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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Interview: ‘유니버설로봇’의 킴 포블슨 CEO, 이내형 한국법인 대표

위험하고 귀찮은 일 처리하고 볼거리 제공도 협동 로봇,
인간과 상호작용으로 영역 확대 중

김윤진 | 368호 (2023년 0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사람과 분리된 환경에서 일하던 기존 산업용 로봇과 달리 오늘날의 협동 로봇(cobot, collaborative robot), 이른바 ‘코봇’은 사람과 함께 일한다. 이들은 작고, 다재다능하며, 유연하게 환경 변화에 적응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전문 프로그래밍 기술을 갖추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기 때문에 접근이 쉽다. 이런 협동 로봇은 여름에도 에어컨을 틀 수 없는 페인트 도색 현장, 습하고 산소가 부족한 깊은 광산, 무거운 물체를 수시로 날라야 하는 물류 현장 등에서도 균일하게 업무를 수행하면서 사람들을 위험한 노동에서 해방시켜 줄 수 있다. 하지만 협동 로봇의 잠재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인간과의 상호작용이 원활해지고 비전 AI 등 소프트웨어가 고도화되면 더 정교한 업무를 하고 사람의 일하는 방식을 따라 배울 날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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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산업용 로봇은 사람과 분리된 공간에서 일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자동화를 위해 제조 현장에 침투해 있는 협동 로봇(cobot, collaborative robot), 이른바 ‘코봇’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공유 작업 공간에서 ‘사람과 함께’ 일한다. 로봇이 사람 곁에서 일하기 위한 과정은 말처럼 쉽지 않다. 반드시 위험성 평가를 통과해 안전한 기능을 갖췄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람의 힘을 감지하고, 작업자가 가까이 있을 때 멈추거나 속도를 늦출 수 있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전력을 제한하면서 작업 페이스에 맞춰야 한다. 또한 일반 작업자가 너무 어려워하지 않도록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전문 프로그래밍 기술 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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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렇게 작업자와 더불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협동 로봇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기업이 바로 덴마크의 유니버설로봇(UR)이다. 이 회사가 2008년 세상에 처음 선보인 제품 UR5는 6개 관절로 돼 있는 ‘로봇 팔’로 덴마크와 독일 유통 업체에서 판매를 개시한 이래 산업용 로봇 시장의 명실상부한 ‘게임 체인저’가 됐다. 산업용 자동화 시장을 평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도 글로벌 시장점유율 약 50%로 업계 1위 자리를 놓지 않고 있다. 특히 로봇은 너무 비싸고 복잡하다고 생각한 중소기업들의 편견을 깨며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보다 저렴한 가격에 협동 로봇을 보급해 왔다. 상대적으로 로봇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기업들을 고객사로 포섭하고, 유연성을 앞세워 변화하는 생산 요구에 맞춰 시장을 장악해나간 것이다.

이미 유니버설로봇의 협동 로봇은 한국에서도 대형 산업 현장은 물론 자영업체 곳곳에 침투해 있다. 가령, 성수동에 위치한 카페 ‘봇봇봇’에서는 바리스타인 ‘드립봇(Dripbot)’이 커피를 추출해주고 직원은 주문을 받거나 고객이 선택한 원두에 대한 설명을 담당한다. 이 밖에도 칵테일 봇, 케이크에 그림을 그려주는 봇이 협소한 카페 안에서 함께 일한다. 한국의 협동 로봇 시장이 연평균 44% 성장해 2025년 5000억 원(3억6558만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점쳐지고1 두산로보틱스, 한화정밀기계, 레인보우로보틱스, 뉴로메카 등 국내 협동 로봇 사업자들 간 경쟁도 더 치열해지는 가운데 DBR이 유니버설로봇 CEO인 킴 포블슨과 한국 법인의 이내형 대표로부터 협동 로봇이 어떻게 인간이 일하는 환경을 바꾸고 있는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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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서비스 로봇들이 일상에 침투하고
있는데 유니버설로봇은 왜 계속해서 산업용
로봇에 집중하는가?

킴 포블슨 CEO(이하 킴):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무궁무진해지고 서비스 로봇과 산업용 로봇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여전히 분명한 경계가 있으며 정교한 로봇을 일반 가정에 두는 것은 아직 먼 얘기다. 비산업(non-industrial) 분야의 로봇 사용에 흥미를 느끼기는 쉽다. 그러나 인간이 로봇을 일터에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너무 일찍 시선을 돌리는 것은 실수라 생각한다. 수백만 명의 제조업 노동자가 지금도 반복적이고, 불쾌하고, 위험한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노동 가능 인구는 줄어들고 기업들은 제조업에 적합한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으로 일상 가까이에서 서비스 로봇이 새롭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을 목격하게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제조업에서 로봇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것이 우선이라 보고 있다. 유니버설로봇의 비즈니스 초점을 산업용 로봇에 두는 이유다.

이내형 대표(이하 이): 제조업에서 협동 로봇은 사람이 오랫동안 했을 때 건강에 해로운 업무를 덜어주고 사람이 창의적인 업무에 몰두할 수 있게 해준다. 로봇의 쓰임새가 다양해지고 있다지만 여전히 많은 제조 기업은 로봇 자동화가 얼마나 비즈니스를 개선할 수 있을지 잠재력을 잘 모르고 있다. 이렇게 산업용 로봇에 대한 인식 제고가 유니버설로봇의 최우선 과제인 만큼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로봇이 식음료(F&B) 산업에 지나치게 빠르게 침투하는 것에 대한 염려도 있다. 기계 부품 사이사이 그리스(윤활유)가 식품에 떨어질 가능성도 있고 공기 중 떠다니는 유증기(기화된 기름 방울)로 인해 로봇이 고장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입 시 이런 위험성도 고려해야 한다.

협동 로봇이 활용되고 있는 새로운 산업군에는 어떤 게 있나?

킴: 한 예로, 제약이나 의료 분야에서 협동 로봇의 도입이 활발하다. 영국에는 랩맨 오토메이션(Labman Automation)이라고 실험실 로봇의 설계, 제조를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가 있는데 이곳과 유니버설로봇이 함께 자동화된 고체 약물 투여 로봇인 ‘멀티도즈(MultiDose)’를 개발한 바 있다. 이 로봇은 분말을 조제해 대량으로 바이알 용기(vial)에 투여하는 작업을 하는데 기존 기술자가 수동 투여에 쏟던 시간을 최대 6시간까지 절약해준다. 이런 로봇은 스스로 이동하면서 실험하기 때문에 근무시간 이후에도 혼자 작업하면서 처리량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안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기존 실험실 프로세스에 쉽게 통합돼 근무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이: 이와 비슷하게 덴마크 겐토프테시에 위치한 코펜하겐 대학병원에서는 두 대의 UR5 로봇을 도입해 혈액 샘플의 처리 및 분류 작업을 최적화했다. 로봇 도입 이후 병원이 분석해야 할 혈액 샘플이 20%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인력 없이 실험실 도착 1시간 안에 90% 이상 처리, 분류가 가능해졌다고 한다. 이런 협동 로봇은 크기가 작지만 압축적으로 필요한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대형 기계를 도입할 수 없는 병원 연구실에 들어갈 수 있다. 중간에 기술자의 손길이 필요할 때 사람이 쉽게 개입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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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로봇은 글로벌 고객사가 많을 텐데
한국 고객의 요구나 특성은 어떻게 다른가?

킴: 전 세계적으로 로봇에 대한 수요를 견인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인력난’과 ‘기술 부족’이다. 한국 시장도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 기업과 크게 다르진 않다. 다만 생산성과 품질, 안전성 못지않게 인간공학, 더 구체적으로는 직원 복지 차원에서 로봇을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반복적인 일이나 부상 가능성이 있는 일, 특히 무거운 물건을 들고 반복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일을 대체하려는 수요가 많다. 또 다른 나라와의 차이점을 꼽자면 로봇의 사용처가 다양한 편인 것 같다. 물론 한국에서도 자동차, 전자산업에서 로봇이 가장 많이 쓰이고 있긴 하지만 앞서 말한 제약, F&B, 물류 등 산업 전방위적으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 인간공학에 중점을 두고 로봇을 도입한 곳으로 한국 유일의 텀블러 공장 사례를 들 수 있다. 이 공장은 텀블러 도색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도색을 할 때는 작업 환경에 어떤 불순물도 들어가서는 안 되기 때문에 여름에 에어컨을 켤 수가 없다. 또한 페인트칠을 하는 작업이라 페인트 냄새도 고약하고 피할 수 없다. 그렇기에 한국의 젊은이는 물론 외국인 노동자도 이런 일자리를 외면했다. 더군다나 원래는 이 도색 작업을 장인 혼자 담당하고 있었는데 그 장인 역시 나이가 들면서 업무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때 도입한 게 협동 로봇이다. 인간이 견디기 힘든 온도에서도 균일하게 업무를 해낼 수 있는 협동 로봇의 강점이 페인트 도색 현장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로봇이 사람이 하기 힘든 업무를 대체한 덕분에 텀블러 공장은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고 로봇 한 대를 추가로 도입해 생산성도 더 높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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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 로봇 도입으로 작업 효율을 높인
한국 고객사 사례를 설명해달라.

킴: 보일러, 온수기 등 난방기기용 점화 변압기를 생산하는 한 제조 업체가 있는데 이곳은 로봇을 활용해 생산 작업자의 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제조 비용을 절감하려 했다. 그래서 두 대의 협동 로봇을 도입하고 작업자들의 단순노동 중 물건을 손으로 쥐고 다른 곳에 옮기는 ‘픽 앤드 플레이스(Pick and Place)’를 자동화했다. 결과적으로 수작업을 할 때 시간당 300개 정도 생산하던 제품을 시간당 720개 정도 생산하게 됐다. 완제품 기준으로도 일일 생산량이 약 39% 증가했고 불량률도 거의 제거됐다고 한다.

이: 현대고주파열처리의 사례도 들 수 있다. 이곳은 협동 로봇으로 인해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생산량이 늘어 추가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현대고주파열처리는 다품종 소량 생산 환경에서 자동화를 구현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와 인건비 상승, 작업자의 높은 피로도 등의 문제를 겪고 있었다. 그런데 협동 로봇이 열처리 전인 자동차 부품을 고주파 처리기에 넣고 처리가 끝나면 부품을 꺼내 컨베이어벨트 위에 놓는 일을 하게 되면서 생산성이 약 31% 늘었고 이런 생산성 향상 덕분에 직원 2명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로봇에 대해 전혀 모르는 직원들을 로봇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데 한 달여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직원들이 큰 반감을 느끼지 않는 가운데 협동 로봇이 현장에 잘 도입된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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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측면에서만 아니라 마케팅 측면에서
로봇을 도입하는 곳도 있는 것 같다.

이: 협동 로봇이 한 사람 이상의 몫을 할 뿐만 아니라 이벤트적 효과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한 예로, 호텔의 경우 바쁜 아침 조식 코너에서 협동 로봇들이 스크램블이나 계란 프라이 등을 조리해주는데 호텔을 찾는 손님들이 이 모습을 매우 흥미로워 한다. 로봇 바리스타도 사람 바리스타가 하는 모든 동작을 구현하기 때문에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고객의 눈길을 끄는 효과도 있다. 고객이 카페에 들어와서 키오스크를 통해 커피 메뉴를 결제하면 바로 로봇에 신호가 전달돼 제조로 이어진다. 드립 커피 같은 경우는 제조 시간이 7분 이상 걸리고 제조법, 순서 등을 그대로 따라야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는데 협동 로봇에 이런 제조 공정을 프로그래밍하면 정확하게 균일한 맛을 구현해 낸다. 로봇이 커피 도구 세척까지 해주기도 한다.

또한 패밀리 레스토랑인 VIPS 프리미엄 매장에 설치된 협동 로봇도 고객이 직접 버튼을 누르면 쌀국수나 마라탕을 조리해 고객에 전달하는데 주로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벤트성이 짙은 조리 로봇이라 할 수 있으며 비대면 시대에 특히 각광을 받았던 것 같다.

협동 로봇이 발전할수록 인간과의 상호작용(HRI, Human-Robot Interaction)도 중요하다는데 이게 무슨 의미인가?

킴: 협동 로봇이 기업의 생산성과 유연성을 다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람과의 원활한 상호작용이 필수적이다. 최근 미국 MIT 연구진이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23년 3-4월 호에 발표한 ‘로봇, 더 똑똑하게 활용하는 전략’에 따르면 아직은 인간의 피드백이나 개입 없이 로봇에만 작업을 맡기면 기업의 공장이 블랙박스처럼 ‘깜깜해’ 지고 외부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로봇과 함께 일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갖추고 적절히 감독하거나 개입할 수 있도록 인력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직원들이 로봇의 강점을 정확히 파악해 자신이 더 잘하는 일과 로봇이 더 잘하는 일을 구분하고 자신의 역량은 더 창의적인 업무나 기존에 하지 못했던 업무에 적용할 때 비로소 기업이 자동화를 통해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다.

이: 로봇과 인간의 상호작용이 원활해야 협동 로봇의 사용도 더 쉬워질 수 있다. 2017년 독일 프라이베르크 공과대 과학자들은 유니버설로봇의 협동 로봇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과학자들의 팔과 손에는 특수 센서를 착용하고, 협동 로봇에는 카메라와 사람처럼 물건을 집어들 수 있는 그리퍼를 설치해 인간의 모든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고 어린아이처럼 따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실험 결과 로봇은 과학자가 레고 로켓을 만드는 것을 한 번 보고 금방 학습한 것은 물론 과학자가 다음 블록을 추가할 때 적절한 블록을 건네기도 했다. 이처럼 이런 HRI 기술이 발전하면 전문 프로그래밍 없이도 로봇이 인간 동료를 간단히 보고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산업 생산 현장에서 협동 로봇이 인간의 작업 수행을 더 잘 보조할 수 있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염려도 있다.

킴: 산업별 특성, 기술 채택 비율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연히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는 거의 100%에 가깝게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기술 및 문제 해결과 관련된 직업, 협동 로봇 프로그래밍, 유지 보수, 감독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직무가 생길 것이다. 생산성이 증가해도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 협동 로봇의 목표는 인간 노동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더 창의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게 하고, 노동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다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가령, 유니버설로봇의 율리우스란 자율 로봇은 광업에 종사한다. 광업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으며, 특히 덥고 습하고 산소가 부족한 지하의 작업 환경은 열악하다. 터널 붕괴와 폭발이라는 영구적인 위협도 있다. 향후 지표면의 광물이 고갈되면 광산은 점점 더 깊어질 것이다. 그런데 지하 2마일(3.2㎞) 이상의 깊은 광산은 인간에겐 견딜 수 없는 환경이지만 율리우스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로봇이 광산에서 무거운 장비를 나르고 데이터를 수집할 때 인간은 측량 작업을 하거나 원격 조작을 하면 된다. 만약 협동 로봇이 없었다면 광산에 환기나 냉각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만 엄청난 비용이 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에서 사람이 일하게 하는 데 비용을 쏟는 것보다는 로봇 자동화를 통해 ‘사람 없는 광산’을 구현하는 게 사람에게도 이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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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 로봇의 외관은 과거와 비슷해 보이는데
출시 초기보다 얼마나 진보해 왔는지도 궁금하다.

킴: 외관만 놓고 보면 1세대 협동 로봇은 일반적으로 크기가 작았다. 하지만 현재 협동 로봇은 팔레타이징2 을 할 정도로 큰 것도 있고 크기가 다양하다. 그러나 진정한 혁신은 유니버설로봇의 협동 로봇이 일종의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로봇 구성 요소, 애플리케이션, 종합 솔루션을 개발하는 1100여 개의 독립 회사와의 생태계(ecosystem)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사가 수요에 맞춰 애플리케이션, 솔루션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자재의 용접(붙이기), 샌딩(다듬기), 분류 등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작업도 얼마든지 수행할 수 있다. 실제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용접은 매우 높은 수준의 정밀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협동 로봇이 구현할 수 있는 움직임이 아니었다. 그런데 헤드폰에서 볼 수 있는 노이즈 캔슬링과 유사한 기술, 정확히는 진동을 제거하는 파트너사의 기술을 적용했더니 이제는 협동 로봇이 정밀한 용접까지 할 수 있게 됐다. 한 곳에서 쓰이던 기술이 다른 곳에 접목돼 로봇 판도를 바꾸는 혁신을 낳는 등 개방형 생태계가 형성됐다는 게 과거와 가장 달라진 점이다.

이: 보이지 않는 측면에서의 변화는 생태계가 형성된 것이고, 보이는 측면에서의 변화는 모델군이 다양해진 것이다. 유니버설로봇이 가장 처음 만든 UR5가 최대 5㎏까지 들어 올렸다면 보이지 않는 내부에서 완전히 다른 설계가 적용되고 무거운 하중을 처리하게 되면서 UR20은 20㎏짜리 물체도 들어 올릴 수 있게 됐다.

협동 로봇 도입으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

킴: 협동 로봇은 안전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이고 위험성 평가를 통과해야만 출시될 수 있기 때문에 협동 로봇으로 인한 사고는 매우 적다. 소위 말하는 ‘로봇 사고’는 대개 사람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협동 로봇을 도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다. 전 세계 100개 이상, 한국에는 6개(판교, 수원, 서울 논현동, 서울 성수동, 대구, 부산)의 트레이닝 센터를 두고 대면 교육을 진행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현재 18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화상 아카데미에서도 트레이닝을 제공한다. 고객이 기존 자동화 시스템에 로봇 시스템을 통합하면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유통 업체, 통합 업체 네트워크와 협력해 지원, 유지보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거의 없긴 하지만 오작동을 예방할 수 있는 교육은 강조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초, 중, 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협동 로봇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로봇 시장이 커지려면 미래에 ‘협동 로봇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을 많이 양성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책으로, 컴퓨터로 배우던 코딩 과목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로봇으로 연결되는지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초거대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런 소프트웨어의 혁신이 하드웨어 기반의
협동 로봇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킴: AI는 협동 로봇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앞으로 몇 년에 걸쳐 협동 로봇도 AI를 기반으로 다양한 작업에 더 잘 적응하고, 더 다재다능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이미 몇몇 유니버설로봇의 파트너는 협동 로봇이 불규칙한 물체를 골라 배치할 수 있도록 하는 애플리케이션에 AI를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의 로봇은 같은 물체를 대상으로 같은 움직임을 반복하는 등 매우 통제된 환경에서 작동해 왔다. 물체의 크기나 위치를 수시로 변경하거나 작업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즉시 복잡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AI의 발전으로 불규칙성을 다룰 수 있게 되면 협동 로봇이 해결하는 시나리오가 한 가지가 아니라 100가지, 1000가지가 될 수도 있다.

이: 협동 로봇은 일종의 ‘도구’이고, 여기에 어떤 엔드 이펙터(End effector, 팔 끝에 달린 손)를 달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활용 범위와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엔드 이펙터로 비전 카메라나 센서를 장착하면 로봇 팔 끝으로 물체를 인식하는 식이다. 따라서 비전 AI가 발전해 물체 인식을 더 잘하게 되면 할 수 있는 업무가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기존에는 로봇을 전문가나 교육받은 직원만 다룰 수 있었지만 생성형 AI가 경험이 없는 이용자에게 적합한 자동화 솔루션을 제시하게 되면 누구나 더 편하게 로봇과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유니버설로봇이 AI 등 소프트웨어에 비교 우위가 있는 기업들과 협력하기도 하나?

이: 차별화된 기술을 가진 고객사들과 함께 공동으로 솔루션을 개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멘스 에를랑엔 독일 공장(GWE)의 경우 자체 보유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과 유니버설로봇의 협동 로봇을 함께 사용해 공장 자동화를 이뤄냈다. 이들은 협동 로봇의 도입을 계획하면서 디지털 트윈 기술로 공급망의 모든 단계를 가상으로 미리 계획하고 VR(가상현실)에서 시뮬레이션했고, 결과적으로 자동화에 성공했다.

또한 컴퓨팅 소프트웨어 기업인 미국 매스웍스(MathWorks)와는 이 회사가 제공하는 고급 언어 및 개발 환경 ‘매트랩(MATLAB)’에서 함께 협동 로봇 애플리케이션을 설계했다. 머신러닝, 딥러닝, 컴퓨터 비전, 최적화, 센서 융합, 고급 신호 처리 등 더 전문적인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후 유니버설로봇 하드웨어에 연결해서 검증을 해본 것이다. 그 결과 이제는 유니버설로봇도 외부 센서를 통해 여러 데이터를 수집하고 센서 융합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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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과 공급망 위기,
후발주자의 추격 등으로 인한 걱정은 없나?

킴: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지만 유니버설로봇은 이를 잘 극복해 최대 연간 매출3 을 거뒀다. 공급망 위기에 직면했을 때 중요한 것은 결국 협업과 소통이다. 공급 업체와의 탄탄한 신뢰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면 납품 중단이 발생하더라도 지연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을 미리 확보해둘 수 있다. 지난해에도 생산팀은 매일 주요 공급 업체와 대화를 나누면서 부품 등 구성 요소를 이중, 삼중으로 소싱하고, 오직 고객에게 협동 로봇을 적시에 배송한다는 목표에만 집중했다. 내부적으로도 생산과 R&D 간에 긴밀하게 소통했기 때문에 최종 품질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가용할 수 있는 구성 요소에 따라 제품을 변경하는 등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현재 협동 로봇 시장은 경쟁자나 신규 진입자를 수용할 정도로 충분히 크다고 생각하며 지금처럼 고객 요구를 충족시켜 나간다면 시장 리더 역할도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해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면 로봇에 대한 투자도 단기적으로는 위축될 수 있다. 하지만 결국은 인건비 절감, 노동력 부족 해소, 기술 확보에 대한 니즈는 계속해서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지난해에도 예외 없이 확인됐다. 로봇 자동화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 왔듯이 고객이 더 쉽게 자동화할 수 있도록 협동 로봇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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