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 싱글몰트 위스키 맥캘란의 브랜드 전략

와인열풍에서 전략을 깨우쳤다 체험과 학습으로 싱글몰트 최강자가 됐다

136호 (2013년 9월 Issue 1)

 

 

 

 

 

편집자주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상지(KAIST 경영공학 석사과정), 김정학(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 장마가 막 끝난 지난 89일 금요일 밤, 한남동의 한 위스키 바(Bar)에는 30대 중반의 남성들이 테이블마다 모여 위스키를 즐기고 있었다. 술을 따라주는 여성 종업원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일반적으로독주라고 생각해 여성들은 잘 즐기지 않는 위스키를 잔에 채워 천천히 음미하는 30대 초중반의 여성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 “위하여원샷을 외치며 마시는 사람 역시 단 한 명도 없었다.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때론 웃고 떠들지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사람도,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도 찾기가 어려웠다. 최근 30대 초중반부터 40대 중반까지의 전문직, 고소득 남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싱글몰트 전문 위스키 바의 풍경이다.

 

경제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경기에 민감한 위스키 시장이 어디가 바닥인지 모를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싱글몰트1  위스키만은 매년 두자릿수 가까운 성장을 하고 있다. 지금은 주춤해진 와인 열풍이나 한때 대세처럼 여겨졌다가 곧바로 추락한 막걸리 인기와는 조금 다른 패턴이다. 지난해 잠시 숨고르기 했던 때를 제외하고는 2000년대 초반, 중반 이후부터 일정한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싱글몰트 위스키가 주로 판매되던 호텔 바(Bar)나 고급 레스토랑뿐 아니라 아예 각 나라별 다양한 브랜드의 싱글몰트 위스키 전문 바가 점점 늘어나면서 시장은 오히려 더 커지는 추세다.

 

이 같은 싱글몰트 위스키의 놀라운 성장세의 중심에는 글로벌 3위 싱글몰트 업체 에드링턴그룹이 공급하는 브랜드맥캘란이 자리 잡고 있다.

 

한때 10배 이상 격차가 있던 국내 시장 싱글몰트 브랜드의 최강자글렌피딕을 누르고 시장 1위 업체로 부상한 맥캘란의 성공요인을 DBR이 집중 분석했다.

 

 

10년 전엔 아무도 모르던 브랜드, 싱글몰트 1위가 되기까지

1.“우리가 갈 곳은 고급 바(Bar)”: 차별화된 거점 거래처(Anchor Account) 전략

맥캘란이라는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가 국내에 처음 들어온 건 1991. VIP, 패스포트 등 기존의 한국형 위스키가 아닌 제대로 된 수입 위스키가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한 게 1989년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진입이었지만 조니워커, 발렌타인 등 유명 블렌디드 위스키도 자리 잡지 못하던 시절에싱글몰트라는 위스키는 존재감을 갖기 어려웠다.

 

당시 진출은 시장을 곧바로 공략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탐색을 위한 시기였다. 당시에는 맥캘란의 수입과 유통을 맡았던 프랑스 레미마틴사의 주력 상품인 브랜디(코냑)가 현 시기의싱글몰트가 차지하고 있는고급 양주의 위상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맥캘란 입장에서는 레미마틴사의 유통망에 올라타 한국 시장의 특성을 탐색하고 본격적인 투자 타이밍을 잴 수 있었다. ( 1)

 

1999년 후반, 그리고 2000년도 초반 IMF 외환위기의 수습이 끝나가면서 위스키 시장이 부활하던 시기, 맥캘란 역시 본격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섰다.

 

맥캘란은 한국 시장에닻을 내리기 위한 준비로 기존의 유흥업소가 아닌 최고급 호텔·레스토랑의(Bar)’ 세 곳을 찍어 영업직원들을 보냈다. 브랜드 고급화를 위한 차별화된 ‘Anchor Account(거점 거래처)’ 확보 전략이었다. (그림 1) 당시 강남 최고의 호텔 중 하나였던 리츠칼튼호텔의 바(Bar), 대한민국 최고럭셔리로 불리던 신라호텔 바, 연예인과 정치인, 그리고 금융인 등이 많이 찾아 유명해진 여의도 63빌딩 스카이라운지 바 이렇게 세 곳이 선정됐다. 주류업계 용어로 전통적 유흥업소, 이른바 TOT(Traditional on Trade)는 철저히 배격한 채 고급 바나 클럽 등 MOT(Modern on Trade)에 접근하고자 함이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질펀한 접대와 무관한 국내 최고급 바부터 공략해야 싱글몰트 위스키, 나아가 맥캘란의 포지션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 세 곳을 거점으로 VIP 구전 마케팅을 전개했다. 영업직원은 세 거점 바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바텐더에게 위스키 종류를 설명하고 싱글몰트 위스키별로 맛과 향의 차이를 알렸다. 또 영업사원들로부터 설명을 들은 바텐더들은 이 같은 내용을 VIP들에게추천형식으로 자연스럽게 퍼뜨렸다.

 

애초에매스 마케팅은 블렌디드 위스키에 비해 같은 연산 기준 최소 15% 이상 비싼 싱글몰트 위스키의 방법이 될 수 없었다. 이들 세 거점 거래처를 중심으로 이후 맥캘란의 소비처가 조금씩 확산된다. (그림 2) 글로벌 본사의 동의를 얻어 한국적 특성을 감안해 시도한 한국 시장에서만의 전략이었다.

 

당시 맥캘란보다 10배 이상 많은 출고량을 보이던 글렌피딕은 전혀 다른 길로 갔다. 이미 완전히 자리 잡은 조니워커, 발렌타인, 윈저, 임페리얼 등의 블렌디드 위스키 시장에 그대로 들어간 것. 전통적인 유흥업소에싱글몰트라는 단어는 희석시킨 채고급 위스키 중 하나로 공급했다. 워낙 위스키 시장이 활황이다 보니 상당한 성과가 나왔다. 맥캘란이 1000상자도 팔지 못하던 시절 매년 1만 상자 넘게 팔았다. 맥캘란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다.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어간 나라에서는 수년 안에 반드시와인싱글몰트 위스키시장이 성장한다는 전 세계 각국의 사례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짜 시장이 열렸을 때차별화된 고급 브랜드를 갖고 있지 않으면, 다시 말해 맥캘란이 그 포지션을 갖고 있지 않으면 정작 중요한 시기에 힘을 못 쓰게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쓰디쓴 인내였지만 이후 그 열매는 달았다.

 

2.와인열풍이 열어 준 공간: ‘전략적 세그먼트와 바텐더 출신핵심영업팀

“자신이 맡은 지역의 모든 바와 클럽을 조사하세요. 어떤 층이 주로 찾는지, 주로 팔리는 술은 어떤 것인지, 분위기는 어떤지 등을 알아본 뒤에 어떤 술을 공급할지 스스로 답을 찾아오세요.”

 

2004년 여름 맥캘란 공급사맥시엄코리아경영진은 새로 영입한바텐더 출신의 영업사원 10여 명을 앉혀놓고 이같이 주문했다. 비로소 맥캘란이 승부수를 던질 때가 됐기 때문이었다. 본격적인투자가 시작되는 시점이었다. 1991년부터 약 10년간은 레미마틴사의 공급망을 이용하며 맥캘란의 시장공략 타이밍을 살피고 있던 터라 별다른 투자가 필요하지 않았다. 2000년도에 에드링턴그룹이 본격적으로 타사들과 제휴해맥시엄코리아를 설립한 뒤에도 공동투자형태로 각 사 브랜드의 술을 팔고 수익을 나눠 갖는 구조였기 때문에 2004년까지는 타사의 다른 주종, ‘앱솔루트’(보드카)레미마틴’(코냑)에서 주로 수익을 올리며 버틸 수 있었다.

 

마침내 2004, 경쟁 브랜드와 달리 오랜 시간싱글몰트만의 시장을 노리며 때를 기다려온 맥캘란에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2004년을 즈음해 예상대로 대한민국에 와인 열풍이 불었다. 와인 열풍은 다른 나라 사례를 보더라도 반드시 음주문화의 변화를 가져온다. 그저 취하기 위해 마시던 술과 과시하기 위해 마시던 술로 양분돼 있던 주류 시장이다양한 주종의 술을 각자 취향에 맞게 즐기는 문화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실제 한국보다 먼저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섰던 대다수 나라 등과 마찬가지로 와인 열풍 이후 서서히 싱글몰트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와인 열풍은 2년 이상 지속됐다. 많은 CEO, 대기업 임직원, 고소득 전문직 남성은 물론 골드미스 등이 대거 와인강좌에 몰려들었다. 소믈리에는한 직업이 됐다. 그러나 1∼2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와인은 정말 어려운 술이라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나라, 지역, 포도품종과 숙성연수와 당해연도 기후까지 다 공부해 봐도 사실 맛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프랑스처럼 매번 식사 때마다 와인을 즐기는 게 아닌 한국인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그런데 이미 많은 이들이 와인을 공부하면서술을 즐기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됐다. 와인보다는 쉬우면서도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또 취향에 따라 마실 수 있는 다른 술이 눈에 들어오게 됐다. 그게 바로 싱글몰트 위스키다. 싱글몰트 위스키 역시 각 나라별, 지역별로, 또한 증류소별로 맛과 향이 다르긴 하지만 와인에 비해 차이를 느끼고 자신의 취향을 찾기가 비교적 쉽다. 실제 와인과 싱글몰트 위스키의 출고량을 살펴보면 2005년 와인 열풍의 결과로 와인의 출고량이 약 40만 상자까지 올라선 시점 이후 2006년 싱글몰트 위스키의 출고량이 순식간에 1만 상자 이상 늘어났다. 이후 출고량은 2007 36304상자, 2008 44695상자, 2009 523상자 등 매년 급속히 늘어났다.( 2)

 

 

변화하기 시작하는 한국의 음주문화, 고객들의 니즈를 예측한 맥캘란은 와인 열풍이 서서히 불기 시작하던 2004년 당시 12년산 이상의 프리미엄 위스키가 소비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바와 주점을 분석했다. 주 고객이 일반대중(mass)인지, 혹은 고소득 VIP(exclusive)인지를 구분하고 주점의 형태가 전통적(traditional)인 방식인지, ‘트렌디(new)’한 형식인지를 기준으로 세분화했다. (그림 3)

 

영업사원 10여 명을 새로 뽑았다. 다른 주류회사의 영업사원 출신이 아닌 고급 위스키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바텐더 출신이 다수였다. 1990년대 중반부터거점 거래처세 곳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영업팀에 바텐더 출신 10여 명이 합류하면서 활동영역을 넓혀나갔다. 당시 다양한 형태로 늘어나기 시작한 ‘BAR’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고급 바나 클럽 등 MOT(Modern on Trade)에 전사의 영업력을 투입했다. 2∼3명을 제외한 영업팀 전원은 각자 맡은 지역의 바를 찾아가 영업시작 전 청소를 돕고 허드렛일을 하면서맥캘란싱글몰트 위스키에 대해 설명했고 즐기는 방법을 알렸다. 이전부터 리츠칼튼과 신라호텔 바, 여의도 스카이라운지 바에서 해오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확산시켜 나간 것이다.

 

세분화한 기준에 따라 공급하는 술의 종류 역시 달리했다. 다른 브랜디 회사, 보드카 회사 등과 합자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던 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 젊고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직장인들이 주로 찾는 웨스턴 바에는 데킬라, 보드카 등과 같은 젊은 감각의 비교적 저렴한 주류를 들고 갔다. 트렌디 바, 고급 클럽, 호텔 등 전문직 고소득층이 퇴근길에 잠시 술을 즐기기 위해 들르는 곳에는 맥캘란을 주로 공급하며 홍보했다. 블렌디드 위스키를 찾던 고객들이 한두 명씩 가격을 좀 더 지불하고서라도 맥캘란을 마시기 시작했다.

 

중요한 건 이 과정에서 각 주점의 특성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주류를 찾는 일을 영업사원 스스로 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언제든 스스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직원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이미 경영진에서 시장과 주점에 대한 세분화와 분석을 마친 상태였더라도 영업사원 스스로 분석해 경영진과 토론해 옳은 방향을 찾도록 했다.

 

부동의 싱글몰트 시장 1위 브랜드였던글렌피딕과의 격차도 슬슬 좁혀지기 시작했다.

 

 

위스키는 본래기업가정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술이다. <비즈니스의 탄생> <피리부는 마케터> 등의 저자인 조승연 문화전략가에 따르면 위스키는 맥주와 원료가 같으나 본래 소독약이나 마취제의 용도로 나왔다. 그러나 이를 전쟁에 나서는 귀족(기사계급)들이 즐기게 되면서 전쟁터에서 작은 은병 등에 담아 피로를 풀거나 상처로 인한 고통을 해소하는 데 활용됐다. 영국이 끝없이 정복전쟁과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무역을 진행하면서 영국인들이 지니고 다니던 술인 위스키는장군무역가’ ‘사업가를 위한 술로 인식이 굳어졌다. 수많은럭셔리잡지 등에 부유하면서도 강한 남성성을 부각하는 이미지의 위스키 광고가 넘쳐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 술이 다른 의미에서비즈니스와 밀접한 술이 됐다. ‘접대라는 독특한 비즈니스 문화를 갖고 있는 한국에서는 유흥업소에서 질펀하게 모두가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돼 버렸다. 위스키 본래의 맛과 향을 음미하는 문화가 자리 잡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심지어부드럽게 마신다는 핑계로 맥주에 위스키를 부어 마시는폭탄주문화가 퍼질 정도였다. 이 같은만취를 위한 위스키 음주 문화는 대한민국 위스키 시장의 엄청난 팽창을 가져왔다.

 

‘세계화’ 열풍과 ‘OECD 가입등으로 거품경제가 나타났던 1994년부터 1996년까지 위스키 출고량은 1832613상자(500ml X 18)에서 2875469상자로 매년 30%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6년산 스탠더드급 위스키에서 12년산 이상 프리미엄 위스키로 소비자들의 선호가 넘어간 것도 이 시기였다.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잠시 위축됐던 국내 위스키시장은 위기 극복 이후 벤처붐을 타고 승승장구해 2002 3575237상자가 출고됐다. 영원할 것 같던 대호황도 잠시, 2003년 위스키 업체들에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바로접대비 상한제의 도입이다. 2004년 순식간에 출고량이 262만여 박스 수준이 됐다. 1년여 만에 100만 상자가 준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8년 전 세계에 불어닥친 미국발 금융위기, 2010년 유럽발 재정위기 등으로 불경기가 지속되자 지난해에는 1990년대 중반 수준인 200만여 상자 수준으로 출고량이 줄었다. 이 같은 위스키 시장의 전반적인 하향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내외부의 평가다. 단순히 경기 문제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음주문화가 크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위스키 시장 위축의 중심에는블렌디드 위스키가 자리 잡고 있다. ‘맥주에 타서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되면서 급성장했지만 문화가 바뀌면서 힘을 잃고 있는 것이다.

 

문화가 바뀌면서 위스키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나타났다. 30대 중반의 고소득 전문직 남성부터, 고급 술을 취향대로 즐기는 40대 남성, 술을 즐길 줄 아는 20·30대 여성에 이르기까지 위스키는 이제자신이 원하는 향과 맛에 따라 찾아 즐기는 술이 돼 가고 있다. 맛과 향의 개성이 강한 싱글몰트 위스키가 각광받는 이유다.

 

싱글몰트 위스키 맥캘란을 수입·유통하는 김주호 에드링턴코리아 대표는위스키는 이제직장상사가 시키는 술’ ‘법인카드로 마시는 접대술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시작했다비슷한 소득 수준이나 인구 대비 위스키 소비량을 따져봤을 때 현재 싱글몰트 위스키가 한국 위스키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 3%는 아주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6∼7년간의 급속한 성장세는 시작일 뿐 약 6%에서 최대 10%까지 비중을 높이며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세계주류시장 전문 조사기관 IWSR에 따르면 국내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은 전체 위스키 시장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전 세계 연 평균 신장률 5%를 훨씬 넘는 평균 1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총선과 대선으로 각종 모임이 줄고 고급 술 소비가 위축됐던 2012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은 각각 10%, 19.4%, 8.1%씩 성장했다. 2013년 상반기 역시 성장세로 돌아서 1분기에만 13.8% 성장을 기록했다.

 

 

3.위스키에도 소믈리에가 있다? ‘브랜드 앰배서더로 신수요와 문화 창출

현재 맥캘란이 판매되는 바의 수는 강남 일대에 300여 곳, 이태원을 포함한 한남지역에 100여 곳, 홍대 등 신촌 인근에 150여 곳이다. 2년 전부터 활성화된 싱글몰트 전문 바만 해도 한남동에 5, 청담동에 5, 홍대 인근에 3곳이 있다. 전문 바가 활성화되면서 국내에서 판매되는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의 가짓수도 40∼50개로 늘어났다. 바야흐로싱글몰트 위스키 전성시대의 서막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 ‘양보다 질’ ‘취하기보다 즐기기’ ‘획일화된 음주가 아닌 취향에 따른 소비로 음주문화가 크게 변화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싱글몰트 위스키 1위 브랜드인 맥캘란 입장에서 이 같은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의 급성장은 일면 큰 기회이면서도 다양한 경쟁 브랜드들이 계속 유입된다는 점에서 위협요소이기도 하다. 위협요소를 제거하고 큰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맥캘란 공급 본사인 에드링턴그룹은 2012년에 기존 합자회사인 맥시엄코리아를 해체하고 에드링턴코리아를 설립했다. 20여 년 전 레미마틴사의 공급망에 올라탔던 상황과 정반대가 된 것이다.

 

‘변화하는 음주문화라는거인의 등에 올라탄 맥캘란은 한편으로는 급격하게 커지고 있는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에서 다른 브랜드들과 경쟁하면서 동시에 기존 유흥업소를 차지하고 있던 블렌디드 위스키 시장에까지 접근하고 있다. MOT라는 바와 클럽 중심의 공략을 넘어 전통적인 공급 채널, 이른바 TOT 시장까지 들어가는 전략을 짠 것이다. 2013년에는 글로벌 본사인 에드링턴그룹 역사상 최초로 500ml 맥캘란을 한국에만 출시했는데 이 역시 기존 유흥업소에서 팔리는 블렌디드 위스키의 주력 상품 크기와 동일한 크기로 만들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함이다. 이 같은 전략의 중심에는 2004년 와인 열풍 시작 이후 맥캘란이 위스키 업계 최초로 도입한 일종의 위스키 소믈리에브랜드 앰배서더가 자리 잡고 있다. 10여 명의 맥캘란 브랜드 앰배서더는 맥캘란뿐 아니라 각종 싱글몰트 위스키의 맛과 향의 특징, 역사적 유래와 의미 등을 해설하면서폭탄주가 아닌 맛과 향을 살리는 제대로 된맥캘란 칵테일제조법과어울리는 음식등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TOT 채널에 대한 접근이 본격화하면서 이들 브랜드 앰배서더는 기존 유흥업소에도 드나들며 전통적인 국내 위스키 음주문화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그림 4) 현재 MOT가 맥캘란 유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이고 TOT 10%지만 블렌디드 위스키가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TOT 채널에음주문화 변화의 촉진자이면서 동시에새로운 강자로서 접근하고 있다는 의미다. 단지 거인의 등에 올라탄 게 아니라 채찍을 들고 변화를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 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초고가 한정판을 출시하는 등브랜드 고급화 및 차별화전략도 함께 구사하고 있다.

 

4.지속성장 전략은?

2012, 시장에 1년 먼저 들어온 뒤 1위 자리를 내놓지 않던 경쟁 브랜드글렌피딕을 앞지르고 시장 1위에 등극한 맥캘란은 달라진 시장 지위에 부합하는 전략적인 변화도 필요하다. (그림 5) 싱글몰트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확대와 동시에 마켓리더로서 현재 전체 위스키 시장에서 3%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싱글몰트 시장의 성장을 주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환경변화에 따른 음주문화 변화에 편승한 성장방식에 안주하지 말고 문화적 변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의 변신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선적으로 시장 확대에 초점을 맞춘 성장전략의 실행이 필요한데 현재의 집중 마케팅 전략에서 표적시장(Target market)의 확대를 도모하는 복수세분시장 전략으로 전환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은 성장을 위한 이와 같은 노력이 (글렌피딕의 선례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지금까지 쌓아온 맥캘란의 고급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원인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중심의 경영을 좀 더 강화해 나아갈 필요가 있다.

 

 

맥캘란의 성공요인 및 시사점

1.‘브랜드 생명주기를 이해했다

맥캘란은 국내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의 후발주자로서 글렌피딕이나 글렌리벳 등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였고 이는 명백한 경쟁열위 요소였다. 이를 극복한 맥캘란의 성공적인 브랜드 전략에는브랜드 생명주기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각 단계별 특성에 부합하는마케팅 믹스가 바탕에 깔려 있다.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구매경험 확산과 함께 도입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의 네 단계를 거치며 진화한다. 당연히 각 단계별로 특성에 맞는 마케팅 믹스 전략이 필요하다. 도입기에는 명확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한 차별적인 강점과 희소성을 부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택적이고 제한적인 유통망을 활용하되 주 고객층을 대상으로 선별적인 판촉을 실행해야 한다. 또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고객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맥캘란은 브랜드 생명주기 초기단계에 브랜드 특성에 부합하는 효과적인 마케팅 믹스 전략을 고집스럽게 실행했고 장기적 관점에서 고급화된 이미지를 형성하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거점 거래처(Anchor Account)’ 세 곳만 집중 공략하다가 시장이 성장하는 시기가 되자 무리하지 않고 MOT 채널로만 공급과 마케팅을 확산시킨 것이다. 이는 경쟁 브랜드가브랜드 성숙기의 마케팅 믹스 전략에 해당하는 유통망 다양화, 경쟁적인 판촉증대에 서둘러 나섰던 것과 대비된다. 경쟁사들은 단기적으로는 매출을 향상시킬 수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차별적 희소성을 가져다줄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 선점이란 측면에서는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맥캘란과 맥캘란의 경쟁 브랜드가 보여준 행보의 차이는 브랜드 생명주기 판단의 차이에 의한 것이었다. 맥캘란의 경쟁 브랜드는 자신의 위치를 전체 위스키 시장의 범주에서 성숙기로 판단했지만 맥캘란은 후발 주자로서 싱글몰트 위스키를 기존의 블렌디드 위스키 시장과는 다른 시장으로 인식하고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 실행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기존 블렌디드 위스키와 차별화된 상품이란 인식을 심어줬다.

 

2.시장 내 1위가 아닌 인접시장의 성공 요인을 벤치마킹했다

외부환경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위스키 시장은 경제적 요인에 해당하는 경기침체, 제도적·법률적 요인인접대비 상한제등의 위협에 직면해 있었다. 사회문화적 요인에 해당하는음주문화 변화 및 소비자 니즈의 다양화와 인구통계학적 요인인양극화 심화는 산업의 불안 요소였다. 이 같은 요소들은 동일한 주류산업이자 위스키 산업이지만 소비자와 제품 기준에서 명확하게 구분되는 세분시장인 싱글몰트 위스키 산업 부문에서는 하나의 기회로 작용했다. 맥캘란이 환경변화에 부합하는 시의 적절한 전략변화를 적극적이고 선도적으로 추진했다는 뜻이다.

 

맥캘란이 실제 시도한 하나하나의 요소들을 살펴보면 외부환경의 기회요인들과 절묘하게 부합되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같은 시장 내 선발기업(혹은 브랜드)을 따라하지 않고 인접시장의 다른 성공사례를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짠 것은 특히 주효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와인의 소믈리에와 유사한 브랜드 앰배서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체험과 학습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위스키 시장에 도입했다. 초고가의 한정판 제품을 끝없이 출시하면서 제품과 브랜드의 차별성을 강화했다. 한편 음주문화 개선을 선도하는 이미지를 만들었고식사와 함께하는 위스키라는 새로운 수요와 문화를 창출하려는 노력까지 했다. 이 모든 것들이 와인 열풍이 열어놓은 공간에서 와인의 성장전략으로부터 배워와 발전시킨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는 기타 소비재, 식음료 기업이나 브랜드들에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

 

맥캘란이 와인 열풍의 도래에 맞춰 승부수를 던진 지 2년이 채 안 되던 시점인 2006.

 

싱글몰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소비가 막 늘어나기 시작하던 바로 그때 맥캘란에는 사상 최악의 위기가 찾아왔다. 각 지역 바를 돌며 영업을 하던 핵심 영업직원 7명 중 6명이 퇴사를 한 것이다. 슬슬 맥캘란이 자리를 잡으면서 더 이상 허드렛일을 하고 명백한의 위치에서 영업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었지만 2년 넘도록 이에 대한 불만을 쌓아왔던 영업직원들은 더 이상 기다리지 못했다. 성과급이나 처우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고 개선을 요구하기보다 분위기에 휩쓸려 순식간에 그만두는 선택을 한 것이다. 3∼4명의 영업사원이 남아 있긴 했지만 2004년 이후 승부를 던지기 위해 결성한 최정예 부대가 한꺼번에 퇴사하면서 맥캘란의 고민이 깊어졌다. ‘싱글몰트 시장 확보와 맥캘란 성장의 주역이었던 그들이 가장 큰 위기를 안겨준 셈이다. 맥캘란을 공급하던 당시맥시엄코리아(현 에드링턴코리아)’의 경영진은 최악의 위기를 조직혁신의 기회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한꺼번에 사실상 핵심 영업팀 전체가 관둔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봤다. 당시 바텐더 출신 등을 대거 영입해 1차적 성공을 거뒀지만 그들이 자신들의 좁은 세계에서 모두가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초기에 각자 자신의 거래처로 출근해 잡일을 거들어주며 힘들 때마다 서로 모여·동생하며 서로를 격려하던 핵심영업팀은 한두 명이 불만을 토로하자 급격하게 단합해 동시 퇴사를 결행한 것이다. 초기 시장개척시기에는 그러한 결집력이 큰 도움이 됐지만 그만큼회사일사적관계의 구분이 모호해져 위기 시에는 한꺼번에 무너지는 결과를 낳았던 셈이다.

 

경영진은 그들의 퇴사 이후 신규 채용으로 다시 구성된 전 영업직 직원은 물론맥시엄코리아전원에게 직급이나 공적 호칭을 사용하도록 했다. 직장 내에서의호형호제는 해고 사유가 됐다. 당연히 회사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렇다고 직원들 간의 사이가 멀어진 건 아니었다. 오히려 사조직처럼 별도로 모이는 분위기가 사라지면서 맥캘란 영업시스템도 제도화됐고, 또 완전히 정착됐다.

 

경영진은 또 당시 2년간의 영업팀 활동을 돌아보면서 퇴사한 직원들이 만들어 놓은 방식, 소비자가 직접 맥캘란을 찾게 만드는 맥캘란식(Pull) 영업을 시스템화했다. 영업기술이 있는 직원에게 고급 술의 맛과 향, 또 그 의미와 역사를 교육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퇴사한 직원들이 이미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거래처를 확보하면서 맥캘란식 영업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상태였다. 영업력을 가진 직원들을 다시 뽑아맥캘란식 영업시스템을 교육했다. 도매상과의 줄다리기, 밀어내기 영업 등 기존 주류회사 영업방식에 환멸을 느끼던 신규 영업직원들은 맥캘란이 제시하는 새로운 영업방식을 선호했다. 술을 공부하고 맛을 느끼며 스스로 대한민국 음주문화를 건전하게, 선진국형으로 바꿔나간다는 자부심도 가질 수 있었다.

 

 

3.과감한 현지화 전략을 시도했다

과감한현지화 전략의 시도 측면에서도 맥캘란의 성공요인과 시사점을 살펴볼 수 있다.

 

 

맥캘란은 글로벌 표준의품질 유지고급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한국 시장 특성에 맞는 전략을 과감하게 시도했다.

 

첫째, ‘촉진관리의 측면에서 최종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판촉활동인(Pull)’ 전략 위주로 전개한 뒤 시장이 성숙해가자 판매점을 상대로 하는 판촉활동인푸시(Push)’ 전략을 동시에 활용했다. 한국 위스키 시장 유통·판매 채널의 절대적인 강자이자 매우 특수한 채널인유흥주점에 대한 전면적인 공략은 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결과다. 이처럼 시차를 두고 벌인 풀-푸시 시간 차 공략 방식은 글로벌 본사인 에드링턴그룹이 한국 시장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 지사에서 설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글로벌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의 한국 시장 공략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둘째, 이제 막 급성장하기 시작한 싱글몰트 시장에서 한국 소비자들의 전통적인니즈중 하나인 ‘500ml들이 맥캘란을 세계 최초로 오직 한국 시장에만 출시했다. 이 역시 고급화된 이미지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글로벌 표준화 전략과 적절한 조화를 이룬 현지화 전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4.산업구조의 부정적 특성을 극복했다

싱글몰트 위스키 산업을 마이클 포터 교수의 ‘Five Forces Model’ 분석 차원에서 살펴보면 진입장벽이 낮고 시장 내 경쟁의 정도도 높으며 다양한 대체재가 존재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구매자의 힘은 상대적으로 아주 강한 편이다. (그림 6)

 

맥캘란은 산업의 부정적인 구조적 특성들을차별화된 제품 특성과 이미지구축을 통해 효과적으로 감소시켰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진입장벽이 낮고 첨단기술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특성은 맥캘란의차별적이고 신뢰할 만한품질 수준과 이에 대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진압 장벽을 만들어 극복할 수 있었다. 또한 산업 내 경쟁자 간의 치열한 경쟁 정도는 20년 가까이고급 브랜드이미지와 소비자들의 높은 충성심 확보로 극복 가능했다. 다양한 대체재의 위협은가격 제한 효과(price ceiling effect)’를 발생시켜 수익성을 악화시킬 위험성이 있다. 그러나 맥캘란은 이 같은 독특하고 깊이 있는 맛과 향을 내는 제품 특성을 각인시켜 소비자들의전환비용(switching cost)’을 강화했다. 마지막으로구매자의 힘이라는 요소는 최종 소비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판촉활동 강화로 극복했다. 즉 전통적으로 맥캘란이 중시해 온 바와 클럽 등을 포함한 유통채널에 대한 판촉활동 이외에도 제품 최종 소비자를 상대로 한브랜드 앰배서더등의 활동으로 유통채널(전통적 구매자)에 집중돼 있는 구매자 파워를 분산시켰다는 얘기다. 결국 최종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이 많아지면서 구매자의 힘도 분산됐다.

 

“조용히 기부하는 맥캘란, 고요한 음주문화 만들죠

 

 

불비불명(不飛不鳴).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는 말이지만 이는 곧 때를 기다려 한 번 날면 곧바로 하늘에 오르고 한 번 울면 세상을 놀라게 한다는 의미다. <사기(史記)> 골계열전(滑稽列傳)에 나오는 이야기로 큰일을 하기 위해 오랫동안 조용히 때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15년간 불비불명하다 어느 순간 날아오르기 시작한 맥캘란이라는 브랜드에 잘 어울릴 법한 사자성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에드링턴코리아 한국지사 사무실에서 만난 김주호 대표(사진)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쳐흘렀다. 최근 업계 1위에 올랐다는 흥분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맥캘란의 브랜드 론칭 때부터 15년간 시장을 분석하고 승부를 던질 때까지 때를 기다려왔기 때문일 것이다. 일희일비하기보다 현재의 성장세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리스크가 크고 긍정적인 사회적 평판을 얻기 쉽지 않는 주류회사 입장에서 어떻게사회책임을 완수해 갈지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맥캘란이 지금은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음주문화’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여전하다.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한국에 일종의절주 운동이 벌어지고음주문화에 대한 반성이 퍼지면서 위스키 업체, 쉽게 말해술파는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런데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죽자고 마시고 뻗어버리는 폭탄주 문화를 바꾸자고 주장해 온 건 맥캘란 등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와 그 회사들이 아닌가. 우리에게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취향에 따라 고급 술을 즐기는 법을 퍼뜨리고 이 같은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중요한 사회공헌 활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위스키 시장의 70% 가까이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위스키업체들이 블렌디드 위스키로 큰 수익을 내왔지만 국내 사회공헌활동에 있어서는 좀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에드링턴코리아는 어떠한가.

에드링턴그룹은자선단체로 출발했다. 1961년 로버트슨트러스트와 함께 설립됐는데 로버트슨가의 세 자매가 갖고 있던로버트슨앤박스터의 지분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시작은절세를 위해서였지만 실제 자선단체인 로버트슨트러스트를 꾸리고 에드링턴 주식회사의 수익을 계속 자선활동에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기업문화 자체가자선과 기부를 독려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고아원을 비롯한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금을 전달한다. 작년 에드링턴코리아의 기부금만 해도 25000만 원이 넘는다. 또 에드링턴그룹에 속한 어떤 직원이든 자신이 자선단체에 기부한 금액을 신고하면 그대로 보전받을 수 있다. 만약 재능과 시간을 기부했다면 그 시간만큼의 시급을 쳐준다. 그뿐 아니라 매년 혁신 분야, 팀워크 분야, 판매확장 분야 등에서 우수사원을 시상하는데 가장 큰 영광은 그 세 분야가 아니라 기부-봉사 분야에서의 수상이다.

 

그런데 술 파는 회사가 고아원에 기부한다고 하면 미래 고객을 유치하는 것 아닌가?

그런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그건 제대로 된 자선, 기부활동이 아니다. 실제로 에드링턴 차원에서 하는 모든 자선활동에 절대 그 어떤 위스키 브랜드와 관련된 노출을 자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맥캘란을 팔아 번 돈으로 거액을 기부한다고 해도 이는에드링턴이라는 이름으로만 나가고 언론홍보도 전혀 하지 않는다. 자선은 자선이고 사업은 사업이다.

 

아무것도 얻는 게 없는 자선·기부활동을 한다?

회사의 출발이 자선단체 설립과 함께했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다. 그런데 당연히 득이 되는 건 있다. 기부, 자선, 봉사, 이런 것들은 하면 굉장히 즐겁다. 직원들에게 이를 독려하고 이들이 자의든 타의든 이 같은 활동의 재미를 맛보고 나면 회사에 갖는 자긍심, 인생관 등에 좋은 영향이 생긴다. ‘즐기는 술문화를 전파하지만자선활동에서만큼은 취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맥캘란 브랜드로 돌아가서 싱글몰트 위스키 전문 바의 유행은 시장이 커진다는 측면에서 기회이지만 다양한 브랜드가 유입된다는 점에서 위협요소일 것 같은데 어떻게 보나.

기회로 보고 있다. 그리고 더 좋은 기회로 만드는 게 바로 나와 경영진이 할 일이 아닐까. 일단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만큼 그 같은 싱글몰트 위스키 바의 확신이 곧건전한 음주문화의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할 것이다. 시장이 커지고 소비자가 많아지면 일단 무조건 좋은 상황이다. 고가 한정판 출시 등으로 다양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하려고 하기 때문에 오히려 앞장서서 파이를 키우고 있다. 그리고 유흥주점 등 전통적인 유통채널에도 새로운 음주문화와 함께 맥캘란을 공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 자체를 키우는 동시에 블렌디드 위스키 시장에도 선도적으로 도전한다면 지금의싱글몰트 인기 확산은 천금 같은 기회가 된다. 사실 아무리 인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싱글몰트가 전체 위스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에서 3% 정도다. 비슷한 소득수준의 국가들에도 못 미친다. 수년 안에 10%까지 올라갈 잠재력이 있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유재욱 건국대 경영대 교수 jwyoo@konkuk.ac.kr

 

 

동아비즈니스리뷰 286호 Leadership for the New Era 2019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