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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중견기업 연합 벤처투자 플랫폼 ‘선보엔젤파트너스’

“지방 중견기업들, 신사업 겁내지 마세요”
스타트업 콕 찍어 연결하는 ‘듬직한 엔젤’

배미정 | 286호 (2019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부산 지역의 조선 기자재 기업 선보 패밀리(선보공업, 선보유니텍, 선보하이텍)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성공한 비결은 다음과 같다.
1. 내부 신사업 팀의 근본적인 한계를 깨닫고 액셀러레이터 선보엔젤파트너스를 스핀오프함으로써 외부의 우수 인재를 영입하고 적은 투자금으로 다양한 기술에 분산 투자하기로 방향을 전환했다.
2. 비슷한 고민을 하는 중견 제조업 오너와 2∼3세 후계자들의 네트워크를 구축, 정기적인 만남과 정보 공유를 통해 신뢰를 쌓고 개별 중견기업의 니즈에 맞는 오픈 이노베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Open Innovation as a Service) 모델을 구축했다.
3. 중견기업과 스타트업, 전통 산업과 첨단 기술을 연결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협업을 이끄는 ‘커넥터(Connector)’로서 전통 산업의 위기에 대응하고 제조업 생태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성근(동국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왜 지방의 중견 제조업은 늘 신사업에 실패하는 걸까?”

2013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가업을 잇기 위해 귀국한 최영찬 대표는 선보공업의 사업기획팀에서 야심 차게 신사업 발굴에 나섰다. 선보공업은 1986년 최 대표의 부친인 최금식 회장이 창업한 회사로 조선 해양플랜트 분야, 특히 선박 모듈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전통적인 중견기업이다. 경영 후계자인 최 대표가 귀국했을 때만 해도 조선업은 20년에 걸친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수요 예측이 가능한 수주산업의 특성상 이 같은 성장이 오래가지 않을 것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조선업의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최 대표는 회사 내에 신사업 담당팀을 꾸리고 R&D팀과 함께 대대적인 기술 투자에 나선다. 하지만 결과는 건건이 실패였다. 수년간 수백억 원을 투자해 개발한 훌륭한 신기술들이 정작 사업화 단계에서 고꾸라졌다. 열정만으로 추진하기엔 부담해야 할 비용이 너무 컸다. 최 대표는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기업 내부에서 신사업을 도모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외부에서 오종훈 대표, 고덕수 이사를 영입해 2016년 액셀러레이터 선보엔젤파트너스(이하 선보엔젤)를 스핀오프했다.

2019년 설립 3주년을 맞이한 선보엔젤은 현재 모회사인 선보공업뿐 아니라 다른 부산 지역 중견기업들의 신사업 발굴과 오픈 이노베이션 니즈를 해소해주는 이례적인 투자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선보엔젤의 스타트업 투자는 재무적 수익 가능성을 기본으로 하되 기존 산업의 혁신을 목적으로 하는 전략적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페인트, 전선, 자동차부품 등 전통적인 제조업을 영위하는 지역의 파트너 회사들의 혁신 니즈를 파악한 다음,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창업팀을 맞춤형으로 발굴해 육성한다. 신기술이 필요한 부산 지역의 중견기업과 자금이 필요한 기술 창업 기업 양쪽의 이해관계를 맞춰나가면서 조인트벤처(JV), 공동 투자 등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협업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신성장 동력이 절박한 부산 지역 중견기업들의 의기투합은 2017년 벤처캐피털(VC),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이하 라이트하우스)의 설립으로도 이어졌다. 2019년에는 선보엔젤에도 7개 중견기업이 50억 원을 출자했다. 최 대표는 “우리는 스스로를 투자회사라고 생각지 않는다. 중견기업이 속한 산업 관점에서 수요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비즈니스 협력을 이끌어 내 중견기업과 스타트업 모두가 윈윈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선보엔젤은 최근 싱가포르와 베를린에도 진출해 아시아와 유럽을 아우르는 글로벌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방의 중견기업들이 연합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은 이전에 없는 새로운 모델이다. 작은 액셀러레이팅 회사가 업종과 이해관계가 판이한 기업들의 공동 출자뿐 아니라 이들의 니즈에 맞는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일은 웬만한 신뢰 관계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선보엔젤은 중견기업의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구축함으로써 전통산업과 스타트업, 기술과 산업 간의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DBR이 최영찬, 오종훈 대표와 고덕수 이사 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선보엔젤이 중견기업과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을 구축하기까지 여정과 특징을 분석했다.



1. 내부 신사업 팀의 한계를 깨닫다: 스핀오프로 외부 투자 생태계와 연결

선박의 균형을 잡아주는 선박평형수 처리 장치는 선보공업이 5년에 걸쳐 150억 원을 투자한 기술이다. 전 세계적으로 10조 원의 시장이 예상되는 유망한 기술로 개발을 마치고 글로벌 인증까지 받았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사업화에 들어가야 하는 시점에서 아이템을 접어야 했다. 장치 설치에서부터 AS에 이르기까지 어마어마한 추가 비용이 예상되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의 경쟁업체가 저가 수주를 밀어붙이면서 부담이 커졌다. 회사가 굳이 무리하게 리스크를 져야 하냐는 의구심이 커졌다. 미래가 불확실한 투자, 특히 거액이 동반된 투자는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이유보다 미루거나 접어야 하는 이유가 훨씬 많이 제기되기 마련이다. 만일 애초에 150억 원을 한 사업에 단독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10억 원 정도를 분산 투자해 경영권을 확보했다면 이렇게 허무하게 접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최영찬 대표가 외부의 투자 생태계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한 이유다.

여러 차례의 투자 실패는 내부 신사업 팀의 한계를 보여줬다. 우선 기업 내 제한된 자원으로는 애초에 유망한 투자 건을 발굴해 숙성시키기가 어려웠다. 최영찬 대표는 “중견기업 오너나 경영진에게 기술이나 스타트업 관련 정보는 알음알음, 제한된 루트로 들어온다. 또 기업 내부 리소스의 90% 이상이 기존 사업에 집중되다 보니 신규 투자 건을 철저히 검증해 발전시키기도 힘들었다. 결과적으로 ‘묻지마’ 투자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외부 환경이 변화하는 속도에 비해 내부 의사결정 과정은 너무나 느렸다. 이미 개발이 끝난 기술도 운영과 관리 주체가 달라 설득에 실패하곤 했다.

신사업 팀의 스핀오프, 즉 선보엔젤파트너스의 설립은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이 절실한 중견기업, 선보공업과 최 대표가 선택한 생존 방식이었다. 최영찬 대표는 2015년 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일본 히든챔피언 벤치마킹 세미나에서 오종훈 대표를 처음 만나 투자 생태계에 입문하게 된다. 당시 미래에셋벤처투자에서의 VC 경험, 중견기업인 성창기업지주 기획실에서 산업 경험을 갖고 있던 오종훈 대표와 최 대표는 서로 비슷한 고민을 나누면서 선보엔젤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스핀오프를 통해 외부 투자 생태계를 활용하면 보다 광범위한 기술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또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해 전문적인 팀을 구성할 수 있다. 최소의 투자금으로 리스크를 분산시켜서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사업화를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스핀오프가 답이라고 확신한 최 대표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 오 대표의 추천으로 펀드매니저 출신이자 중소기업의 기획실에서 신사업과 기획조정을 담당했던 고덕수 이사가 먼저 합류하고, 뒤이어 오 대표도 선보에 합류했다. 투자회사와 기업 양쪽 경력을 갖춘 두 사람이 최 대표의 스핀오프 도전에 힘을 실은 것이다.

하지만 의도가 아무리 좋더라도 창업주이자 오너인 최금식 회장이 반대했다면 선보엔젤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최영찬 대표 또한 보통의 2세 후계자들처럼 귀국한 뒤 사내에서 성과를 내고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부담감이 상당했다. 기존 사업부에서 수십 년의 경력을 갖춘 임원들은 원가 절감과 영업력 측면에서 최 대표가 따라갈 수 없었다. 최 대표는 본인이 잘하는 일에서 승부를 걸기로 결심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의 미래를 이끌 신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오너 입장에서는 언제 수익이 날지 모르는 액셀러레이터 설립을 미심쩍게 여길 만도 했다. 최금식 회장은 아들과 오종훈 대표의 법인 설립 아이디어를 들은 첫 미팅에서 흔쾌히 그들의 손을 들어줬다. 처음에는 비즈니스보다는 사회 환원 차원에서 청년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라는 의미에서였다. 최 회장 본인도 30여 년 전 자본금 300만 원으로 어렵게 창업에 도전했다. 최 대표는 “보통의 중견기업 오너라면 괜히 쓸데없는 일을 벌이지 말라고 말렸을 것이다. 하지만 회장님은 투자금을 전부 날려도 좋다며 청년 창업가들을 제대로 지원하라고 개인 자금 20억 원을 내주셨다. 지금도 주변의 2∼3세 후계자들이 굉장히 부러워하는 점이다”고 말했다. 선보엔젤의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선보 패밀리가 선보엔젤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선보패밀리(선보공업, 선보유니텍, 선보하이텍)는 2019년 현재까지 선보엔젤에 50억 원, 라이트하우스에 125억 원을 투자한 든든한 후원군이다.


DBR mini box I: 선보 패밀리


선보공업, 선보유니텍, 선보하이텍은 최금식 회장(67)이 창업한 국내 대표 조선 기자재 가족 기업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중공업 출신인 최금식 회장은 1986년 전 직장 동료와 300만 원씩을 모아 개인 기업 남영공업(이후 선보공업)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2002년 선보유니텍, 2006년 선보하이텍을 설립, 30년 이상 선박 부품 관련 기술 개발과 생산 능력 향상에 주력해왔다.

특히 1996년 남영공업에서 전환 설립된 선보공업은 선박 부품을 집적한 모듈 유닛을 조선업계 최초로 개발해 업계 1위 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업계의 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했다. 2009년 5000만 불 수출탑, 2012년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2014년에는 세계 최초로 미국 샌디에이고 나스코 조선소에 고압 천연가스 연료 공급 장치(FGSS)를 상용 부품으로 납품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처럼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최금식 회장은 2019년 10월 제12회 대한민국 해양대상을 수상했다.

2세 후계자인 최영찬 대표는 2016년 3월 액셀러레이터 선보엔젤파트너스, 2017년 4월 벤처캐피털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를 설립해 조선업 불황에 대비한 신성장 동력 발굴에 힘쓰고 있다. 선보 패밀리 3개 기업의 연간 총매출액은 2018년 기준 1350억 원, 영업이익 56억 원이며, 임직원 수는 285명이다.



2. 신성장 동력 절실한 중견 제조업체를 연결, 오너 투자자 네트워크의 결성

2016년 2월 설립된 선보엔젤은 사실상 백지상태였다. 미국에서 세 차례에 걸쳐 창업 경험이 있는 최 대표도 벤처투자는 처음이었고 관련 지식이나 네트워크도 없었다. 부산에는 이름 있는 벤처캐피털이나 액셀러레이터도 없었다. 최 대표와 마찬가지로 지역의 잘나가는 중견기업 대부분이 스타트업 투자에 문외한이거나 과거에 실패한 경험 때문에 부정적이었다. 최 대표가 선보엔젤을 설립하고 오 대표의 소개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바로 대전의 대덕연구단지 안에 있는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였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선보엔젤보다 2년 먼저 설립된 선배 액셀러레이터로 지역 기반으로 기술기업에 중점 투자한다는 점에서 벤치마킹할 부분이 많았다. 최 대표는 특히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협업하는 대전 지역 기술 창업자와 투자자들의 네트워크 모임, 카이트(KITE)엔젤클럽1 에 주목했다. 이들은 정기적인 미팅과 데모데이를 통해 스타트업 정보를 공유하고 투자 기회를 모색했다. 대전에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기술 창업자들이 모여 있다면 부산에는 선보공업같이 재무적으로 튼튼한 전통적인 제조업을 영위하는 중견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이들과 뜻을 모은다면 무슨 일이라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최 대표가 이전부터 다른 기업 오너나 2∼3세 후계자들과 친하게 지냈던 것은 아니다. 귀국한 지 3년밖에 안 됐기에 최 대표도 업계에서는 신참이었다. 사람들을 모이게 만들려면 우선 안면부터 터야 했다. 작은 공부 모임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궁극적으로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멤버의 기준을 분명하게 정했다. 첫 번째 조건은 기업의 ‘재무적 건전성’이다. 적자를 걱정하지 않고 투자할 여력이 있는 기업을 우선 추렸다. 두 번째로 오너의 ‘기업가정신’을 살폈다. 스타트업과 협업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하려면 진취적인 마인드가 뒷받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오너의 ‘인성’도 고려했다.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비즈니스를 이끌어가려면 오너의 끈기뿐 아니라 윤리도 감안해야 했다. 전문 경영인이 경영하는 기업은 배제했는데, 오너여야 불확실성을 감내하고 과감하게 베팅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최초로 100여 명의 오너 명단 리스트를 추린 다음의 할 일은 전화를 돌리는 것이었다. 개별적으로 약속을 잡고 오너들을 한 사람씩 찾아다녔다. 대부분이 일전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갑작스런 연락과 모임 제안에 오너들이 반신반의하는 건 당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보엔젤의 의도를 좋게 본 기업들, 선보공업을 포함해 오토닉스, 기성전선, 태광, 코메론 등 5개 기업이 2016년 9월 처음 한자리에 모였다. 신기하게도 조선, 산업재 등 업종은 다 제각각인데 고민은 하나같았다. 전통적인 산업의 쇠락으로 혁신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하지만 수십억 원을 투자했다가 실패한 경험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다. 소수였지만 오너들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서로 비슷한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고 협업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했다.

그렇게 2016년 10월 선보엔젤 최초의 엔젤클럽이자 중견기업 오너 네트워크 ‘파운더스하우스 13(Founders’ House 13)’이 결성됐다. 매달 한 번씩 중견기업의 오너들이 스타트업과 투자에 대해 공부했는데 이 모임은 이후 기업의 실무진과 스타트업, 투자자들이 모이는 네트워크 행사, 라운드 테이블(Round Table)로 발전했다. 보통 오후 2시에 시작하는 라운드 테이블은 스타트업의 IR과 최근 비즈니스 트렌드 관련 강의 등으로 구성되는데 토론은 행사가 끝난 뒤 저녁을 먹고 나서까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기존 사업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논의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최영찬 대표는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개인적인 고민과 남모를 속사정까지 다 공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뢰가 쌓였다. 이렇게 쌓인 신뢰가 선보엔젤의 가장 큰 자산이 됐다”고 강조했다.

인간적인 신뢰 관계는 실제 투자로 이어졌다. 매달 꾸준히 라운드 테이블에 참여하던 중견기업들이 선보엔젤의 철학에 공감해 선보엔젤에 출자하거나 펀드에 참여했다. 2017년 7월에는 KDB산업은행의 제안으로 국내 최초로 중견기업연합펀드 ‘KDB-중견기업 오픈이노베이션펀드’를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중견기업 15개와 산업은행이 413억 원을 출자했다. 펀드 조성 당시만 해도 선보엔젤이 자랑할 만한 투자 레코드는 딱히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전을 담은 투자제안서에 15개 기업이 화답했다. 최영찬 대표는 “형제 부모 사이라도 1억∼2억 원을 선뜻 주기 힘든데 20억∼30억 원씩 투자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더 놀랐다. 그만큼 중견기업들이 얼마나 혁신이 절박한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선보엔젤은 중견기업 오너들의 친목을 넘어서, 상호 혁신의 마중물이 되는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부산에서 시작된 라운드 테이블은 울산, 광주에 이어 최근 대구로까지 확장했으며, 해외 사무소가 있는 베를린 및 싱가포르에서도 진행해 글로벌로 확장되고 있다.

3. UNIST의 잠자는 원천 기술을 깨우다

선보엔젤은 안정적인 액셀러레이팅을 위해 여느 액셀러레이터와 마찬가지로 팁스(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TIPS, 민간투자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 운용사에 선정되는 데 사활을 걸었다. 그러려면 투자 레코드가 필요한데 지방에서는 투자자 못지않게 투자처를 찾는 일도 쉽지 않았다. 기술을 보유한 연구진을 찾기 위해 먼저 부산 일대 대학을 돌았지만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오종훈 대표는 “초기에는 투자 이력을 쌓아야 한다는 조급함에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다가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변영재 교수를 처음 만나게 됐고 변 교수가 보유한 선박 통신 기술이 선보공업과 시너지를 낸다면 혁신적인 성공 사례2 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변 교수와 본격적으로 투자 논의를 진행하면서 UNIST의 저력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UNIST는 2차 전지, 태양광, 그래핀 등 세계적으로 유망한 혁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창업이 활발하지 않았다. 창업 분위기 자체가 조성돼 있지 않았다. 연구에만 매진하던 교수와 연구원들은 비즈니스 모델이나 투자 유치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그동안 이곳에 관심을 기울인 VC도 없었다. 원석 같은 기술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던 셈이다. UNIST도 이제 막 학교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기술 창업을 활성화하려던 차였다. 선보엔젤 입장에서는 절호의 타이밍이었다.

선보엔젤은 황무지에 다름없던 UNIST 개척에 나선다. 2016년 9월 선보유니텍과 함께 UNIST에 5억 원을 기부하고 ‘벤처 창업 활성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최영찬 대표는 “보통 투자사였다면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대학에 기부까지 할 정도로 과감하게 투자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장기적인 전략에 초점을 두는 산업의 DNA를 갖고 있기에 가능한 결단이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같은 해 11월 선보엔젤은 TIPS 운영사에 선정됐다.

DBR mini box II: TIPS란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는 민간 투자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TIPS 운영사로 선정된 액셀러레이터가 창업 기업을 발굴해 추천하면 전문 기관의 심사를 거쳐 정부에서 R&D 자금, 사업화 자금 등을 매칭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운영사가 엔젤투자금으로 1억 원 내외를 선투자하고, 정부가 최대 7억 원까지 자금을 매칭 지원해 기술창업팀을 육성한다. 2019년 9월 기준 TIPS에 선정된 운용사는 총 56개다. 선보엔젤은 2016년 11월 TIPS 운용사에 선정됐으며 32개의 스타트업을 선정시켰다. 이는 TIPS 운용사 중 2017년 기준 4위, 2018년 기준 2위의 성과다.


하지만 MOU는 말 그대로 협약일 뿐, 실제로 학내에 창업 분위기를 띄우려면 UNIST 구성원들의 마음을 열어야 했다. 2017년 1월 선보엔젤은 민간 투자사로는 처음으로 UNIST 캠퍼스 경영관 808호에 입주한다. UNIST 내에 아예 별도 지사를 설치한 것이다. 최영찬 대표와 고덕수 이사를 포함한 직원 8명은 UNIST 기숙사에 살면서 캠퍼스로 출퇴근했다. 최 대표는 “산등성이로 둘러싸인 UNIST 캠퍼스는 시내와도 거리가 꽤 멀어 대부분 구성원이 기숙사에서 살면서 밤새 연구한다. 이들이 부를 때 언제든지 달려가려면 같은 기숙사에 사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연구실도 제로베이스에서 전화로 일일이 접촉했다.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보수적인 교수들 입장에서 선보엔젤은 이름 없는 작은 투자사에 불과했다. 최 대표는 교수 회의나 학내 공식 행사가 있을 때 직접 찾아가 교수들과 안면을 트고 설명하면서 발로 뛰는 정성을 쏟았다. 직원들은 UNIST에 있는 150개 연구실을 일일이 방문해서 그중 사업화가 가능한 15개 기술을 선별하고 창업과 함께 투자를 검토했다. 평균 50여 차례, 많게는 100차례까지 미팅을 진행하는 힘겨운 과정이었다.

끈질긴 노력의 결실은 2017년 ‘리센스메디컬’이 울산 최초로 TIPS에 선정되면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리센스메디컬은 마취제 없이 냉각 국소 마취를 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김건호 교수가 창업한 회사다. 기술의 수요처를 찾던 김 교수는 선보엔젤을 만나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 Market Fit)을 검증하고 팀 빌딩을 통해 창업했다. 최영찬 대표가 직접 면접에 참여해 직원들을 뽑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팀 빌딩을 도왔다. 선보엔젤과 라이트하우스가 공동 투자한 리센스메디컬은 현재 시리즈B 기관 투자까지 진행돼 함께 투자한 중견기업의 엔젤투자자들은 엑시트했으며, 현재 300억 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 밖에도 선보엔젤이 UNIST에서 발굴한 팀만 2017년 5개, 2018년 5개가 TIPS에 선정됐다. 고덕수 이사는 “교수들의 성공 사례가 나오기 시작하자 다른 교수들도 선보엔젤을 찾았다. 창업에 의구심을 갖던 교수들도 먼저 어떻게 창업을 할 수 있는지를 문의해 오기 시작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소개가 이어졌다. 덕분에 선보엔젤만의 포트폴리오 색깔이 점점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UNIST에 자리 잡는 데 성공한 최영찬 대표의 시선은 서남권, 광주로 이동했다. 선보엔젤은 2017년 11월 광주과학기술원(GIST) 학내에도 지사를 열었다. UNIST에서와 마찬가지로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밑바닥에서부터 구성원들의 창업을 독려하고 있다. GIST 학내 창업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우수 창업팀 선발 및 초기 사업화를 위한 멘토링을 실시하는 동시에 스타트업을 선보엔젤의 네트워크 기업들에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일례로 ‘첨단랩’은 UV LED, LED 조명 등에 적용되는 광확산판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뛰어난 원천 기술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이해 부족으로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선보엔젤은 투자를 결정하고 산업계 수요 기술을 파악해 SKC, LG화학, LG이노텍 등 업체와의 협업 방안을 만들었다. 또 일본어, 중국어 IR 자료를 제작해 일본과 중국의 생산업체와 연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 대표는 서남 지역의 거점 역할을 할 광주 지역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최근 아예 신혼집을 광주로 옮기고 GIST 지사로 출퇴근하고 있다.


4. 중견기업 맞춤형 Open Innovation as a Service 모델 구축

선보엔젤이 다른 액셀러레이터와 차별화된 부분은 단순 투자에 그치지 않고 투자한 기업과 스타트업이 비즈니스 측면에서 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견기업들의 전략적 측면에서의 관심사를 반영해 유망한 기술을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발굴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선보엔젤의 투자 형태는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조인트벤처(JV), 공동 투자, M&A, 비즈니스 협업 등 다양하다. 중견기업들은 선보엔젤이 발굴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동시에 기존 산업과 협업을 추진함으로써 신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선보엔젤이 중견기업 신사업 발굴 역할을 대신해줌으로써 일종의 오픈 이노베이션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셈이다.

선보엔젤이 조광페인트, UNIST 교수와 함께 창업한 JV ‘리포마(RIFORMA)’는 선보엔젤이 주도한 중견기업 오픈 이노베이션의 대표적인 사례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미래 신소재 발굴에 관심 있던 조광페인트는 2018년 신사업 아이템 선정 단계에서부터 선보엔젤과 협력했다. 조광페인트 직원이 선보엔젤에 파견돼 선보엔젤 사무소에서 일할 정도였다. 조광페인트가 선정한 10개 신사업 프로젝트를 선보엔젤이 검토해 4개의 쇼트리스트를 추린 후 조광페인트 경영진, 관련 산업과 투자 전문가 등이 모인 가운데 경쟁을 붙여 최종 아이템 1개를 정했다. TIPS가 투자기업을 선정하는 경쟁 과정을 그대로 벤치마킹해 선보엔젤과 조광페인트 내부에서 아이템 경쟁을 벌여본 것이다. 이렇게 해서 선정된 최종 아이템이 바로 UNIST 박혜성 화학공학부 부교수가 개발한 백금계 촉매 대체 소재다. 박 교수가 개발한 소재는 향후 수처리 업체, 자동차 부품업체, 수소 차 분야에서 백금을 대체할 수 있어 유망하다고 판단됐다. 박 교수 또한 소재의 사업화 방식을 모색하고 있었다. 조광페인트의 사업기획팀, 마케팅팀, 양산팀이 협업하면 박 교수가 개발한 소재의 상용화가 빨라질 수 있다.

선보엔젤은 두 기업의 강점과 니즈를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적극적인 협업과 중재에 나섰다. 선보엔젤이 단계별 사업 계획 및 자금 조달 방식 등 법인 설립에 필요한 큰 그림을 그리고 조광페인트와 리포마 양쪽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선보엔젤과 조광페인트, 리포마 담당자들은 2주에 한 번꼴로 만나 회의를 했다. 오종훈 대표는 “서로 다른 3개 회사 직원들이 마치 한 회사, 한 팀처럼 움직이는 흥미로운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신설 법인의 상호 지분을 조정하는 일은 민감하면서도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다. 작은 오해가 법인 설립을 아예 무산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종훈 대표는 “다행히 양측에서 우리에게 고민을 솔직하게 공유해준 덕분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조정하는 업무를 할 수 있었다. 모든 이해당사자와 신뢰를 쌓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2019년 4월 조광페인트와 선보엔젤파트너스, 박혜성 교수의 연구실이 합작한 리포마 법인이 설립됐고, 리포마는 2019년 TIPS 투자기업에 선정됐다. 양쪽의 입장을 오가며 포기하지 않고 이해관계를 조정함으로써 최선의 안을 도출해낸 값진 성과였다.

최영찬 대표는 “직원 전체가 수백 명인 중견기업에서 신사업을 담당하는 직원은 두세 명에 그친 경우가 많다. 이 두세 명이 오너의 의중을 온전히 파악하고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제3자인 선보엔젤은 오너의 의도와 실무진의 고충을 모두 이해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입장에서 효율적으로 일을 추진할 수 있다. 중견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선보엔젤이 대신 담당해주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선보엔젤은 중견기업연합이라는 특성상 포트폴리오가 B2B, 기술적으로도 2차 전지, 소재, 바이오 같은 딥 테크 분야에 집중돼 있다. 또 유니스트의 교수 창업 사례처럼 원천 기술을 발굴해 창업 기획 단계에서부터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설립 3년을 맞은 선보엔젤의 누적 포트폴리오는 TIPS 선정 기업 32개를 포함해 50개인데 80%가 단독 혹은 최초 투자이다. 투자 기업의 숫자 자체는 많지 않지만 원천 기술에 투자한 데다 중견기업의 자원을 활용한 덕분에 사업화 속도가 빠른 편이다. 2017년 39억 원, 2018년 67억 원에 이어 2019년 354억 원 등 총 460억 원의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투자기업의 총 가치는 2900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선보엔젤에 따르면 스타트업과 JV 설립 등을 통해 투자한 원금은 50억 원이며, 현재 후속 투자에 따른 지분 가치는 160억 원으로 평가된다.

선보엔젤의 중견기업 네트워크에서 나타나는 재밌는 현상 중 하나는 같은 업종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종 업종 간의 비즈니스 협력이 굉장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선보엔젤은 부산 지역의 대표적인 중견기업인 삼진어묵과도 2개의 JV를 설립했다. 삼진어묵의 2세 후계자인 박용준 삼진인터내셔널 대표(전 삼진어묵 대표)는 삼진어묵 경영을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삼진어묵의 글로벌 진출과 새로운 F&B 브랜드 유치에 전념하고 있는데 이런 도전에 중견기업들이 힘을 보탰다. 이들이 설립한 합작법인 ‘온지’는 한방 음료 및 간식을 재해석한 F&B 브랜드이며, ‘삼진어묵 글로벌’은 삼진어묵의 동남아 진출의 거점이 될 아시아 생산 및 유통 법인이다. 최영찬 대표는 “각자 영역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들은 오히려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고 배우고 싶어 한다. 특히 같은 업종 내 경쟁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더 과감한 협력과 투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성공적인 협업 사례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중견기업별로 맞춤형 요청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경우 사업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예컨대, 전통적인 전선 회사인 기성전선은 고부가가치 케이블을 개발하기 위해 선보엔젤과 JV 합작법인 피츠케이블을 설립했다. 5G 시대에 필요한 통신용 케이블 CAT7을 개발했는데 당장 내년에 약 30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 대표는 “중견기업의 기존 관리 역량과 네트워크를 활용하다 보니 사업화 속도나 추진력이 상당히 빨라 놀랐다. 양산에 대응하기 위해 라이트하우스 등을 통한 추가 후속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견기업들의 집단 지성이 모여서 이전에 생각지 못했던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도 한다. 최영찬 대표는 “최근 재밌게 시도하는 일 중 하나가 골프장 프로젝트다. 중견기업 한 곳이 골프장을 인수하려면 재무적인 부담이 크지만 연합해서 투자하면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 예컨대, 골프장 18개 홀을 18개 기업이 한 홀씩 투자하면 어떨까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중견기업 개별적으로 부담하는 물류비용이 큰 점을 감안해 물류를 통합 관리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회사를 공동 설립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다.

물론 모든 프로젝트가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의 의견이 맞지 않아 프로젝트가 중도 무산되거나 결과적으로 실패한 사례들도 많다. 특히 원천 기술의 시장 적합성(fit)을 맞춰보고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선보엔젤은 각종 실패 경험으로부터 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의 관점 차이를 확인하고, 양쪽의 긴밀한 협업을 이끄는 중재자 역할을 학습해나가고 있다. 오종훈 대표는 “중견기업들은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적정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반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중견기업의 요구사항에 맞춰서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몰입하는 게 맞는지, 기술이나 기밀 유출 우려는 없는지 불안해한다. 상호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진정성 있는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DBR mini box III: 국내 최초 중견기업 연합 창투사,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는 선보엔젤의 중견기업 네트워크 모임인 파운더스하우스를 주축으로 연합해 설립한 국내 최초의 기업 연합 창업 투자사이다. 선보엔젤이 창업 전 기획 단계나 초창기 창업팀을 보육하는 액셀러레이터라면 라이트하우스는 시리즈 A∼D의 성장 단계에 투자하는 벤처투자사라고 보면 된다. 2017년 3월 법인 설립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7월 KDB-LH 중견기업 연합펀드(413억 원), 같은 해 11월 울산-LH 청년창업투자조합(120억 원 규모) 등 두 개 펀드를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순수 중견기업 출자로 HDI패스트이노베이션펀드를 파트너사인 현대공업과 선보 패밀리가 함께 결성했다. 2019년 5월 KTB네트워크 출신의 고병철 대표가 영입돼 현재 최영찬 대표와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5. 글로벌 투자 생태계로 확장

부산, 울산 등 대한민국 동남권에서 시작해 광주 등 서남권으로 확장 중인 선보엔젤은 네트워크를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로 확장하고 있다. 오종훈 대표는 “내년부터는 글로벌에 초점을 맞추고 싱가포르 법인과 베를린 지사를 거점으로 해외 투자 유치뿐 아니라 국내 중견기업과 해외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프로젝트에 집중할 것이다”고 말했다.

선보엔젤은 2018년 7월 싱가포르 사무소, 2019년 1월 베를린 사무소를 설립해 각각 동남아와 유럽 진출의 거점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싱가포르를 해외 진출의 첫 번째 거점으로 선정한 데는 글로벌 기업들의 동남아 지사들이 밀집해 있는 데다 ‘아시아 금융허브’로서 차후 해외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유리하다는 점을 감안했다. 실제로 현지 VC와 투자자를 상대로 싱가포르에서 국내 8개 스타트업의 기업설명회(IR)를 진행했는데 호응이 좋았다. 특히 3차원 세포 배양 키트 개발사 ‘다나그린’은 싱가포르 현지 VC인 엑스파라(EXPARA)의 후속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실사를 위해 엑스파라 담당 심사역은 직접 한국을 방문해 제품 사용자들과 일일이 만나 인터뷰할 정도로 까다롭게 검증했는데 선보엔젤이 다나그린과 한 팀이 돼 꼼꼼하게 소통을 조율하고 필요한 서류 작업을 진행하면서 VC의 호감을 샀다. 이렇게 쌓은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선보엔젤은 싱가포르의 실리콘밸리로 통하는 Block71에 위치한 엑스파라의 사무실 안에 첫 오피스를 열 수 있었다. 2019년 3월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운 선보엔젤은 제대로 된 현지화를 위해 별도 사무실을 마련하고 현지 인력도 4명 신규 채용했다.

유럽의 벤처 투자 생태계는 미국, 아시아 등에 비해 국내에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최영찬 대표는 “정부 기관뿐 아니라 각종 인맥을 활용해 수소문했는데 유럽 벤처 투자업계와의 네트워크는 찾기가 참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실리콘밸리가 이제 레드오션이라면 유럽 시장이야말로 블루오션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게 선보엔젤의 판단이다. 특히 독일은 전통적인 제조업의 쇠락을 막기 위해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중견 제조 기업들이 배울 부분이 많다. 선보엔젤은 수백 통의 전화와 리서치 끝에 찾은 독일의 혁신적인 투자 기업 레드스톤 디지털과 파트너십을 맺고 현지에 합자 법인을 설립하면서 유럽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레드스톤은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매니지먼트 회사로 기업들의 스타트업 투자 니즈를 반영해 딜 소싱부터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를 담당한다. 선보엔젤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인공지능(AI) 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전 세계 글로벌 기업 데이터를 수집, 관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 선보엔젤은 레드스톤의 시스템을 활용해 국내 중견기업의 니즈에 맞는 글로벌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한편, 이 데이터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독자적인 엔진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선보엔젤 직원 2명이 독일 베를린에 상주하고, 레드스톤 직원 1명이 선보엔젤에서 일하면서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오종훈 대표는 “흥미롭게도 아시아 시장에 대한 관심이 큰데 네트워크가 없어서 들어오지 못한 유럽 스타트업들이 많았다. 이들에게 선보엔젤이 아시아와 한국 진출의 교두보 역할도 할 수 있다. 또 중견기업 입장에서도 유럽에서 훌륭한 기술을 갖췄지만 덜 알려진 스타트업을 발굴해 협력할 수 있다. 우리는 투자보다 비즈니스 ‘협업’을 먼저 얘기하기 때문에 적은 예산으로도 효과적인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올해 11월 초에는 선보엔젤이 기획해 현대공업, 오토닉스, 네오넌트 등 9개 파트너사 대표들이 직접 유럽 글로벌 대기업 순방을 떠났다. 국내에서 진행되던 라운드테이블이 처음으로 유럽에서 열린것이다. 9박10일간 독일, 프랑스, 핀란드를 방문해 파트너사인 레드스톤뿐 아니라 슈나이더 일렉트릭, LVMH, 다소, 다임러, 바스프, 보시, 노키아, 바르질라, 코네 등 각국 대표 기업의 경영진을 직접 면담하고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를 공유했다. 수많은 글로벌 기업의 경영진을 섭외한 선보엔젤 실무진의 능력이 놀라웠다. 최영찬 대표는 “글로벌 네트워크도 국내나 다를 게 없다. 직접 전화를 돌리고 발로 뛰면서 정성을 보이다 보면 결국 답이 나오더라”고 말했다.


6. 기술, 산업, 투자의 연결로 제조업 생태계를 혁신

선보엔젤은 중견기업과 중견기업, 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의 ‘연결 고리’로서 지난 3년간 다양한 형태의 협업을 이끌었다. 중견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수년간 손실을 감수하면서 신사업에 투자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중견기업이 연합함으로써 리스크를 분담하면서 신사업에 도전하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반을 다졌다. 그로부터 제조업의 생태계가 불확실한 미래에 역동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는 게 선보엔젤의 생각이다. 동종 업종, 자기 기업의 시야에만 갇혀 있던 지방 중견기업의 실무진과 오너들은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 생태계를 배우고 다른 업종의 중견기업과 협력하기 시작했다. 연구실에서 잠자고 있던 기술들이 중견기업의 지원 사격에 힘입어 사업 활로를 찾았다. 부산, 울산에서 시작된 기술과 산업, 투자의 네트워크는 광주, 대구 등지로 확대되고 있다. 싱가포르와 베를린을 중심으로 글로벌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미래 산업의 밸류체인에 필수적인 기술을 더욱 빠르게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오종훈 대표는 “전기차, 전장시스템과 통신, 네트워크, 신소재, 스마트팩토리 등 미래 산업의 핵심 기술을 발굴하고, 파트너 기업의 비즈니스와 연결해 빠르게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기술과 산업, 투자를 연결하는 ‘커넥터(Connector)’의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영찬 대표는
“1차적으로 스타트업이나 벤처 100개, 중견기업 100개의 파트너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그렇게 되면 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이 종횡으로 협력하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DBR mini box IV: 성공 요인과 향후 과제
“지속 성장 위해선 금융시장 어려워질 때를 대비해야”


CVC(Corporate Venture Capital)는 기업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목적으로 출자한 펀드 혹은 설립한 투자 회사를 의미한다. 넓은 의미에서 선보엔젤파트너스 역시 네트워크 기업의 전략적 목적에 부합하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한다는 점에서 CVC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선보엔젤파트너스의 경우 여러 중견기업이 공동으로 출자하거나 펀드에 참여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특히, 선보엔젤파트너스는 중견기업연합펀드를 운영하며 라운드 테이블 회의를 통해 투자한 스타트업과의 협력 등을 논의함으로써 중견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 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일종의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사업자로도 볼 수 있다. 선보엔젤파트너스의 이런 독특한 운영 방식은 기존 CVC가 갖는 여러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

첫째, 연합을 통해 제공 자원의 풀(pool)을 확대하고 중견기업의 한계를 극복했다. 스타트업이 기업으로부터 CVC 투자를 받는 이유는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Katila et al.(2008)은 기업이 제공하는 자원을 크게 재무 자원, 생산 자원, 마케팅 자원으로 구분했고 이후 Basu et al.(2011)은 기술 자원과 네트워크 자원을 추가했다. 예를 들어, 바이오 스타트업은 신약 임상실험에 필요한 글로벌 제약회사의 기술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투자를 받는다. 따라서 독보적인 자원을 가진 기업일수록 스타트업 입장에서 매력적인 투자자이므로 더 많은 거래 기회를 가질 수 있다(Keil et al., 2010). 이는 제공할 수 있는 자원 규모가 제한적인 중견기업은 스타트업 투자에 있어 대기업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느 중견기업이 내부 유보 현금을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재무 자원이 대기업에 비해 제한적이므로 투자금이 적은 초기 투자 위주로 진행될 수밖에 없고 스타트업 성장에 따른 지속적인 후속 투자가 어렵다. 기술이나 마케팅 자원 역시 대기업에 비해 불리하므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투자자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선보엔젤처럼 다수의 중견기업이 연합의 형태로 투자에 나서는 경우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우선 펀드 규모가 커지고 투자 위험이 여러 기업에 분산되므로 독립적으로 투자했을 때보다 다양한 분야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다. 또한 선보엔젤의 네트워크 기업은 각자의 분야에서 선두 기술을 자랑하는 중견기업으로 스타트업에 해당 분야의 차별화된 자원을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네트워크 기업이 특정 산업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걸쳐 있어 스타트업이 다양한 산업의 시장 기회를 탐색할 수 있다. 특히, 원천 기술을 연구하는 대학 연구소의 경우 선보엔젤이 보유한 산업 네트워크가 응용산업 분야를 확정하고 기술사업화 모델을 구체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둘째, 선보엔젤의 독특한 운영 형태가 스타트업과 중견기업 간의 신뢰 기반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됐다. 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주로 스타트업의 기술 확보가 목적이다(Dushnitsky & Lenox, 2006). 그러나 이는 반대로 스타트업이 투자기업에 기술을 빼앗길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Katila et al., 2008). 일부 기회주의적인 기업은 CVC 투자를 통해 확보한 스타트업의 기술을 내부에서 모방하거나 자신의 기존 협력업체에 이전하는 경우가 있다. 설령 직접적인 기술 모방이나 기술 유출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기업은 자신의 전략적 목표에 부합하는 장기 기술 프로젝트를 스타트업에 요구하거나 아예 스타트업의 전략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피버팅(pivoting)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이유로 CVC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스타트업은 엑시트(기업 공개나 M&A) 가능성이 현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Kang, 2019). 이처럼 CVC 투자가 스타트업에 부정적인 근본적인 이유는 투자기업이 자신의 전략적 목적을 스타트업의 성장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보엔젤은 특정 기업에 귀속되지 않은 채 여러 중견기업과 관계를 맺고 있어 특정 기업의 전략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롭다. 이런 구조적 특성이 다른 CVC와 달리 스타트업의 신뢰 확보를 수월하게 했다. 선보엔젤은 이런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에 최적의 중견기업 파트너를 소개하고 이들 간의 중재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선보엔젤의 네트워크 기업은 스타트업 투자를 선보엔젤에 ‘외주’를 줌으로써 전략적 목적은 달성하면서도 투자 업무에 따르는 운영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선보엔젤은 네트워크 기업에 맞춤형 오픈 이노베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해 가고 있다. 단순히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관련 중견기업을 매칭해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각 네트워크 기업의 전략적 목표와 상황에 부합하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거나 신사업 기획 업무를 지원하기도 한다. 이 같은 서비스는 기존의 VC와의 협업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것들이다. 대부분의 VC는 투자 수익률에만 관심을 두기 때문에 펀드에 출자한 기업의 전략적 니즈까지 고려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 불만을 가진 일부 기업은 직접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일단 국내 공정거래법상 일반 기업은 금융회사에 속하는 벤처캐피털을 자회사로 둘 수 없어 대부분 유보 현금으로 본 계정 투자를 한다. 그러나 상장사가 스타트업에 본 계정 투자를 하는 경우 매번 지분법 평가 손익을 계산해야 하는 등의 회계 부담이 만만치 않다. 중견기업 입장에서 선보엔젤에 스타트업 투자를 일임함으로써 투자 관련 부담은 덜면서 위험은 분산할 수 있다. 또한, 기존 VC와는 다르게 펀드 출자 기업의 전략적 니즈를 충족시켜 준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오픈 이노베이션에 관심은 있으나 단일 규모로 스타트업 투자를 진행하기 어려운 여러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선보엔젤과 같은 협력적 CVC 모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과제

선보엔젤이 갖는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고민거리가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중견기업 네트워크를 얼마만큼 확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점이다. 집단 내 상호작용의 숫자는 구성원의 숫자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파트너십에 참여하는 중견기업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상호 간 이해관계와 커뮤니케이션이 복잡해진다. 현재는 서로 산업적으로 중복된 기업이 없지만 네트워크를 확대하다 보면 서로 간의 활동 영역에 대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이에 선보엔젤에서도 중견기업 네트워크를 무조건 확대하기보다는 적절한 수준에서 유지 심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이라 한다. 그러나 ‘적절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또 다른 이슈는 성과 분배에 대한 부분이다. 투자 수익은 참여 지분만큼 분배되지만 전략적 성과의 경우 상황에 따라 특정 기업에 몰릴 수 있다. 만약 반복해서 특정 기업에 유리한 스타트업 투자만 연속적으로 이뤄지면 갈등의 원인이 되고 파트너십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선보엔젤의 파트너십에 참여하는 기업 모두에 전략적 성과가 골고루 분배될 수 있는 스타트업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향후 금융시장이 어려워졌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 선보엔젤은 스타트업과 중견기업 간의 직접적 지분 거래를 통한 협력 관계 구축을 중재한다. 현재는 금융시장이 비교적 우호적인 상태라서 지분을 매입하는 중견기업이 자본을 조달하기 용이하므로 스타트업 가치 평가에 합의점을 찾기 비교적 쉽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어려워지기 시작하면 지분 가치에 대한 서로 간의 의견 차이가 심해져 예전만큼 활발한 협력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일부 기업의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 전반적인 불경기로 인해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선보엔젤의 네트워크 기업이 지분 거래를 하지 않고 최소한의 현금으로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것을 중재해 달라고 선보엔젤에 요구한다고 가정해보자. 스타트업의 관점에서 논의를 이끌어가야 할지, 아니면 투자자 관점에서 생각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CVC는 스타트업과 기업 간의 위태로운 외줄 타기와 같다. 경기가 좋을 때는 괜찮지만 각자의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이 됐을 때 어떻게 양쪽의 갈등을 해소하고 균형을 유지하는지가 선보엔젤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다.

필자소개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david.kang98@gmail.com

참고문헌
1. Basu, S., Phelps, C., & Kotha, S. 2011. Towards understanding who makes corporate venture capital investments and why. Journal of Business Venturing, 26(2): 153-171.
2. Dushnitsky, G., & Lenox, M. J. 2006. When does corporate venture capital investment create firm value? Journal of Business Venturing, 21(6): 753-772.
3. Kang, S. 2019. The impact of corporate venture capital involvement in syndicates. Management Decision, 57(1): 131-151.
4. Katila, R., Rosenberger, J. D., & Eisenhardt, K. M. 2008. Swimming with sharks: Technology ventures, defense mechanisms and corporate relationships.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53(2): 295-332.
5. Keil, T., Maula, M. V., & Wilson, C. 2010. Unique resources of corporate venture capitalists as a key to entry into rigid venture capital syndication networks. Entrepreneurship Theory and Practice, 34(1): 8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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