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등의 모델이 모두 통합돼 사람처럼 보고 듣고 말하는 GPT-4o는 영화 ‘그녀(her)’의 현실판으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다. 훨씬 더 자연스러운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구현한 이 ‘옴니모델(omnimodel)’은 모든 걸 갖추고 감정까지 교류할 수 있는 AI의 출현을 알렸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AI에 없는 인간적인 것들에 대한 사유와 성찰이 필요하고, 이 omni AI를 삐딱하게 바라볼 수 있는 예술가들의 시선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AI는 근시안적 예측으로 인한 ‘인공 우둔함’의 한계를 노출하고, 최적화 선택에 의존해 ‘무의미한 경로’는 배제해 버리고, 기계의 감성화에 내제된 ‘인공 공감의 불완전성’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AI는 온전한 인간성을 반영한 ‘몸적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인간과 다르다.
AI가 인간의 고유한 영역을 침범한다고 느낄 때 대다수의 사람은 본능적으로 저항한다. AI가 미적 가치를 창출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든가 기계와 사랑을 하는 데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반응들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런 인간의 민감한 정서를 건드리는 새로운 AI 모델이 나타났다.
“그녀(Her)”. 최근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이 SNS인 X에 남긴 의미심장한 단어다. ‘Her’는 2013년 개봉한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2025년에 AI와 사랑에 빠진 남성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 속 ‘그녀(Her)’는 스스로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며 작곡을 하는 등 예술적 재능을 지닌 AI다. AI 아티스트의 현현(顯現)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그녀가 2025년을 1년 앞두고 실제로 등장했다. AI가 마치 영화처럼 인간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샘 올트먼이 ‘Her’이라는 단어를 X에 올린 시점은 지난 5월 13일(현지시간), 오픈AI가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동시에 인식하고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멀티모달 모델(Large Multi-modal Model, LMM)’ GPT-4o(포오)의 라이브 데모 스트리밍 방송을 공개하던 무렵이었다. 그는 이어 본인의 블로그에 이 AI 모델이 “영화에 나오는 AI 같은 느낌”이라며 “이것이 현실이라는 점이 아직도 나에게는 조금 놀랍다”라고 표현했다.
김민지artandtechminji@gmail.com
Art&Tech 칼럼니스트
필자는 서울대에서 미학을 전공하고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에서 과학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았다. 15년간 예술 관련 강의 및 진행 활동을 해왔으며 미래 교육 및 문화예술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근무했고, 경제방송에서 ‘김민지의 Art & Tech’ 앵커로 활동한 바 있다. 저서로는 『NFT Art 그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예술(2022, 아트북프레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