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삼성-LG 점유율 34.9%
GE-월풀은 33.7%, 반년새 역전
빌트인 등 현지 맞춤형 강화에
프리미엄 가전 전략도 큰 역할
빌트인 형태로 미국 소비자 맞춤형으로 설계된 한국 주방가전 모습. 왼쪽은 삼성전자가 북미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오븐, 냉장고 등 주방가전 이미지. 오른쪽은 LG전자가 올 2월 북미 주방·욕실 전시회 ‘KBIS 2026’에 참가해 선보인 프리미엄 주방 가전 브랜드 ‘SKS’. 삼성전자·LG전자 제공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체들이 북미 주방가전 시장에서 입지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북미 주방가전은 GE, 월풀 등 현지의 ‘전통 강자’들이 장악하고 있었지만 한국 기업들이 올 상반기(1∼6월) 합산 기준 점유율에서 처음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 북미 ‘K가전’ 반년 새 29.6%→34.9%
30일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상반기 북미 주방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2등·17.9%), LG전자(3등·17.0%)의 합산 점유율은 34.9%로 경쟁사 GE(1등·24.4%), 월풀(4위·9.3%)을 합산한 33.7%를 앞질렀다. 지난해 연간 기준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29.6%로 GE, 월풀의 37.2%와 비교해 7.6%포인트 뒤처졌지만 올들어 추월에 성공한 것이다.
세계 최대 가전 소비시장인 미국에서 주방가전은 TV나 세탁기, 에어컨 등 일반 생활가전 대비 현지 전통 브랜드 선호도가 높았다. 삼성전자, LG전자의 미국 생활가전 시장 점유율이 각각 20%대인 것과 비교해 주방가전은 아직 10%대에 머물러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가열 조리대 ‘쿡탑’과 오븐을 결합한 일체형 조리기구 레인지가 대표적이다. 레인지는 미국 내 가정 보급률이 100%에 달하는 ‘국민 가전’이라 현지 소비자들은 익숙한 현지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특히 주방가전은 맞춤형 ‘빌트인’으로 설치되는 경우가 많아 기존에 써오던 제품과의 연속성이 중요했다.
하지만 TV, 생활가전을 통해 한국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쌓이고 빌트인 등 현지 맞춤형 전략을 강화하자 국내 기업들이 미국 주방가전 시장에서 점유율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현지에서 받는 평가도 크게 높아졌다. LG전자는 미국 최대 소비자매체 컨슈머리포트가 선정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주방가전 브랜드’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시장조사기관 JD파워가 발표한 ‘2026 생활가전 소비자 만족도 평가’에서 후드 일체형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등 6개 부문 1위를 차지했다.
● 프리미엄 전략으로 북미 공략 국내 기업들이 북미 주방가전 시장에서 중점을 두는 방향 중 하나가 ‘프리미엄’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올 2월 미국 플로리다주 비에라 고급 주택단지인 ‘아리페카’ 260가구 전체에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브랜드 ‘데이코’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데이코는 삼성전자가 2016년 인수한 미국 현지 브랜드다. 아리페카는 2027년 완공 예정으로 삼성전자는 이곳에 레인지, 냉장냉동고, 와인셀러 등 빌트인 가전 6종을 공급한다. LG전자는 지난달 미국 보스턴에서 초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브랜드 ‘SKS’ 쇼룸을 열고 기업 간 거래(B2B) 고객 확보에 나섰다.
주방가전 사업은 전 세계 가전 시장이 정체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한국 기업이 그동안 부진했던 분야에서 새롭게 성장을 모색하는 분야다. 시장 자체가 크게 성장하지 않더라도 경쟁사 점유율을 뺏어 신시장 개척 효과를 내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가정용 주방가전 시장 규모는 2024년 632억540만 달러(약 87조2550억 원)에서 2033년 787억5990만 달러(약 108조7280억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랜드뷰리서치는 “이는 전 세계 시장의 24%를 차지하는 규모로 미국이 앞으로도 세계 주방가전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인기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