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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겸의 Sports Review

한국은 어떻게 펜싱 강국이 됐나

김유겸 | 332호 (2021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대한민국 펜싱이 공정한 선수 선발과 최적의 훈련,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전 세계 펜싱 강국으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이유는 공익을 위한 후원 기업의 진정성 덕분이다. 대한펜싱협회 후원사는 홍보나 관련 수익 창출이 아니라 펜싱의 발전을 목표로 삼고 인재 중심의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기업의 공익 활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부나 후원이 아닌 비영리 또는 공익 단체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양궁 강국이다.”

우리나라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은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도 금메달 5개 중 4개를 휩쓸었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양궁을 잘하는 것은 엄청난 성과이고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왠지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우리나라는 펜싱 강국이다.”

조금 어색하지 않은가? 우리나라가 다른 종목도 아니고 삼총사에나 나오는 중세 유럽식 칼싸움을 세계 최고로 잘한다는 것은 좀처럼 어울리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펜싱은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양궁과 함께 우리나라가 제일 좋은 성적을 거둔 종목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생경하지만 신통방통한 일이 일어났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공정한 선발, 체계적이고 과학적 훈련, 과감한 투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양궁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전체 금메달 2개 중 1개, 은메달 4개 중 1개, 동메달은 10개 중 3개가 펜싱에서 나왔다. 펜싱과 양궁이 없었으면 우리나라는 메달 수에서 30년(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 첫 금메달)도 넘게 거꾸로 갈 뻔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효자 종목 노릇을 톡톡히 한 것만 아니라 한국 펜싱의 세계적 위상도 분명히 보여줬다. 우리나라는 펜싱 최강국 이탈리아(은메달 3, 동메달 2), 달타냥과 삼총사의 나라 프랑스(금메달 2, 은메달 2, 동메달 1)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적을 거뒀다. 사상 처음으로 4개 종목 단체전에 출전권을 따내 모두 메달을 얻어내는 쾌거를 이뤘다. 남자 사브르는 ‘어펜저스’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단체전 올림픽 2연패(2016년 리우 대회 땐 종목 로테이션으로 제외)를 달성했다.

이번 올림픽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펜싱은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플뢰레 개인전에서 김영호 선수가 금메달을 딴 이후 한 번도 올림픽에서 메달을 거른 적이 없다. 특히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여자 사브르에서 김지연 선수와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 2개를 따는 등 총 6개(금메달 2, 은메달 1, 동메달 3) 메달을 따내는 최고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2012년 이후에만 올림픽 펜싱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동메달 7개를 따냈다. 최근 3번 올림픽(런던, 리우, 도쿄)만 놓고 보면 전통의 펜싱 강국인 이탈리아, 프랑스, 헝가리 등과 견줘도 손색이 없는 성적이다. 이쯤 되면 각 나라 올림픽 선수단을 소개할 때 양궁과 더불어 펜싱을 우리나라 대표 종목으로 넣어야 할 정도다.

양궁이야 원래 활 쏘던 민족이라 그렇다고 치고. 펜싱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종목? 뭔가 어색하지 않은가? 우리나라 사람도 그렇지만 한국 선수한테 자국 선수들이 지는 것을 보는 이탈리아인들 관점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황당하지 않았을까? 우리나라 태권도 선수가 이탈리아 선수에게 번번이 지는 것을 한번 생각해보시라. 그것도 어쩌다 한두 번 잘한 것도 아니고 10년이 넘게 세계 정상급 기량을 뽐내고 있는 한국이 무척 신기해 보일 것 같다. 그리고 그만큼 궁금할 것이다. 도대체 왜 한국이 어울리지도 않게 펜싱을 잘할까? 그것도 어떻게 20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신흥 펜싱 강국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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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겸ykim22@snu.ac.kr

    -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등 국제 저명 학술지 편집위원
    - 대한농구협회 상임이사
    - 플로리다주립대 7년간 재직, 종신교수직(tenure)
    -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European Sport Management Quarterly 등 국제 저명 학술지 80여 편의 논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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