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로봇 자동화 비즈니스 혁신이 필요한 이유

기업은 ‘로봇’ 넘어 자동화 솔루션 원해
수익-안전성 높여 생태계부터 구축을

박종훈 | 368호 (2023년 0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협동 로봇의 등장 이후 중소 제조 공정과 식음료 조리 공정의 자동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로봇 자동화 서비스 제공자가 고객사의 요구에 맞춰 일일이 주문 제작하다 보면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이 필연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또한 서비스 제공 이후에도 중소기업 내 운용 및 유지보수 인력이 없으면 인력 공백을 메우는 과정에서 고객사는 인건비 부담이 늘고, 제조사는 인력을 연일 파견해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하기 쉽다. 이는 재무적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의 투자 진입 장벽을 높일 뿐만 아니라 제조사의 수익성도 저해할 수 있다. 결국 기업들이 원하는 건 ‘로봇’이 아니라 종합적인 ‘로봇 자동화’ 솔루션이다. 이들이 더 쉽게 솔루션에 접근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구축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구독 경제와 플랫폼 경제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0019


로봇 자동화를 향한 관심이 유례없이 커지고 있다. 특히 협동 로봇이 촉발한 중소 제조 공정과 식음료 조리 공정의 자동화 흐름이 거세다. 기존의 산업용 로봇은 작업자와의 물리적 상호작용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안전 펜스로 격리된 공간에서 작업했고 최대 생산성을 목표로 높은 하중, 높은 속도의 작업을 위해 도입하다 보니 큰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협동 로봇은 사람과 작업 공간을 공유하며 예상치 못한 충돌로 인한 위해(危害) 우려가 없어 안전 펜스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설치 공간이 작아 안전 공간 확보가 어려운 중소 제조업체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며 프로그래밍이 쉬워 다품종 소량 생산에 따른 공정 변화에 고객이 직접 대응할 수도 있다. 그 결과 펜스, 즉 울타리에 갇힌 채 ‘블랙박스’ 상태에서 일하던 산업용 로봇이 이제는 작업자 곁에 성큼 다가와 사람을 돕고 있다. 이 흐름을 타고 로봇 자동화 솔루션을 구현해 서비스하는 방식에도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이에 로봇 자동화 서비스 경험으로 얻은 교훈을 돌아보고 구독 경제와 플랫폼 경제에서 어떻게 로봇 자동화 비즈니스 혁신의 해법을 찾았는지 짚어보려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생긴 문제점과 중장기적 해결 방안도 함께 살펴보자.

0020


로봇 자동화 서비스 경험에서 얻은 교훈

1. 닭 튀기는 로봇

팬데믹 시대를 겪으면서 더 체감하게 된 노동력 부족과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요구는 공장 안에 갇혀 있던 협동 로봇을 식음료 조리 및 서비스 현장으로 불러냈다. 식음료 조리 공정 자동화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갑자기 현실이 된 것이다. 특히 카페와 치킨집을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한국 시장의 특수한 맥락과 맞물려 커피와 닭튀김 조리에서 가장 많은 자동화 시도가 나타났다. 그런데 공장자동화와 비교할 때 조리 공정의 자동화는 사업적인 측면에서 두 가지 차이점을 안고 있다. 첫째, 가격 민감도가 높다. ‘비싸면 안 통한다’는 얘기다. 둘째, 기술에 대한 고객의 이해가 대체로 낮다. 기술에 대한 환상이 지나친 경우가 많다.

일례로, 필자가 이끄는 뉴로메카는 2019년 한 ‘롸버트치킨’과 함께 닭튀김 공정 전체를 협동 로봇 두 대로 자동화하는 시도를 했다. 흥미로운 시도였지만 사업적 관점에서 보면 여러 가지 시사점을 남긴 프로젝트였다. 먼저, 가격 민감도가 높은 만큼 가격을 최대한 낮추려면 비용 대비 효용이 가장 큰 공정에 대해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음으로, 기술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덜어내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 공정 자동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가령, 닭튀김 공정의 핵심은 정확한 온도로, 정해진 시간 동안 튀기는 것, 그리고 튀김을 흔들어서 기름을 빼는 것이다. 프라이드치킨뿐 아니라 돈가스, 프렌치프라이 등 대부분의 튀김 공정이 조리법만 조금씩 다를 뿐 기본적으로는 유사한 방식을 따른다. 이에 따라 만약 공통적인 공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범용 솔루션을 제작할 경우 시스템통합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에 따라 뉴로메카는 국내 대표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과 손잡고 협동 로봇을 활용해 튀김, 성형, 탈유를 자동으로 진행하는 튀김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경우 최상의 맛을 균일하게 구현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 이런 브랜드와 협업하려면 ‘로봇이 튀겨낸 닭의 맛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가 관건이었다. 이에 회사는 프랜차이즈 소속 셰프와 로봇이 각각 튀겨낸 닭, 지점에서 주문한 닭을 후보군으로 두고 고객사의 연구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맛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로봇이 튀겨낸 닭이 지점에서 주문한 닭 대비 큰 격차를 보이며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셰프에 비해서도 크게 뒤지지 않고 손색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자동화 솔루션을 공급하는 대규모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이후 프랜차이즈 지점에서 현장 적용을 거치는 동안 다양한 기술이 추가로 도입됐다. 예를 들어, 지점에 설치된 로봇을 매장 청소를 위해 분리했다 재결합하는 경우 로봇의 위치가 틀어지면서 로봇의 움직임을 재프로그래밍해야 하는 문제점이 자꾸 발생했다. 이런 재프로그래밍의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비전 센서를 도입해 로봇 스스로 위치가 틀어졌을 때 자동 보정하는 ‘리캘리브레이션(recalibration)’을 수행하도록 했다. 이런 작은 부분에서도 기술적 디테일이 축적되면서 로봇 설치 후 다음 날 바로 영업을 시작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고, 범용성 있는 솔루션 덕분에 현재 로봇을 설치하는 매장 수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치킨 스타트업,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와의 협업을 거치면서 자동화 솔루션의 표준화, 양산화를 위해서는 공통적인 공정의 자동화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 나아가 이를 위한 중간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렇게 찾은 해답이 바로 ‘템플릿’이다. 솔루션 전체를 고객사의 요구에 일일이 맞춰 주문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을 낮추고 수익성을 높이려면 템플릿을 기반으로 기능을 구성해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방식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템플릿이란 어떤 공정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미리 로봇 플랫폼과 기계적, 전기적, 소프트웨어적으로 통합해 놓고 공통 공정을 처리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미리 구현해놓는 것을 말한다. 이때 주변 장비 및 IT 시스템과 연동되는 인터페이스까지도 함께 제공한다.

이와 동시에 조리 공정 자동화의 경우 자잘한 문제들이 주로 주변 장치에서 발생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공장 자동화는 대부분 공정 장비 자동화를 목적으로 설계돼 있다. 이에 반해 주방 장치들은 주로 기계가 아닌 사람이 사용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다 보니 핵심 기능을 로봇이 수행하도록 했을 때 주변에서 여러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동반됐다. 이런 시나리오에 수시로 대응하고 해결하기 위한 갖은 노력을 진행 중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주방 전체의 자동화를 위한 범용성 있는 ‘스마트 키친 솔루션’의 개발이 시급하다는 문제의식도 생겼다.

2. 스마트 팩토리

최근에는 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관련 생태계가 많이 생겼지만 협동 로봇이 생소하던 시기에는 시스템통합 업체도 제대로 없어 뉴로메카가 직접 자동화 공정을 분석, 설계하고 시스템통합과 설치, 유지보수까지 맡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중소기업을 만났다. 그런데 협동 로봇을 도입하는 중소기업들의 제조 공정의 주된 특징은 주로 부가가치가 높은 작업을 수행하는 전용 장비에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작업을 수행하는 사람 작업자가 동원된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고객사였던 한 가전 대기업의 1차 공급 업체는 연속 프레스(성형) 공정을 통해 오븐의 케이스 등 다양한 부품을 제조하는 곳이었는데 가공 전 부품을 프레스 기기에 옮겨 싣는 작업을 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손이 달려 자동화를 반드시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인 것은 현장 작업자들이 로봇에 대해 가진 악의적인 감정은 프로젝트가 진전될수록 사그라들었다는 점이다. 시스템통합이란 기본적으로 현장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엔지니어를 파견해 부대끼는 과정에서 로봇이 일자리를 뺏는다는 등의 걱정은 줄고, 부상이나 재해 위험이 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대체됐다. 또 작업자들이 안드로이드 앱을 통해 진행되는 협동 로봇 프로그래밍에 의외로 쉽게 익숙해졌다.

정작 문제는 설치 후 운영 과정에서 경험 부족으로 인한 실수와 오류, 잦은 유지보수였다. 이로 인해 고객사 불만이 커졌을 뿐만 아니라 제조사 입장에선 비용이 과도하게 불어났다. 이는 유지보수 과정에서 비용을 얼마나 절감할 수 있는지가 사업의 성패에 결정적이라는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됐다. 예를 들어, 사소한 오류나 충돌로 인해 로봇이 멈출 때마다 현장 작업자들이 제대로 상황을 보고하지 못하고 엔지니어가 현장에 달려가곤 했는데 막상 방문하면 정말 단순한 방법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이런 반복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바탕으로 클라우드 기반 원격 유지보수 솔루션을 개발했다. 당장 뛰어가지 않고도 원격으로 문제의 원인을 파악,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 고객사는 자체적으로 스마트 팩토리를 실현, 운용, 유지보수하는 수준에 도달했고 본사 공장 외에 중국 등 해외 공장에도 유사한 자동화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뉴로메카 역시 고객이 원하는 것이 로봇 그 자체가 아니라 종합적인 로봇 자동화 솔루션이며, 이 솔루션이 고객뿐 아니라 제조사에도 이익이 되려면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필요하다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 특히 자동화를 도입하려는 많은 중소 제조기업의 경우 재무적 여력도 부족하지만 시스템 운용 및 유지보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절감했다. 자금난과 인력난, 크게 두 가지 난관을 넘어야만 시장 성장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다. 고객의 투자 진입 장벽을 해소하려면 로봇을 구독해서 쓸 수 있도록 구독 경제를 도입해야 하고, 기술 인력 부족 문제에 대처하려면 협동 로봇 전문가를 일정 기간 파견해 현장 기술자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해야 한다는 확신도 여기서 나왔다.

로봇 자동화란, 이동이냐 조작이냐

이처럼 경험에서 우러나온 교훈은 로봇 자동화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이어졌다. 산업용 로봇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은 중소 제조기업의 스마트 팩토리나 식음료 조리 자동화를 실현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하는지를 살펴보려면 먼저 로봇 서비스의 개념부터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로봇 자동화 서비스가 가리키는 범위는 매우 넓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 규모를 갖춘 로봇 서비스는 크게 둘로 나뉜다. 로봇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작업이 무엇인지에 따라 ‘이동(mobility)’이냐, ‘조작(manipulation)’이냐로 구분된다. 쉽게 말하면 이동은 사람의 다리 역할을, 조작은 사람의 팔과 손 역할을 한다.

1. 이동(mobility)

‘이동’은 그 자체가 직접적인 가치를 생성하는 서비스다. 음식을 식당 내 테이블로 나르거나 외부 장소로 배달하는 자율 이동 로봇 등이 제공하는 배송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현재까지 로봇 시장에서 이동을 가장 쉽게 구현하는 방법은 다리와 발이 아니라 ‘바퀴’다. 바퀴의 경우 다리보다 환경의 제약은 많이 받지만 제어와 구동이 단순해서 공장 등 인위적이고 산업적인 공간에 적용할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동 로봇을 활용해 배송 서비스를 고도화하려면 내장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실내 공간 지도를 생성해야 하고, 필요한 경우 배송물에 적합한 형태의 수납공간도 장착해야 한다. 아울러 식당 점주 등 로봇의 최종 사용자와 식당 고객 등 서비스 사용자가 활용할 수 있는 UI(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대한 소프트웨어 설계, 재구성도 필요하다. 알고리즘에 따라서는 위치 인식, 지도 생성을 위해 로봇이나 주변 공간에 센서를 부착해 로봇 친화적인 환경을 구성해야 한다.

0021


2. 조작(manipulation)

한편 외부 물체에 물리적인 변화를 유발하는 ‘조작’은 주로 제조 공정에서 다관절 로봇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가리킨다. 다관절 로봇은 모터 등으로 구동되는 회전 관절을 연결해 팔의 형태로 조합한 것이다. 그리고 이 로봇 팔에는 항상 로봇 손에 해당하는 도구, EoAT(End-of-Arm-Tool)가 붙어 있다. 로봇 팔 자체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건 기술적으로 어렵지만 팔을 가지고 말단에 장착된 도구를 작업하기 좋은 위치로 이동하면 원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이 도구를 엔드 이펙터(end effector, 팔 끝에 달린 손)라고도 부른다. 따라서 로봇 팔을 이용해 자동화 공정을 수행할 때는 외부 대상에 가하려는 물리적 작업에 적합한 엔드 이펙터를 설계, 장착해야 한다. 사람의 손처럼 모든 작업을 자유자재로 수행할 수 있는 다지(multi-fingered) 로봇 손을 산업화하려면 아직 더 많은 기술적 진보가 필요하다.

이렇듯 엔드 이펙터를 설계, 장착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로봇 팔을 활용해 작업자의 조작을 자동화하는 것은 이동 로봇 자동화보다 더 까다롭다. 예를 들어, 상자를 옮기고 운송 수단에 실으려면 진공 흡착판을 로봇 팔에 붙여야 하고, 부품을 잡기 위해서는 전기 그리퍼를 로봇 팔에 붙여야 한다. 더욱이 로봇 팔은 길이의 제약으로 인해 작업 공간이 제한돼 있다. 이는 작업 대상이 로봇의 작업 범위 안에 위치해야만 한다는 의미다. 정해진 위치에 미리 규정된 방식으로 작업 대상을 제때 공급하기 위한 이송 장치, 정해진 위치에 고정해놓기 위한 치공구(jig) 등 갖춰야 할 것이 수두룩하다. 복잡한 공정을 수행하는 전용 공정 장비가 있는 경우엔 로봇과 공정 장비 간 전기적, 소프트웨어적인 인터페이스를 통합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이런 어려움에도 최근 이동과 조작을 수행하는 로봇 자동화의 가치가 커지고 각광을 받는 까닭은 로봇이 기존 자동화 시스템보다 훨씬 유연하게 작업 변화에 대처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자동화 시스템은 의도하는 공정에 전적으로 맞춰져 있기에 공정 변화가 생겼을 때 대응이 힘들었다. 일반적인 컨베이어벨트를 떠올려 보면 된다. 하지만 로봇을 중심으로 하는 자동화는 프로그래밍 등을 통해 다양한 시나리오에 적응한다. 로봇 팔이 사람의 팔을 대신해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는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다. 더욱이 최근에는 이동 로봇에 로봇 팔이 통합된 자율 이동 로봇 팔(AMM) 등까지 등장하면서 자동화의 신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0022


로봇 자동화 비즈니스 혁신이 필요한 이유

봇이 중심이 되는 자동화 시스템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다음의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다양한 로봇 플랫폼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고객사의 요구에 맞춰 자율 이동 로봇이나 로봇 팔, 협동 로봇, 딥러닝 비전 센서 등 여러 구성의 로봇 플랫폼을 적재적소에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로봇 플랫폼을 이용해 고객이 원하는 공정 자동화 솔루션을 구축하기 위해 고객의 요구를 듣고, 공정을 분석하고, 자동화 솔루션을 설계한 뒤 현장에 설치, 시범 운전하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셋째, 자동화 솔루션의 운용 및 유지보수 서비스가 상시 이뤄져야 한다. 물론 고객사가 전담 인력을 둬서 운용 및 유지보수를 직접 수행할 수도 있지만 이런 인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은 솔루션을 구축한 업체에 위탁하게 된다. 어느 쪽이 됐든 로봇 플랫폼 제조사와 고객 간에는 유기적인 시스템통합이 필요하다.

그런데 고객사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런 시스템통합에는 몇 가지 문제가 동반된다. 가장 큰 문제는 고객 요구에 맞춰 주문 제작이 이뤄지다 보니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이 필연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자동화로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력 부족을 메운다는 이점도 물론 있겠지만 자동화 시스템 운용 및 유지보수 팀을 보충하려면 또 다른 인건비가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투자 역량도, 자동화 경험도 부족한 중소 제조기업들은 과연 로봇에 투자한 만큼의 수익을 회수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시스템통합 업체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고객 상담부터 시작해 최종적으로 도입 결정이 끝나기까지 예측하기 힘들고 복잡한 설득의 과정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중소 제조기업을 상대하는 자동화 업무가 어려운 이유다. 또한 제조기업이 같은 솔루션을 계속해서 재구매하고 대량 발주로 이어져야 초기 개발 비용을 상쇄하고도 이익이 남는데 중소 제조기업은 소량 발주에 그칠 확률이 높다 보니 영업을 꺼리게 된다.

곤혹스러운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로봇 설치 이후에도 고객사에 전담 인력이 아무도 없거나 경험과 실력의 부족으로 인해 계속해서 유지보수가 요구된다. 이 때문에 시스템을 도입하는 순간에는 표면적으로 수익이 나지만 도입까지 투입된 초기 개발 이용과 도입 이후의 운용 및 유지보수 비용까지 고려할 때 실질적인 수익을 내는 것이 만만치 않다.

결국, 로봇 자동화 시스템이 중소 제조기업에까지 폭넓게 도입되고 관련 시장이 성장하려면 비즈니스 모델에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구독 경제와 플랫폼 경제를 로봇 자동화 비즈니스 모델에 결합하려는 시도가 등장했다.

구독 경제와 플랫폼 경제에서 찾은 해법

구독 경제는 소비자가 일정한 금액을 내고 일정 기간 제공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독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 모델을 채택하면 기업은 지속가능한 수익을 창출하고, 고객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혜택을 얻을 수 있다. 한편 플랫폼 경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구독 경제와 비슷하지만 최대한 많은 공급자와 소비자를 모으고 둘 간 원활한 거래를 중개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다르다.

0023


1. 구독 경제

로봇 자동화처럼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하는 사업에 구독 경제 모델을 적용하면 공급자와 고객 모두에 이익이 된다. 먼저, 고객은 초기 투자 비용을 절감하고, 운용 및 유지보수도 구독 서비스 공급자가 부담하므로 이 비용도 절약할 수 있으며, 더 쉬운 업그레이드와 유연한 계약 등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아울러 고객과 기업 간 관계가 오래 유지되므로 더 끈끈해지고 기업이 고객 요구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해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구독 경제 모델에는 위험도 따른다. 일례로 로봇 자동화 시스템의 경우 운용 및 유지보수 관련 요구가 도입 초기에 몰리는 편이다. 그러나 처음에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나서 안정 궤도에 진입하면 유지보수 필요성이 적어지고 업그레이드 주기도 아주 길어진다. 이 경우 고객에게 정기적으로 추가 비용을 청구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로봇 자동화 과정에서 고객의 중요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경우 보안 문제도 따라온다. 그러다 보니 구독 경제 모델에서 추가적인 보안 서비스와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이 밖에도 제품 배송, 설치 등 전문 인력을 쓰는 데 또 추가 비용이 동반된다. 이런 비용은 결국 고객 만족도를 저해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구독 경제 모델 적용 여부를 고려할 때는 이 모든 혜택과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로봇 자동화에 구독 경제 모델을 적용한 게 바로 ‘Robot-as-a-Service(서비스로서의 로봇)’ 또는 ‘RaaS’다. RaaS는 로봇 자동화 솔루션을 구독할 수 있는 모델이며 이를 통해 고객은 자동화 솔루션을 구매하는 대신 매달 일정한 금액만 내고 이용할 수 있다.

현재 뉴로메카는 국내 대표 협동 로봇 제조사로서 기업들에 협동 로봇 자동화 솔루션을 구독할 수 있는 ‘인디고(IndyGo)’란 RaaS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인디고는 자동화 솔루션의 공정분석, 설계, 설치, 운용 및 유지보수에 이르는 전체 공정을 서비스화해 고객에게 제공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실행하기 위해 협동 로봇 전문가 ‘인디PD(IndyPD)’를 고객 현장에 정기적으로 파견해 고객사의 기술 인력 공백을 메워준다. 때때로 현장에 있는 엔지니어에게 관련 기술을 전수해 새로운 협동 로봇 전문가를 키우기도 한다.

이 밖에도 3차원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가상 공정 서비스 ‘인디프로토(IndyProto)’는 로봇 자동화를 했을 때 공정 생산성이 얼마나 올라갈지 미리 확인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고객의 도입 결정을 더 신속하게 끌어낸다. 클라우드 기반의 원격 유지보수 서비스인 ‘인디케어(IndyCare)’는 로봇 솔루션의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이상 발생 시 자동으로 영상 정보를 전송해 어디에서 고장이 났는지 진단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경우 원격으로 프로그램을 디버깅하거나 로봇을 구동하기도 한다. 이렇듯 뉴로메카가 RaaS를 제공하는 까닭은 이런 구독 경제 모델이 궁극적으로 국내에 협동 로봇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2. 플랫폼 경제

한편 로봇 자동화 사업에 플랫폼 경제 모델을 적용하더라도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제공, 고객 경험 개선, 비즈니스 모델 혁신, 비용 절감, 더 나은 데이터 관리 등의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안전성 및 품질 문제, 고객 정보 보호 문제, 기술적 문제, 인프라 부족 등 다양한 문제도 낳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로봇 비즈니스에서는 품질과 안전성이 매우 중요한데 플랫폼 경제 모델에서는 다양한 공급자가 판매하는 제품의 품질을 일일이 검증하고 안전성을 보장하는 게 쉽지 않다.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는 B2C 플랫폼 경제와 달리 하드웨어가 중심이 되는 B2B 플랫폼 경제에서는 고객사가 이런 품질 하자나 안전사고로 손해를 입었을 때 그 복구에 큰 비용이 든다. 공급자가 워낙 많다 보니 상호 호환을 뒷받침하는 인프라가 부족한 경우에도 문제가 된다. 인프라가 없으면 제품을 설치하고 통합 운영할 때마다 추가 비용이 들고 고객사의 부담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하드웨어 시스템통합 중심의 B2B 사업인 로봇 자동화에 플랫폼 경제 모델을 구현하는 건 쉽지 않은 과제다.

이런 어려운 과제를 안고 로봇 사업에 공급자 중심의 플랫폼 경제를 적용해 나가는 대표적인 사례가 덴마크의 협동 로봇 제조사인 ‘유니버설로봇(Universal Robots)’의 ‘UR+’이다. UR+는 제3의 개발자들이 유니버설로봇의 로봇과 통합할 수 있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액세서리를 제공해 UR+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때 공급자인 유니버설로봇이 품질 및 안전성, 상호 호환을 보장하는 인프라 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플랫폼 경제 모델의 위험성을 해결하고 있다. 그러고는 고객의 니즈에 더 가까이 있는 다양한 협력사의 기술을 UR+를 통해 로봇에 통합하면서 플랫폼 경제 모델의 이점을 보여주는 한편 로봇 제조사와 협력사에 새로운 시장 개척의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스타트업 빅웨이브로보틱스의 ‘마로솔(마이 로봇 솔루션)’과 같이 플랫폼을 통해 공정 자동화가 필요한 고객과 솔루션 업체를 중개하는 업체가 등장하면서 플랫폼 경제를 구현하려는 시도들이 등장하는 추세다.

0024


로봇 자동화 생태계 구축의 필요조건

지금까지 설명한 구독 경제와 플랫폼 경제의 성패는 생태계의 구축에 달려 있다. 로봇을 제공하는 공급자, 자동화 솔루션을 원하는 수요자, 이들 사이에서 시스템을 통합하는 자동화 사업자, 생태계 구성원 간의 정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품질과 안전, 상호 호환성, 손해 보장 등을 규제하는 플랫폼 업체가 중심이 되는 생태계가 필요하다.

여기서 잠시 이론을 떠나 현실을 살펴보자. 로봇 자동화 솔루션 업체들은 특정 분야에 특화된 자신들의 제품을 판매하려 하지 다양한 고객의 주문에 대응하는 것을 꺼린다. 앞서 설명했듯이 여러 주문에 일일이 맞춤식으로 서비스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로봇 자동화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상당히 부족하고 이런 문제를 해결할 재원도 없다 보니 생기는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로봇 자동화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첫 번째로, 수익성이 담보돼야 한다. 다양한 로봇 플랫폼을 개발하는 제조사, 고객 요구를 충족하는 자동화 솔루션 개발 업체, 운용과 유지보수를 맡는 로봇 서비스 제공 업체 모두 수익을 볼 수 있어야만 건강한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사업의 전문화와 규모화가 이뤄지지 않고는 로봇 자동화 비즈니스가 약속한 미래에 다가갈 수 없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결국 로봇 제조사가 총대를 메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중소 제조기업이나 식음료 서비스 기업이 다양하고 파편화된 공정에 대한 로봇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 통합할 때 가장 신뢰하는 플레이어가 로봇 제조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객사가 먼저 연락을 취하는 인바운드(in-bound) 영업 건의 경우 대부분 로봇 제조사로 몰려든다. 로봇 제조사인 뉴로메카가 RaaS 모델을 구축해 로봇 플랫폼을 개발하고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도 다양한 파트너를 편입시켜 일종의 미니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제조사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회사가 찾은 해답은 바로 앞서 언급한 템플릿이다. 튀김 공정 템플릿이 치킨뿐 아니라 프렌치프라이, 돈가스 등에 사용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협동 로봇에 다양한 용접기를 통합한 템플릿의 경우 하나 이상의 용접 공정에 적용될 수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용접 관련 소프트웨어가 통합돼 있기에 여러 고객사를 상대로 영업하기도 수월하다.

두 번째로, 건전한 로봇 자동화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수익성뿐만 아니라 안전성도 담보돼야 한다. 지금까지 로봇 산업계는 로봇과 작업자 간 물리적인 안전에 있어 많은 진전을 보여 왔다. 산업용 로봇과의 물리적 충돌로부터 작업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엄격한 국제 표준이 정립됐고, 이를 준수하는 협동 로봇이 많이 출시됐다. 나아가 이제는 자율 이동 로봇에 협동 로봇이 통합된 자율 이동 매니퓰레이터의 안전 기준을 정립하려는 산학연의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안전을 보장하는 범위를 작업장이나 공장 전체로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작업자와 공정 장비, 기존 자동화 시스템과 각종 로봇이 더불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세이프 스마트 팩토리(safe smart factory)의 개발 및 적용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 가지 염려스러운 점이 있다. 자율 이동 로봇이나 로봇 팔의 제어 및 구동을 위해서는 장시간 연속 운용이 가능한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돼야 한다. 그런데 최근 전기차, 데이터센터의 비상전원시스템(UPS), 태양열 발전의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 폭주가 원인으로 의심되는 화재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빈도도 증가하고 있다. 로봇에서 이 문제가 더 심각한 이유는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팜, 데이터센터, 서비스 현장 등 주요 시설에 투입된 로봇 시스템의 화재가 자칫 엄청난 규모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장 배터리의 화재에 대한 기본적인 소화 시스템의 개발 및 보급이 시급한 이유다.

최근 대형마트, 백화점, 쇼핑센터 등의 상업용 주방 시설에 소화 장치의 의무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식음료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조리 자동화 로봇이 대중화되는 상황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의 진압을 위한 소화 장치를 도입해 놓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손실로 돌아올지 모른다. 가령, 조리용 기름으로 인한 화재만 진압하던 기존 소화 장치는 실제 사용 시 로봇, 자동화 장치, 유도식 가열기에 심각한 손상을 가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이런 주변 장치 손상 등의 문제를 낳지 않는 새로운 소화기를 도입해야 한다.

이제는 로봇 시스템 자체의 안전성에 근본적인 질문부터 다시 던져야 할 때다. 여기에는 운용과 관련된 ‘산업 안전’이나 해킹과 관련된 ‘정보 보안’ 등도 당연히 포함되지만 환경오염이나 화재로부터의 보호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로봇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은 로봇 시스템이 안전할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이 있거나 위험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내버려 두면 로봇에 탑재된 배터리 화재가 인명 손상이나 큰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로봇 산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 로봇 비즈니스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라도 정부 및 관련 업계는 관련된 규정을 정비하고, 개발 및 보급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 박종훈 | 뉴로메카 대표

    박종훈 대표는 포항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2013년 뉴로메카를 설립해 2022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켰으며 포스텍 기계공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일본 히로시마대 객원연구원과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책임연구원, 심랩 기술이사를 역임했다. 2017년 한국로봇학회 선정‘올해의 기술상’ 수상, 공학한림원 ‘2025년 대한민국을 이끌 미래100대 기술 주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coolcat@neuromeka.com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