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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미니케이스-후지제록스 해외 파견제도 개선 사례

현지문화 맛만 보는 주재원 파견 프로젝트 파견 택해 업무능력 쑥쑥

정근오 | 124호 (2013년 3월 Issue 1)

 

 

Background

글로벌 사무기기 제조 및 서비스 기업인 후지제록스는 일본의 후지필름과 미국 제록스의 합작회사다. 후지제록스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 여러 국가에 있는 법인뿐 아니라 미국(Xerox Corporation), 유럽 지역(Xerox Europe) 등 세계 각국에서 모기업들과도 협력관계를 맺고 수십 년 동안 사업을 성공적으로 확장해왔다. 그리고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과 내부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각 분야별 전문가 육성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해외근무 기회를 제공해왔다. 아시아 지역에서 국가별로 지원자들을 선발해 국가 간 교차 근무를 하거나 또는 2년가량 파견근무를 하는 것이다.

 

한국법인의 김민호 과장(가명) 10년 전 회사에 입사했던 날부터 주재원 대상자로 선발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는 사내 MBA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하고 영어 공부와 공인 중국어 어학시험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자기 계발에 힘쓸 뿐 아니라 회사 업무도 책임감 있게 완수한 결과 2010, 마침내 2년 동안 중국 상하이에 있는 중국 법인 사무소로 파견근무할 기회가 왔다.

 

한편 최종 파견자를 선발하던 시점에서 박영일 이사(가명)는 큰 고민에 빠졌다. 전반적으로 업무 성과가 좋은 김민호 과장과 평균적인 업무 성과는 김 과장에 못 미치지만 어학 능력이 우수하고 때에 따라서는 아주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는 이동출 과장(가명)을 놓고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평가에서는 김 과장이 좋았지만 현재 김 과장이 담당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중요성이 커 그가 빠져나가면서 발생할 업무공백이 골칫거리였다. 그러나 박 이사는 선발원칙에 맞게 공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김 과장을 주재원 대상자로 최종 낙점하고 사내에 공지했다.

 

발표가 난 후 김 과장은 자신의 업무를 다른 조직원들에게 인수인계하고 곧 중국 파견근무 길에 올랐다. 인수인계가 상세하게 이뤄지긴 했지만 남겨진 동료들은 김 과장의 부재 때문에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를 어렵게 끌어가게 된다.

 

그리고 2년이 지난 2012년 봄, 김 과장은 중국 주재원 근무 2년이라는 커리어를 가지고 한국으로 복귀했다. 김 과장의 복귀 소식을 들은 박 이사는 과거 김 과장을 주재원으로 선발하던 당시를 회상하며, 또 김 과장의 부재중 다른 프로젝트 멤버들이 고생한 것을 떠올리며 한 단계 성장해 있을 김 과장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김 과장과의 면담에서 박 이사는 참담한 심정을 느꼈다. 2년 동안 업무 경험과 역량 향상은 거의 없고 대부분의 시간이 중국법인 직원들과 문화 교류와 친목 향상에 투자됐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문화, 식생활 적응 등만 했을 뿐 비즈니스적으로는 눈에 띌 만한 성과나 자기 계발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온 것이다.

 

김 과장 개인적으로도 해외근무를 시작할 때에는 2년 후 크게 성장해 있을 자신을 상상했지만 희망했던 것과 달리 중국법인에서는 그를 외부인으로 대우했으며 파견자를 관리하는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초라하게 복귀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조금은 조직이 원망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Challenge

후지제록스는 수년간 해외주재원 파견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주재원들이 현지에서 중요 비즈니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개인 역량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으리라고 믿어왔다. 실제로 스스로 치밀하게 관리한 파견자나, 혹은 운이 좋게 현지의 요구에 맞춰 프로젝트에 참여한 파견자의 경우 회사의 바람 대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조직적 밀착 관리가 어려운 곳에 배치되거나 현지 조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언어적인 한계가 큰 곳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소속 부서의 관리 및 보고 라인의 모호함으로 주재원 기간 동안 특별한 소득 없이 현지 문화에만 적응하다가 오는 수준으로 복귀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특히 김 과장의 케이스는 그에게 기대가 컸던 박 이사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게다가 파견 기간 동안 본국과 별다른 협업 진행을 할 수 없어 업무 연장성의 한계가 발생하는 문제도 있었다.

 

박 이사는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 주재원 생활 복귀 후 조직의 발전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 구성원으로 만드는 것과 조직에 기여도가 높은 사원들이 주재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간 동안 생기는 기존 조직 운영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Solution

박 이사를 포함한 회사의 경영진은 주재원 파견이 직원들에게 커다란 동기부여가 되고 있어 폐지하거나 쉽게 중단할 수 없는 회사의 전략적 인재 개발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복귀하는 주재원들이 발생함에 따라 그들의 부재로 생기는 기회 비용과 해외생활 동안에 지원하는 비용을 고스란히 회사가 떠안아야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박 이사와 경영진은 기존 시스템을 고치기로 했다. 매년 초에 파견자를 선발해서 2년 후에 복귀하게 되는, 정해진 타임 프레임에 따라 운영되는 제도를 수정 및 보완하기로 하고 일본 본사와 아시아 오퍼레이션 HQ와 협업해 다음과 같은 해외파견 운영 전략을 수립했다.

 

첫째, 주재원 기간은 2년간으로 고정하지 않고 단기 또는 장기적인 프로젝트의 진행 관계에 따라 수시로 선발하고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단순히 해외 생활과 해외 업무를 경험하게 하는 차원의 주재원이 아닌 실제로 업무에 투입이 돼 경험을 쌓도록 한다.

 

과거에는 2년으로 기간이 정해진 주재원 개념의 파견제도가 있었을 뿐 프로젝트 단위의 파견은 없었다. 바뀐 제도에서는 그룹 차원의 다국적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각 법인에서 핵심인력을 의사소통의 중심이 되는 사무국이 있는 국가로 파견한다. 파견자들이 프로젝트 전체에 대한 이해를 하고 본국으로 복귀하면 이들을 이용해 그룹 차원의 프로젝트와 동일한 비즈니스 기회를 각 법인 내에서도 전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기로 했다.

 

둘째, 파견 기간 동안에는 원래 소속 조직에 월간, 분기 단위로 정기 보고를 하게 한다. 이를 통해 현지에서 경험하고 습득한 내용을 원조직의 구성원들과 나누어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또한 파견자가 파견 기간 동안 해외에서 고립되지 않고 계속적인 의사소통을 통해서 새로운 정보의 교류나 비즈니스 케이스 등을 공유할 수 있게 한다. 또한 파견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대처 방안과 해결 방법을 데이터베이스화해 후임자나 다른 파견자들이 이용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파견된 조직의 다른 현지 관련자들에게도 파견자의 근무 상황과 업무 기여도를 다면평가하게 해 현지 문화에 적응하는 정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현지 조직에 실질적 기여를 하도록 관리 시스템을 바꾸었다. 또 본국의 관리자와 파견국의 관리자가 의사소통하고 파견자를 현지에서 이용할 방법을 고민해 파견자가 더욱 적극적으로 생활하도록 했다.

 

Result

바뀐 제도에 따라 해외 파견자들은 현지 프로젝트 참여율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정기 보고회, 정보 공유회를 통해 원조직에 대한 기여도도 높아졌다. 주재원 파견 프로그램을 2년짜리 어학연수, 또는 2년의 안식년으로 생각하던 기존의 관행은 없어지고 이제는 실질적인 비즈니스 개발 프로그램 또는 전략적 조직력 강화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직원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과거의 2년간 정기 파견제도에 익숙한 직원 중에서는변경된 프로그램은 업무 강도가 너무 높다또는과거에 비해 너무 많은 책임과 과제들이 부여된다라는 불만도 들린다. 하지만 평소에 자기발전과 업무참여에 적극적인 직원들에게는 해외 파견제도를 자신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는 분위기가 강하게 조성됐다.

 

바뀐 제도는 아직 시행 초기 단계에 있다. HR 부서에서는 이 제도를 보완, 발전해나갈 수 있는 방안을 파견 대상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

 

정근오 후지제록스 keuno.j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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