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대우조선해양과 현금중시 경영

회계절벽 사태, 재발 막으려면 현금 중시, 확고한 경영철학 있어야

214호 (2016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2분기 약 3조4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발표하면서 자사가 경영 위기에 처해 있음을 알렸다. 2010∼2012년 무렵 무리하게 수주한 해양플랜트 물량에서 예상 이상의 비용이 발생했고 이를 회계처리하지 않고 있다가 CEO가 바뀐 다음에야 한꺼번에 계상한 것이다. 채권단은 물론 언론과 정부, 대다수의 임직원들까지도 쇼크에 빠졌다. 책임자들과 담당 회계법인은 회계부정 혐의로 구속됐다. 만일 ‘발생주의’로 적는 손익계산서가 아닌 ‘현금주의’로 적는 현금흐름표에 주목했더라면 이해관계자들이 이 위기를 좀 더 빨리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2016년 10월31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차관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4개 부처의 차관급 공무원이 한데 모인 이유는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을 발표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불과 1개월 전, 정부의 용역을 받아 조선업계 전반을 진단한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을 정리(분할 매각)하고 조선산업을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빅 2’ 체계로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맥킨지의 권고와 달리 이날 정부가 발표한 해결책은 대우조선해양의 독자생존과 ‘빅 3’ 체제 유지였다. 다만 3사의 직접 고용 인원을 현재의 6만2000여 명에서 4만2000여 명 수준으로, 또 독(dock) 수도 총 31개에서 24개까지 축소하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결정에 대해 여론은 찬반으로 갈렸다. ‘이럴 거면 왜 컨설팅을 맡겼느냐’ ‘언젠간 해야 할 산업 구조조정을 미루는 임시방편일 뿐이다’이라는 비판도 있었던 반면 ‘옳은 결정이다. 지금 대우조선해양을 없애면 글로벌 조선업 경기가 살아날 때 크게 후회할 것’이라는 찬성론도 나왔다. 재무상황이 어렵기는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여전히 수주잔량 기준으로 조선(操船)업계 글로벌 1위 기업이라는 점도 지적됐다.1

이런 정부의 결정은 회사와 채권단이 자체적으로 추진해오던 자구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단은 임직원 감축과 일부 사업의 축소, 정부의 자금 지원으로 시간을 벌면서 조선업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버티고 동시에 회사의 빚을 대신 갚아줄 수 있는 새로운 주인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정부는 2015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 원을 지원해준 데 이어 3조 원의 추가 자본을 마련해주기로 했다. 최대 부실 원인으로 지목됐던 해양플랜트 산업 역시 완전 철수가 아니라 사업을 축소하고 비용을 조절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회사는 임직원 약 3000여 명을 명예퇴직 혹은 분사의 형태로 구조조정하는 것 외에도 모든 사무직 임직원이 2017년 1월부터 한 달씩 무급 순환휴직을 실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선두지위를 유지하던 한국의 조선 3사가 급격히 어려워진 데 대해서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는다.2 첫째, 경험이 부족했던 해양플랜트 공사를 너무 쉽게 봤다. 과거 선박 건조 분야에서 그랬던 것처럼 해양플랜트 분야에서도 일단 수주를 해놓으면 일을 하면서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2010∼2012년 해양플랜트를 대량 수주했다. 한국 업체들끼리 저가 수주 경쟁까지 붙었다. 하지만 실제 공사에 들어가니 인력이나 기술 측면에서 부족함이 드러났다. 설계 변경과 일정 지연으로 추가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두 번째는 경영진의 욕심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처럼 정부가 임명해 3년 정도 근무하고 나가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최대 5년까지 걸리는 해양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면 자신의 임기 중 적자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실적을 올릴 수 있다.

운영 측면의 문제 외에 회계 차원의 문제도 함께 부각됐다. 대우조선해양의 생존 위기는 2015년 2분기에 느닷 없이 매출 1조6564억 원에 3조399억 원의 영업손실을 발표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전 분기(2015년 1분기)의 매출이 4조4860억 원, 영업손실이 430억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추락이다. 너무 큰 변화였기 때문에 당시 금융감독원과 언론에서는 회사 측이 장부를 조작한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이른바 ‘회계절벽’ 사건이었다. DBR은 2015년 11월 1호(189호)에서 이를 다룬 바 있다.3 이 아티클의 필자인 서울대 경영학과 최종학 교수는 (1) 과거의 손실을 숨겨오다가 늦게야 공개했거나 (2) 손실을 부풀려서 실제보다 과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우조선의 전현직 경영진은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또 설령 회계장부가 부정확하게 기록됐다고 해도 그것이 대우조선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라고도 이야기했다. 회계상 손실은 회계처리 기준에 맞게 기록한 것일 뿐이고 진짜 문제는 글로벌 조선 경기 침체라는 것이다.

과연 대우조선의 ‘회계절벽’은 회계만의 문제였을까? 경영자는 이 사례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1년여가 지난 지금 당시의 회계 조작 의혹이 어떻게 전개됐는지, 또 기업 경영자는 이 사건으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 알아본다.



‘회계절벽’ 사건과 그 후폭풍

대우조선해양(옛 대우중공업)은 1981년부터 경상남도 거제도 옥포만에서 문을 열었다. 이 회사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과 함께 오랜 시간 한국을 조선 강국으로 이끌어왔다.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벌크선, LNG선, 잠수함, 구축함 등의 각종 선박은 물론 해상 원유 및 천연가스 개발용 플랫폼과 플랜트 설비 등 거의 모든 분야의 대형 선박 및 해양구조물을 만드는 회사로 성장했다.

대우중공업은 1998∼2000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거치며 대우그룹에서 분리됐고 이 중 조선 부문만 따로 분사했다. 이것이 현재의 대우조선해양이다. 당시 워크아웃 과정에서 주 채권자였던 산업은행은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약 50%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가 됐다. 산업은행은 기업활동을 재무적으로 지원해주기 위한 국가기관이지 기업을 직접 경영하는 것이 이 은행의 업의 본질은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산업은행 지분을 인수할 새 주인을 찾으려 했고 실제로 한화그룹 등이 매수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거래가 무산됐다. 이후 유가 하락과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며 조선사들의 일감은 더욱 줄어들고 중소형 조선사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마침내 2015년 여름 ‘회계절벽’ 사건이 터지며 대우조선해양에 관심이 집중됐다. 2014년만 해도 대우조선해양은 조선 3사 중 가장 우량한 실적을 자랑하는 듯했다. 이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약 3조2000억 원의 영업손실과 183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데 비해 유독 대우조선해양은 약 47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2015년 7월의 2분기 실적발표에서 느닷 없이 무려 3조399억 원의 영업손실을 발표했다. 매출액 역시 전 분기보다 60% 이상 감소한 1조6564억 원에 불과했다. (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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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에 주식시장은 급격히 반응했다. 당일 주가가 가격변동 제한폭인 30%까지 하락했고 7월 한 달로 보면 반토막이 났다. 당연히 여론의 비난이 이어졌고 금융감독원은 분식회계 조사에 들어갔다.
 
당시 두 가지 부정의 가능성이 제기됐다.4 첫째, 2012년 취임해 2015년 초에 임기를 마친 고재호 전 사장이 자신의 업적을 부풀리기 위해 2014년까지의 회계 손실을 일부러 기록하지 않고 뒤로 미뤘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비슷한 사업모델을 가진 두 경쟁사가 이 기간 해양 플랜트 사업에서 큰 손실을 보는 동안 대우조선해양만 이익을 봤다는 것부터가 이상했다.

두 번째 가능성은 정반대로 신임 사장(정성립)이 전임 사장 임기 중 누적된 손실과 미래의 비용까지도 미리 당겨서 자신의 임기 초기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할 경우 임기 내내 회사의 실적이 계속 개선되는 것으로 보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빅 배스(big bath)라 불리는 회계 기법이다.

금융감독원은 대우조선해양의 회계감리를 맡았던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에 회계장부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딜로이트안진은 2015년의 손실로 기록됐던 5조5000억 원의 영업손실 중에서 약 2조 원은 2013년과 2014년 재무제표에 나눠 반영해야 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2013년과 2014년의 회계장부를 수정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이 2년 동안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이익이 부풀려져 있었음을 시인한 것이다. 즉 전임 고재호 사장의 책임 혹은 방관하에 이뤄진 회계 부정인 것으로 드러나며 후임 사장은 혐의를 벗었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금감원과 검찰은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에 들어갔다. 우선 고재호 전 사장과 김갑중 부사장(CFO)이 재임기간 3년 동안
5조 원대의 회계사기를 저질렀다는 죄목으로 구속 기소했다. 또 사기 혐의도 추가했다. 회계사기를 통해 회사가 높은 신용등급을 얻게 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각종 금융기관으로부터 총 21조 원대의 대출을 받으면서 부당하게 좋은 조건을 얻어냈다는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조 단위의 손실을 입는 와중에도 자회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약 5000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해 회사에 그만큼의 피해를 입혔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검찰은 고 전 사장이 “지위 보전과 연임 등 사익을 위해 마구잡이식으로 원가를 조작했고 연초에 세워둔 공격적인 경영목표에 맞춰 재무제표를 조작했다”고 말했다.

부실한 회계처리에 대한 책임 추궁은 경영진에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은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측이 회계부정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고객사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가담했다고 보고 담당 회계사들을 소환했다. 그중 책임자급인 배 모 이사는 2016년 11월 부실 감사 협의로 구속됐다. 회계절벽 사건이 불거진 지 1년3개월 만이다. 딜로이트안진회계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인을 맡으면서 매년 ‘적정’ 의견을 냈었다. 검찰은 한발 더 나아가 개별 회계사뿐 아니라 회계법인 차원의 조직적인 묵인과 은폐가 있었는지도 수사 중이다. 만일 회계법인 차원에서 분식회계가 이루어진 경우라면 법인의 존립 자체가 위험한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절벽’ 사건은 사익에 눈이 멀어 본분을 망각한 일부 경영진과 외부 회계사들의 일탈로 벌어진 일이며 회사와 채권자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과연 그럴까? 미리 내외부에서 부실의 징후를 파악하고 대비하거나 최소한 경고음이라도 울릴 수는 없었을까? 수천억 원의 성과급을 뿌렸던 회사가 불과 2년 만에 수천 명을 해고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를 예방할 수는 없었을까?



회계부정 혐의로 경영진이 구속 수감되고 회계사들이 수사를 받고는 있으나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현재(2016년 11월 초) 시점에서 아직 이들이 모두 유죄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배를 수주해서 납품하기까지 몇 년이 걸리는 조선산업의 특성상 회계 처리가 적절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수주산업이라고 통칭하는 조선업이나 건설업에서는 ‘가득요건’과 ‘실현요건’이 언제 얼마나 충족됐는지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현금주의(Cash Basis)와 발생주의(Accrual Basis)’, 참조.) 그래서 ‘공사진행기준’이라는 방법이 사용된다. 고객의 주문에 따른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사가 얼마나 진척됐는지 그 진행률에 비례해서 수익을 인식하고, 비용 역시 이 진행률에 대응해 실제로 발생한 만큼을 인식하는 방법이다. 문제는 이런 공사비용 추정이 틀릴 수도 있고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사업의 수익성에 대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관점을 갖고 2013년과 2014년부터 이런 회계상 손실을 장부에 반영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고의로 혹은 과실로 이를 고치지 않고 있다가 2015년 2분기에 가서야 급작스럽게 장부에 반영하며 ‘회계절벽’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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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주의(Cash Basis)와 발생주의(Accrual Basis)

회계의 가장 큰 특징은 현금의 유출입과 관계 없이 가장 중요한 경제적 사건이 발생했을 때 기록을 한다는 점이다. 수익의 경우 실현요건과 가득요건을 만족할 때 인식하고, 비용은 수익에 대응해 인식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물건을 납품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기업이 해줘야 할 것을 해주고(가득요건) 이에 대한 대가를 받았을 경우 또는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경우(실현요건)에 수익을 장부에 기재한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수익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연관되는 비용은 장부에 인식한다(수익-비용대응).

회계에서는 도대체 왜 이렇게 복잡해 보이는 방법을 사용할까. 간단한 예시를 통해 알아보자.

편의점을 새로 연 김 사장님이 있다고 가정하자.

첫째 날: 판매할 물품 400만 원어치를 납품업체로부터 외상으로 가져왔다. 이날 90만 원어치를 판매했는데 현금을 받고 80만 원어치, 외상으로 10만 원어치를 판매했다.
둘째 날에는 105만 원어치를 판매했는데 현금으로 60만 원, 외상으로 45만 원어치를 판매했다.
셋째 날에는 100만 원어치를 판매했는데 현금으로 75만 원, 외상으로 25만 원어치를 판매했다.
넷째 날에는 95만 원어치를 판매했는데 현금으로 60만원, 외상으로 35만 원어치를 판매했다.
넷째 날에 첫째 날의 외상값 10만 원과 둘째 날의 외상값 45만 원을 회수했다.

판매에 대해서 발생주의로 기록하는 경우와 현금주의로 기록하는 경우를 비교해보자. 발생주의의 경우 외상이든, 현금을 받고 팔았든 수익으로 인식하는 반면 현금주의는 현금이 들어왔을 때에만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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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를 보고 다음 질문에 답해보자.


다섯째 날은 얼마나 팔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발생주의로 기록한 내역을 보면 다섯째 날에 대략 100만 원 정도의 판매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현금주의로 기록한 내역을 보면 다섯째 날에 얼마나 팔릴지 예상하기가 어렵다. 잘 팔리지 않는 경우 60만 원, 잘 팔리는 경우 115만 원으로 들쭉날쭉 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예측할 때에는 발생주의로 기록하는 방법이 보다 유용함을 알 수 있다.

첫째 날과 넷째 날은 주인이 운영을 했고,?둘째 날과 셋째 날은 아르바이트생이 운영을 했다. 누가 장사를 더 잘했다고 할 수 있을까?
발생주의로 평가하는 경우 주인은 총 185만 원어치를 판매했고 아르바이트생은 총 205만 원어치를 판매해 아르바이트생이 장사를 더 잘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금주의로 평가하는 경우 주인은 195만 원, 아르바이트생은 135만 원어치로 기록돼 주인이 장사를 더 잘한 것으로 보인다. 둘 중 어떠한 것이 맞는 것인가? 외상값을 확실히 회수할 수만 있다면 중요한 것은 회수되는 시점이 아니라 판매하는 행위 자체다. 현금주의에서 주인의 성과가 높게 보이는 것은 넷째 날에 첫째 날과 둘째 날의 외상값 55만 원을 회수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지 들어와야 할 금액이 해당 시점에 들어왔을 뿐으로 주인이 잘 운영했기 때문은 아니다. 따라서 기간별 성과를 평가할 때에는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 시점으로 수익을 계상하는 발생주의가 유용하다.

이처럼 기간별 성과평가와 미래를 예측하는 데 발생주의가 유용하므로 회계에서는 발생주의를 기준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현금흐름표만큼은 현금의 유출입을 기준으로 한 현금주의로 기록을 한다. 현금흐름표의 필요성을 다음 질문을 통해 알아보자.


셋째 날에 물품대금 중 250만 원을 회수하러 온다면?
발생주의로만 상황을 파악하는 경우 사흘 동안 총 295만 원의 수익을 얻었으므로 250만 원을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금액에는 실제 현금을 받지 못한 외상값이 포함돼 있다. 현금주의로 계산한 경우 총 215만 원밖에 되지 않아 250만 원을 수금하러 오는 경우 그 금액을 모두 지불할 수 없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처럼 실제 손에 들어오는 자금을 파악하고 대금 결제 실패로 인한 부도방지를 위해서는 현금주의가 매우 유용하다. 따라서 본래 회계는 발생주의를 기준으로 기록을 하지만 현금의 파악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현금주의에 기반한 현금흐름표를 작성해 공시한다.

이처럼 회계상 이익에는 실제 현금의 유출입이 수반되는 부분과 수반되지 않는 부분이 함께 섞여 있다. 현금흐름이 수반되지 않는 부분을 ‘발생액’이라고 한다. 즉, ‘당기순이익 = 영업현금흐름 + 발생액’으로 나타낼 수 있다. 발생액의 대표적인 예로는 매출채권, 재고자산, 감가상각비를 들 수 있다.


해양플랜트처럼 기존에 거의 경험이 없었던 신사업에 진출한 경우에는 원가와 공사진행률을 합리적으로 추정하기 어렵다. 전체 코스트에 대한 추정이 정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원가 투입량에 비례해 공사진행률을 계산하니 실제 공사 진척도와 큰 차이가 발생하기 쉽다. 고의적으로 속이거나 의도를 갖고 왜곡하기도 쉽다. 만일 대우조선해양의 영업능력이 급속히 훼손되고 있음이 제때 제대로 회계장부에 표현됐다면 어땠을까. 채권단, 노동조합, 정치권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좀 더 빨리 대응하고 경영진을 압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임직원에 대한 수천억 원의 보너스 지급 등 방만한 경영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사태 이후 이런 지적이 늘어남에 따라 검찰 수사와 별도로 수주산업의 회계 처리 관행을 개선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금융위원회의 태스크포스가 구성됐고 업계 간담회와 공청회가 열렸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15년 11월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이 발표됐다. 조선, 건설, 플랜트 산업 등에 적용되는 이 규정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공사를 진행할 때 공사원가뿐 아니라 물량(인원, 시간) 등의 투입 내용도 공시하고 그 적정성을 감사 받도록 함.

2. 총 공사비용을 연간 단위가 아니라 분기 단위로 재평가하게 함.

3. 공사원가 상승에 따라 공사계약금액(납품금액) 역시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경우 구속력 있는 계약과 문건 등을 통해 신뢰성 있게 확인된 경우에만 장부에 반영하도록 함.

4. 미청구공사(발주처에 아직 대금을 청구하지 않은 공사)의 경우 그 회수 가능성을 분기별로 재평가하도록 함. 이는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장부에서 받을 수 없는 돈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평가한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5. 회계사뿐 아니라 해당 산업의 전문가도 회계감사에 투입하고 그 활용 내역을 감사보고서에 기재하도록 함.

이런 제도적 개선과 금융당국의 노력이 문제 예방에 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지만 완벽한 해결책이 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해양플랜트와 같이 불확실성이 크고 사업기간이 긴 업종의 경우 착시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고, 또 누군가의 필요와 이해관계에 의해 장부가 조작될 수 있는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 경영자 역시 회사가 실제보다 더 잘 운영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투자를 집행할 수 있다. 반대로 경영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투자에서 위축될 위험도 있다.

만일 대우조선해양의 이해관계자들이 이 회사의 재무제표에서 손익계산서뿐 아니라 현금흐름표에도 주목했더라면 어땠을까. 손익계산서는 발생주의(accrual basis)에 따라, 현금흐름표는 현금주의(cash basis)에 따라 작성된다. 발생주의는 수익이나 비용이 발생됐을 때 이를 장부에 인식하지만 현금주의는 영업활동상의 현금 수입 및 지출 시점을 기준으로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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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과 현금흐름의 괴리

일반적으로 기업회계 기준은 발생주의에 근간을 두고 있다. 미래의 현금흐름을 더욱 정확히 예측할 수 있으며 사업성과를 잘 나타내준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현금흐름표는 미국에서는 1988년, 한국에서는 1994년에야 작성 및 공시가 의무화돼 그 역사가 길지는 않다. 하지만 현금흐름표는 손익계산서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정보를 추가적으로 제공한다. 손익계산서상의 이익은 수많은 추정이 들어간 가상적인 수치인 데 반해 현금흐름표는 현금의 유출입이 있는 경우에만 기록되기 때문에 조작이 어려워 신뢰성이 높다. 특히 수주산업에서는 매출액 자체가 수주금액에 추정을 통해 얻어진 진행률을 곱하여 계산된 가상적인 수치이므로 손익계산서만을 보고 기업의 경영상태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또한 불황기에는 매출 부진으로 인한 재고 누적, 매출 채권의 회수 지연이 빈번히 벌어지므로 더욱 매출과 수익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현금흐름표의 중요성이 커진다.

언론 등에서는 주로 조선과 건설 등 수주산업에서 계속 이익을 내던 기업이 예상하지 못하게 갑작스럽게 대규모 적자를 보고하는 현상에 대해 마치 이익이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 같다는 의미로 회계절벽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했다. <그림 1>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적자공시 직후에 주가가 폭락한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시장에서는 대규모 적자보고를 미처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재무제표를 보고 회계절벽의 징후에 대해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대규모 적자를 보고할 것을 미리 예상할 수 있었다면 주채권자는 자금을 제공할 때 더 보수적으로 의사결정을 해 갑작스러운 적자 보고에 의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임직원들 역시 상황을 보다 일찍 직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시장은 적자보고에 대해 매우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의외로 간단하게 현금흐름표에 대한 최소한의 기초 지식만 있었어도 대규모 적자보고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5

현금흐름표는 기업의 활동에 따라 작성된다. 기업의 근원적인 활동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기업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경영자는 은행에서 빌리든, 주식을 발행해 자본의 형태로 조달하든 사업을 할 자금을 마련한다(재무활동). 이렇게 마련한 자금을 바탕으로 토지를 매입해 공장을 짓고, 기계장치를 설치해 사업을 할 기반을 마련한다(투자활동). 투자를 통해 마련된 기업의 자원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거나, 물건을 유통하거나, 의료나 교육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얻는다(영업활동).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으로 자금을 제공해 준 투자자에게 돌려주거나(재무활동), 미래를 위해 공장을 짓고 기계장치를 사는 등 투자를 할 수 있다(투자활동).

대우조선해양의 현금흐름표, 특히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살펴보자.(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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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주요 수익창출 활동, 즉 영업활동과 관련한 현금의 유출입은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보고된다. 원재료를 매입하고, 제조하고, 판매하고, 수금하는 등의 행위에서 일어나는 현금의 유출입이므로 손익계산서의 영업이익과 관련이 높다. 2011년 영업이익은 1조1030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2억 원에 불과했다. 다음 해인 2012년에는 영업이익이 4860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때 영업활동현금흐름은 -9960억 원이었다. 장부상으로는 이익이지만 실제 영업활동으로 현금이 들어오기는커녕 거의 1조 원에 가까운 현금이 유출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2013년에도 이어진다. 영업이익은 4400억 원을 기록했는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또다시 -1조1980억 원에 달한다. 일을 하고 있는데 들어오는 현금은 없고 자꾸 현금만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도 마찬가지로 4710억 원의 영업이익을 보고했지만 현금흐름은 -5600억 원이었다. 여러 해 동안 장부상으로는 이익을 보고했지만 실제 기업에 들어오는 현금은 없고 오히려 나가기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이 들어오지 않고 있는데 영업이익이 계속 흑자가 나는 일이 가능할까? 이런 상황이 오래 가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영업활동현금흐름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만 있어도 곧 대규모 적자를 보고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영업이익은 흑자인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음인 현상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앞서 살펴봤듯이 회계는 ‘발생주의’에 의한 기록 방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실제 현금이 들어오거나 나가지 않더라도 수익이나 비용을 인식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는 실제 선박이나 플랜트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발주처로부터 현금을 받지 않았지만 건조과정이 진행됐다고 생각하는 만큼에 대해서는 수주금액에 대해 수익으로 기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주금액 1000억 원의 플랜트 공사를 맡아 건조를 하고 있는데 총 비용은 5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치자. 만약 당기에 비용 100억 원을 지출했다면(편의를 위해 모든 금액이 현금으로 지출됐다고 가정하자) 전체 진도 중 20%( = 100억 원 / 500억 원)가 진행됐다고 가정한다. 이에 따라 실제로는 현금을 받지 않았지만 1000억 원의 20%에 해당하는 200억 원을 매출액으로 기재하게 된다. 다른 비용이 없다면 ‘매출액 200억 원 - 비용 100억 원 = 이익 100억 원’이 성과로 보고된다. 그러나 해당 영업활동에 대해 실제로 현금은 들어온 것이 없고 나간 것만 100억 원이 있으므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00억 원이 된다.



따라서 영업이익과 영업활동현금흐름의 증/감 방향이 일치하지 않거나 두 금액의 괴리가 클 경우에는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유의해서 살펴봐야 한다. 공사 진행을 하고 있는데 현금 회수를 하고 있지 못하는 경우라면 공사진행률을 부풀린 것은 아닌지, 해당 금액이 정말 받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수주산업은 장기간 소요되는 공사이므로 중간중간 발주처에 금액을 청구하고 현금정산을 받는다. 이때 미청구공사 계정은 아직 발주처에 청구하지 않은 금액을 말하는데 주로 발주처와 수주업체 간 공사진행률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수주업체는 공사진행률을 20%로 추정했지만 발주처에서는 15%만 진행됐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15%는 매출채권으로, 5%는 미청구공사로 기재된다. 발주처와 수주업체의 기준이 항상 일치할 수는 없기에 미청구공사는 당연히 발생한다. 그런데 이 금액이 같은 업종 유사기업이나 과거의 수준과는 다르게 높아지는 경우에는 해당 기업이 진행률을 실제보다 과도하게 높게 잡아 매출액을 부풀렸을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매출액에 대한 미청구공사의 비중이 2011년 30.84%에서 2014년 44.06%로 증가했다. 경쟁업체인 삼성중공업도 그 비율이 2011년 25.02%에서 2014년 44.76%로 상승했다. 현대중공업도 마찬가지로 7.78%에서 13.61%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전체 매출액 중 44%가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부분, 과거에 비해 급격해 상승했다는 점에서 공사진행률이 과도한 것은 아닌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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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의 투자활동현금흐름을 보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계속해서 음의 수치를 기록했다. 투자활동으로 인해 기업에 유입되는 현금보다 유출되는 현금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기업에서 정상적인 현상이다. 기업은 계속해서 투자를 하고 성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5년 3분기 투자활동현금흐름은 양의 값을 가지고 있다. 기업이 투자한 것보다 기존에 있던 유형자산 등을 매각한 금액이 더 많다는 의미다. 투자활동현금흐름이 양의 값을 가질 때는 기업이 긴급하게 자금수요가 있어서 유휴자산을 매각한 경우가 많다. 반면 재무활동현금흐름은 꾸준히 양의 값을 가지고 있다. 부채나 자본을 통해 계속 외부로부터 현금을 끌어오고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들어온 자금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의 손실을 메워가며 투자를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재무활동현금흐름을 살펴볼 때는 갑작스러운 증가가 있는지를 눈여겨봐야 한다. 재무활동현금흐름이 갑자기 증가했을 때 그 사유가 영업활동의 현금 유출을 메우기 위한 것이라면 기업의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재무건전성은 이상이 없는지 유의해야 한다. 투자를 위해 자금을 조달한 것이라면 투자안이 적절한 것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현금흐름표가 도입된 지 이제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현금흐름과 회계이익 간의 차이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이익의 구성요소인 현금흐름과 발생액의 서로 다른 속성을 구분하지 못하고 이익수치 자체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계 분야의 전문가로 여겨지는 회계사와 애널리스트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금흐름표를 이해하고 이익의 구성요소인 현금흐름과 발생액의 속성에 대해 보다 잘 구분할 수 있다면 남들보다 나은 경영적, 재무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경영자에게 주는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조언

대우조선해양 이외에도 다수의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반성으로 국내에서는 회계감사에 대한 처벌 강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재무제표의 작성 및 공시의 책임자는 기업인만큼 무엇보다도 기업의 차원에서 올바른 회계를 수행하는 것이 우선이다. ‘경영의 신’으로까지 불리는 일본 교세라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말하는 회계경영을 통해 경영자는 어떠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 알아보자.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마쓰시타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와 함께 일본 3대 경영자로 꼽힌다. 그는 1959년 자본금 300만 엔으로 교토세라믹(교세라)를 창업해 세계 100대 기업으로 키웠고 1983년엔 KDDI를 설립해 10여 년 만에 일본 굴지의 통신회사로 발전시켰다. 은퇴 상태였던 2010년에는 법정관리 상태였던 일본항공(JAP) 회장에 취임해 회사가 재상장될 때까지 부활시켰다. 세이와주쿠(盛和塾)를 통해 자신의 경영철학을 후배 경영인들에게 교육시키는 활동도 활발하게 했다.

특히 ‘회계경영’은 ‘아메바경영’과 함께 이나모리 회장 경영의 핵심 축을 이룬다. 그는 ‘회계를 모르고 경영을 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급속히 성장하던 중소기업이 한순간에 파산하는 것은 회계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임을 지적하며 기업을 장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기업활동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나모리 회장의 회계경영은 크게 현금 베이스 경영의 원칙과 일대일 대응의 원칙으로 요약할 수 있다. ‘현금베이스의 원칙’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실시간으로 파악되지 않으면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회사를 경영해 나가기 어려우므로 경영은 어디까지나 현금을 기초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서류상의 이익을 추구하지 말고 분명하게 존재하는 현금을 기준으로 판단하라는 것이다. 그 실행 수단으로서 실제 현금의 움직임과 이익의 괴리를 최소화하고 원리원칙에 따라 회계처리를 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감가상각은 세법에 기재된 ‘법정내용연수’를 따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나모리는 이런 관행이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지 않으므로 제대로 된 회계정보를 생산해낼 수 없다는 것을 간파했다. 따라서 기업 자체적으로 정확한 내용연수를 정해서 상각하도록 했다. 또 자산을 장부에 기재할 때에도 정말로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를 경영자가 판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재고자산의 경우 아무리 훌륭한 제품일지라도 실질적으로 가치가 없어진 것은 0원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결산이 가까워지면 회사의 실적을 좋게 보이고 싶은 충동이 생기므로 팔리지 않는 제품임에도 자산으로 계상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따라서 재고자산의 평가는 직원에게만 시키지 말고 경영자가 직접 나서서 팔리지 않을 제품은 솔직하게 0원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회계처리는 이익의 구성요소인 발생액의 품질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발생액의 의미는 ‘현금주의(Cash Basis)와 발생주의(Accrual Basis)’ 참조.) 기업 업무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발생액 이외에 이익의 수치를 조정하기 위한 목적이 개입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해서 회사의 현실을 회계장부가 최대한 잘 반영하도록 한다.

이나모리 회장은 회계의 기본은 본질의 추구이며 회사의 진실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함을 강조했다. ‘일대일 대응의 원칙’은 제품과 돈이 움직일 때 전표의 움직임도 반드시 일대일 대응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표가 먼저 처리되고 제품은 나중에 전달되는 것은 일대일 대응에 어긋난다. 제품을 먼저 받고 전표를 다음날 처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행위는 숫자가 편법에 의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을 의미하므로 회계정보의 신용도를 떨어뜨린다. 그는 아예 시스템 자체를 바꿨다. 물건이 움직이면 반드시 전표를 발행하고 확인된 전표가 움직이도록 구성해서 숫자가 사실만을 나타내도록 만들었다. 이익수치를 늘리기 위해 기말에 밀어내기 매출을 하는 것은 시스템상으로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사실을 애매하게 보이게 하거나 은폐할 수 없는 투명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내부에서 최고경영진에게 보고하는 실제 재무상황 및 손익자료와 성과급 산정을 위한 용도 및 외부 감사인에게 제출할 용도로 생성한 자료를 따로 관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정한 경영목표치를 달성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해양 플랜트, 선박 등 수주 프로젝트의 진행률을 시뮬레이션해 그에 맞게 수치를 맞춰 놓은 혐의이다. 만일 이 회사가 교세라와 같은 시스템을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프로젝트별 진행률을 자동 취합하게 하고, 결산과정에서 이 수치를 임의로 조작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근거자료 없이는 조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현재와 같은 대량 구조조정 위기까지 몰리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의지다. 투명한 경영의 성공 여부는 최종적으로는 경영자가 가진 경영 철학에 달려 있다. 경영을 실제보다 좋게 보이려고 하는 회계처리는 경영자 자신이 용납해서는 안 된다. 이나모리 회장은 부정을 없애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경영자 자신이 스스로를 제어하는 엄격한 경영철학을 가지고 그것을 사원과 공유할 수 있어야 함을 당부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준일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leejoonil@khu.ac.kr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이준일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에 조교수로 있으며 주요 연구 분야는 내부 통제, 경영자 보상이다. 투자자들에게 기업과 회계에 대해 쉽게 말로 설명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생각해볼 문제


1. 이나모리 가즈오가 주창한 ‘현금베이스의 원칙’의 단점은 무엇일까. 이 방법이 적합한 업종과 적합하지 않은 업종은 무엇일까.

2. 대우조선해양과 같이 외부적 요인에 의해 경영자가 자주 바뀌는 회사에서 회계조작에 대한 유혹을 떨치게 하는 원천적인 예방 장치는 없을까.

3. “회계는 ‘Science’가 아니라 ‘Art’다”라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