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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가 부른 ‘사스포칼립스(SaaS의 종말)’ 공포

통합형 서비스를 기업 맞춤형 제공
‘AI 네이티브 SaaS’로 진화 시작됐다

김이나,정리=백상경 | 436호 (2026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앤스로픽의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 출시 이후 구독형 소프트웨어(SaaS) 섹터에서 하루 만에 약 385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시장은 이를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 즉 SaaS의 종말로 명명했다. 그러나 종말이 아닌 진화의 시작이다. SaaS의 본질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검증된 프로세스에 있다. AI 에이전트가 대체할 단순 반복 업무(BPO) 영역의 도구형 SaaS는 위협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 핵심 프로세스(BPR)를 다루는 전략적 SaaS는 AI 네이티브 SaaS로 더 강력하게 진화할 것이다. 기업 고유의 데이터와 워크플로를 깊이 이해하고 통합하는 플랫폼만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기업들 역시 비핵심 영역은 AI에 맡기고 전략적 영역은 AI 네이티브 방식으로 내재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SaaS의 종말(End of SaaS)’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

인공지능(AI) 전환이 산업의 권력 지형을 뒤흔드는 시대다. 상상을 넘어선 속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AI 기술은 시시각각 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위기와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단지 레거시 산업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동안 디지털 전환이라는 이름 아래 업무 혁신의 첨단에 위치했던 소프트웨어 산업,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마저 AI에 잡아먹힐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아쇠를 당긴 건 AI 에이전트의 등장이다. 데이터 리서치나 분석을 돕는 생성형 AI 수준을 넘어 스스로 기업 내부의 데이터에 접근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기술이다. AI 에이전트가 대중화할 경우 SaaS 시장이 근본적으로 붕괴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조심스럽게 나온다. SaaS의 종말, 사스포칼립스는 그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말이다.

한때 SaaS 산업은 AI 전환의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평가를 받았다. AI가 SaaS의 기능을 고도화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AI 에이전트는 ‘도구로서의 소프트웨어’ 자체를 대체할 가능성을 보여주며 SaaS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의 거대한 축을 이루는 산업 전체가 AI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재편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SaaS 산업의 변화는 단지 한 산업 영역의 이야기로만 읽어서는 안 된다. AI 전환이 어떤 영역을 무너뜨리고, 어떤 영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지 꼼꼼하게 살피고 이 구조적 변화를 어떻게 진보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지를 전략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1. 사스포칼립스의 충격:
하루 만에 증발한 385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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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3일 뉴욕 증시는 전례 없는 소프트웨어 대폭락을 목격했다. 앤스로픽이 공개한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의 법률 업무 자동화 플러그인이 방아쇠를 당겼다. 이날 하루에만 미국 소프트웨어 섹터에서 2850억 달러, 한화로 약 385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오라클은 이틀간 8.4% 급락했고 팔란티어 또한 11.6% 폭락했다. 세일즈포스, 인튜잇, 어도비, 서비스나우 등 ‘SaaS 4대장’도 5~9%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충격은 소프트웨어 기업에만 그치지 않았다. 법률 플랫폼 리걸줌은 16%,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2% 급락했고 톰슨로이터와 S&P글로벌도 각각 14.2%, 11.8% 하락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던 블루아울캐피털과 KKR 같은 사모펀드 주가도 각각 10.1%, 8.4% 떨어졌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같은 대형 은행마저 3% 이상 하락세를 보이면서 금융 시장 전반으로 불안이 전이됐다.

시장이 이처럼 극단적으로 반응한 이유는 명확했다. 앤스로픽이 선보인 것은 단순한 챗봇이 아니었다. 사용자의 파일 시스템에 직접 접근해 복잡한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AI 에이전트’였다. 기존 SaaS가 ‘도구(Tool)’였다면 AI 에이전트는 ‘주체(Agent)’로서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한다. 인간이 소프트웨어를 조작하는 시대에서 AI가 소프트웨어를 대체하는 시대로의 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2. SaaS의 본질:
우리는 왜 SaaS를 구매하는가?

공포에 휩싸인 시장을 이해하기 전에 먼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왜 SaaS를 구매하는가? 겉으로 보기엔 ‘소프트웨어’를 사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안에 내재된 ‘프로세스’를 구매하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검증된 표준화 프로세스를 사는 것이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고객관리 소프트웨어(CRM)로 세일즈포스를 도입하는 것은 단순히 고객 데이터를 입력할 시스템이 필요해서가 아니다. 세일즈포스가 수년간 수천 개 기업과 일하며 정제한 ‘영업 프로세스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구매하는 것이다. HR 관리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것은 채용, 평가, 급여 관리라는 복잡한 인사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설계할 필요 없이 이미 검증된 프레임워크를 빌려오는 것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국내 SaaS 업체 대표들은 종종 이런 불만을 토로한다. 한국 고객들은 SaaS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처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자신들의 프로세스에 맞춰 커스터마이징을 요구한다는 불만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SaaS의 본질을 드러낸다. SaaS의 가치는 맞춤형 개발이 아니라 표준화된 프로세스의 제공에 있다. 프로세스를 구비하지 못한 기업이 SaaS를 통해 검증된 방법론을 도입하는 것, 이것이 SaaS의 핵심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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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aS 시장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하나는 모든 업무 사이클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올인원 SaaS(All in one SaaS)’, 다른 하나는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춘 ‘버티컬 SaaS(Vertical SaaS)’이다.

HR 분야를 예로 들어보자. 올인원 SaaS는 채용부터 근태관리, 급여, 성과평가, 퇴직까지 인사 업무 전반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한다. 국내의 ‘플렉스(Flex)’나 해외의 ‘워크데이(Workday)’ 같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사용자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모든 HR 프로세스를 관리할 수 있어 편리하고 데이터가 통합돼 있어 의사결정에 유리하다.

반면 버티컬 SaaS는 특정 영역에 집중한다. ‘그리팅(Greeting)’은 채용에만, ‘시프티(Shiftee)’는 근태관리에만 특화돼 있다. 이들은 통합성보다는 특정 문제 해결의 깊이로 승부한다. 채용 담당자가 원하는 세밀한 기능, 알바생이 많은 업장의 복잡한 근태관리 니즈 등 올인원 솔루션이 미처 다루지 못하는 틈새를 파고든다.

시장은 오랫동안 이 둘 가운데 한쪽 방향으로 수렴이 일어날 것이라 예상했다. 올인원이 승리해 모든 기능을 통합하거나 아니면 영역별 최고의 버티컬 SaaS들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양자택일의 관측이었다. 그러나 AI 에이전트의 등장은 이 논쟁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 ‘어떤 유형의 SaaS가 살아남을까?’가 아니라 ‘어떤 프로세스를 다루는 SaaS가 살아남을까?’가 더 유효한 질문이 됐기 때문이다.


3. AI 에이전트 시대의 분기점:
BPO와 BPR

SaaS의 미래를 가르는 핵심은 그것이 다루는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성격이다. 비즈니스 프로세스는 크게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와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1) BPO 영역: AI 에이전트의 직접적 대체 대상

BPO 영역은 본질적으로 아웃소싱이 가능한, 분절 가능한 업무들이다. 경리, 회계 처리, 기본적인 법률 문서 검토, 단순 데이터 입력, 정형화된 고객 응대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업무를 지원하는 SaaS들은 AI 에이전트의 직접적인 위협에 노출돼 있다.

대표적인 예가 ‘경리나라’ 같은 회계 소프트웨어다. 경리 업무 자체가 AI 에이전트로 대체될 수 있다면 경리가 사용하는 도구인 회계 SaaS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앤스로픽의 법률 플러그인이 계약서 검토, NDA 선별, 규제 준수 확인을 자동화한다면 리걸테크 SaaS가 제공하던 가치는 급격히 희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논리가 SaaS를 넘어 다른 서비스 영역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세탁물을 찾아가 세탁해주는 O2O 서비스 ‘런드리고’를 생각해보자. 집에 세탁기가 있지만 사람들이 직접 하지 않아서 서비스가 성립했다. 그런데 가사 로봇이 들어와 빨래를 대신한다면? 런드리고의 존재 이유는 사라진다. BPO 성격의 SaaS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하기 번거로워서 소프트웨어에 맡겼던 일을 이제는 AI 에이전트가 더 효율적으로 처리한다.

2) BPR 영역: AI 네이티브 SaaS로의 진화

반면 BPR 영역은 다르다. 이는 기업의 핵심 경쟁력과 직결되는 ‘미션 크리티컬’한 프로세스다. 영업 전략, 제품 개발 프로세스, 공급망 최적화, 고객 경험 설계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영역의 SaaS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AI 네이티브 SaaS(AI Native SaaS)’로 진화하며 더욱 강력해진다.

AI 네이티브 SaaS란 무엇인가? 기존의 표준화한 프로세스 제공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통합된 서비스를 각 기업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데 AI가 코어로서 작용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맞춤형 개발이 비용과 시간 문제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기업들은 표준 SaaS를 쓰거나 엄청난 비용을 들여 자체 개발하는 두 가지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했다.

AI는 이 제약을 허문다. 생성형 AI는 코드 생성, 프로세스 맞춤화, 워크플로 자동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 이제 기업은 ‘통합된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우리 회사만의 프로세스’로 맞춤화된 SaaS를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AI 네이티브 SaaS의 핵심이다.

3) 현장의 변화: 다이소 프로젝트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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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턴트 입장에서 이론이 아닌 현장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사례가 있다. 액센츄어 출신의 한 IT 컨설턴트는 다이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고객 니즈의 극적인 변화를 목격했다. 프로젝트 초기, 다이소는 시장에 나와 있는 ERP 같은 올인원 SaaS를 탐색했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요구 사항이 바뀌었다. ERP처럼 통합된 기능은 원하지만 자신들의 회사 프로세스에 맞춰 커스터마이징해달라는 것이었다. 결국 다이소는 자체 개발을 선택했다. 컨설턴트들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분석하고 효율화한 뒤 시스템을 구현해 외주로 개발했다.

과거였다면 이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생성형 AI가 프로세스 분석부터 코드 생성까지 지원한다면 맞춤형 통합 솔루션이 훨씬 더 빠르고 저렴하게 가능해진다. 다이소가 원했던 것, 즉 통합성과 맞춤성을 모두 갖춘 솔루션이 바로 AI 네이티브 SaaS의 지향점이다.

4) 서비스 미래를 예측하는 질문: 제약이 사라지면?

서비스의 미래를 생각할 때 가장 유용한 사고실험이 있다. 제약이 사라지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예를 들어 ‘돈이 무제한으로 많다면 내가 이 고민을 할까?’라고 자문해보면 서비스의 본질적 가치가 드러난다.

SaaS에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만약 비용과 개발 시간의 제약이 없다면 기업들은 표준화된 SaaS를 쓸까? 아니면 자사에 완벽히 맞춘 통합 솔루션을 선택할까? 답은 명확하다. 모두가 후자를 원한다.

과거 권력자나 부유층이 기성복이 아닌 맞춤 양복을 선호했던 것처럼 기업이 일할 때 사용하는 도구 역시 본질적으로 ‘맞춤과 통합’을 지향한다. 다만 그것이 불가능해서 표준화된 SaaS로 타협했을 뿐이다. AI는 바로 이 제약을 제거한다. 이제 기업들은 통합된 서비스를 자신만의 맞춤형으로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AI 네이티브 SaaS의 본질이다.


4. 시장의 양극화:
누가 살아남고, 누가 사라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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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포칼립스 이후 시장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폭락한 기업이 있는 반면 급등한 기업도 있었다. 팔란티어는 폭락장 속에서도 6.85% 급등했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는 실적 발표 후 이렇게 말했다. “오픈AI(OpenAI)나 구글의 모델은 결국 범용 상품(Commodity)이 될 것이다. 중요한 건 기업의 데이터와 워크플로를 연결하는 ‘온톨로지(Ontology)’ 레이어다.”

단순 문서 요약이나 데이터 입력 같은 BPO 영역의 SaaS는 도태될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핵심 운영 로직, 즉 BPR 영역을 장악한 플랫폼은 오히려 강화된다. 팔란티어가 그 증거다. 그들의 가치는 AI 모델 자체가 아니라 복잡한 기업 데이터를 통합하고 의사결정 워크플로를 구축하는 플랫폼 능력에 있다.

월마트 역시 주목할 사례다.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새로운 AI 거인’으로 등극했다. 월마트는 공급망 자동화와 리테일 미디어 사업에 AI를 성공적으로 접목해 마진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신임 CEO 존 퍼너는 우리의 목적과 가치 외에 모든 것을 바꿀 준비가 돼 있다며 더욱 공격적인 AI 투자를 예고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핵심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AI를 통합해 경쟁 우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 SaaS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가? 크게 세 가지 경로가 있다.

1) AI 에이전트화: BPO 영역의 완전한 전환

BPO 영역을 다루던 SaaS는 스스로를 AI 에이전트로 전환해야 한다. 사용자가 소프트웨어를 조작하는 구조에서 AI가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회계 소프트웨어는 ‘회계사가 사용하는 도구’가 아니라 ‘회계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AI 서비스’로 재탄생해야 한다.

이미 일부 기업은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스트라이프(Stripe)는 결제 처리를 넘어 재무 관리 전반을 AI로 자동화하는 서비스로 진화 중이다. 중요한 건 소프트웨어 판매가 아니라 ‘업무 결과물’ 자체를 판매하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도 사용자 수 기반(per-seat)에서 처리량 기반(per-transaction)으로 전환될 것이다.

2) AI 네이티브화: BPR 영역의 맞춤형 통합

BPR 영역의 SaaS는 AI 네이티브로 진화해야 한다. 표준화된 프로세스 제공을 넘어 AI를 활용해 각 기업의 고유한 프로세스에 맞춤화하는 ‘동적 SaaS’를 만들어야 한다. 세일즈포스가 아인슈타인 GPT(Einstein GPT)로 영업 프로세스를 각 기업 맞춤형으로 조정하는 것처럼 통합성과 맞춤성을 동시에 제공해야 한다.

핵심은 ‘플랫폼 레이어’를 장악하는 것이다. 팔란티어가 강조한 ‘온톨로지 레이어’처럼 기업의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깊이 이해하고 통합하는 능력이 경쟁력이 된다. 단순히 AI 기능을 추가하는 게 아니라 고객사의 비즈니스 로직 자체를 플랫폼에 내재화해야 한다.

3) 틈새 특화: 버티컬 SaaS의 깊이 경쟁

세 번째는 극도로 전문화된 버티컬 SaaS로 살아남는 것이다. 범용 AI가 다루기 어려운 깊은 도메인 지식과 규제 준수가 필요한 영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의료, 금융, 제약 등 특수 산업의 SaaS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FDA 승인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제약 SaaS나 병원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은 단순히 기능만으로는 대체 불가능하다. 수십 년간 축적된 규제 대응 노하우, 산업 특수성에 대한 깊은 이해, 신뢰 기반의 네트워크 효과가 진입장벽이 된다. 이런 영역은 오히려 AI를 활용해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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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SaaS 도입 기업을 위한 가이드:
무엇을 사고, 무엇을 만들 것인가

SaaS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업무용 소프트웨어 도입을 검토하는 모든 기업이 이제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했다. 기성 SaaS를 도입할 것인가, 자체 개발할 것인가 아니면 AI 에이전트를 활용할 것인가? 다음의 세 가지 판단 기준을 따를 수 있다.

1) 프로세스의 전략적 중요도

첫 번째 질문은 “이 프로세스가 우리 회사의 경쟁력과 직결되는가?”이다. 만약 그렇다면(BPR 영역) 플랫폼 종속성을 피하고 AI 네이티브 자체 개발이나 맞춤형 AI 네이티브 SaaS를 고려해야 한다. 반면 비핵심 영역(BPO)이라면 AI 에이전트나 범용 SaaS로 해결 가능한지 먼저 검토한다.

2) 맞춤화의 필요성

두 번째는 “표준 프로세스로 충분한가, 우리만의 프로세스가 필요한가?”이다. 스타트업처럼 검증된 프로세스가 없다면 기성 SaaS가 유리하다. 하지만 다이소처럼 이미 최적화된 자체 프로세스가 있다면 AI를 활용한 맞춤 개발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3) 데이터 통합과 확장성

세 번째는 “이 시스템이 다른 업무와 얼마나 긴밀히 연결돼야 하는가?”이다. 고립된 기능이라면 개별 SaaS나 AI 에이전트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영업-마케팅-재무가 긴밀히 연결돼야 한다면 통합 플랫폼이나 자체 구축이 필요하다. AI 네이티브 SaaS는 바로 이 통합성과 맞춤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대안이 될 것이다.


6. 결론:
SaaS의 종말이 아닌 진화의 시작


사스포칼립스는 SaaS의 종말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BPO 영역의 단순 도구형 SaaS는 확실히 위협받는다. 그러나 BPR 영역의 전략적 SaaS는 오히려 AI를 통해 더욱 강력해진다. 핵심은 도구에서 주체로, 또는 표준에서 맞춤으로의 진화다.

AI 네이티브 SaaS는 과거에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통합된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각 기업의 고유한 프로세스에 맞춰지는 동적 소프트웨어. 이것이 앞으로의 SaaS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팔란티어가 증명했듯 말이다. 일반적인 AI 모델은 범용 상품화할 것이다. 그 가운데 기업의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깊이 이해하고 통합하는 플랫폼은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얻게 될 것이다.

기업들도 전략을 재설정해야 한다. “SaaS냐, 자체 개발이냐”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어떤 프로세스를 어떤 방식으로 디지털화할 것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비핵심 BPO는 AI 에이전트에 맡기고 핵심 BPR은 AI 네이티브 방식으로 내재화하는 것. 이것이 AI 시대의 전략적 소프트웨어 구축 원칙이다.

사스포칼립스라는 공포 뒤에는 거대한 기회가 숨어 있다. 제약이 사라진 세상에서 사람들은 항상 ‘맞춤과 통합’을 원해왔다. 과거에는 기술과 비용이 이를 막았지만 AI는 그 장벽을 허물었다. SaaS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더욱 다채롭고, 더욱 지능적이며, 더욱 개인화된 형태로 진화할 뿐이다. 이 진화를 선도하는 기업만이 다음 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다.
  • 김이나

    기역이응니은컨설팅 대표

    김이나 대표는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PwC와 베인앤드컴퍼니에서 기업의 미래전략 수립과 디지털 혁신을 이끌었다. 이후 한국재무학회와의 협업을 통해 국가 금융기관 관련 신규 정책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했으며 한국서치펀드에서 중소기업 승계 문제 해결을 위한 서치펀드 모델의 국내 도입을 추진했다. 혜움에서 금융 AI에이전트 전략을 총괄하며 소상공인 자본시장의 디지털화 및 중소기업들의 AI 도입을 위해 힘썼다. 현재 기역이응니은컨설팅에서 기업의 AX 전환과 정부 대상 거버넌스 구조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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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백상경baek@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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