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테이블의 ‘팔도감’은 팔도 각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잇는 산지 직송 신선식품 이커머스다. 유독 발전이 더뎠던 산지 직송 거래를 디지털 플랫폼 위에 올려놓으며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신선식품 이커머스 범람의 시대, 라포테이블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범위를 좁혔다. 모회사의 기조에 발맞춰 4050세대를 타깃 고객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식품 중에서도 산지에서 생산자가 바로 배송하는 제철 음식·특산물에 집중했다. 사업 방향 설정 이후엔 다양한 가설을 빠르게 실험하며 고객들의 디테일한 특성을 찾아냈다.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철저히 회고하며 데이터를 축적했고 ‘감’에 의존하지 않는 데이터 중심 의사결정을 지속했다. 투입 비용이 작은 위수탁 방식 사업 구조, 생산자와 윈윈할 수 있는 PB 상품을 확대하며 수익성도 챙겼다.
잡다한 중간 유통 과정을 건너뛰고 신선한 제철 음식을 생산지에서 직접 배송받는 ‘산지 직송’은 사실 역사가 오래됐다. 농부가 직접 자신이 수확한 수박을 트럭에 싣고 돌아다니면서 판매하는 게 대표적인 산지 직송 판매다. ‘명함 보고 주문하기’ 같은 형태도 있다. 생산자의 연락처와 계좌가 적힌 명함을 받아 전화로 주문하고 물건을 배송받는 식이다. 소고기나 귤, 사과부터 지역 특색을 담은 김치까지 다양한 신선식품이 이런 식으로 거래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된 요즘은 오픈채팅방이나 SNS 채널 등을 통해서 산지 직송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을 말하는 시대에 1차 산업 생산자와 최종 소비자의 직접적인 만남은 어색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집 근처 시장이나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 먹는 식품에 만족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이 생산자의 문을 직접 두드리고 산지 직송 서비스를 활용한다. 대개 제철 음식이나 지역 특산물을 현지 수준의 맛과 가격으로 즐기는 게 목적이다.
문제는 개인 대 개인 간 주먹구구식 거래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산지 직송 거래는 유독 발전이 더뎠다. 품목별, 지역별로 생산자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는데다 산지 직송 거래를 하는 생산자의 규모도 작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간 유통 과정을 통해 실현되는 규모의 경제나 품질 안정성 등의 장점도 취하기 어렵다. 그래서 생산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넘어가면 대형마트나 중간 유통상인과 연결되면서 산지 직송 시장에서 벗어난다. 구조적으로 영세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라포테이블이 선보인 ‘팔도감’은 바로 이 문제를 정면 조준한 산지 직송 신선식품 이커머스다. 전국 각지에 흩어진 수많은 제철 식품, 지역 특산물 생산자를 하나의 플랫폼에 모아 소비자들과 만나게 해준다. 팔도감에선 ‘충남 태안 최 모씨’가 당일 잡아서 배송하는 서해산 가을 꽃게, ‘전남 광주 박 모씨’가 50년 넘게 담아온 전라도식 배추김치, ‘경북 청송 현 모씨’가 수확한 청송 사과 같은 상품이 즐비하다. 판매량과 후기를 통해 품질을 가늠하고 마트에서 쇼핑하듯 손쉽게 장바구니에 담아 하루 이틀 새 배송을 받을 수 있다. 산지 직송을 위한 오픈마켓을 연다는 매력적인 아이템을 앞세워 2022년 7월 프리-시리즈A, 2023년 5월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연달아 성공하며 누적 투자 유치 금액 70억 원을 달성했다.
기존 대형 유통업체와 이커머스들이 버틴 신선식품 분야에서 팔도감은 빠르게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2022년 7월 설립 이후 2년여 만에 팔도감 애플리케이션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300만 회를 넘어섰다. 올해 초 기준으로 누적 거래액은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스타트업 업계가 투자 고갈로 혹독한 겨울을 보내는 와중에도 가능성을 인정받아 설립 10개월 동안 7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수익성 확보다. 마진을 높게 잡기 어려운 식품 유통 분야인데도 수익이 났다. 지난 6월을 기점으로 월간 영업실적이 흑자로 돌아섰다. 7~8월은 물론 추석 명절이 포함된 9월 대목까지 잇달아 수익을 내며 연간 기준 흑자 달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설립 2년 만에 달성한 성과다.
라포테이블은 팔도감을 ‘전국 팔도 산지와 소비자를 잇는 서비스’로 규정한다. 4050 X세대를 위한 신선식품 이커머스라는 정체성도 강조한다. 라포테이블이 출범 2년 만에 팔도감을 눈에 띄는 비즈니스 모델로 등극시킨 비결은 무엇일까. DBR이 라포테이블의 강원호 대표, 이재윤 부대표를 직접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