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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plestory: A Simple But Truly Global On-Line Game

매스 마켓을 노렸다, 모든 것을 거기에 맞췄다, 가격도 캐릭터도...

이방실 | 60호 (2010년 7월 Issue 1)

2000년대 들어 한국 온라인 게임 업체들이 제작한 콘텐츠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방불케 했다. 탄탄한 스토리는 기본이고 최소 8등신 이상의 ‘이기적’ 몸매를 가진 3D 캐릭터가 현란한 갑옷을 온 몸에 휘감고 거침없는 액션을 선보였다. 이런 초특급 대작 형태의 3D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제작비는 당연히 수백 억 원대로 치솟았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MMORPG 전문가가 보기엔 터무니없는 구닥다리 방식의 게임 ‘메이플스토리’가 나왔다. 한물 간 2D 그래픽에 캐릭터도 ‘짜리 몽땅’한 2등신이었다. 캐릭터의 움직임은 더 가관이었다. 왼쪽 아니면 오른쪽, 즉 가로 방향으로만 이동할 수 있었다. 1980년대 동네 오락실에서나 볼 수 있었던 ‘2D 횡스크롤’ 방식을 2000년대에 버젓이 들고 나온 것이다. 내용도 다른 MMORPG들과는 사뭇 달랐다. 심오하고 철학적인 세계관이나 치열한 고민은 몽땅 버렸고, 가상 세계를 돌아다니며 괴물을 때려잡는 게 다였다. 업계에서는 “이게 과연 MMORPG가 맞나?”라는 의구심마저 가졌다.
 
하지만 이 게임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2003년 4월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동시접속자수(이하 동접수)가 2만5000명을 넘어서더니, 급기야 3개월 만에 10만 명을 돌파했다. 국내에서만 인기를 끈 게 아니다. 메이플스토리의 현재 등록 회원 수는 약 1억 명. 이 가운데 국내 회원 수는 1800만 명에 불과하다. 80% 이상의 회원이 일본, 중국, 미국 등 해외 유저다. 전체 메이플스토리 매출액의 6070%도 해외에서 나온다. 지난해 넥슨의 매출액(메이플스토리 지적재산권(IP)을 소유한 ㈜넥슨의 지배회사인 엔엑스씨(NXC)의 연결재무제표 기준)은 7037억 원(그림1). 이 중 해외 매출(4714억 원) 비중이 67%에 달한다. 명실공히 ‘글로벌’ 기업인 넥슨의 국제화에 가장 크게 기여한 1등 공신이 바로 메이플스토리다. 메이플스토리는 현재 넥슨에서 제공하는 30여 개 게임 중 매출액 기여도가 가장 높다. 메이플스토리가 ‘글로벌 히트작’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선(先) 수익 모델, 후(後) 게임 개발
메이플스토리는 이승찬 현 넥슨 신규개발실 본부장이 온라인 게임 개발사 위젯(2004년 12월 넥슨에 인수 합병)의 대표로 있을 때 총 40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탄생시킨 작품이다. 2003년 개발과 동시에 넥슨이 위젯과 배급(publishing·게임의 유통, 마케팅, 서비스 등을 담당) 계약을 맺고 4월부터 국내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액제 대신 부분 유료화 모델 채택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온라인 게임, 특히 MMORPG의 수익 모델은 월별 ‘정액제’가 대세였다. 우선 게임 유저 숫자가 월 매출액으로 고스란히 계산되기 때문에 개발사들이 수익 예측을 하기가 쉽다. 유료와 무료로 아이템 구분을 할 필요가 없어 게임 개발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장점도 있다. 소비자들 역시 월 정액제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월 일정 금액을 낸 후 인내심을 갖고 게임을 하며 기술을 습득하고 연마하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 MMORPG의 특성상 많은 시간을 투자할수록 게임 속에 마련된 공간 내 능력치나 아이템 등에서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승찬 본부장은 당시 금과옥조처럼 여겨졌던 정액제 대신 새로운 수익 모델인 ‘부분 유료화(게임은 무료로 공개하되 아이템 구입시 과금)’를 먼저 염두에 두고, 이에 가장 적합한 MMORPG가 어떤 형태가 돼야 하는지 고민했다. 제품 콘셉트와 아이디어를 정해 놓고 신제품을 개발한 다음 가격 정책을 고민하는 통상적인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와는 정반대의 접근 방식이었다.
게임 ‘콘텐츠’ 개발에 앞서 부분 유료화라는 ‘수익 모델’에 먼저 주목한 이유는 이 본부장의 개인적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위젯 창업 이전인 1999년, 넥슨에서 병역특례자로 근무한 전력이 있었다. 이 때 이 본부장은 ‘퀴즈퀴즈(현 큐플레이)’라는 온라인 캐주얼 게임을 개발하며 부분 유료화 모델을 온라인 게임 업계 최초로 도입,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서비스 시작 2개월 만에 회원수 80만 명, 상시 접속자 수 1만5000여 명 등 당시로선 매우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2D 횡스크롤 게임 방식 결정 퀴즈퀴즈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이 본부장은 MMO RPG에도 충분히 부분 유료화 모델을 도입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최대한 많은 아이템을 팔아서 돈을 벌려면 어떤 형태로 MMORPG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했다. 다양한 아이템을 신속하게 개발해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게 관건이었다. 결론은 자연스럽게 2D 횡스크롤(캐릭터가 가로 방향으로만 이동) 방식으로 귀결됐다.
2D 횡스크롤은 3D 방식에 비해 게임 제작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3D와 달리 시점이 평면으로 고정되기 때문에 캐릭터의 측면 이미지만 구현하면 되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하나 만든다고 치자. 여기에 필요한 장신구들은 투구, 상·하반신, 신발, 팔·다리 장식 등이다. 통상 3D 게임에서 캐릭터에 전신 아이템 한 세트를 개발하려면 개발자 1인 기준 최소 23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하지만 2D 횡스크롤 방식에선 1주일이면 끝낼 수 있다. 아이템을 팔아 돈을 버는 게 목적이라면 당연히 2D 횡스크롤을 택하는 게 정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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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방실

    이방실smile@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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