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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한화 ‘국산 완성 무기체계’로 美 방산시장 첫 진출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26.08.20
한화에어로스페이스-美육군 계약
K9 차륜형 자주포 시제품 6대 공급… 獨-英-이스라엘 등 방산업체 제쳐
최대 18대, 계약규모 3680억원… 성능 검증 통과땐 본계약 체결
김승연-김동관 진두지휘 성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 육군과 시제품 수출 계약을 맺은 K9 차륜형 자주포(K9MH)가 시험 발사를 하고 있다. 한국이 완성 무기 체계를 미군에 직접 공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산 완성 무기체계로는 처음으로 미군 시장에 진출했다. 그동안 국내 방산업체들은 탄약과 방산 부품 등을 중심으로 미국에 수출해왔지만, 이번에는 완성 무기체계를 미군에 직접 공급하면서 세계 최대 방산시장 공략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향후 본계약과 다른 국가로의 추가 수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 한화디펜스USA는 미 육군과 K9 차륜형 자주포(K9MH) 시제품 6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시제품 6대의 계약 규모는 1억30만2961달러(약 1400억 원)다. 추가 12대 옵션을 포함한 전체 계약가치는 최대 2억6290만3274달러(약 3680억 원)다. 차륜형 자주포는 타이어 바퀴로 움직여 도로에서 빠르게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K9MH는 K9 계열의 155mm 화포와 자동화 기술 등을 차륜형 플랫폼에 적용한 미국 맞춤형 모델이다. 한화가 차륜형 자주포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도 처음이다.

당초 미 육군은 사거리를 늘린 58구경장 화포를 탑재한 궤도형 자주포 개발을 추진했지만 포신 마모 등 기술적 문제로 차질을 빚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과 대포병레이더 때문에 포탄의 위치가 빠르게 노출돼 적에게 공격을 당하는 일이 많아지자, 미 육군은 도로에서 빠르게 장거리를 이동하고 사격 직후 자리를 벗어날 수 있는 차륜형 자주포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한화는 2024년 3월 미 육군 예산안에서 차륜형 자주포 도입 움직임을 확인한 뒤 K9MH 개발에 착수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관 수석부회장도 글로벌 분쟁 장기화와 이에 따른 미국의 무기 수요 증가를 고려해 미국 맞춤형 자주포 개발과 현지 시장 공략에 힘을 쓸 것을 주문했다.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과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등으로 미국 내 무기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미 육군의 수요를 선제적으로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번 사업에는 이스라엘 엘빗의 ‘시그마’, 독일·프랑스 합작 방산업체 KNDS의 ‘세자르’, 독일 라인메탈의 차륜형 자주포, 영국 BAE시스템스의 ‘아처’ 등이 경쟁했다. 미 육군은 납기와 요구 성능, 현지화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K9MH를 선정했다.

미 육군은 향후 4년간 K9MH를 직접 운용하며 성능과 신뢰성, 군수지원성 등을 검증하고 작전환경에 맞게 세부 조건을 보완할 예정이다. 통상 시제품 운용 과정에서 세부 사양을 조정한 뒤 특별한 결함이나 결격 사유가 없으면 최종 양산 계약을 체결한다. 미 육군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K9MH를 도입하면 일부 부대에서 운용 중인 M777 155mm 견인포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화력뿐 아니라 기동성과 생존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 4월 3년 동안 임차한 앨라배마주 오펠리카의 유휴 공장에서 K9MH 평가와 시험 등을 진행하고, 현지 생산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 내 자주포 공급망을 단계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K9MH가 운용시험을 통과해 정식 전력화될 경우 K9 계열의 미국 시장 안착은 물론 다른 국가의 차륜형 자주포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K9 계열은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이집트, 루마니아, 베트남 등 10개국에 수출됐다. 2000년 이후 세계 155mm 자주포 수출시장에서 약 6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으로 미국에서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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