고객인 ‘손님’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한국 문화의 헤리티지를 통해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를 한층 높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서 바통을 물려받은 클라우디아 마르케스 제네시스 북미 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 또한 제네시스에 담긴 한국 문화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멋진 인테리어부터 동급 최고의 편안함,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까지 갖춘 GV80에 탑승하는 고객은 마치 손님, 즉 ‘귀빈’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한국식 환대는 제네시스의 DNA에 각인돼 있다”고 밝혔다.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시장에 한국식 환대를 접목한 이유는 VIP 고객 경험을 차별화하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식 환대는 다음과 같이 특징지을 수 있다. 첫째, 줄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은 것을 내어준다. 둘째, 그 과정에서 투여되는 노동력 혹은 수고로움은 크게 상관치 않는다. 쉽게는 한국식 백반을 떠올려볼 수 있다. 음식을 만드는 이가 자신의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음식을 먹는 이에게 최대치를 내어준다. 주종 관계를 기반으로 철저한 대가가 따르는 서양의 서비스(Service) 개념과는 진정성 측면에서 분명 차이가 있으며 제네시스가 적극 공략하는 북미 시장에는 신선한 환대 문화로 인식될 수 있다.2

실제로 제네시스가 2021년 미국 뉴욕에 문을 열고 월평균 500명 이상이 방문하는 플래그십 매장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에서도 고객들에게 ‘손님’이 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에 방문한 손님들을 응대하는 전문 큐레이터들은 한국식 겸손과 배려를 교육받고 체득한다. 한국적으로 디자인한 유니폼을 입은 큐레이터들은 손님들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 있다가 이들이 필요할 때 적절한 도움과 섬세한 배려를 건넨다. 고객 여정을 단순히 차량을 판매하고 구매하는 과정이 아닌 ‘경험적 소비’로 풀어내는 것이다.

2) 한국의 ‘맛’과 ‘멋’이 럭셔리의 열쇠로

뉴욕에서도 가장 트렌디한 동네로 꼽히며 미슐랭 스타 셰프의 레스토랑, 명품 매장, 갤러리 등이 즐비한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에 자리 잡은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은 ‘도심 속 문화의 오아시스’를 표방하며 한식과 다도를 핵심 콘텐츠로 내세운다. 한국문화연구소이자 미슐랭 스타를 받은 한국 레스토랑 온지음과 함께 어육김채냉채, 개성무찜, 열구자탕반, 배숙크럼블 등 정갈하고 고급스러운 한식 메뉴를 큐레이션해 제안한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지키는 비영리 문화단체 아름드리와는 조선시대 선비의 방을 테마로 꾸민 ‘티 파빌리온’을 기획해 뉴욕의 허드슨강을 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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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디자인에도 한국의 미(美)를 담아냈다. 건축 사무소 서아키텍스와의 협업을 통해 한옥 지붕과 한국식 정원에서 모티브를 얻은 디자인 요소들을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 곳곳에 배치했다.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은 2022년 제49회 IIDA 인테리어 디자인 공모전(IIDA Interior Design Competition) 전시장 및 전시 공간 부문, 제7회 NYC 디자인 어워드(NYC Design Awards) 쇼룸 부문 등을 수상하며 한국적 미감의 가능성과 경쟁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제네시스의 한국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은 제네시스 차량에서부터 이어졌다. 프리미엄 차량에는 각 국가를 상징하는 디자인이 반영되곤 한다. 대표적으로 미니의 후미등(테일 램프)에는 영국을 상징하는 유니언잭이 나타난다. 제네시스의 고속 성장을 견인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80에는 인테리어 디자인 콘셉트로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으로 꼽히는 ‘여백의 미(Beauty of White Space)’가 적용됐다. 불필요한 요소는 덜어내고 꼭 필요한 요소만 남겨 간결한 디자인을 구현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1열 송풍구를 일체형으로 길게 배치하고 안쪽으로 깊숙이 넣어 풍향을 조절해도 송풍구 날개가 보이지 않게 했다. 이러한 수평적 디자인은 좌우로 길게 뻗은 대시보드와도 조화를 이룬다. 이는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시대를 아우르며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영속성 있는 디자인(Timeless Design)과도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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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군더더기 없는 실내디자인은 곧 매끄러운(Seamless) 사용자 경험으로 이어진다. 한국 자동차의 강점으로는 동급 차량 대비 편의, 안전과 관련된 다양한 첨단 기술 옵션이 풍성하게 들어간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기능이 늘어날수록 버튼은 많아지고 사용자 경험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제네시스는 GV80의 인테리어를 기획하며 오히려 센터패시아와 운전대의 물리 버튼을 최소화해 정제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대신 27인치 대형 터치스크린 모니터를 배치해 디지털로 기능을 통합하고, 운전 중에도 이를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변속 다이얼 위에 통합 컨트롤러를 배치했다. 오목하게 들어간 강화 유리를 적용해 조작계를 보지 않더라도 손이 미끄러지지 않게 했으며 필기 인식 기능까지 더해 편의성을 높였다. 1열 가운데 센터 콘솔과 문 측 암레스트를 살짝 아래로 기울여 통합 컨트롤러, 다이얼, 버튼 조작 시 사용자의 동선을 최소화하는 등의 디테일도 돋보인다. GV80에서 시작된 여백의 미는 G80 등 타 모델로도 확장됐고, 디자인-기술을 효율적으로 결합한 고객 경험을 인정받아 제이디파워(J.D. Power)의 ‘2023 미국 기술 경험 지수 조사(TXI)’에서 1위를 기록했다.

처음 GV80의 실내디자인이 공개됐을 때는 “밋밋하다” “여백의 미에 대한 미학적인 해석이 잘못됐다”는 등의 반응도 있었지만 2020년 첫 출시 직후 G80과 함께 ‘2020 굿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며 디자인적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또한 제네시스 라인업 중에서는 올해 9월까지 약 40만 대가 팔린 G80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판매량(약 18만 대)을 자랑하며 인기로 디자인의 경쟁력을 입증해냈다.

2. 월드 클래스급 문화·스포츠 마케팅

한국의 미를 무기로 브랜딩의 내실을 다졌다면 스포츠, 영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는 이를 세상에 알릴 핵심적인 창구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의 결승전인 슈퍼볼에 광고를 출품하고, 자동차 브랜드이자 非미국 브랜드로서는 최초로 슈퍼볼 최고의 광고에 선정된 브랜드가 바로 제네시스이다. 또한 영화 ‘인셉션’에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타고 추격신을 찍은 차, 타이거우즈재단과 협업하고 타이거 우즈가 직접 탄 차로도 이름을 알렸다.

1) 전 세계 1억 명 이상에 눈도장

제네시스가 스포츠 마케팅에 진심인 브랜드로 통하는 데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마케팅 활동을 꼽을 수 있다. 하나는 미식축구를 통한 매스 마케팅 전략이며, 다른 하나는 골프를 통한 세분화 마케팅 전략이다. 초창기 슈퍼볼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해 나갔고, 최근에는 골프를 통해 타깃 고객에게 집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슈퍼볼은 전 세계 180개 국가에서 1억 명 이상이 시청하는 메가 이벤트이다. 그만큼 인지도 확보, 트래픽 증가 등 막대한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세계 최고의 광고 채널로 자리 잡고 있다. 제네시스는 2008년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 슈퍼볼 광고에 뛰어들었다. 벤츠, BMW를 직접 언급하며 이들 못지않은 프리미엄 자동차를 훨씬 저렴한 가격에 누리라는 메시지를 도발적으로 전했다. 2016년에는 인기 코미디언 케빈 하트가 제네시스의 차량 추적 기능으로 딸의 첫 데이트를 지켜본다는 스토리를 담은 ‘첫 데이트(First Date)’ 캠페인이 63편의 슈퍼볼 광고 중 ‘최고의 광고’로 꼽혔다. 자동차 업계 최초이자 미국이 아닌 국가 브랜드로서는 최초였다.

이처럼 초기 제네시스 슈퍼볼 광고는 가성비,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 슈퍼볼 광고는 제네시스만의 가치 제안을 담는다. 2020년 GV80을 처음으로 선보인 ‘송별 파티(Going Away Party)’ 캠페인에는 ‘고급차는 아빠 차’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내 인생 첫 프리미엄 자동차’라는 포지셔닝을 선점하고자 했던 전략적 판단이 담겼다. 이 광고에는 싱어송라이터 존 레전드와 배우 겸 모델 크리시 티건 부부가 파티에 참석해 ‘고루한 럭셔리(Old Luxury)’에 이별을 고하고, 이를 대신할 ‘젊은 럭셔리(Young Luxury)’를 소개한다. 파티장에서 계단에 오른 크리시 티건이 전통적인 럭셔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우스꽝스러운 관습을 지적한다. 이후 GV80을 탄 존 레전드가 등장하며 ‘역동적인 우아함’ ‘혁신적인 럭셔리’라는 가치를 담은 GV80이 기존 프리미엄 SUV를 대체할 것이라 말한다. 미국 광고 전문지 애드에이지(AdaAge)는 이 캠페인에 대해 “고급차에 유머를 접목하는 것은 흔하지 않다. 하지만 존 레전드가 광고에서 말했듯 누군가는 유쾌한 럭셔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방법은 효과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이 캠페인은 그해 CNN이 선정한 성공한 슈퍼볼 광고 목록에도 올랐다.

그러나 제네시스와 현대차는 2021년부터 슈퍼볼 광고에 불참하고 있다. 슈퍼볼은 1초에 약 3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광고비를 책정한다. 이에 팬데믹 이후 공급망 위기, 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 인상 등의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업계가 막대한 비용이 드는 슈퍼볼 광고를 하나둘 ‘손절’하고 있다. 2022년 기아, BMW, GM, 닛산, 도요타, 폴스타 등 6개 자동차 회사가 슈퍼볼에 광고를 출품한 데 반해 올해 2023년에는 기아, GM, 스텔란티스 3개 회사만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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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대차그룹은 틱톡 등 슈퍼볼을 대체할 수 있는 플랫폼을 탐색 중이다. 올해 슈퍼볼을 앞두고 틱톡에서 진행한 현대차의 아이오닉6 캠페인은 2주 동안 조회 수 1억 건을 돌파했다. 이는 슈퍼볼 시청자 90%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2020년 팬데믹이 극에 달했을 당시에는 대대적인 온라인 마케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며 메타와의 협업으로 인스타그램에서 AR(증강현실)을 활용한 쇼룸을 제작하기도 했다. 일반 광고와 AR 쇼룸을 동시에 경험한 그룹의 광고 상기도와 브랜드 인지도가 일반 광고보다 각각 16.5%p, 7%p 높았다.3

2) 품격 높이는 골프 마케팅

한편 모두가 어렵다고 하는 불경기에도 제네시스가 손을 놓지 않고 확장해 나가는 스포츠도 있다. 바로 골프이다. 제네시스는 2016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와의 협업으로 ‘제네시스 포인트’를 도입했다. 각 시즌 대회 선수들에게 등수에 따라 차등적으로 포인트를 지급하고 시즌 종료 후 포인트 합산 상위 10명에게 총 3억 원의 상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2017년부터는 7년 연속으로 ‘제네시스 챔피언십’을 개최하고 있으며 2018년에는 KPGA 코리안 투어 갤러리 최초로 3만 명 입장이라는 기록을 썼다.

해외에서는 2016년 미국에서 매년 개최되는 미국프로골퍼연맹(PGA) 투어 토너먼트 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로 나서며 ‘제네시스 오픈(Genesis Open)’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대회는 타이거 우즈가 처음으로 PGA에 출연한 대회이자 잭 니클라우스가 프로로 데뷔한 대회로 골프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대회로 꼽힌다. 타이거우즈재단이 주관하며 2020년부터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로 승격돼 대회의 호스트인 우즈가 직접 초청한 선수들이 겨루게 되며 골프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022년부터는 PGA 투어와 DP월드투어(옛 유러피안 투어)가 처음으로 공동 주관하는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서도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골프는 불특정한 다수를 대상으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슈퍼볼 광고와는 달리 향유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명확하다.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가 확보된 연령, 계층으로 제네시스가 타깃으로 삼은 소비자층과도 매우 부합한다. 또한 골프라는 종목이 갖는 상호 존중의 태도, 품격, 혁신성 등의 가치는 배려와 절제를 강조하는 제네시스의 브랜드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이에 제네시스는 선수와 캐디 모두에게 홀인원 부상을 제공하는 등 선수는 물론 캐디들까지 존중하는 대회 운영을 선보인다. 대회장 곳곳에 제네시스 차량을 전시하고 다양한 F&B를 선보인다. 챔피언십 라운지 입장권 소지자에게는 더욱 특별한 F&B와 선수를 따라다니면서 필드 위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오너러리 옵저버(Honorary Observer)’ 추첨 기회를 제공한다.

사실 골프는 이미 업계에서 효과가 증명된 마케팅 채널이다. 총상금이 10억 원이 넘는 메이저급 대회의 개최 비용은 25억 원에서 30억 원 정도인데 이로써 얻을 수 있는 홍보 효과는 약 1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중계, 보도, 기사 등 미디어 노출 효과만을 추정한 것이다.4 특히 2023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생중계 시청자 수는 같은 해 PGA 투어 평균 시청자 수의 2배에 달하며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과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두 대회 모두 올해 PGA 투어가 주관하는 전체 130여 개 대회 중 소셜미디어 인게이지먼트(공감, 댓글, 공유, 조회 등) 지표에서 각각 2위, 5위 안에 들어 골프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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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골프 마케팅을 통해 제네시스와 긴밀한 관계를 맺던 타이거 우즈의 교통사고가 역설적으로 제네시스에 도약의 발판이 됐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기간 동안 로스앤젤레스에 머물던 우즈는 제네시스가 제공한 GV80을 운전하다 중앙선 역할을 하던 턱을 들이박고 도로를 이탈해 경사지에서 10m가량을 굴렀다. 사고 원인은 과속으로 판명 났다. 사고 차량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우즈는 회전 구간에서 시속 140㎞까지 주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사고 순간 경황을 잃어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았다.

차량의 앞부분과 범퍼가 완전히 파괴됐기에 LA 경찰은 도끼와 끌 등으로 앞 유리를 뜯어내 우즈를 차에서 꺼냈다. 다행히 심각하게 손상된 차량 앞부분과는 달리 승객들이 머무는 ‘세이프티 존’은 크게 파손되지 않았다. LA카운티 보안관은 “차량 내부는 거의 온전한 상태여서 우즈가 살아남을 수 있는 쿠션 역할을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치명적인 사고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에는 차선 유지 보조 및 차선 이탈 경고, 전방 충돌 경고 및 충돌 시 급제동·회피 등의 안전장치가 갖춰졌지만 운전자 스스로 긴급 회피 및 급제동을 하는 상황이었기에 이러한 안전장치들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고 발생 직후 에어백이 즉각 터졌으며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 데이비드 하키 회장은 “우즈를 살린 것은 GV80에 장착된 에어백”이라며 “총 10개의 안전 표준 이상의 에어백과 운전자 신체를 고정해 충격을 완화하는 무릎 에어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사고가 터지자 제네시스 측은 유감을 표했으나 오히려 우즈는 지난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정의선 회장과 식사 자리를 갖고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우즈는 다리 수술을 받고 3주 만에 퇴원했고 ‘제네시스가 우즈를 살렸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사고 이후 한 달 뒤 GV80은 IIHS 충돌 테스트에서 최고 안전성을 나타내는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SP+) 등급을 받았다. 경쟁 모델인 BMW X5, 메르세데스 벤츠 GLC, 렉서스 RX 등은 한 단계 아래인 톱 세이프티 픽(TSP) 등급에 그쳤다. 사고 당일 미국의 자동차 전문 사이트 iSeeCars.com에서는 제네시스에 대한 검색량이 54.7% 증가했고, 이는 도요타가 슈퍼볼에서 광고한 후 거둔 검색 증가량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3) 톱 스타급 필모그래피

‘인셉션’ ‘우주전쟁’ ‘본 슈프리머시’ 등. 제네시스가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들이다. 특히 2010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셉션’에는 제네시스 BH가 등장하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극 중 주인공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추격신 중 제네시스를 탄 채 달려오는 기차와 충돌하며 전 세계 할리우드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충돌 장면이 나오면서 제네시스 차량에 대한 충돌 안전성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을 유발했는데 제네시스 BH는 당시 안전 최고 등급이었던 TSP를 획득한 상태였다.5 이철민 상무는 “이 프로젝트는 당시 현대자동차 미국 판매법인과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의 협업을 통해 성사된 것”이라며 “단순히 영화 속 노출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제품에 대한 인식과 연결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드라마 ‘더글로리’에서 건설 회사 사장, 의사 등의 직업을 가진 남자 주인공들이 G80, G90을 타고 등장했으며 ‘부부의 세계’에서는 제네시스 G70이 ‘여다경(배우 한소희) 차’로 입소문이 나는 등 상류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 단골 출연하고 있다. ‘태양의 후예’에서는 제네시스의 자율주행 기술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중 일부는 간접광고(PPL)로 진행되지 않고 작품에서 자발적으로 제네시스를 선택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더글로리’에 제네시스가 등장하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현대차가 제작 지원을 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특히 주인공과 함께 복수를 돕는 주여정(배우 이도현), 하도영(배우 정성일)의 차는 제네시스인 반면 악역으로 등장한 전재준(배우 박성훈)의 차는 벤틀리, 박연진(배우 임지연)의 차는 벤츠였다. 상류층을 나타낼 만큼 프리미엄이지만 동시에 절제미를 추구하는 제네시스가 인물들의 선한 이미지에 잘 부합한다고 해석한 제작진의 판단을 유추해볼 수 있다.

3. 전략적 인재 경영

1) 톱 클래스 인재를 수혈하다

정의선 회장이 기아차를 맡았을 때부터 현재까지 강조한 전략 중 하나는 ‘디자인 경영’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에 뿌리 깊게 박힌 순혈주의를 탈피하고 해외 럭셔리 브랜드 출신 전문가들을 적극 영입한 사례는 정 회장이 디자인 경영 못지않게 중시한 ‘인재 경영’을 대표하기도 한다.

“실제로 기아 측 사람들을 만나러 갔을 때 이미 마음은 정한 상태였다. ‘찰칵’한 순간이 있었다. 그 정도의 감응이 왔다면 가는 것이 옳다고 느꼈다.” 2006년 기아에 합류한 폴크스바겐, 아우디 출신의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는 그의 일대기를 담은 책 『디자인 너머(2021)』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정 회장은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였던 슈라이어를 영입하기 위해 직접 유럽으로 건너갔고 끈질긴 설득 끝에 그를 한국으로 데려왔다. 책에서 그는 정 회장과의 인간적인 에피소드를 늘어놓는다. 한국으로 건너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정 회장은 사저에 슈라이어의 식구를 전부 초대했다. 기아의 경영진과 그들의 가족들까지 모인 그 자리에서 슈라이어는 “‘가족의 환대’를 받는 느낌”이었으며 “기아에 대한 소속을 느끼고 기아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고 전한다.

2006년 디자인부문총괄(CDO) 겸 부사장으로 기아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호랑이에서 영감을 받은 ‘타이거 노즈 그릴’ 등 기아의 패밀리 룩 디자인을 완성해 현재 인정받는 기아 디자인의 기반을 닦았다. 2013년 현대차그룹의 디자인총괄 사장, 2018년 디자인경영 사장을 맡으며 EQ900(G90 전기형 모델), G70 등 제네시스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2015년에는 슈라이어의 제안으로 푸조, 아우디,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에서 디자이너로 활약한 현 현대차그룹 최고 디자인 책임자(CDO) 겸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 루크 동커볼케 사장, 2016년에는 GM, 폴크스바겐, 아우디, 벤틀리에서 자동차 디자인 경력을 쌓은 현대제네시스 글로벌디자인담당 이상엽 부사장 등 내로라하는 자동차 업계의 디자인 거장들을 현대차그룹으로 추가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동커볼케 사장과 이 부사장은 G80, GV80 등 제네시스의 주력 상품들의 디자인을 이끌었으며 두 줄의 램프, 지-매트릭스(G-Matrix) 패턴이 적용된 그릴 등 제네시스의 디자인을 상징할 패밀리 룩을 완성시켰다.

2) 감도 높은 임직원 럭셔리 경험 지원

그렇다고 제네시스가 모든 럭셔리 역량을 외부 인재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 제네시스를 기획할 때는 8명의 연구원이 팀을 만들어 미국으로 직접 떠났다. 벤츠, BWM, 렉서스 등 경쟁사 차량을 구입해 미국 도로를 수없이 달렸다. 이후 BH, 연구원들 내부에서 ‘벤츠 헌터’라고 부르던 제네시스 개발 프로젝트에는 4년간 4000명의 연구원과 5000억 원의 개발비용이 투입되며 제네시스의 초석인 제네시스 BH를 개발했다.

연구원들이 직접 차를 타며 “우리는 왜 이런 차를 만들 수 없을까” “어떻게 해야 이런 차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것이 초기 임직원들이 럭셔리에 대해 학습했던 방식이라면 현재는 체계적인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럭셔리 시장에 대한 임직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제네시스는 반기에 한 번 전문 기관과 트렌드 분석 전문가들과 함께 럭셔리 전략에 대한 자문과 조언을 받는 ‘럭셔리 인사이트 세션’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제네시스 고객 경험의 기반이 될 임직원들의 럭셔리 경험을 확대하기 위해서 한 달에 한 번꼴로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의 매장을 탐방하거나 문화예술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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