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vator’s Insight: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인터뷰

“하수는 폼나는 것을 쫓아다니고 고수는 변두리의 요지를 선점한다”

200호 (2016년 5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의 개척자이자 대표적인 멘토다. 5곳의 회사를 창업했고 이 중 이니텍과 이니시스는 보안·전자 지불 분야의 국내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회사를 매각하고 창업교육을 위해 2010년 프라이머를 설립했다. 마이리얼트립, 스타일쉐어, 데일리호텔 등이 모두 프라이머의 엑셀러레이팅을 통해 탄생했다. 권 대표는투자기업을 선정할 때 비즈니스 모델이 가장 중요하다. 모두가 동의하는 그럴싸한 큰 비전 대신 실제로 자기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가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행을 좇는 것 대신에 작고 날카로운 것으로 시작하라는 것이다. 또 대기업이 벤처정신을 조직에 불어넣기 위해서는 조직과 권한을 적절히 이양하고 기업가정신을 가진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정우성(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5개의 회사를 창업했다. 이 중 1997년과 1998년에 각각 설립한 이니텍과 이니시스는 보안·전자 지불 분야의 국내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2000년대 초반 두 회사를 코스닥에 잇달아 상장시켰다. 사업의 본질에 충실한 경영으로 두 기업은 현재 기업가치가 4000억 원이 넘는다. 창업자는 새로운 일을 도모하기 위해 2008년 모든 회사의 경영권을 매각했다. 그리고 2010년 벤처 1세대 창업가들과 손잡고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엑셀러레이터프라이머’를 설립했다. 국내 1위 모바일 중고거래 서비스퀵켓(번개장터)’, 외국에서 한국 방송을 볼 수 있는온디맨드 코리아’, 맞춤형 개별여행사마이리얼트립등이 모두 프라이머의 지원을 받았다. 프라이머의 지원을 받은 많은 팀이 성공하면서 프라이머는 가장 인기 있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가 됐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53). 그는 최근 창립 20주년을 맞은 한국공학한림원이 선정한대한민국 파괴적 혁신가중 한 사람으로 뽑혔다. 창의적 사고와 도전적 실천을 통해 산업 인프라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벤처 창업 열기가 뜨겁다. 대학생과 직장인은 물론이며 대기업에서도 사내벤처제도 등을 통해 벤처정신을 불어넣기 위해 힘쓰고 있다. 실제로 창업해서 기업을 성공시켰고, 또 지금은 후배 창업가를 위한 멘토 역할을 하는 권 대표에게 벤처정신과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창업한 5곳의 기업(이니시스, 이니텍, KMPS, KVP, KIB)이 아직까지 모두 생존해 있다. 한 사람이 하나의 회사를 창업해 생존시키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놀라운 성과다. 이런 성과를 낸 이유가 뭔가?

 

1997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니텍을 창업했다. 1998년 이니시스를, 2000년에 KMPS, KVP, KIB를 만들었다. 2000년에는 5개 회사에서 CEO 역할을 했다. 네이버나 다음과 같이 조 단위의 매출을 내는 회사를 만들진 못했지만 내가 만든 5개의 회사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매출이 높은 것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든 것도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면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자평한다.

 

기업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은 기업을 탄생시키는 것보다 더 어렵다. 내가 만든 회사가 모두 생존한 이유에 대해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개인의 이익보다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한 것이다. 창업자가 일하는 최종 목표는회사의 발전이어야 한다. 대주주로서 자신의 권한을 포기한다 하더라도 회사가 더 잘될 수 있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나도 경영자로서내 그릇이 이만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회사를 떠나기로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기분이 나쁘지만(웃음) 이니시스 사례를 보면 내가 회사를 매각할 때보다 규모가 훨씬 커졌다. 결과적으로 내가 떠난 것이 결국은 회사의 성장에 긍정적인 요인이 된 셈이다.

 

두 번째는 창업자가나쁜 짓을 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 혹은 탈법은 당연히 안 해야 한다. 이 외에 회사 경영에서 상식적으로도 나쁜 짓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혈연과 학연으로 사람을 뽑고, 회사를 사조직화하고, 자신의 취향과 기분에 따라 조직원들을 대우하는 것 모두가 비상식적인 것이다. 창업자가 초인적이며 영웅적으로 회사를 경영하지 않더라도, 이런 나쁜 짓만 안 해도 회사는 그 자체로 엄청난 경쟁력을 가진다. 이런 기본적인 것만 지키고 경영해도 회사의 펀더멘털(기본)은 단단해질 수 있다.

 

 

 

회사를 매각하고 엑셀러레이터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덩치가 커진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재미가 없었다. 큰 회사를 경영하면 밖에서 알아주고 대접도 받는다. 문제가 생겨도 직원들이 해결해주니까 편하다. 그런데 나는 점차 그런 것이 별로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기 시작했다. 인생을 좀 더 재미있게 살고 싶었다. 회사의 규모는 내 능력의 한계를 넘어섰고, 일하는 재미도 사라지고 있었다. 그때 좋은 조건으로 매각 제안이 들어왔다. 그래서 회사를 매각하기로 했다.

 

창업할 때부터도내가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이 회사를 운영해야지라는 생각은 없었다. ‘때가 되면 내 길을 가겠다라고 생각했다. 그 타이밍이 언제일지 몰랐는데 창업하고 딱 13년째 되던 해에 그걸 실현하게 됐다. 회사를 모두 매각하고 1년 반 정도를 쉬었다. 뭐할지를 고민했는데 두 가지가 떠올랐다. 대안학교를 만드는 것과 스타트업을 엑셀러레이팅하는 것, 두 가지가 하고 싶었다.

 

이것저것 고려해보니 대안학교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해본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엑셀러레이팅하는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프라이머가 IT 위주로 지원하는 것도 내가 잘 아는 분야라서 그렇다. 투자와 교육 지원을 통해 성공적인 창업가들을 많이 길러내면 이들이 50년 후에 우리 사회를 바꾸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봤다. 성공의 경험을 한 창업자들이 사회에 많이 배출되기를 원했다. 이를 통해 나만의 방식으로, 창업자 발굴과 교육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었다.

 

이런 큰 목표뿐만 아니라 창업가로서의 경험도 엑셀러레이팅을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회사를 만들고 제품을 내놓을 때까지는 계속 돈이 든다. 제품을 내놓은 초반에 매출이 나온다 하더라도 투입되는 마케팅 비용을 포함하면 지출은 오히려 늘어난다. 현금흐름이 플러스가 될 때까지 보통 5년 이상이 걸린다. 전통적으로 1∼4년은 현금흐름의 마이너스가 깊어지기만 한다. 이때를스타트업의 데스 벨리(death valley)’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기 전 데스 벨리에 있을 때 이미 스타트업의 90%가 망한다. 벤처캐피털(VC)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 만들어진 제품과 매출성과를 보고 투자하는 비중이 높았다. 제품 생산 단계 전부터 창업가를 교육하고 지원해, 그들이 원하는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자리 잡은 개념이었지만 내가 프라이머를 만들 당시만 하더라도 엑셀러레이팅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었다. 한국에서도 실리콘밸리에서처럼 초기부터 스타트업을 육성하도록 도와주면 좋은 스타트업이 많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프라이머를 만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스타트업은 어디인가.

 

모든 스타트업이 다 소중하고 기억에 남는다. 그중 디자인 소프트웨어 작업을 도와주는위트스튜디오와 중고거래 서비스 플랫폼 번개장터를 운영하는퀵켓은 네이버에 인수합병됐다. 번개장터는 국내 1위 모바일 중고거래 사이트로 성장했다. 퀵켓 설립 초반만 하더라도 2억 원 정도던 기업가치는 설립 3년 만에 50배 이상 상승했다. 네이버는 100억 원 이상의 기업가치로 퀵켓을 인수합병했다. 가이드와 여행객을 직접 연결해주는 온라인 여행 플랫폼마이리얼트립’, 모바일 패션 부문 1위인스타일쉐어도 프라이머에서 엑셀러레이팅했다. 해외에서 국내 TV 방송을 합법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해주는온디맨드 코리아’, ·오프라인 모임 문화 플랫폼온오프믹스등도 모두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프라이머 출신 기업이다. 이를 포함해 모두 90곳이 넘는 스타트업과 함께했다.

 

최근 멘토링한 스타트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세탁특공대. 이 스타트업은 찾아가는 세탁 수거 서비스를 모토로 했다. 이곳은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한다. 세탁특공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40분 이내로 세탁물을 수거해가고, 다음날 다시 갖다 준다. 고객들은 집에서 앱을 사용해 편하게 세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1 365, 하루 14시간 동안 방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시간이 너무 길어 창업자들이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너무 힘들 것 같다. 오후 6∼7시까지만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러니까 세탁특공대 창업팀이세탁소가 불편한 이유가 직장인이 퇴근하면 문을 닫기 때문이다. 12시까지 해야 된다라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입소문을 타면서 회사가 바빠졌는데 옆에서 지켜보면 그저 짠하다. 세탁물을 수거하고, 분류하고, 세탁 공장에 맡기고, 또 이를 되찾아 다시 고객에게 전달하는 일이 쉬울 수가 없다. 고객이 많아지면서 이 팀이 더욱 바빠졌다. 가끔씩 창업가들을 만날 때면 그때마다 살이 쭉쭉 빠져 있어서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데도 너무 긍정적으로, 신나게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고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 세탁시장 규모는 17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세탁특공대가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러 창업가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언제나 보람차다. 초반에 다소 평범하다고 여겼던 팀에서 나중에 좋은 성과가 나오는 것을 볼 때가 특히 그렇다. 천천히 배우기는 하지만 조금씩, 천천히 배워서 결국은 성과를 내고야 마는 팀들을 볼 때면 아주 뿌듯하고 좋다. 성공한 선배 팀을 데려와 후배 창업가에게 강의를 시키기도 한다. 성공한 창업가가 후배들에게 하는 말을 잘 들어보면 결국은 우리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자신들에게 했던 얘기들이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던 친구들이 이제는 그 이야기를 자기의 성공 노하우로 체득하고, 당당하게 후배에게 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소금장수와 우산장수를 둔 어머니의 일화처럼 항상 모든 팀들이 다 잘될 수는 없다. 물에 잠겨서 허우적거리는 팀도 있고, 공중에 뜨지 못하고 헤매는 팀들도 있다. 가슴이 아프다. 창업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 정말 힘이 든다. 포기하라고 이야기하고 싶을 때도 많다. 그런 친구들에게 견디라고 이야기할 때가 괴롭다. 이 친구들에게계속 가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거기에서 빠져 나오라고 해야 할지 늘 고민한다.

 

투자할 때 무엇을 가장 중시하나.

 

매년 봄과 가을에 엑셀러레이팅할 스타트업을 선정한다. 보통 시즌 때마다 200개가 넘는 신청서를 받는다. 개인적으로 들어오는 요청까지 하면

1년에 많게는 1000곳에서 신청서를 받곤 한다.

 

선정기업을 결정할 때 두 가지를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비즈니스 모델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대단히 전문적이고 거창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포인트가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실제 신청서를 받아보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아이디어가 많다. 말이 안 되는 것을 논리적으로 풀어 말이 된다고 증명하는 경우도 많다. 창업가들이 말하는 문제점이 문제 자체가 아닌 경우 혹은 문제가 영원한 인류의 숙제인 것들이 있는데 이런 유형에 해당되면 우리는 투자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어떤 아이디어를 통해 인간의 게으름을 해결하겠다고 하자. 인간의 게으름은 인류의 영원한 숙제다. 인간은 구석기 시대부터 게으른 존재다. 그런 문제에 접근하면서 앱 하나로 인간의 게으름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건 비즈니스 관점에서 효용성이 떨어진다. 나는 이런 불가능한 아이디어들을 통칭해세계평화아이디어라고 한다. 세계평화를 하겠다고 하면 누구도 그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훌륭한 일이다. 세계 평화를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이것을 구체적으로 해결할 방법 없이 구호를 외치는 것에 그친다면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다. 많은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점도 이와 같다. 논리가 맞고, 모두가 동의하는 문제고, 대체적으로 훌륭하다. 그런데그래서 뭘 어떻게 할 건데?”라고 하면 답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공허한 문제의식만 가지고는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

 

하수는 폼 나는 것을 쫓아다니고, 고수는 허름한 변두리 요지를 알아보고 미리 선점한다. 트렌드에 소외된 채 불평하며 변두리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집단이 어디에 없는지 살펴보면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뒷골목에서 딴짓 하고 있는 틈새 그룹이 있는지 찾아서 그들에게 딱 맞는 맞춤복과 같은 제품을 만들면 시장에 진입하기가 수월하다. 스내플(Snapple)이 거대 탄산음료로 획일화되고 포화된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그들은 타 음료 기업과 다르게 개성과 여유, 그리고 다양한 맛을 제공해 차별화와 자유에 대한 욕구를 가진 이들을 사로잡았다. 한 번에 다 마실 수 있는 작은 병으로 생산해서 차별화했고, 유통 과정도 독자적으로 구축해 시내 작은 상점 등을 통해 제품을 유통했다. 스타트업은 작고 날카로워야 한다. 작을수록 날카롭고, 날카로우면 무딘 큰 것을 이길 수 있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은 대부분 이렇다.

 

두 번째로 보는 것은 사람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하다면 창업가가 이것을 실제로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를 봐야 한다. 사업은 아주 험난한 과정이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참고 인내하며, 지독한 스트레스도 견뎌내야 한다. 여러 가지 유혹에서도 원칙을 지키고 정도를 걸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서 중심을 잡고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본다.

 

대화를 통해서 지원자를 파악하려고 한다. 어떤 사람의 얼굴이 잘생겼느냐, 못 생겼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해왔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등을 본다. 과거에 이 사람이 어떤 일을 해왔는지, 어떤 것을 통해 자신의 진정성을 증명하려고 하는지를 유심히 살핀다.

 

 

 

엑셀러레이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멘토들이 창업가에게 가장 많이 하는 얘기가그거 하지 마. 엑셀러레이팅하는 창업팀이 아이디어를 갖고 오면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제일 많이 한다. 그리고 새로 가져온 아이디어 말고 원래 네가 하고자 했던 일을 하라고 계속 주지시킨다. 멘토링의 핵심은 원래 하려고 했던 일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일정 단계를 지나면 창업팀들이이것을 더 해봤으면 좋겠다혹은방향을 좀 바꾸면 좋겠다는 식으로 추가적인 것을 계속 가져온다. 창업자들이 출발할 때만 해도 본질에 가까운 것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사업을 구체화시켜가면서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본질을 지키라고 한다. 이게 핵심이다.

 

와인 쇼핑몰을 만들었다고 하자. 와인 쇼핑몰을 잘되게 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회원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창업가들은 와인 정보가 담긴 뉴스레터도 만들고, 깜짝 이벤트도 하고 싶어 한다. 이러면 회원을 많이 확보해 매출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바로 망하는 길이다. 좋은 와인을 싸게 공급하는 것이 와인 쇼핑몰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이것을 잘해야 와인 쇼핑몰이 성공한다. 늘 본질이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야 한다.

 

창업의 성공은 영웅적인 결단이나 순간에 떠오르는 창의성이 아니라 지루한 프로세스를 따르는 것이라고 했다.

 

창업팀을 선정할 때사람을 본다고 했다. 그 사람이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본다는 의미다. 순간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좋은 아이디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것은 위험한 것이며, 요행을 바라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검증된 성공의 원리는 결국 오래된, 숙성된 곳에서 나온다. 지금 보안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RSA 공개키 암호방식도 오래된 것에서 나왔다. 1977년 이를 처음 발견한 MIT공대 연구팀 소속의 세 학자 리베스트(Rivest, R.), 샤미르(Shamir, A.), 에이들먼(Adleman, L.)은 오랫동안 이 분야를 연구했다. RSA라는 이름도 이 세 학자의 이름을 본떠 지어졌다. 이 암호방식을 발견하게 된 계기는 의외다. 학자 중 한 명이 샤워를 하다가 이 암호방식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40년이 넘게 쓰이고 있는 이 암호방식이 이렇게 우연히 발견됐다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것이 아니다. 학자가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상당한 시간 동안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한 생각을 고수하고 숙성시켰기 때문에 RSA 암호방식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그것이 사실이다.

 

어떤 사람의 성공 스토리를 신문이나 뉴스에 접하면 보통은 성공의 계기가 되는, 그 찰나의 순간만 생각한다. 그 사람이 한 문제에 10∼20년 동안 몰입했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다는 사실을 무시해선 안 된다. 오랜 고민의 시간들이 임계치를 넘었기 때문에 샤워할 때, 혹은 찰나의 순간에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았는데 갑자기 RSA 공개키 암호방식을 떠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좋은 사업 아이템은 오랫동안 숙성의 시간을 거친 뒤에, 숙성의 강도가 임계치를 넘어섰을 때 나온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이 하고자 하는 분야와 관련해 그가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지, 직접적으로 그 일을 하지 않더라도 그 일과 어떤 식으로 연결돼 있었는지를 본다. 주변에 성공한 사람들을 봐도 대단한 수준의 몰입 없이 뭔가 만들어진 경우는 없었다.

 

나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하고 10년 동안 데이콤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근데 나는 프로그래밍이 너무 재미있었고 일이 너무 좋았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야근한 경험의 60% 이상은 내가 원해서였다. 회사에서 관련 책도 보고 프로그래밍에 몰입했다. 덕분에 인터넷의 발전에 대해서 남들보다 빨리 알 수 있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암호기술과 전자지불 시스템에 대해 알게 됐고, 이를 통해 사업 기회를 발견했다. “어떤 계기로 창업을 했어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사람들은 찰나의 결정이나 순간의 선택이 창업 성공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특정한 짧은 순간이 나의 삶에서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비즈니스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말하라면 데이콤에서 일하는 동안 매일 밤을 새가면서 프로그래밍하고, 코딩하고, 소프트웨어를 찾았던 몰입의 시간인 것 같다.

 

 

스타일쉐어의 윤자영 대표도 비슷한 경우다. 창업할 당시 윤 대표는 패션에 관심이 많은 여자 공대생이었다. 그는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고 했다. 패션에 대해서 몇 가지 질문을 해보니 패션에 몰입했던 흔적이 여실히 보였다.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었더니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공유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스튜디오에서 유명 모델들이 찍은 사진이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윤 대표는 이와 달랐다. 그는패션 사진을 많이 보는데 지겹다. 몇 백 명의 패션모델들이 여러 브랜드를 찍다보니 맨날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특정 브랜드에서 사진을 찍으면 소품부터 의상까지 한 브랜드를 걸쳐야 하니 재미가 없다. 스튜디오에서 전문 모델이 찍은 사진은 너무 달달해서 신선하지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트리트 패션 사진은 다르다고 했다. 편안한 옷차림에 구찌 가방 하나를 잘 든 코디, 고가의 패션 아이템이 아니어도 멋스럽게 소화한 옷 등이 더 매력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조명이나 화려한 배경이 없는 자연스러운 패션 사진이 더 어필할 수 있다고 윤 대표는 나에게 말했다.

 

이것은 패션에 대한 책 한 권을 읽고서는 나올 수 없는 이야기였다. 현재 패션 트렌드에 대해서 방송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짜깁기해 말하는 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달랐다. 그동안 패션 사진들을 많이 보고 열심히 공부한 흔적이 보였다. 게다가 윤 대표는 학생일 때 자비를 들여 영국의 패션 스타트업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단다. 그전에도 패션 관련 아이템을 많이 봤는데 윤 대표가 이야기하는 것이 그전과 차원이 다른 게 느껴졌다. 이전에는 신문, 논문, 방송에서 본 것들을 모으고 편집해서 설명하는 것들로, 대학교 수업에서 A학점을 받는 수준의 사업계획서들이 많았다. 본인의 철학과 통찰력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윤 대표의 이야기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통찰이 들어 있었다. 나는 그게몰입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한 과정의 시간을 거치면서 자신만의 것을 찾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윤 대표가 패션 사진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들면 잘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윤 대표를 만난 지 한 시간도 채 안 돼 투자를 결정했다.

 

스타트업을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창업자가 아주 중요하다. 창업가가 가진 여러 장점 중에서도 겸손함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겸손이란 덕목에 대해서 오해한다. 외형적으로 인사를 잘하거나, 말을 부드럽게 하는 등 겉모습이 겸손해 보이는 것은 내가 말하는 겸손이 아니다. 그 사람의 사고방식이 겸손한가가 중요하다. 사고방식이 근본적으로 겸손한 사람의 특징은 스스로가 잘 모른다고 생각한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옳기 때문에, 내가 잘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능력이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틀릴 수 있고, 내가 잘 모를 수 있지만 계속 배워가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진다. 이런 창업자가 결국은 계속해서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 내가 현재 알고 있는 것에 만족하거나 교만하지 않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고객과 시장에 포커스를 유지해야 한다. 고객과 시장의 목소리에 따라 자기의 생각을 기꺼이 고쳐나가는 사람이 좋은 아이디어로 지속가능한 사업을 할 수 있다.

 

창업자도 중요하고, 또 창업가가 좋은 사람을 뽑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경영은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을 뽑는 것은 늘 어려운 문제다. 미래가 불투명한 스타트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창업자라면 사람에 대해서 늘 신경을 써야 한다. 피터 드러커가좋은 경영은 훌륭한 사람을 데리고 탁월한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을 데리고 탁월한 결과를 내는 것이 좋은 경영이다라고 했다. 이것을 실천하는 경영자는 스스로 경영의 효과를 입증하는 셈이다. 나도 100% 동의한다. 피터 드러커의 이 말은 달리 말하면 이렇게도 해석이 된다. 스타트업이 사람을 뽑기 힘들어도, 평범한 사람을 뽑는다 하더라도 이들을 통해 탁월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사람을 뽑을 때 잠재력을 볼 수 있어야 한다. NBA 역사상 최다승은 시카고 불스(Chicago Bulls) 72승이었다. 그런데 올해 워리어스(Warriors)라는 팀이 73승을 이뤄내며 이 기록을 깼다. 이전에는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던 스테판 커리(Stephen Curry)라는 선수가 새로운 역사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몇 년 전만 해도 스타플레이어가 아니었던 이 선수가 이렇게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코치진과 감독의 노련한 지원 덕분이었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잠재력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미 검증받은 훌륭한 이들을 데리고 와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고 장점을 끌어내는 사람이 좋은 경영자다. 이를 통해 좋은 성과를 내는 작업을 스타트업의 창업가들은 해야만 한다.

 

기술적으로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라고 말하기는 아주 어렵다. 100곳의 회사가 있으면 성공방식은 100곳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회사마다 변하지 않는 기본요소는 결국 창업자의 겸손함, 의지, 정도를 걷는 것 등이다. 창업자들이 이런 자질을 갖췄을 때 회사는 지속가능할 수 있다.

 

많은 대기업에서 벤처정신, 사내벤처제도 등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실패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성공시키려면 어떡해야 할까.

 

벤처정신의 실종이 한국 대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 모든 대기업이 맞닥뜨린 문제다. 미국의 큰 회사들도 한국의 상황과 비슷하다. 자연스레 관료주의가 생기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인 것 같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구글이나 애플에도 이런 문제가 있다. 한국의 일부 대기업에서 미국 기업 문화를 흉내 낸다고 하면서 직급 대신 영어 이름을 부르기도 한다. 기업문화가 함께 바뀌지 않고, 호칭만 바꾸는 것은 의미가 없다. 관료주의의 근원을 모르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이런 접근을 하는 것이다. 관료주의의 근원은 사람들의 자발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자발성이 훼손되면 사람들의 효율성과 생산성이 떨어진다. 이건 권한과 책임의 문제지 호칭과 직급의 문제가 아니다.

 

건강한 벤처정신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권한과 책임을 적절하게 실무자들에게 이양하고 직원을 신뢰하는 일이 필요하다. 조직의 권한과 책임을 전면적으로 재배치해야 한다. 현재 권한을 가진 기득권들, 높은 직급의 사람들이 이를 반대하더라도 변해야만 한다. 권한과 책임의 이양 없이 단순히 호칭만 바꾼다고 모든 게 해결될 리 만무하다. 위계가 있는 조직을 만들더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 명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아야 한다.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관리 받는 대로 일하는 문화가 있다면 5명 규모의 작은 스타트업도 관료주의에 빠질 수 있다. 대기업에서는 주로 보고하고 관리하는 일이 아주 많다. 이는 회사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일이다. 현재의 방식대로 하면 지금 하고 있는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는 있지만 혁신을 이뤄내기는 어렵다. 기존 관행을 타파하고 자발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조직 내 기업가정신을 가진 이들이 많아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가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조직에 많아질수록 벤처정신은 더 잘 퍼지기 마련이다. 나는 기업가정신이 훈련을 통해 키워지는 데 한계가 있다고 믿는다. 기업가정신을 가진 사람을 발견하는 일이 더 낫다고 본다. 그래서 프라이머의 미션은기업가정신을 가진 잠재적 창업가를 발견하고, 기회를 제공해 그들의 성공을 돕는다이다. 사람이 20세 이상이 되면 잠재적으로 기업가정신을 가진 사람인지, 조직 내에서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나눠지는 것 같다. 기업가정신이 없는데 기업가정신을 가진 사람으로 바꾸려고 사람들을 고문하는 것은 서로에게 비극이다.

 

조직 내에 기업가정신을 가진 이가 많지 않다면 외부 조직을 인수합병하면 된다. 인수합병을 통해 혁신가들을 조직 내로 불러오고, 이들을 통해 벤처정신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적절한 권한을 줘야 한다. 기업가정신을 가진 이들을 계속 담아내는 인수합병이 현재 대기업이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실리콘밸리의 주요 회사들을 봐도 비슷하다. 회사 밖에서 뛰어난 인재를 찾고 이들을 데려와 회사의 혁신을 추구한다. 한국은 순혈주의, 공채 우선주의가 강해서 이런 식의 인수합병이 적고, 새로운 인재가 와도 견제받기 일쑤다. 대기업에서는 이런 문화를 타파해야 한다. 기업가정신을 가진 한 사람이 들어오면 그 효과는 엄청나다. 현재 한국의 기업에서는 외부 인재 채용을 위한 인수합병이나 투자에 소극적인 편이다. 대기업이 변신하려면 조직 내 권한과 책임을 적절하게 이양하고, 기업가정신을 가진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발견해야 한다. 조직 내부에 기업가정신을 가진 이가 없다면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기업에 데려와야 한다.

 

경영대학 교육에서창업 수업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경영대학의 수업을 어떻게 변화시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나.

 

교육은 지식을 가르치는 것과 훈련을 시키는 것, 두 가지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현재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측면만 강조한다. 수영을 가르치는데 수영이론만 가르치고 물에는 한번도 안 들어가는 것과 같다. 대학에서 팀워크 프로젝트도 하고 케이스 스터디도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경영 교육은 종이 위에 글자로 표현되는 결과물만 가지고 학생들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제대로 된 경영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대학에서 경영 수업을 한다면 ‘100만 원 벌기등과 같은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 하버드대에서는 MBA 입학생 전원에게 창업하기, 돈 벌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경영학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사회에 나가서 창업하기 전에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의 의미와 무게를 깨닫고, 또 창업하면서 겪게 될 여러 가지 상황을 미리 가르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어떤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어야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창업 수업을 통해 시장에서 얻은 성과는 노벨상을 받은 석학의 그 어떤 평가보다도 정직하고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한국에도 이런 수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창업실습 교육과정인 ‘K-엔턴십을 만들었다. 국민대 등 일부 대학과 협력해 학점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1만 명 가까운 예비창업자들과 학생들이 이 수업을 들었다. 기본적으로 온라인 코스로 진행된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사업 아이디어를 입력하는 것이다. 사업 아이디어를 등록하면 팀의 멤버들이 인상평가를 한다. 익명으로좋아요’ ‘별로예요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좋아요가 많으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다음 단계는 지적 받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도록 하는 것. 학생들이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한다. 그 다음 이 서비스의 잠재 고객 20명을 직접 인터뷰하라고 한다. 잠재 고객의 반응을 통해 이 모델을 수정해야 할지, 아니면 이대로 계속 갈지에 대해 결정하도록 한다. 다음 단계는 온라인 팸플릿을 만드는 것이다. 팸플릿에는 ‘○○ 제품을 만들 예정입니다. 관심 있는 분은 e메일로 연락주세요라는 문구를 적는다. 그리고 5만 원을 주고 네이버나 다음 등 인터넷 플랫폼에 적절한 방식으로 광고를 하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어떤 반응이 오는지 2∼3주 동안 측정하게 한다. 아직 제품이 없는 상태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이후 반응이 좋으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직접 제품을 만들어 창업할 수 있다. 이 수업을 통해 창업한 경우가 몇 있다. 이 과정을 끝내고 좋은 반응을 얻은 학생들이 추가 자문을 구하면 우리는 제품을 만들 때 최소 생존 제품(Minimum Viable Product)을 만들라고 한다. 회원 등록, 마케팅, 데이터베이스 만들기 등을 전부 마치고 사업을 하려고 마음먹지 말라는 것이다. 핵심 기능만 만들어놓고 서비스하면서 추가적인 반응을 얻어 수정하라고 한다. 린스타트업의 프로세스를 따르게 한다.

 

MIT에서 온 사람이 이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그 사람은 우리의 프로그램을 보고 깜짝 놀랐다. MIT에서 만들려고 하는 프로그램을 이미 한국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시한 것이다. 앞으로 경영 교육은 이런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생각해볼 문제

 

경영자라면

1 우리 회사의 본질은 무엇인가?

 

2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회사의 펀더멘털을 약화시키고 있지는 않는가?

비상식적인 행동을 막기 위해 고려해볼 대책은 무엇일까?

 

3 조직 내의 권한과 책임이 적절하게 분배돼 있는가?

 

4 기업가정신을 가진 이들을 발견하기 위해 어떤 투자를 했는가?

 

 

예비 창업가라면

1 비즈니스 모델이 구체적이면서 날카로운가?

 

2 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충분히 몰입한 적이 있는가?

 

3 다른 곳에 없는 나만의 것이 비즈니스 모델에 들어 있는가?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350호 Smart Worcation 2022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