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비만약 시장 진출] 2.7조 K바이오 최대 규모 M&A
펩타이드 전문 위탁생산 업체 인수
항체의약품서 ‘비만약’ 영역 확대… 美 등 6개 거점-인력 1500명 확보
“비만 넘어 치매 치료 등 확장 가능”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새로운 도약을 위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인 약 2조7000억 원을 들여 스위스 펩타이드 전문 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그룹’을 품는다. 항체의약품에 집중된 사업 영역을 비만·당뇨 치료제 원료인 펩타이드로 넓혀, 급성장하는 비만 치료제 시장을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 2.7조 들여 ‘황금알’ 비만약 시장 도전
펩타이드는 아미노산이 사슬처럼 연결된 물질로, 체내에서 호르몬처럼 신호를 전달한다. 최근 수요가 급증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도 인공 합성한 펩타이드로 만든다. 미국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와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가 대표적이다.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높이는 체내 호르몬을 모방한 이들 치료제의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두 회사의 기업 가치는 치솟았다. 특히 일라이릴리는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479조5000억 원)를 넘어 제약사 중 세계 1위에 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수하는 폴리펩타이드 그룹은 1996년 글로벌 제약사 페링에서 분사한 뒤 펩타이드 치료제 개발·생산 분야에서 스위스 바켐과 함께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번 인수 역시 가파르게 늘어나는 펩타이드 계열 비만 치료제 수요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골드만삭스 리서치는 GLP-1 계열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2030∼2035년 무렵에는 최대 1500억 달러(약 222조 원) 규모까지, 모건스탠리는 2035년 최대 1900억 달러(약 281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먹는 비만 치료제까지 등장하고 미국의 공적보험 메디케어에서 비만치료제 보장을 확대한 것도 시장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포 기반 바이오의약품 CDMO에서 케미컬 기반인 펩타이드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한국 바이오 산업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비만약 성장에 펩타이드 생산도 확대
비만 치료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질수록 주원료인 펩타이드의 위탁생산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게다가 펩타이드 생산은 ‘진입장벽’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아미노산을 하나씩 연결해야 해 공정이 복잡하고 대규모 설비도 필요해 상당수 제약사가 자체 생산 대신 전문 CDMO 기업에 맡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리서치인사이트는 세계 펩타이드 CDMO 시장이 2026년 55억2000만 달러(약 8조2000억 원)에서 2035년 291억4000만 달러(약 43조1000억 원)로 연평균 20.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간 새로 늘어나는 생산능력의 약 3분의 1이 GLP-1을 비롯한 대사질환 치료제 생산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인수로 스웨덴과 벨기에, 프랑스, 미국, 인도 등 5개국 6개 생산 거점과 전문인력 1500여 명을 확보하게 됐다. 폴리펩타이드가 수행 중인 계약도 넘겨받아 인수 직후부터 기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 정윤택 한국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펩타이드는 비만 치료제를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향후 치매 등 뇌질환 치료제로 확장될 잠재력도 큰 분야”라고 말했다.
삼성은 최근 조 단위 M&A를 잇달아 성사시키며 대형 투자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5월 약 2조4000억 원에 독일 공조기업 플랙트그룹을 인수한 데 이어 이번에 폴리펩타이드까지 품게 됐다.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로워진 뒤 삼성의 M&A 행보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 M&A 등 투자 의사 결정을 하는 데는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만큼,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현 시점이 대규모 투자에 유리한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한채연 기자 chaezip@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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