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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selling Author Intervew: <관찰의 힘> 얀 칩체이스(Jan Chipchase)

“르완다 시장조사 때 밀수꾼 인터뷰… 극단적 아웃라이어는 통찰의 보고”

조진서 | 135호 (2013년 8월 Issue 2)

 

 

“나는 여러분이 어떤 이유로 이 책을 읽는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는 확신한다. 각자 다양한 장소에서 이 책을 읽고 있겠지만 샤워를 하면서 읽고 있는 사람은 없다는 데 내기를 걸겠다.”

 

<관찰의 힘>은 이렇게 엉뚱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저자 얀 칩체이스는 이어서 말한다. “왜 여러분은 책을 읽는 지금 이 순간에 샤워를 하지 않는가? 어리석은 질문처럼 들리겠지만 인간 행동의 핵심에 다가서는 방법은 바로 이런 종류의 기본적인 질문이다.”

 

이 책은 글로벌 테크놀로지 기업의 소비자 조사 및 방법론을 소개했다. 칩체이스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노키아에서최고연구자(Principle Researcher)’로 일했고 현재는 혁신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프로그디자인(frog)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노키아 재직 시절 칩체이스는 한 번에 몇 주, 혹은 몇 달씩 한 국가에 머물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휴대폰을 사용하는지, 어떻게는 사용하지 않는지를 살폈다. 그리고 신제품이 나왔을 때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예측했다. 그의 웹사이트에는 지금까지 다녀온 나라들의 이름이 알파벳순으로 정렬돼 있는데 H, W, X, Y, Z를 빼고는 모든 알파벳이 포함돼 있을 정도로 많은 나라를 돌아다녔다. 그 혼자만의 공은 아니겠지만 이 기간 동안 노키아는 압도적인 세계 1위 휴대폰 브랜드로 군림했다.

 

일반적인 마케팅 리서치 회사들이 소비자가 대답하는 설문이나 인터뷰에 의존하거나트렌드를 관찰하는 데 중점을 두지만 칩체이스는 소비자가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 문화적 맥락에 관심을 갖는다. 설문 대상자들을 사무실이나 실험실로 불러서 설문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과 팀을 직접 현지인들 집으로 보내 몇 주 동안 민박을 하면서 같이 생활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그러면서 발견하는 아주 일상적인 작은 일에도 질문을 던진다.

 

‘왜 당신은 책을 읽는 지금 샤워를 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몸의 청결상태와 마음으로 느끼는 불쾌감의 강도, 자신이 처한 상황, 주변의 이목 등을 고려해 이런 요소들이 어떤 한계점(threshold)을 넘어가면 샤워라는 행위를 한다. 사용(use)과 비사용(disuse)을 구분하는 경계선이며 소비자가 샤워라는 서비스와 만나는 접점(touchpoint)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마케터의 임무는 사람들이 이 한계점, 접점을 찾아내고 그 선을 넘어 사용으로 가도록 유도하거나 혹은 그 선을 좀 더 앞쪽으로 당길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는 일이다. 너무도 당연해보이고 심지어 멍청해 보이기까지 하는 질문을 용감하게 던질 줄 알아야 UX/UI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칩체이스의 철학이다.

 

그는 2009 TED 강연에 나와 노키아의문맹자용 휴대폰 연구를 소개하면서 마케팅 업계의 대중적 스타가 됐다. 세계적으로 약 8억 명의 사람이 글을 읽지 못하며 그중 27000만 명이 인도에 산다. 노키아는 글을 모르면 일반적인 휴대폰으로는 전화통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해 문맹자용 휴대폰을 만들려 했다. 하지만 칩체이스가 관찰해보니 문맹자들은 일반 휴대폰으로도 전화통화를 곧잘 했다. 자주 거는 번호일 경우 전화 거는 법을 외우거나, 처음 거는 번호일 경우 가족이나 친구 등 친한 사람에게 부탁하거나, 동네에서 전화를 빌려주는 가게를 이용하는 등 어떻게든 통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걱정하는 건 전화통화를 못하는 게 아니다. 글을 읽지 못함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는 상황이야말로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이것은 인도처럼 문맹률이 높은 나라도 마찬가지다. 문맹자용 휴대폰을 들고 다니면나는 글을 읽지 못합니다라고 광고하는 것과 다름없으니 이런 전화기가 잘 팔릴 리가 없으며 꼭 문맹자용 전화기를 만들어야 한다면 일반적인 전화기와 겉으로 볼 때는 구별할 수 없어야 한다고 칩체이스는 생각했다. 그의 생각에 가장 좋은 방법은 글을 아는 사람과 글을 모르는 사람이 모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관찰의 힘>은 칩체이스와 저널리스트 사이먼 슈타인하트가 함께 썼다. 원제 는 너무 일상적이라서 평소엔 잘 깨닫지 못하는 일들을 말한다. 한국에는 2013 6월에 출간돼 8월 초 현재 주요 온라인/오프라인 서점 경제경영 부문 베스트셀러 상위에 올라 있다. 칩체이스를 전화 인터뷰했다. 막 중국과 브라질에서 프로젝트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는 영국 출신이다.

 

샤워에 대한 질문으로 책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샤워를 하면서 책을 읽는 사람은 없다. 바보 같은 질문이라 여길지도 모른다. 어떤 서비스를 디자인할 때 보통 우리는 사람들이 일정한 범위 안에서 행동하는 경우를 염두에 둔다. 그 범위가 얼마나 큰지, 언제 그 선을 넘게 되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일과를 마쳤을 때 어떤 경우에는 술집에 가서 한 잔 하고 들어가고, 어떤 경우에는 집으로 직행해서 일찍 잠자리에 드는데 무엇이 그런 차이를 만드는가? 배가 얼마나 고파야 눈앞의 초콜릿을 먹게 될 것인가? 이런 것을 알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말하는 바와 사람들이 실제 하는 행동은 상당히 다르다.

 

당신이 쓰는 시장 연구 방법은?

보통 다국적기업은 해외 시장을 조사할 때 에이전시(대행사)를 고용하고 그들이 쓰는 리포트를 구매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대기업이 중국의 중급 도시 소비자들을 조사한다고 하자. 아마도 한국 혹은 중국에서 리서치 에이전시를 고용하고, 그 에이전시는 또 다른 에이전시를 사서 인터뷰에 응할 현지인들을 모을 것이다. 본사에서 리서치팀이 파견돼 현지로 가면 이들은 일단 좋은 호텔에 들어가 짐을 풀어놓고 거기서 인터뷰 세션을 갖는다.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인터뷰에 인터뷰, 회의에 회의가 이어진다. 2∼3시간 씩 밖으로 나가기도 하는데 이럴 땐 늘 택시를 탄다.

 

이렇게 하면 현미경으로 보는 것처럼 시야가 좁아진다. 그림은 보지만 맥락은 놓친다. 또 새로운 문화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능력도 키울 수 없다. 나는 이걸맥도날드 어프로치라고 부른다. 어디가도 구할 수 있는 아주 평범한 햄버거밖에는 만들 수 없는 방법이다.

 

이에 비해 나의 시장 조사의 원칙은 사람들이 어떤 행위를 하는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그 맥락 안에 스스로를 담그는 이머전(immersion)이다. 우선 좋은 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자, 전략담당, 디자이너, 프로젝트 매니저, 고객사 직원, 심지어 CEO까지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 호텔이 아니라 현지인의 집에서 산다. 게스트하우스도 안 된다. 우리를 도울 현지 스태프를 구하고 그들을 통해서 친구와 가족 등으로 네트워크를 넓혀간다. 그렇게 알게 된 사람들의 집에 들어가서 함께 생활한다. 그러다 보면 그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 보게 된다. 형제가 있는 집이라면 형제간에 싸우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서로 간에 사생활은 약간 희생할 수밖에 없지만 대신 진짜로 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오개닉(organic) 데이터라 부른다. 오개닉 데이터가 있어야 고객사의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저개발 국가뿐 아니라 밀라노, 뉴욕 같은 선진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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