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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AI 시대, 리더가 관리해야 할 희소 자원

류영주 | 450호 (2026년 10월 Issue 1)
메일과 메신저, 회의와 보고서를 오가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분명 오래 일했는데 정작 무엇에 집중했는지는 선명하지 않다. 문제는 시간보다 ‘주의’다. 인간의 뇌는 모든 정보를 같은 비중으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제한된 인지 자원을 어디에 쓸지 끊임없이 선택한다.

특히 업무를 자주 전환할 때 문제가 생긴다. 보고서를 쓰다가 메신저를 확인하고, 다시 메일을 읽다가 회의에 들어가면 몸은 새로운 일로 이동했지만 생각까지 바로 따라오지는 못한다. 이전 업무에서 끝내지 못한 생각이 다음 업무의 집중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를 ‘주의 잔여(attention residue)’라고 한다. 일은 바뀌었지만 인지 자원의 일부는 여전히 이전 업무에 묶여 있는 셈이다.

AI의 확산은 이 문제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생성형 AI는 자료를 찾고 요약하고 초안을 작성하는 시간을 크게 줄여준다. 과거 사람이 직접 만들던 결과물을 이제 몇 분 만에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결과물이 빨리 만들어진다고 사람의 일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AI가 제시한 숫자와 출처, 논리를 확인하고 여러 대안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지 판단해야 한다. 과거에는 결과물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면 이제는 ‘고르고 검증하는 데’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해진다.

‘워크슬롭(workslop)’은 이런 문제를 잘 보여준다. AI가 만든 결과물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 업무에 활용하려면 동료가 다시 검토하고 수정해야 하는 현상이다. AI가 일을 없앴다기보다 업무의 병목을 작성에서 검토와 판단으로 옮긴 셈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AI로 회의 내용을 요약하고 고객 커뮤니케이션 초안을 만들지만 최종 판단과 책임은 직원에게 맡긴다. 반복적인 실행 업무는 AI에 맡기고 인간의 시간과 주의는 더 중요한 판단에 쓰도록 역할을 나눈 것이다.

그렇다고 AI를 도입하기만 하면 이런 변화가 저절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진의 분석에서도 AI 활용으로 이메일 작성 시간은 줄었지만 회의 시간까지 크게 감소하지는 않았다. 개별 업무의 효율이 높아져도 조직의 일하는 방식이 자동으로 바뀌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AI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아꼈느냐가 아니라 그렇게 확보한 시간과 주의를 어디에 다시 썼느냐다.

여기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개인의 주의가 제한돼 있듯 조직의 주의도 제한돼 있다. 모든 고객과 프로젝트에 똑같은 관심과 자원을 투입할 수 없는 만큼 무엇에 집중할지 선택해야 한다.

이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리더다. 리더가 회의 때마다 매출을 물으면 조직은 매출에 집중한다. 고객 이탈에 대해 반복해서 질문하면 고객을 들여다본다. 반대로 보고서 형식이나 사소한 숫자를 집요하게 확인하면 구성원의 시간과 에너지도 그곳에 쏠린다. 리더가 반복해서 묻는 질문이 곧 조직이 반복해서 바라보는 대상이 된다.

AI 시대에는 이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AI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아이디어와 분석, 선택지를 만들어내지만 조직이 그 모든 것을 추구할 수는 없다.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무엇을 할 것인지 못지않게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가 중요해진다.

따라서 AI 시대의 리더십은 ‘더 많이 하게 만드는 능력’에서 ‘중요한 것에 조직의 주의를 모으는 능력’으로 이동해야 한다. 불필요한 회의와 보고서를 줄이고 더 이상 의미 없는 지표를 걷어내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AI가 생산의 속도를 높이는 시대일수록 리더가 관리해야 할 가장 희소한 자원은 시간이 아니라 조직의 ‘주의’다.
  • 류영주

    류영주

    대구가톨릭대 일반대학원 교수, 창의뇌연구소장

    뇌교육학 및 종교학 박사로 뇌과학과 인간의 성장, 자기이해와 성과관리를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에서 ‘참삶의 길’, 전국 가톨릭 공유대학에서 ‘재미있는 뇌 이야기’ ‘영화와 뇌과학’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아이유와 수다 뇌과학’ ‘BTS의 성공과 뇌가소성(Neuroplasticity)’ 등 영화와 음악, 대중문화 속 사례를 통해 뇌과학과 인간의 행동을 쉽게 풀어내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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