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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업

보청기가 무선이어폰-안경에 ‘쏙’… 삼성-애플 ‘난청 테크’ 경쟁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26.09.08
[영올드&] 자사 음향기술 살려 보청 기능 개발
AI로 주변 소음 지우고 말소리 키워
버즈-에어팟에 도입, 착용 부담 낮춰
“난청 인구 보청 기능 접근성 높여”
청력 감퇴에 시달리는 고령층을 겨냥한 기업들의 ‘난청 테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존 보청기 업체들 외에 애플, 삼성 등 전자기기 빅테크까지 인공지능(AI)을 통한 음성 분리와 개인별 청력 보정 기술을 앞세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휴대전화와 이어폰 등을 개발하면서 쌓은 음향 기술로 소음 속 말소리를 선명하게 전달하고, 무선 이어폰과 안경 같은 일상용품에 보청 기능을 넣어 착용 부담을 낮추는 것이 특징이다.

● 소음 속 말소리 골라내는 AI

빅테크가 난청 시장을 공략하는 데 있어 핵심은 AI 기술이다. 이어폰에 쓰던 AI 기술을 활용해 주변 소음 속에서 말소리를 골라내는 보청 기능을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전자기기 업체 앵커는 3일(현지 시간) 첫 일반판매용 보청기 ‘RIC 히어링 에이즈 프로’를 공개했다. 본체를 귀 뒤에 걸고 리시버를 귓속에 넣는 형태로, 유럽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IFA 공식 혁신상인 ‘베스트 오브 IFA’를 받았다. 핵심은 자사 이어폰 등 음향 기기에 사용해 온 ‘THUS AI’ 칩이다. 마이크 4개로 소리가 들어오는 방향을 분석해 착용자 앞쪽 사람의 목소리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방향의 소음은 줄인다.

AI 음성 분리 기술이 주목받는 것은 고령층의 난청이 단순히 소리 크기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령층은 여러 소리가 섞여 있을 때 원하는 소리를 가려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시끄러운 식당에서 맞은편 사람의 말은 잘 들리지 않는데 접시 부딪히는 소리는 크게 느껴지는 식이다. 전체 소리를 함께 키우면 주변 소음까지 커지는 만큼 필요한 말소리를 선택적으로 살리는 기술이 중요한 것이다.

이에 ‘노이즈 캔슬링(주변 소음 차단)’ 같은 음향 기술과 AI 개발 경험을 쌓아 온 빅테크들은 기존 연구시설과 인력을 활용해 보청 기능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에어팟, 홈팟 등의 음향 성능을 시험하는 오디오 연구소에서 보청 기능을 검증했다. 쿠바 마주르 애플 청력 건강 수석 엔지니어는 “외부 환경을 실내에 재현해 에어팟의 보청 기능 등을 조정하고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2024년 에어팟 프로2에 보청 기능을 처음 도입했으며, 현재 국내에서도 에어팟 프로2와 프로3로 청력 테스트와 보청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올 3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등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에어팟의 보청 기능을 사용한 성인 20명의 말소리 인식과 회상 능력이 향상됐다.

삼성전자도 보청 기능을 갤럭시 버즈에 도입한다. 지난달 갤럭시 버즈3 프로와 버즈4 프로에 적용되는 보청 기능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도 받았다. 삼성은 배경 소음을 줄이고 앞쪽 소리에 집중하는 ‘빔포밍’ 기술을 적용했다. 올해 4분기 미국 등에서 해당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 난청 인구 늘면서 ‘일상 속 보청’ 트렌드

기존 보청기 시장은 높은 진입장벽 탓에 전문 업체들의 비중이 컸다. 개인의 청력에 맞춰 주파수별 증폭 정도를 조절해야 하는 의료기기로, 각국의 인허가를 받아야 할 뿐 아니라 청력검사와 제품 조정, 사후관리까지 담당하는 전문 인력과 판매망도 필요했다.

하지만 고령화에 따라 보청시장이 커지고 규제가 완화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난청 인구가 현재 15억 명 이상에서 2050년 약 25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은 2022년 성인이 경도·중등도 난청용 보청기를 처방전이나 전문가의 조정 없이 구입할 수 있도록 일반판매용(OTC) 보청기 시장을 열었다. 미셸 타버 당시 FDA 의료기기·방사선보건센터장 대행은 2024년 에어팟의 보청 기능을 허가하며 “난청 인구들이 보다 쉽게 보청 기능에 접근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안경처럼 매일 쓰는 생활용품에 보청 기능을 넣어 별도 기기를 착용하는 부담을 줄이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안경업체 에실로룩소티카의 보청 안경 ‘뉘앙스 오디오’는 안경테에 지향성 마이크와 스피커를 넣었다. 평소 쓰는 안경으로 청취까지 보조하는 방식이다. 에실로룩소티카는 “기존 보청기의 눈에 띄는 외형과 착용 불편, 비용 등이 사용을 가로막아 왔다”며 “소비자들이 하나의 제품으로 선명하게 보고 또렷하게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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