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아트는 미술 시장과 예술계 안에서 자체적으로 태동한 장르가 아니다. 비단 기존 예술계뿐 아니라 AI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시장에 접목해 서비스로 구현하는 산업계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장르다. 마케팅에 테크를 접목하는 ‘마테크’의 일환으로 AI 아트에 접근하는 기업들도 많다. 따라서 예술과 기술, 자본의 교차점에서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현재 AI 아트와 관련된 담론을 어떻게 이끌어가고 있는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영국계 유명 갤러리인 화이트 큐브에는 ‘AI는 집단 지성’이라고 해석한 작품이 걸렸고,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과 LG가 신설한 ‘LG 구겐하임 어워드(LG GUGGENHEIM Award)’는 인격을 복제한 듯한 AI 로봇을 테마로 창작한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했으며, 아시아 최대 어반&스트리트 아트페어인 어반브레이크에서는 AI가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참여형 콘텐츠로 주목받았다.
“AI 아트가 대체 뭔가요?” 최근 자주 받는 질문이다. 질문의 의도를 유추해 보건대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 등 이미지 생성형 AI를 사용해 그림을 만들면 그걸 ‘AI 아트’라 부를 수 있는지, 아니면 또 다른 정의가 가능한지를 알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또한 질문의 저변에는 AI 아트의 예술성을 대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에 관한 궁금증도 담겨 있을 것이다.
이런 궁금증에 답하려면 예술과 더불어 기술과 시장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AI 아트는 본질적으로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미술 시장과 예술계 안에서 자체적으로 태동한 장르가 아니다. 기존 예술 시장을 주도해온 아트페어, 뮤지엄, 갤러리, 옥션, 비엔날레 등만이 주축이 돼 이끌어 가는 장르가 아니란 의미다. AI란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시장에 접목해 서비스로 구현하려는 산업계의 입김이 크기 때문에 예술이라는 잣대만으로 AI 아트의 현주소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기업이 마케팅 차원에서 자사 제품에 AI 아트를 접목하고,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AI’를 내세워 MZ세대를 공략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는 마케팅에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마테크(MAR-Tech)’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한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일례로 오비맥주 카스도 ‘카스쿨(CassCool) 캠페인’ 플래그십 팝업스토어에서 나만의 카스 AI 아트캔을 만드는 체험을 마련하면서 ‘AI 아트’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AI를 창작의 주체로 앞세워 ‘AI 아티스트’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카카오브레인은 2023년 7월 AI 이미지 생성 모델 ‘칼로(Karlo) 2.0’을 공개하면서 약 3억 장 규모의 텍스트-이미지 데이터세트를 학습한 초거대 ‘AI 아티스트’라는 점을 강조했다.
누가 AI 아트에 관한 담론을 주도하는가
김민지artandtechminji@gmail.com
Art&Tech 칼럼니스트
필자는 서울대에서 미학을 전공하고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에서 과학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았다. 15년간 예술 관련 강의 및 진행 활동을 해왔으며 미래 교육 및 문화예술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근무했고, 경제방송에서 ‘김민지의 Art & Tech’ 앵커로 활동한 바 있다. 저서로는 『NFT Art 그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예술(2022, 아트북프레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