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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 농심 수미칩 차별화 전략

국산감자+포장혁신=업계판도 대변혁, 지속적 R&D+농가신뢰=허니 열풍이 기회

문정훈 | 185호 (2015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생감자를 썰어 만드는 생감자칩 시장은 10년 넘게 오리온 포카칩이 독주하며 정체 상태에 있었으나 2010년 출시된 농심 수미칩은 5년 만에 시장점유율을 25% 가까이 끌어올리며 업계 판도를 바꿔놓았다. 포화된 넌-하이테크(non-high tech)시장에서 차별화에 성공한 수미칩의 성공비결은 다음과 같다.

(1) 물류 투입 차별화: 가공용대서감자를 쓰는 경쟁제품과 달리 일반 요리용수미감자를 전량 국내에서 구매해 풍미를 살림

(2) 생산/운영 차별화: 조미료맛보다 감자맛을 극대화하도록 칩을 두껍게 만듦. 호불호가 갈리는 대신 뚜렷한 팬층을 확보

(3) 마케팅/판매 차별화: 독특한 작명. 진열대에서 눈에 잘 들어오는스탠딩 파우치포장 사용

(4) R&D 차별화: 여러 시드(seed) 제품을 준비해놓았다가 경쟁사의 허니버터칩 열풍이 불자 허니머스타드 맛을 출시. 경쟁사보다 오히려 더 빠른 라인 확장으로 물량 대결에서 승리

(5) 조달: 최장 30년 넘게 이어온 계약 농가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허니열풍 당시 발 빠른 물량

 확보에 성공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예림(이화여대 국문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감자는 생물(生物)이다.”

‘수미칩’을 만드는 농심 직원들이 끊임없이 강조하는 말이다. 2010 6월 출시된 수미칩은국산 감자만을 사용하고 감자 고유의 풍미를 살린 프리미엄 감자칩으로 시장에서 포지셔닝했다. 첫해 감자칩 시장점유율은 4% 내외에 불과했지만 매년 꾸준히 성장하며 2015 6월에는 약 22.5%까지 올라섰다. 특히 2014 12월 출시된수미칩 허니머스타드허니열풍의 원조인 경쟁사의허니버터칩과 유사 제품들을 제치고 스낵류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 1)

 

과자를 사먹을 때 재료의 원산지까지 확인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수미칩은좋은 국산 감자가 제품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생산라인과 저장시설을 이에 맞게 최적화했다.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렸다. 더 이상 차별화할 것이 없다고 생각됐던 감자칩 시장에서 수미칩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이유를 자세히 알아본다.

 

 

 

100% 국산 감자 프로젝트

 

감자칩은 감자를 얇게 저며 튀겨내는 스낵이다. 간식으로, 또 술안주로도 소비된다. 감자칩 시장은 크게프링글스처럼 감자 전분을 틀에 넣어 굽거나 튀기는 성형 감자칩, 수미칩과 포카칩처럼 생감자를 썰어 튀기는 생감자칩으로 구분된다. 생감자칩은 성형 감자칩보다 원료 수급과 생산이 더 까다롭다. 한국에서는 1980년 농심이포테토칩을 선보이며 생감자칩 시장이 처음 열렸다. 1988년에는 오리온이포카칩을 출시해 본격 경쟁구도가 시작됐다. 오리온 포카칩은불량감자라는 유행어를 낳은 CF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1990년대 말부터 시장 1위 지위를 유지해왔다.

 

10년 넘게 큰 변화나 혁신 없이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었던 생감자칩 시장. 새로운 기회를 찾고 싶었던 농심은 2009년 비밀리에 수미칩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핵심은국산 감자로만 좋은 감자칩을 만들어보자였다. 다른 감자칩들은 국산 감자와 수입 감자를 섞어 사용하거나 아예 수입 감자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100% 국산 감자로 제품을 만들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인지시키면 농산물의 원산지에 점점 더 민감해지는 소비 추세에 따라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으리라 봤다.

 

농심이 국산 감자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품종의 특성 때문이다. 감자는 남아메리카가 원산지다. 잉카제국을 점령한 스페인이 16세기 후반에 감자를 유럽으로 소개했으며 한반도에는 19세기 초 만주를 거쳐 들어왔다고 전해진다. 전 세계적으로 약 4000종이 있을 정도로 품종도 다양하다. 감자가 널리 재배되기 시작한 일제강점기에는 쪄먹기 좋은남작품종의 감자가 유행했지만 현재는 국내 농가 재배량의 70% 이상이 미국에서 개발된 수미(Superior) 품종이다. 수미 품종은 찌개나 반찬용, 즉 요리용으로 감자를 많이 쓰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고 생육기간이 100일 정도로 짧아 재배하기도 쉽다는 장점이 있다. 초여름과 초가을 두 번 수확이 가능하다. 그런데 감자칩이나 프렌치프라이 등 튀김 가공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다. 껍질이 얇아 상처를 입기 쉽고 당분이 많아서 튀길 경우 갈색 혹은 검은색으로 변색되기 쉽다. 변색된 감자칩은 상품가치가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업체가 튀김 가공용으로는 당분이 적고 전분이 많은 대서(Atlantic) 품종을 이용해왔다. 대서는 수미에 비해 당 함량이 낮고 질감이 단단하다. 애초부터 감자칩과 감자튀김에 쓰기 좋도록 개발된 종이다.

 

농심, 오리온, 해태 등 국내 감자칩 업체들은 대서 감자 상당량을 미국 등 해외에서 수입해왔다. 국내에서도 계약 재배 물량을 늘려왔지만 근본적으로 대서 감자는 품종 특성상 3개월 이상 저장이 어려운데다가 감자칩 제조용도 외 일반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물량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업체들은 국내 감자 비수확철인 겨울부터 봄까지는 주로 수입 감자를 써왔다. 6월부터 11월까지는 국내산, 12월부터 3월까지는 미국산, 4월부터 6월까지는 호주산을 쓰는 식이다. 일부 제품은 포장용지도 연 2회 교체한다. 하반기 생산품에는국산 감자 100%’라는 문구를 커다랗게 넣다가 상반기가 되면생감자 100%’라는 문구로 바꾸는 식이다.

 

 

농심의 수미칩 프로젝트는 이런 기존 감자칩 제품들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시사철 국산 감자만을 쓰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튀김 전용인 대서 감자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많이 재배되는 수미 감자로 감자칩을 만들 수만 있다면 원료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 뿐더러 한국인의 입맛에 익숙하고농민의 마음(農心)’이라는 사명에도 어울리는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소비자 조사 결과도 부합했다. 기존 감자칩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을 정리했더니 좋은 감자 원료를 사용할 것, 그리고 지방 함량이 적을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또 한국인들은 식료품을 선택할 때 조미료보다는 원재료의 맛이 진하고 풍부하게 느껴질수록 고급 제품으로 인지한다는 분석 결과도 얻었다.

 

 

제품 특성 역시 생산 편의성보다는 소비자 입맛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정해졌다. 박용국 스낵개발팀장에 따르면 일반 감자칩은 1.3∼1.4㎜ 정도의 두께에 38∼40% 정도의 지방 함량을 갖고 있다. 수미칩은 감자맛을 살려달라는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라 두께는 씹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2㎜로 늘리고 지방 함량은 26%로 낮췄다. 염도도 약간 낮췄다. (이후 나온허니머스타드맛은 차별화를 위해 감자를 물결무늬로 썰고 두께는 1.5㎜로 정했다.) 소비자 중에는 기존 감자칩의 얇고 바삭거림과 짭짤한 맛을 더 선호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수미칩 개발팀과 마케팅팀은 감자 그 자체의 맛을 즐기는 소비자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이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생산이었다. 과연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미 감자의 변색을 어떻게 막느냐, 1년 내내 쓸 수 있는 양의 수미 감자를 어떻게 확보하고, 어떻게 저장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농심 스낵개발팀과 공장 설비를 맡은 농심엔지니어링은진공 프라이어(vacuum frier)’를 도입해 변색 문제를 풀었다. 일반적으로 기압이 낮아지면 액체의 끓는점도 낮아진다. 다시 말해 더 낮은 온도에서도 끓기 시작한다. 기름을 섭씨 180도 정도로 가열해 튀기는 일반 감자칩과는 달리 진공상태에 가까운 농심의 진공 프라이어 안에서는 120도 정도에서 감자를 튀길 수 있다. 저온에서 튀기니 당분이 잘 타지 않아 변색 문제는 대부분 해결됐으며 감자 고유의 풍미와 영양분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살려낼 수 있었다.

 

생감자의 수급과 저장 문제는 좀 더 복잡했다. 국산 감자는 대부분 6월부터 9월까지 수확된다. 비수매 기간인 11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쓸 생감자를 확보한 후 상하거나 싹이 나지 않도록 저장해야 한다. “감자는 생물이다라는 말처럼 감자는 쉽게 상처를 입고 또 쉽게 발아한다. 장기간 저장하기가 만만치 않다. 싹이 트거나 속에 멍이 든 감자는 요리에 넣어 먹을 수는 있어도 감자칩으로는 부적격이다.

 

구매2팀 김민수 부장은감자가 어디에 한번 부딪혀서 타박상을 입으면 6∼7개월 저장하는 기간 동안 품질이 나빠진다고 말한다. 타박상을 입지 않도록 수확할 때부터 크기에 따라 선별한 후 마무리 상자에 넣고 건드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농가에서도 자체적으로 감자를 저장해 놓았다가 값이 올라가는 겨울과 봄에 출하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소규모로 저장되다보니 아무래도 전반적인 품질 관리가 어렵다.

 

농심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산 공장과 전국 6개 지역에 대형 저장고를 설치했다. 감자칩 생산에 적합한 직경 5㎝에서 8.5㎝ 사이의 감자를 계약 재배, 혹은 현장 수매해서 수확 즉시 저장고에 입고한다. 저장고는 온도(섭씨 3)와 습도뿐 아니라 공기 흐름까지 제어된다. 이렇게 연중 저장에 들어가는 비용만 해도 감자 원가의 20∼30%에 달한다.

 

“감자 생물은 발아나 부패가 쉽게 일어난다. 미국 같은 경우는 연중 감자를 저장하기 위해 농약의 일종인 발아 억제제를 친다. 하지만 수미칩은 좋은 감자칩을 만드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약을 칠 수 없었다. 그래서 온도와 습도, 공기흐름 조절을 통해 감자를 살려주도록 저장고를 설계했다.” 박용국 스낵개발팀장의 말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렇게 진공 프라이어 생산 설비와 4계절 감자 저장고 설비, 제품 연구개발 등 수미칩 생산을 위해 지난

5년간 들어간 투자비용은 약 600억 원이다. 지난 몇 년간 스낵과 라면, 음료 부문을 포함해 농심 전체적으로 집행된 연간 설비 투자액(CAPEX) 600억 원에서 1000억 원 사이였음을 고려할 때 수미칩에 들어간 비용은 상당한 액수다.

 

마케팅 담당자 입장에서는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회사의 경영 철학은

남과 비교해서 내가 더 낫다는 식의 접근은

피하자는 것이다.

 

제품 연구개발과 동시에 마케팅 계획도 세워졌다. 제품의 이름과 포장 디자인 등은 다른 농심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신춘호 회장이 직접 결정했다. 수미 품종은뛰어난 맛(秀味)’이라는 뜻이지만 신 회장은 한자를 살짝 바꿔뛰어나고 아름답다는 뜻의 秀美라는 이름을 붙였다. 또 프리미엄 이미지에 맞는 고급 포장재가 적용됐다. 수미칩의스탠딩 파우치는 봉지 아랫부분에 심이 들어 있어 오뚝하게 세울 수 있다. 진열대 위에 놓았을 때 소비자의 눈에 잘 띄고 먹다가 남은 것을 보관해두기도 편하다. 대신 일반 과자 봉지에 쓰이는필로타입보다 원가가 50원가량 비싸다. 박스에 들어가는 봉지 숫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운송비도 증가한다. 영업 마진이 매출액 대비 5%를 넘기기 어려운 스낵 산업에서 이 정도의 원가 차이는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수미칩은 프리미엄 스낵으로서의 자존심을 세우는 쪽을 택했다(중량 대비 가격은 다른 생감자칩들과 큰 차이가 없다).

 

홍보 전략도 브랜드 이미지에 맞게 다소 점잖은 방향으로 잡았다. 국산 수미 감자라는 점을 강조하되 수입 감자를 쓰는 경쟁 제품과의 직접적인 비교는 피하기로 했다. 김상헌 스낵CM팀 차장은마케팅 담당자 입장에서는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회사의 경영 철학은남과 비교해서 내가 더 낫다는 식의 접근은 피하자는 것이다. 경쟁 업체를 내리면서 우리를 부각시키지 않으려 한다고 말한다.

 

 

두 차례 고비를 넘기다

 

농심은 1990년대 중반부터포테토칩에 쓰이는 대서 감자 공급을 위해 농가들과 재배 계약을 맺어왔다. 수미칩을 준비하면서 이런 기존 계약 농가들뿐만 아니라 수미 감자를 생산하는 새로운 농가들도 수배해서 2010 6월 제품 출시 준비를 마쳤다.

 

무턱대고 처음부터 많은 물량을 매입할 수는 없었다.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첫해 저장 규모는 1000톤으로 잡았다. 그런데 예상보다 시장의 반응이 좋아서 준비한 수미 감자 물량이 그해 겨울에 다 떨어졌다. 농심 구매팀은 농가들이 자체적으로 저장해놓은 감자를 추가적으로 대량 구매했다. 전량이 업체와의 계약으로만 재배되는 튀김용 대서 감자라면 여유 물량이 없기 때문에 해외에서 수입해야 했겠지만 국내 감자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요리용 수미 감자는 얼마든지 물량을 구할 수 있었다. 다만 도매가격의 급등은 피할 수 없었다. 회사로서는 물건을 팔아도 손실을 볼 정도까지 단가가 올라갔지만시장에서 신제품 반응이 좋을 때 물량이 부족해 팔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그 손해는 더 크다는 생각으로 겨울 내내 웃돈을 주고 감자를 사러 다녔다.

 

첫해의 교훈을 바탕으로 이듬해부터는 재배계약 및 저장 물량을 차차 늘렸다. 2014∼2015년 시즌을 앞두고는 650개 농가로부터 총 2t을 공급받았다. 그런데 다시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바로 허니버터칩 열풍이다.

 

2014년 하반기에 해태제과에서 내놓은 조미 감자칩인 허니버터칩이 큰 인기를 끌면서 품절 사태가 이어졌다. 농심은 허니버터칩 출시 이전부터 수미칩 허니머스타드 맛의 연구개발과 생산준비까지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재빨리 신상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또 기존 오리지널 수미칩 라인 일부를 허니머스타드용으로 전환하면서 공장 증설이 늦어진 해태의 허니버터칩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생산, 판매할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5월까지 쓰려고 저장해놓은 수미 감자가 1월에 벌써 소진될 상황에 처했다.

 

4년 전보다 구해야 할 물량이 훨씬 많았다. 구매팀 김민수 부장과 박효상 대리는 감자를 구하러 전국 투어를 다니느라 11일부터 220일까지 거의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매달 필요한 물량만큼만 구매할 수도 있었지만 그럴 경우 봄이 되면 시중의 감자 값이 너무 오르지 않을까 염려됐다. 겨울 동안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해놓기로 했다. 이들은

30곳 이상의 지역 농협을 비롯해 총 100여 곳의 생산지를 방문했다. 가락시장에 들어오는 감자 박스를 보고 연락을 하기도 했다. 저장 감자가 어디에 얼마만큼 있는지에 대한 국가 차원의 통계자료가 없다 보니 입으로 물어보면서 한 집 한 집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

 

워낙 필요한 물량이 많았기 때문에 중간 유통업자들에게 소문이 돌아 저장 감자의 가격이 폭등하기 전에 빨리 구매를 마치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다고 해서 품질이나 특성이 감자칩에 적합하지 않은 감자를 살 수는 없었다. 저장 감자가 있는 농가, 저장소를 찾으면 먼저 샘플을 한 자루씩 확보해 안양에 있는 연구소로 보냈다. 택배로 보내면 이틀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구매팀이 직접 차량으로 실어 날랐다. 자동차 트렁크에 감자를 수십kg씩 싣고 다녔다. 연구소에서도 이런 사정을 알고 주말도 없이 출근해 샘플을 튀겨가면서 품질을 확인해줬다. 이렇게 해서 구매팀이 발견한 1t의 감자 중 6000t이 수미칩 적격 판정을 받았다.

 

 

보안을 유지한다고는 했지만 시장에서 농심이 감자를 대량 구매한다는 소문이 도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미친 감자 값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올 정도로 값이 올랐다. 전화로 구두 계약을 하고 농가에 찾아갔더니 며칠 새 가격을 두 배 넘게 올려 부르는 일도 있었다. 감자 농가 소득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뿌듯함도 있었지만 구매팀 입장에선 속이 타들어갔다.

 

이때 20, 30년씩 파트너십을 유지해온 기존 계약 농가들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박효상 대리는시세에 관계없이 농심이 잘돼야 자신도 잘된다는 마인드로 직접 추가 납품해주거나 혹은 지인들을 수소문해준 계약 농가들이 많았다. 6000t의 절반 정도는 이런 분들의 도움으로 확보한 것 같다. 계약 재배로 신뢰관계가 구축됐기 때문인 듯하다고 설명한다. 농심의 추가 구매가 이뤄지고 나자 수미 감자의 도매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배까지 올랐다.

 

재빠른 허니머스타드 신제품 출시와 적극적인 원료 확보 덕분에 2015년 상반기 수미칩 매출은 2014년 연간 매출을 훌쩍 뛰어넘었다. 제품 출시 초기에는 경쟁사 제품을 따라한미 투제품이 아니냐는 눈총도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이것도 맛있네?’라는 식의 반응이 늘어나며 부정적인 의견은 사라져갔다.

 

마케팅 활동이 11, 12월에 집중됐던 것도 수미칩 허니머스타드 매출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일반적으로 경쟁사 감자칩들은 국산 감자가 출하되는 여름철에 마케팅 예산을 집중하고 수입 감자를 들여오는 겨울철에는 마케팅 예산을 줄인다. 수미칩은 정반대다. 일년 내내 국산 감자를 쓰기 때문에 경쟁사들이 조용한 겨울철에 마케팅 활동을 많이 벌여왔다. 또 스낵CM팀 김상헌 차장에 따르면 수미 감자는 저온 저장상태에서 전분이 당으로 서서히 변하면서 2, 3월 즈음 단맛이 최고에 이른다. 그래서 농심은 예전부터 이 시기에 맞춰 광고 및 홍보 캠페인을 벌여왔는데, 2014년 겨울에는 때마침 허니버터칩과 수미칩 허니머스타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면서 미리부터 준비해왔던 TV광고 등의 효과가 배가된 것이다. 행운이라면 행운이지만 애초부터 수미칩이 국산 감자만을 사용해 계절에 따른 품질 차이를 줄였기 때문에 잡을 수 있는 행운이었다.

 

 

 

 

성공요인 분석

 

마이클 포터는 기업의 경쟁 전략은 딱 세 가지밖에 없다고 규정한다. 차별화하거나, 원가에서 리더십을 가지거나, 틈새시장을 파고들거나 하는 세 가지 전략 중에서 기업은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수미칩의 성공은 농심의 전형적인 차별화 전략으로 규정된다. 수미칩은 어떤 부분에서 차별화할 수 있었을까?

 

수미칩의 성공은 <그림 1>과 같이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물류 투입 차별화

수미칩은 기존 감자칩 제품들이 대부분 사용하고 있는대서품종이 아닌수미품종을 원료로 하고 있다. 이 수미 품종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감자의 80% 정도를 차지해 오랫동안 우리 밥상에 오르던 것이다. 수미 품종은 대서 품종에 비해 다양한 영양소를 갖추고 있다는 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기간 재배된 감자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정서적으로 소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농심은 수미칩을 위한 수미감자 전용 저장고를 안성 공장과 전국 각지에 개발했다. 이는 감자가 6∼9월에만 주로 수확돼 겨울이 지나면 선도와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연중 시장 반응에 맞춰 적절한 시기에 원료를 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경쟁 제품의 경우 동일 브랜드임에도 시기에 따라 국내산 감자를 쓰거나 수입 감자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수미칩은 원료 수급에 있어서의 차별화를 달성했다.

 

2. 생산 및 운영 차별화

감자칩은 기본적으로 섭씨 180도에서딥 프라이(deep fry)’ 해야 한다는 공식을 수미칩은 깨뜨렸다. 딥 프라이 방식은 적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 안에 제품을 생산해낼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수미칩은 농심이 자체 개발한 저온 진공 공법으로 낮은 온도에서 튀김으로써 비용은 올라가지만 딥 프라이의 부산물인기름 맛과 지방에서 오는열량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수미칩은 기존 제품에 비해 20% 낮은 지방을 함유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 수미칩 차별화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활용되고 있다.

수미칩은 여타 제품들에 비해 제품의 두께가 두껍다. 두꺼운 칩은 기존의 얇은 칩에 비해 식감에서 큰 차이가 난다. 그리고 수미칩은 두꺼우면서 동시에 튀김 기름에서 오는 지방의 함유량이 적으므로 감자 본연의 맛을 극대화해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두꺼운 칩은 소비자들이 입안에서 부러질 때 나는 소리도 다르고 먹을 때 섭취하는 방식에도 차이를 준다. 기존의 제품들을 먹을 때 대체로 소비자들은 여러 개를 집어 입안에 넣는 데 반해 수미칩은 두꺼워서 하나씩 집어서 입에 넣는 소비 행동을 보인다. 그래서 두꺼운 칩이 입안에서 부러질 때 나는 큰소리는 소비자에게즐거움이라는 측면에서 있어서 기존의 칩들과는 다른 가치를 전달한다.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차별화된 제품이다. 그래서 수미칩의 경우 주 구매 고객인 젊은 여성층과 더불어 상반된 세그먼트라 할 수 있는 노년층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3. 마케팅/판매 차별화

농심은 인스턴트 트렌드를 좇는 기업이 아니다. 기존 제품들, 너구리, 신라면, 새우깡 등 우리나라 식품사에 한 획을 긋는 제품들을 중심으로 꾸준한 브랜딩을 하는 기업이다. 수미칩도 이와 마찬가지로 단기적 제품 사이클을 가지고 기획한 것이 아니라 장기간 고객과의 관계 설정과 함께 고객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물량 조달이 어려워도 수입산 원료를 쓰지 않고 국내 수미 감자만을 고집했고, 좋은 품질을 유지를 위한 저장고 개발, 낮은 열량을 위한 가공 방법의 개발에도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또 수미칩은 스탠딩 파우치를 사용함에 따라 매장에서 제품을 세울 수 있고 판매 후 가정이나 직장에서의 쉽게 제품을 노출할 수 있다. 제품의 역사에 비해 인지도가 높은 이유는 독특한 작명뿐만 아니라 포장의 특성으로 인해 제품의 노출이 다른 경쟁제품에 비해 유리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4. R&D 차별화

농심연구소는 미래 제품들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감자칩도 여러 종의 시드(seed) 제품들을 개발해 극비리에 보관하고 있다. 농심은 트렌드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된 시드 제품에 맞는 트렌드가 도래하면 별도의 추가 R&D 없이 그 제품에 맞는 생산 라인만 앉혀서 출시한다. 이는 기업의 시장 대응성, 즉 비즈니스 어질러티(agility)를 극대화할 수 있는 R&D 전략이다. 꾸준한 제품력을 가장 중시하는 기업이 이런 민첩한 비즈니스 어질러티를 갖출 수 있는 것은 R&D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허니버터칩이 국내 칩시장을 강타하고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을 때 타 업체에서는 새로운 레서피, 새로운 제품을 바닥부터 기획해야 했으나 농심은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돼 있던 R&D의 결과물인수미칩 허니머스타드를 빠르게 시장에 출시할 수 있었다. 농심은 허니버터칩 열풍의 주역이었던 해태의 새로운 라인 증설보다도 더 빠른 의사결정과 시장 출시를 달성해 냈다. 따라서수미칩 허니머스타드 맛은 단맛 중심이던 감자칩 시장의 중심에 빠르게 설 수 있었다. 수미칩 허니머스타드 맛의 성공은 수미칩 오리지널과 함께 브랜드 동반성장의 발판이 됐다.

 

5. 조달

수미칩의 고객에 대한 핵심 약속은우리 감자의 맛이다. 이를 위해서 농심은 국내 감자 농가들과 계약 재배를 시작했다. 계약 재배를 통해 감자 농가들은 감자 가격이 폭락해도 영향을 받지 않고 영농 활동에 몰입할 수 있다. 즉 농심과 감자 농가는 수미감자 계약 재배를 다리 삼아 서로 위험을 분산시키고 있다. 농심은 농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안정적 조달, 높고 균질한 품질의 원료 확보를 달성할 수 있다. 이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가져가기 위해 농심은 8명의 담당자가 650여 계약 농가를 최소 연 4회 방문해 재배 기술 향상, 수확량 증대, 농가 소득 증대라는 3가지 목적을 돕기 위한 컨설팅 지원을 하고 있다. 수미칩의 고객에 대한 약속은 우리 감자 본연의 맛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수미칩은 차별화 전략으로 다른 감자칩들과 경쟁하고 있다. 이는 수미칩에 대한 소비자들의 강한 호불호로 나타난다. 모든 소비자들을 다 만족시킬 수 없다. 수미칩은 마이클 포터의 차별화 전략에 관련한 교과서적 방법 그대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차별화의 정석이다. 이미 포화된 넌-하이테크(non-high tech) 일상 소비재 시장에서의 혁신, 차별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한 경영자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수 있는 사례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부교수 moonj@snu.ac.kr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문정훈 교수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KAIST 경영과학과를 거쳐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에서 식품 비즈니스를 연구하고 있다. 국내외 주요 식품기업과 연구소를 대상으로 컨설팅하고 있으며 주 연구 분야는 식품산업 기업전략, 식품 마케팅 및 소비자 행동, 물류 전략 등이다.

  • 문정훈 문정훈 | - (현)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부교수
    - (현) Food Biz Lab 연구소장
    - 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
    moonj@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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