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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 테크

해수온 1.6도 상승, 김 바다 양식 휘청… 육지 수조로 키운다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26.08.29
[위클리 리포트] 김 수출 급증에 ‘육상 양식’ 연구 박차
해외서 ‘건강한 스낵’으로 인기… 작년 11억 달러 수출, 역대 최고
기후변화로 안정적 생산 어려워져… 수온 조절 ‘육상 양식’, 대안으로
풀무원-대상 등 기술 확보 추진… 정부, 2029년까지 350억 지원
생육 짧고 맛 동일… 대량화 관건
25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 위치한 풀무원기술원에서 이다정 풀무원 선임연구원이 김 배양기에 산소를 주입하고 있다.  2021년부터 김 육상 양식 연구를 이어온 풀무원은 내년부터 육지에서 키운 김을 활용한 제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오송=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김 종자를 키우려면 바닷물 온도가 차갑게 낮아져야 하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온난화 때문에 그 시기가 점점 늦어지고 있어요. 육상 수조는 1년 내내 온도를 통제할 수 있으니 보다 안정적으로 김을 생산할 수 있을 걸로 기대합니다.”

25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 위치한 풀무원기술원. 이곳에서 만난 이다정 풀무원 선임연구원은 1층에 마련된 김 육상 양식 수조에 온도계를 넣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서 풀무원 연구진들은 김을 종자부터 수확 단계까지 육지에서 키우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육지에서 김을 양식하기 위해서는 수온과 염도, 빛 등을 정밀하게 제어해 적정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며 “현재는 수조 규모가 커졌을 때 가장 생육에 적합한 조건을 확인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 원초 없이는 불가능한 ‘김의 미래’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세계를 사로잡은 K푸드의 대표 주자인 김은 그 인기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생산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기후 위기로 바다 생태계가 급변하면서 원초를 안정적으로 얻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이에 식품업계는 ‘김의 미래’를 위한 기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김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원초 공급망 확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김 생산량은 자연환경, 그중에서도 특히 수온에 따라 해마다 큰 변동을 보여 왔다. 김의 생육 최적 수온은 5∼15도로, 해수온이 늦게 떨어질수록 김 양식을 시작하는 시기가 늦어지고 생산 기간도 짧아진다. 문제는 한반도 주변의 바다가 유독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58년(1968∼2025년)간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약 1.60도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 표층 수온 상승률이 0.76도 상승한 것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해수온 상승으로 김을 양식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이에 풀무원은 2021년부터 김 육상 양식 연구개발(R&D)에 나섰다. 김 양식지를 육지로 끌어와 어떤 계절과 날씨에도 생산량에 영향을 받지 않고 연중 안정적으로 김을 만들겠다는 목표였다. 이를 위해 서해에서 끌어온 바닷물을 미세한 필터로 거르고, 수온과 빛, 염도, 영양분 등을 조절해 실제 바다와 비슷한 생육 환경을 만들었다.

이날 찾은 연구소에서는 맨눈으로 보기 어려운 ‘홀씨’ 단계부터 김을 키우고 있었다. 약 2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김 홀씨를 배양기에서 1∼2cm까지 키우는 데 약 60일이 걸린다는 설명이었다.

통상 바다 양식에서는 3월부터 조개껍데기에서 김 종자를 늘리는 과정을 거쳐 10월 무렵 김발에 붙인다. 해상 양식은 사실상 봄부터 가을까지 종자만 준비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비해 육상 양식은 이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으로 보였다.

이 선임연구원은 “센서가 실시간으로 수조의 수온과 염도, 수소이온농도(pH) 등을 확인한다”며 “더욱 세밀한 파악을 위해 연구진이 하루에 두 번 직접 상태를 보고 가장 적합한 생육 조건을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 2030년 마른김 수요 2억 속 돌파 예상

김은 최근 몇 년간 ‘검은 반도체’라 불릴 정도로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 품목으로 성장했다. 28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국 김 수출액은 2010년 처음 1억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2021년 약 7억 달러, 지난해 11억3352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0년 6억 달러와 비교하면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30년 마른김 전체 수요는 연간 2억1000만 속(1속=100장)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10년간 국내 마른김 생산량 평균이 연 1억5000만 속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2030년에는 예상 수요 대비 약 6000만 속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도 ‘지속 가능한 김 생산’을 위해 민간과 손잡고 육상 양식 기술 확보를 지원하고 있다. 해수부는 지난해부터 풀무원·대상 등과 지속 가능한 우량 김 종자 생산 및 육상 양식 기술 개발 사업에 나섰다. 2029년까지 5년간 총 350억 원을 투입해 육상 양식에 적합한 고품질 김 품종을 선발하고 김의 연중·대량생산 육상 양식 시스템을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대상은 김을 해상 양식과 유사하게 구조물에 붙여 키우는 ‘부착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바다 인근 육상 양식장에서 여과한 바닷물과 자연광을 활용해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는 식이다. 대상은 이런 방식을 통해 비용 대비 생산량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준규 대상씨위드CIC 대표는 “2029년까지 기술 개발과 상용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2030년경부터 육상 양식으로 수확한 김을 상품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양질의 원초를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경제성과 규모 확보는 과제

이날 풀무원 연구소에서는 실제 육상 양식을 통해 재배한 김을 직접 먹어볼 수 있었다. 육상 김 맛은 일반 시중에서 파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가공 방식은 일반 김과 달랐다. 이 선임연구원은 “당장은 생산량이 많지 않아 네모난 전장 형태로 가공하는 기존 설비를 쓰긴 어렵다”며 “수확한 물김을 그대로 말려 조각 형태로 만들었다는 것이 차이”라고 말했다. 풀무원은 이르면 내년 중 육상 양식으로 개발한 김을 분말화해 소스와 스낵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해결돼야 할 숙제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성이다. 육지에서 바다 환경을 구현하려면 그만큼 비용이 든다. 초기 설비 투자비는 물론 낮은 수온을 유지하기 위한 냉각 장치와 조명, 바닷물을 계속 순환·여과하는 설비가 필요하다. 전력 등 이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유지비 부담도 큰 편이다.

또 연구실의 작은 수조에서 찾아낸 최적의 생육 조건을 수십, 수백 배 큰 시설에서 그대로 구현해야 하는 것도 상용화를 위해 넘어야 할 과제다. 이 선임연구원은 “작은 규모에서는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찾았더라도 이를 큰 규모로 옮기는 건 또 다른 일”이라며 “이 과정에서 문제가 계속 생기기 때문에 큰 규모에 맞는 조건을 계속 찾아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 원초 확보-제품 다양성 모두 박차

미국에서 판매 중인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 스낵’ 제품. CJ제일제당은 늘어나는 해외 김 수요에 대응해 김 제품을 스낵화해 현지인 입맛 공략에 나섰다. CJ제일제당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김의 인기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김의 미래를 위한 원재료 확보 투자만큼이나 해외 소비자의 입맛을 잡기 위한 경쟁 또한 치열해지는 이유다.

CJ제일제당은 2010년 미국으로 김 수출을 본격화한 이후 2020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보몬트 공장에서 김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에서 원초를 가져와 미국에서 김스낵과 조미김 등을 제조한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2023∼2025년 가공 김 매출은 연평균 약 35% 성장했는데, 이 중 해외 성장률이 44%로 국내 대비 높았다. 김 전체 사업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55%로 절반을 넘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43%로 가장 비중이 높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35%, 일본 12%, 유럽 10% 순으로 호응이 큰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김을 밥반찬보다는 ‘건강한 스낵’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시장에서 칩, 롤 등 스낵 형태의 제품 16종을 개발했다. 멀리사 톰프슨트루프 CJ슈완스 아시안식품 제조 담당 부사장은 “미국은 웰빙 간식에 대한 수요가 높은 국가인 만큼 김이 건강한 스낵이라는 개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송=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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