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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

“북극항로 개척하라”… 시범운항 컨테이너선 내일 출항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26.08.21
‘팬스타 아크로’호 45일간 항해 나서
수에즈항로 통한 유럽 운항보다 편도 거리 7000km 짧고 10일 단축
정세불안 중동 항로 대체 뱃길… 겨울엔 못다니고 러와 협력은 부담
국내 선사가 운영하는 컨테이너선이 처음으로 북극항로 운항에 나선다. 북극항로는 북극해를 지나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항로다. 최근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등 대체 항로의 필요성이 높아진 만큼 정부는 이번 운항으로 북극항로 운항의 경제성과 안정성을 검증해 상업 운항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중국이 최근 정기 컨테이너선 운항을 시작한 가운데 한국도 이번 시범 운항을 계기로 북극항로 상용화를 위한 실증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 기존 항로 대비 편도 7000km 단축

해양수산부는 부산 선사 팬스타라인닷컴의 2758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22일 부산항 신항에서 출항해 북극항로를 거쳐 유럽을 왕복하는 시범 운항을 시작한다고 20일 밝혔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화학 제품과 중고차, 자동차 부품 등 85개 화주사의 수출 화물 약 737TEU와 공컨테이너 100개를 싣고 떠난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30일 북극 해역에 진입해 약 8일간 북극해를 6400km 항해한다. 다음 달 9일 영국 펠릭스토항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과 폴란드 그단스크항에 차례로 기항한 뒤 같은 항로로 돌아와 10월 5일 부산에 입항할 계획이다. 운항 거리는 약 3만 km로, 기간은 총 45일이며 북극해 기상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해수부는 운항 거리와 기간, 연료 소모량, 운항 비용 등을 분석해 정기 노선 구축에 필요한 조건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한국해운협회는 올 5월 공모를 거쳐 팬스타라인닷컴을 운항 선사로 선정했다. 해운협회 기금으로 최대 40억 원의 시범 운항 지원금과 화물 유치 장려금도 지원한다. 이수호 해수부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은 “실제 선박과 화물을 통해 북극항로의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한국 기업은 2013년 현대글로비스의 나프타 시범 운항을 시작으로 2015년 CJ대한통운, 2016년 팬오션과 SLK국보가 중량물을 북극항로로 운송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다양한 화주의 화물을 정해진 일정에 따라 나르는 컨테이너선이 북극항로를 왕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기 물류망으로서의 가능성을 시험한다는 의미가 있다.

● 수에즈 대체할 뱃길로 주목


북극항로가 주목받는 이유는 운항 거리가 짧다는 데 있다. 부산항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구간 기준으로 북극항로의 편도 거리는 1만3000km다. 2만 km인 수에즈 운하 경유 항로보다 약 7000km 짧다. 소요 기간도 30일에서 20일로 10일 줄어든다.

특히 중동 정세 불안과 함께 북극항로는 수에즈 운하 의존도를 낮출 대체 뱃길로 떠오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물론 홍해 항로도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인 후티 반군의 영향권에 놓인 상태다. 중동의 주요 뱃길이 잇따라 흔들리면서 새로운 항로를 확보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기후 변화도 북극항로가 새롭게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과거에는 쇄빙선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이번에는 기후 변화로 여름철 해빙(海氷)이 줄면서 쇄빙선 없이 항해할 수 있게 돼 비용 부담이 줄어 상업 운항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 해수부의 설명이다.

다만 얼음이 다시 어는 겨울에는 다닐 수 없고, 항로 대부분이 러시아 관할 수역이라 통항 허가 등 러시아와 협력이 필요하다. 이 협력이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본부장은 “주요 관련국에 북극항로 시범 운항의 목적과 필요성, 운항 계획을 설명하고, 국제사회 규범 준수를 위해 필요한 협의도 완료했다”고 했다.

한중일 3국 모두 북극항로 운항에 관심을 갖고 있는 가운데 현 시점에서는 중국이 앞서 있다는 평가다. 해수부에 따르면 중국 선사는 북극항로에서 컨테이너선 운항을 1회 완료했고, 올해는 8항차 운항을 계획해 최근 첫 항차가 출항했다. 해수부는 “(중국 선사 운항) 관련 사항을 유심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미래에 대비하는 기반을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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