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olumn
조직 안팎에서 ‘문해력(Literacy)’을 둘러싼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흘’을 4일로,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오해하는 웃지 못할 사례는 더 이상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심심(甚深)한 사과’에 담긴 깊은 유감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글자 그대로의 ‘지루함’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은 세대 간 의사소통 단절이 심각하다는 신호다. 이런 문해력의 위기는 통계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2024년 와이즈앱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 1위는 카카오톡을 제친 유튜브(월평균 약 42시간)로 전 연령대가 영상 콘텐츠에 압도적인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2023년 통계청 사회조사는 13세 이상 인구 절반 이상이 연간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독서 절벽’의 현실을 보여준다. 텍스트를 통한 깊이 있는 사고와 정보 습득 능력의 저하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더 큰 문제는 최근 리더 그룹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사회 전반의 지적인 문해력 저하 현상이 리더십에도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급변하는 기술과 시장 트렌드를 담은 신조어에 어두워 전략적 논의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종종 목격한다. 최근 동종 업계 리더들과 함께하는 모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AI(인공지능)다. 하지만 많은 리더가 ‘지브리풍 이미지 생성’과 같은 피상적 유행만 알고 있을 뿐 비즈니스의 판도를 바꿀 ‘AI 에이전트(AI Agent)’나 ‘피지컬 AI(Physical AI)’와 같은 핵심 패러다임에 대해 무지했다. 이는 곧 다가올 미래의 비즈니스 기회를 선점할 기회를 놓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리더의 지적 무관심은 단순한 소통의 불편함을 넘어 조직의 생존을 위협하는 ‘전략적 리스크’로 직결된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개인의 신념과 취향을 소비에 반영하는 ‘가치 소비’가 거대한 흐름이 됐음에도 많은 기업이 여전히 가격 경쟁력이라는 낡은 프레임에 갇혀 있다. 윤리적, 환경적 가치를 도외시한 전통적 세일즈 방식은 이제 예기치 못한 브랜드 위기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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