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전실업의 OEM 국제화 전략
Article at a Glance
스포츠웨어 및 아웃도어 의류 OEM 업체 호전실업의 국제화 전략 성공요인
1) 인도네시아에 생산 거점 마련하며 국제화 기반 확립 사업 초창기부터 해외 시장 공략에 초점 두고 1991년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 통해 해외 생산 기지 확보. 특히 ‘저임금 노동력’에 초점을 두려는 대부분 OEM 업체들과 달리 ‘숙련된 노동력’을 기반으로 생산성을 높이려는 전략 추구. 이를 통해 고기능성·고부가가치 의류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성공.
2) 틈새시장 공략 통해 글로벌 ‘빅 브랜드’ 대부분을 거래처로 확보 다품종 소량 생산이 특징으로 생산 공정이 까다로운 스포츠 팀웨어 시장에 집중. 특히 자수·프린팅 등 일반적으로 외주로 주는 공정을 자체 생산라인에 통합시켜 ‘원스톱’ 생산 체제 구축. 품질 관리와 납기 준수 측면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통해 나이키, 아디다스 등 대형 바이어들을 모두 거래처로 확보.
3) 숙련된 노동력 확보를 위해 전략적 M&A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컬럼비아에 제품을 납품해오던 20년 된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 인수. 비록 설비는 노후화됐지만 기능성 아웃도어 의류 생산에 필수적인 숙련된 노동력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M&A 의사결정. 그 결과, 스포츠웨어와는 전혀 다른 역량을 요구하는 아웃도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기반 마련. |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정우성(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허재석(성균관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현재 글로벌 스포츠웨어 시장에서 가장 ‘핫(hot)’ 한 업체는 부동의 1위인 나이키(Nike)도, 만년 2등인 아디다스(Adidas)도 아닌, 언더아머(Under Armour)다. 한국에선 다소 생소하지만 미국에선 2014년 아디다스를 제치고 업계 2위에 올랐다. 언더아머는 ‘전사(운동선수)들이 전쟁터(시합)에 나가기 전 착용하는 갑옷’이라는 용맹스런 브랜드 이름처럼 2010년 이후 해마다 20∼30%대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언더아머 매출액(2015년 약 39억6000만 달러)은 나이키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업계에선 ‘언더아머가 아디다스를 넘어 나이키의 아성까지 무너뜨릴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일 정도다.
나이키든, 언더아머든, 아디다스든 글로벌 의류 업체 대부분은 브랜드 관리와 제품 기획, 디자인 및 마케팅에 집중하고 실제 제품 생산은 아시아나 중남미 등지의 외주 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곧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글로벌 브랜드 뒤에 숨어 있는 ‘히든챔피언’들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떠오르는 신성(新星) 언더아머를 포함해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글로벌 ‘톱3’ 스포츠의류 업체 모두를 거래처로 확보하고 있는 국내 회사가 있다. 바로 연 매출 3000억 원대의 중견기업 호전실업이다.
의류 OEM 수출기업인 호전실업은 일반 스포츠웨어에 비해 봉제 공정이 까다로운 골프 바지나 생산관리가 어려운 스포츠 팀웨어(team wear, 팀별로 똑같이 입는 유니폼) 등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스포츠웨어 생산에 특화된 업체다. 뿐만 아니라 다운 재킷, 낚시복, 사냥복 등 높은 기능성을 요구하는 아웃도어 의류(전체 매출액의 약 30%)도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1985년 직원 두 명으로 출발한 호전실업은 현재 국내외 직원 수만 1만7000여 명에 달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2016년 5월 기준 인도네시아에 6개 공장, 베트남에 1개 공장(임대)을 각각 운영 중이다. 지난해 2969억 원 매출액(연결재무제표 기준)에 250억 원의 영업이익(영업이익률 8.4%)을 올렸다. 10년 전인 2005년(개별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1091억 원, 영업이익률 1.4%)에 비해 규모는 2.7배 늘고 수익성은 6배나 높아졌다. 일찌감치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국제화를 추진하고, 여성 정장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스포츠웨어 및 고기능성 아웃도어 의류 중심으로 확대·개편한 결과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OEM 업체로 성장한 호전실업의 성공 요인에 대해 DBR이 분석했다.
사업 초기부터 장기적 관점에서 국제화 추진
호전실업은 현재 스포츠웨어 및 아웃도어 의류 전문 OEM 업체로 자리매김했지만 원래 출발은 여성 정장에서 시작했다. 처음부터 수출을 목표로 삼았던 호전실업은 당시 섬유쿼터 규제를 받지 않는 일본의 이토추(伊藤忠)상사를 통해 여성복을 납품했다. 사업 초기엔 대전에서 공장을 운영했지만 1980년대 후반 들어 임금 상승에 섬유·의류 산업 사양화로 인한 인력 공급 부족 현상까지 겪으면서 해외 생산기반 구축에 나섰다. 국내 생산기지를 대체할 후보지로 중국과 인도네시아를 놓고 고민하던 호전실업은 1991년 인도네시아 현지 의류업체인 카웰(Karwell)과 합작법인(PT. Kahoindah Citragarment, 이하 Kaho)1 을 세우고 자카르타에 공장(Kaho 1공장)을 설립했다.
호전실업이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한국과 더 가까운 중국 대신 인도네시아를 택한 이유는 저임금보다 우수 인력 확보 가능성 측면에서 인도네시아가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호전실업 창업자인 박용철 회장은 “한국도 과거 봉제 산업이 크게 각광받던 때가 있었지만 공업화가 진척되면서 우수 인력은 모두 석유화학이나 전자, 자동차 등으로 옮겨갔다”며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를 봤을 때 봉제업에서 우수 인력이 빠져나가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아무리 중국의 인건비가 낮아도 공업화가 진척되면 임금은 오를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당장 저임금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보다 숙련된 기술공들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봤고 그런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공업화 수준이 낮은 인도네시아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사업 초창기부터 장기적 관점에서 국제화를 추구한 호전실업은 2년 뒤인 1993년 리복(Reebok, 2006년 아디다스에 인수)에 운동복(tracksuit)을 납품하며 스포츠웨어 시장에도 발을 들여놓는다. 이어 이듬해인 1994년엔 운동복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아예 카호(Kaho) 2공장을 세우고 10여 년간 여성 정장과 스포츠웨어 생산을 병행해 나갔다.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