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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Look on Luxury: 신병섭 브룩스 브라더스 코리아 지사장

공정한 이윤 정신, 가치소비와 만나다 대통령의 슈트 브룩스 브라더스의 비결

김현진 | 203호 (2016년 6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1818년 미국에서 탄생한 패션 브랜드 브룩스 브라더스는 ‘Better’ ‘Luxury’의 사이에서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면서도 품질을 꼼꼼히 따지는스마트 쇼핑족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특히최상 품질의 상품만 만들고 이 상품을 공정한 이윤(at a fair profit only)만 남기고 판매하며, 이러한 가치를 추구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과만 거래한다는 미션에 따라 가격 정책에서부터 고객 지향적 가치를 추구하는 점이 돋보인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취재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손지현(이화여대 경영학과 4학년) 씨와 정우성(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 44명 가운데 39명이 선택한 슈트 브랜드,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의류 회사, 미국 최초로 기성복을 만들어 판매한 기업, 다림질을 하지 않아도 되는 링클프리 셔츠를 발명한 회사….

 

 

모두 198년 전통의 미국 럭셔리 패션 브랜드브룩스 브라더스를 설명하는 표현들이다. 브룩스 브라더스는 2014년 개봉작위대한 개츠비속 주인공으로 활약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의상을 협찬하면서아메리칸 클래식의 정수를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원작자인 작가 피츠 제럴드 본인이 즐겨 입기도 했던 이 브랜드는영국 신사의 이미지와 아메리칸 드림을 통한성공한 남자의 이미지가 투영돼 탄탄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고 있다.

 

 

 

2006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시작으로 국내에 진출한 브룩스 브라더스는 경쟁 브랜드에 비해 한국 시장 진입이 늦었던 탓에 인지도를 높이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럭셔리 브랜드들이 선호하는 핵심 매장에 속속 입점하면서 브랜드 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브랜드가 다시 빛을 보기 시작한데는 최근의가치소비트렌드도 한몫을 했다. 이 브랜드의 창업정신인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되 적정 마진에 판매한다가 가치소비 시대의 소비자의 마음을 사는 데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브랜드의 국내 사업을 총괄하는 신병섭 한국지사장을 만나 의류 브랜드로는 드물게 200년 가까이 브랜드가치를 지킬 수 있었던 기업의 핵심 역량 및 성공비결에 대해 들었다.

 

 

 

브랜드 포지셔닝이 독특하다. 이른바 럭셔리와 프리미엄 사이에 포지셔닝한 셈인데 전 세계적으로 이런 전략을 세운 이유는 무엇인가.

 

 

 

브룩스 브라더스는 품질과 가격을 각각 가로, 세로축으로 하는 브랜드 포지셔닝맵에서 바나나리퍼블릭, 앤테일러, 폴로 등의베터(better)’ 영역과 샤넬, 루이뷔통, 구찌 등이 속한럭셔리영역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림 1) 가격대는 브랜드 파워가 강한 럭셔리 브랜드보다 저렴하면서 품질은 최고급 수준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해 미국 브랜드 특유의 실용성을 최고 가치로 내세운 것이다. 제품의 가격을 높이는 것은 오히려 쉬운 일일 수 있다. 합리적인 가격대로 최고가 브랜드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더 큰 도전이다. 미국 내에서도 그동안 이 시장에 진입하려는 경쟁자들은 많았지만 다들 오래 버텨내지 못했다.

 

브룩스 브라더스는 창업 초기부터 전해져 내려온 브랜드 미션이최상급 품질의 상품을 공정한 이윤(at a fair profit only)에 판매한다. 특히 클라우디오 델 베키오 회장이 이 브랜드를 인수한 후 이러한 창업 철학을 활용해어포더블 럭셔리(합리적 가격대의 프리미엄 제품)’란 구체적인 포지셔닝 전략을 세웠다. 인수 당시인 2001년경,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명품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고 있었고 이때야말로 럭셔리 상품군 내에서도 취향이나 지향점에 따라 각기 다른 시장을 찾을 수 있을 때라고 생각했다. 시장 세분화는 성숙한 시장에 새로운 성장 전략을 찾기 위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럭셔리 상품군 내에서 세분화된 포지셔닝을 찾아 나선 것이고 이런 전략은 주효했다.

 

 

 

신병섭 지사장은 풍연물산 경영기획실(19931995), 아테스토니코리아 리테일 매니저(19952002)와 에르메네질도제냐코리아 리테일 디렉터(20022014)를 거쳐 2014 7월부터 브룩스 브라더스 코리아 지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포더블 럭셔리란 포지셔닝이 사실 신규 진입 장벽이 그리 높진 않을 것 같은데, 다른 브랜드들과의 경쟁이 심화되진 않았나.

 

 

 

델 베키오 회장은 브랜드 인수 후 턴어라운드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이 브랜드가 가진 핵심 가치들을 되짚었다. 이 브랜드의 강점은 인지도 등 강력한 브랜드 파워, 정통 슈트라는 명확한 전문 영역, 핵심 상권에 메인 스토어들이 이미 포진돼 있었다는 점 등이었다. 이에 더해 또 다른 강점 요소는 원가 관리 구조와 품질관리 능력을 꼽을 수 있다. 인수 직후에만도 이미 전 세계적으로 150개가량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보니 규모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또 유구한 역사를 바탕으로 장기적 거래 관계를 유지해온 협력업체들을 폭넓게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신규 진입 브랜드들에 비해 유리한 강점이었다. 이처럼 넓고 깊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좋은 품질의 원단이나 원자재를 좀 더 저렴한 가격에 확보할 수 있었고 이를 정직하게 소비자 가격에 반영했다.1 추격자로 나선 다른 브랜드들은 원가 관리 측면에서 역량이 부족했고, ‘fair price’라는 도전적인 철학을 조직 내부에서 공유하지도 못했다. 결국 다른 브랜드에 비해 객관적으로 앞서는 유형적 가치(원가 관리, 가격 경쟁력)와 무형적 가치(가격 및 품질에 대한 철학)가 확고했기에 오랫동안 브랜드를 지킬 수 있었던 것 같다.

 

 

한편 브룩스 브라더스는 다른 브랜드들이 가격 관리를 위해 노동력이 저렴한 제3국의 공장으로 생산 기지를 다변화할 때, 핵심 제품의 경우 오히려 미국 내로 공장을 이전시켰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품질을 관리하기 위한 전략이었는데 이 역시 오랜 시간 동안 기업 간 거래(B2B)를 통해 장기적으로 관계를 맺어온 미국 내 협력업체들이 탄탄하게 포진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B2B 비즈니스에서 장기적 거래를 통한 상호 간 몰입(commitment)은 관계 지속성뿐 아니라 관리 비용 절감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브룩스 브라더스 ‘논아이론 셔츠

 

 

 

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환율 조정, 신제품 출시 등을 이유로 슬그머니 가격을 올리는 사례가 많다보니 프리미엄 시장에 속한 브랜드가 가격 인상에 대한 유혹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은 믿기 어렵다. 실제로 ‘fair price’에 대한 기업 내 철학은 어느 정도로 확고한가.

 

 

 

남성복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여성복 라인을 강화하기 위해 유명 디자이너 잭 포즌을 여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해 ‘2016년 봄, 여름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럭셔리 여성복을 만드는 포즌의 컬렉션이다보니 기존 여성복 제품들에 비해 판매 가격이 다소 비싸졌다. 이를 계기로 여성복 가격이 조금씩 오르려나 싶었는데 다음 시즌 신제품 가격을 확인해보니 오히려 가격이 더 낮아졌다. 재고가 쌓여 할인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잘 팔리고 있는 상품의 후속 컬렉션에 대해 이 같은 가격 정책을 구사한다는 사실은 흔한 일이 아니다. 남성 패션에 있어 브랜드 파워가 훨씬 더 센 유럽산 슈트 브랜드들과 차별화되는 미국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실용성이란 요소를 창업 초기부터 녹였고, 그것이 ‘fair price’로 구현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많은 고객들이 인지하고 있기에 이 철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이런 점을 고객들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한다.

 

 

 

델 베키오 회장이 인수한 이후 브랜드의 초심을 찾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는 패션업체 CEO로서는 이례적으로 원단 공급업체들을 직접 컨택하고 현장을 방문하면서까지 품질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델 베키오 회장의 아버지이며 글로벌 1위 아이웨어업체인 룩소티카 그룹을 창업한 레오나르도 델 베키오는 이탈리아의 전통 금속 세공술을 어려서부터 연마한 장인이다. 기업 규모를 키워 안경과 선글라스의 부속품과 프레임을 만드는 사업을 시작한 이후 자식들을 직접 공장에 불러 제조 과정을 직접 경험하도록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델 베키오 회장은 아버지의 공장에서 일을 거들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을 무척 즐겼다고 한다. 14살이 된 이후부터는 여름방학 내내 아버지 공장에서 일하며 안경 프레임을 직접 생산하기도 했다. 장인 정신의 DNA가 있다는 점은 제조 기반의 패션사업과 잘 맞는 요소다. 실제 그가 사령탑을 맡은 이후 좀 더 품질이 높은 원단을 사용하고,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초심을 찾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룩소티카의 미국 내 사업을 개척하기 위해 미국에 온 델 베키오 회장은 브룩스 브라더스 인수 이전, 전국적 체인을 가진 여성복 브랜드를 인수해 운영한 경험이 있다. 이때의 경험이 브룩스 브라더스 제품의 품질 및 원가 관리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2

 

 

 

‘전통’이란 가치를 내세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2008년 한 가족으로 보이는 남녀노소가 등장하는 이미지와 ‘Brooks Brothers: Generations of Style’이라는 카피 문구를 내건 흑백 광고를 선보인 바 있다. ‘아들이 아버지와 함께 방문해 첫 번째 슈트를 맞추는 곳이라는 정통성을 강조한 것이다. 또 뉴욕 매디슨 애비뉴에 있는 6층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에 방문하면 60, 70대 직원이 다가와 고객을 반긴다. 수십 년에 달하는 경력 덕에 넥타이, 셔츠 등 각기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장인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이들 세일즈 직원은 지금 매장을 찾는 젊은 고객의 아버지, 그리고 그 할아버지의 얼굴까지 알 정도로 고객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고객의 가족행사에 초대받는 일이 있을 정도다. 브랜드의 역사가 길다는 사실은 고객과의 관계의 역사 또한 길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진출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국가들에서도 이런 브랜드의 강점을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로 베스트 프랙티스를 활발히 공유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고객 대상 서비스 교육을 업계 최고 수준의 강도로 실시하고 있다. 슈트는관계지향적인 옷이다. 격식 있는 자리에서 중요한 사람과 관계를 맺기 위해 입는 옷이라는 뜻이다. 이것이 패션업에서는 고객과 직원과의 관계로도 표현돼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관계란 곧 서비스가 아닐까 한다.

 

 

 

최근 패션시장의 화두 역시합리적 소비. 패션과 같이 감성적인 영역에서조차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르고 외국 제품의 경우 국가별 최저 가격을 검색해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제품을 구매한다. 이런 트렌드가 럭셔리 브랜드로선 반갑지 않을 텐데.

 

 

 

이런 트렌드는공정한 가격을 내세우고, 국내 판매가도 본사가 있는 미국 대비 평균 20∼30%를 넘지 않게 책정하는 브룩스 브라더스에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브룩스 브라더스가 최근 핵심 상권을 하나씩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시대상과 소비자 인식의 변화를 백화점 등 주요 유통업체 관계자들 역시 깨닫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국내 명품 시장 팽창기인 2000년대 중반만 해도국내에서 잘 안 팔리는 수입 브랜드 가격을 10배로 높여 붙였더니 불티나게 나가더라는 말이 입소문을 타고 전해질 정도였다. 하지만 스마트 컨슈머의 등장으로 이제눈 가리고 아웅식의 고가 마케팅은 통하지 않는다. 감성적인 영역의 패션을 판매하면서도공정한 이윤이라는 인지적 합리화 과정을 거치게 해야 통하는 시대가 된 것 같고 그런 면에서 브랜드의 가치가 국내 고객들에게 제대로 통하기 시작한 것 같다.

 

 

 

 

 

 

 

 

 

() 캐주얼 브랜드 ‘레드플리스’의 시어서커 소재 재킷. () 브룩스 브라더스의 ‘폴로 버튼다운 셔츠

 

 

 

 

 

 

패션 브랜드로서 긴 역사가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보나.

 

 

 

“때때로 긴 브랜드 역사만큼 각 고객이 인식하는 브랜드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하다보니 인식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사실 브룩스 브라더스의 브랜드 가치는 역사, 개방적 유대관계, 봉사, 공정, 혁신 등이고 이 가운데 혁신은 설립 초기부터 브랜드 DNA에 강하게 새겨져 있다. 브룩스 브라더스는 맞춤복이 대세였던 1800년대 초반, 미국 최초로 기성복을 만들어 판매한 회사다.

 

당시 뉴욕항에는 유럽에서 들어오는 배가 많았는데 배가 정박하는 짧은 시간 동안 고객의 요구에 맞춰 슈트와 셔츠를 공급한 것이 기성복 역사의 시초가 됐다. 또 다림질을 하지 않아도 되는논 아이론(non-iron)’셔츠는 1998년 처음 선보였는데 매일 아침 남편의 셔츠를 다리느라 땀 흘렸던 주부들 사이에기적의 셔츠로 불리며 각광받았다. 폴로 선수의 셔츠 옷깃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버튼을 달아 고정한 것에서 영감을 얻어 칼라의 양쪽 끝에 버튼을 부착해 옷의 몸통 부분과 고정할 수 있게 한 디자인도 이 브랜드가 1896년 처음 선보인 것이다.

 

 

 

또 여름철에 즐겨 사용하는 시어서커(세로 줄무늬를 올록볼록하게 짠 쿨 원단) 소재도 브룩스 브라더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런혁신의 DNA’가 강하다는 점이 장점임에도 여전히 많은 고객들이 클래식한 슈트를 만드는 전통적인 이미지로만 기억하고 있다. 혁신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효과적으로 알리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의류 트렌드의 변화로 슈트 브랜드들의 성장세가 이전만 못하다. 이러한 트렌드를 겨냥해 브룩스 브라더스 역시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캐주얼한 감성의 브랜드레드플리스를 내놓았다. 하지만 브룩스 브라더스의 과거 역사를 보면 트렌드에 편승해 캐주얼 라인을 대거 강화했을 때 오히려 고객을 잃었던 적이 있다.

 

 

 

캐주얼 라인을 추가했다고 해서 브랜드의 본질인 전통을 희생시키면서 완전히 캐주얼화된 브랜드만 선보이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전통을 재해석해 새로움을 입히는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예컨대 클래식 스타일의 슈트에 새로운 신소재를 사용하고 패션 트렌드를 반영해 몸에 달라붙는 슬림핏 셔츠를 내놓는 방식이다.

 

 

 

레드플리스는 트렌드에 민감한 아시아 지역에서 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성장세가 높아 본사가 현재 가장 주목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을 고려해 최근엑스트라 슬림핏등 아시아 고객들이 즐겨 입는 스타일을 대폭 강화하기도 했다. 2014년 레드플리스 최초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연 것도 아시아 시장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정이었다. 즉 캐주얼 라인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고객층을 공략하면서 신성장 동력을 모색한 것이다. 하지만 레드플리스 역시 브랜드 아이덴티티 자체는 기존 브룩스 브라더스 메인 라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완전히 다른 성격과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입을 법한 옷이 아니라 같은 고객이 삶 내의 다른 맥락, TPO(시간, 장소, 행사) 등을 고려해 선택할 수 있는 옷이라는 의미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어떤 혁신을 시도하고 있나.

 

 

 

여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된 잭 포즌은 비욘세, 귀네스 팰트로 등 핫 한 연예인을 비롯한 트렌디한 여성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그의 영입은 브랜드 이미지를 보다 젊고 활기차게 전환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브룩스 브라더스는 스타 디자이너를 영입하고 이 제품을 만드는 디자이너를 띄워 마케팅에 활용하는 유럽 명품 기업들의 전략을 따르지 않았다. 제품 자체가스타가 돼야 한다는 철학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성복처럼 포트폴리오 내에서 부각되지 않는 제품군을 띄우기 위해서는 이런 스스로의조차 깨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브룩스 브라더스 내에서 여성복 비중은 높지 않은 편이다. 이에 따라 여성복 디자이너로 인지도가 높으면서 브룩스 브라더스의 전통과 가치를 존중해주는 디자이너를 영입한 것이다. 포즌은 섹시함과 클래식함을 잘 조화해 유럽 감성의 드레스를 만드는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그가 전통적인 이미지의 브룩스 브라더스와 손을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3

 

 

 

 

그가 이끄는 여성복 라인은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디자인으로 선보여졌나.

 

 

 

포즌은 부가가치 및 가시성이 높은 슈즈, 백 등의 액세서리 라인을 강화하면서 수익성 강화에 효과를 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역시 스타 디자이너 위주의 마케팅을 펼치는 등 그동안의 전략을 완전히 갈아엎은 것은 아니다. 이렇게 할 경우 기존 충성 고객들을 잃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럭셔리 패션 마케팅에서의 전략의 핵심은 중용(中庸)에 있는 것 같다. 고객 관점에서 그들이 지금까지 우리 브랜드를 사랑해 온 이유를 충분히 보듬어주되, 즐거움과 놀라움을 선사할 수 있는 변화를 추구하는 데 있어 적절한스윗 스폿(sweet spot)’을 찾아야 한다.

 

 

 

브룩스 브라더스는 2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 스윗 스폿을 찾기 위한 시행착오를 경험했고, 교훈도 얻었다. 예컨대 최근 의류 업계에서도 ‘3D 스캐닝 IT를 적용한 과학적 신체 계측 서비스를 적용하는 사례가 많고 이제 기술적으로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실제로 고급 슈트를 맞추는 고객들은 기계가 줄 수 없는 감성적 가치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즉 장인의 감수성과 스킨십의 힘이 기술 발달보다 더 중요한 가치일 수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도 이를 잘 조화시킬 수 있는 노하우를 다듬는 것이 브랜드의 성패를 좌우할 것 같다.

 

 

DBR mini box

브룩스 브라더스는?

 

 

미국 코네티컷 주 스트라스포드에서 태어난 헨리 샌즈 브룩스는 뉴욕 맨해튼으로 이주한 뒤 식료품을 취급하는 무역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매장에서 판매할 상품들을 구입하기 위해 영국을 자주 방문하던 중 의류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때부터 영국의 최신 남성 패션을 뉴욕에 소개하기 시작했다. 1818년 미국 뉴욕에 ‘H.&D.H. Brooks&Co.’라는 이름의 매장을 열면서 남성복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최고급 영국 양모를 사용하고 장인 정신을 담아 슈트를 제작한다는 사실이 입소문이 나면서 성장했다.

 

그의 아들들에게 물려진 브룩스 브라더스는 이후 결국 다섯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이 와중에 창업 초기 때의 장인 정신이 흔들려 부침을 겪은 적도 있다. 마침내 1988년 영국의 유통기업인막스&스펜서 75000만 달러에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아웃렛 등으로 유통망이 확대됐다.i  남성 화장품 및 향수 컬렉션, 골프복 라인, 심지어 CD 컬렉션 라인을 내는 등 브랜드 확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99년에는 뉴욕 피프스 애비뉴에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확대 정책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캐주얼로 남성의 출근복 스타일이 달라지는 트렌드를 반영해 기존 정통 슈트보다 캐주얼한 의류들을 집중적으로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의류의 품질은 물론 매장 서비스까지 저하됐다는 평가가 나왔다.ii

 

막스&스펜서는 결국 2001년 이 브랜드를 매물로 내놓았다. 전통의 명가(名家)를 손에 넣기 위해 랄프로렌, 토미힐피거 등 유명 의류 브랜드 및 유통사 등 총 14곳이 입찰에 뛰어들었다. 인수전이 과열 양상을 띨 정도로 관심을 모았지만 입찰일 바로 전날, 9·11 테러가 발생했다. 불투명한 투자 환경 등을 이유로 다른 브랜드들이 입찰을 포기한 반면 단 한 사람이 남아 단독 입찰에 성공했다. 이탈리아의룩소티카창업주의 장남, 클라우디오 델 베키오 회장이었다. 인수 이후 델 베키오 회장은아메리칸 헤리티지’ ‘정통 슈트’ ‘고품질등 이 브랜드가 가진 핵심 가치들을 회복하는 데 주력했고 미국은 물론 세계시장에서 다시 입지를 굳히고 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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