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남성 컬러 메이크업 브랜드‘비레디(BeREADY)’의 린 스타트업 전략

“하고 싶은 것 다 해, 더 과감하게!”
‘젠더 뉴트럴’로 Z세대를 사로잡다

332호 (2021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2019년 아모레퍼시픽의 사내 벤처 프로그램 ‘린 스타트업’을 통해 출시한 남성 컬러 메이크업 브랜드 비레디는 출시 이후 연평균 매출 158%의 성장을 거두며 니치마켓인 남성 메이크업 시장에서 Z세대 남성들의 ‘인식의 꼭대기’를 사로잡았다. 특히 뷰티 유튜버들과 협업하며 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진행한 점이 주효했다. 또한 기존 남성 화장품 브랜드의 마초적 남성성을 부담스러워하는 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블루 컬러를 메인으로 삼거나 ‘옴므’ ‘포 맨’ 등의 표현 대신 ‘히어로’라는 표현을 사용해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한 이미지를 구축했다.아모레퍼시픽은 린 스타트업인 비레디 팀에 자율성과 권한을 부여했고 제품당 5종 컬러 출시 등 과감한 선택을 장려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 기자 김혜민 씨(서울대 종교학과 졸업)가 참여했습니다.

남성 화장품 시장은 최근 10년 동안 블루오션으로 여겨졌다. 경쟁이 치열한 여성 화장품 시장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크고 아직 도전 분야가 많이 남은 영역이라는 뜻이다. 특히 한국은 남성 화장품 시장의 강국으로 통한다. 2019년 유로모니터는 한국 남성들의 1회 평균 화장품 구매액이 5만5000원으로 전 세계 1위라고 밝혔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2021년 1분기(1∼3월) 기준 남성 고객의 구매액은 최근 3년간 연평균 28% 증가했다.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쿠션과 파운데이션 등 메이크업 제품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아이브로는 32% 늘었다. 특히 Z세대로 대변되는 20대 남성들은 화장에 대한 거부감 이 전 세대 대비 훨씬 적은 편이다. 오픈서베이의 ‘남성 그루밍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72%가 ‘남자들도 뷰티 제품을 통해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30대 63.6%, 40대는 58.4%).

그러나 한 시장이 지속적으로 블루오션으로 꼽힌다는 것은 마땅한 리딩 브랜드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남성 화장품 시장을 잡기 위해 뷰티 업계가 다양한 브랜드를 내놓았지만 막상 ‘남성 화장품’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브랜드는 없다. 즉, 남성 소비자들의 ‘인식의 꼭대기(Top of mind)’를 사로잡는 데 성공한 브랜드가 없다는 뜻이다.

실제 남성 화장품들을 보면 제품의 특징도 비슷하고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의 가짓수도 적다. 대부분의 뷰티 회사는 기초 화장품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기초, 색조 할 것 없이 한 제품에 다양한 기능을 넣은 ‘올인원(all in one)’ 제품이 대부분이다. 피부 톤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파운데이션을, 잡티를 가리기 위해서는 컨실러를 써야 하지만 다기능 BB크림 정도만 출시돼 있다. 색상 역시 어두운 톤, 밝은 톤이라는 이분법적 선택지뿐이다. 디자인에서도 검정, 회색 외 다른 컬러는 찾아보기 어렵다. 화장은 하고 싶지만 실제로 해 보려니 귀찮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에게 맞춤으로 기획된 제품이지만 그 결과로 차별화된 제품이 등장하진 못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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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아모레퍼시픽은 남성 컬러 메이크업 브랜드 ‘비레디(BeREADY)’를 론칭하며 첫 제품 ‘레벨 업 파운데이션’을 선보였다. 2019년 1월, 아모레퍼시픽의 사내 벤처 프로그램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에 선정돼 처음 팀을 꾸린 비레디 팀이 불과 8개월 만에 개발해 출시한 제품이다. 이 파운데이션은 기존 남성 화장품 시장에서 성립된 제품 공식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남성 전용 파운데이션이 출시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고 색상도 피부 톤에 맞춰 5가지나 출시됨으로써 여성 제품 못지않은 선택지를 부여했다. 제품 디자인에도 통상 남성 화장품에 쓰이던 칙칙한 검정과 회색을 벗어던지고 쨍한 코발트블루를 입혔다. 대담한 도전이었기에 이 제품이 과연 남성 소비자들에게 소구할 수 있을지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을 안은 채 출시된 비레디의 제품에 소비자들은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Z세대 남성들 사이에서 초기 시선 끌기에 성공해 출시한 지 3주 만에 초기 목표 매출을 달성했고, 이후 2년간 연평균 매출은 약 158%씩 늘어나며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쿠션, 아이 팔레트 등 제품 라인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특히 ‘레벨 업 파운데이션’은 국내 최대 모바일 뷰티 플랫폼 ‘화해’가 사용자들의 리뷰를 분석해 수여하는 ‘2020 화해 뷰티 어워드’에서 남성 메이크업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제품력과 인기를 모두 인정받았다. 또한 국내 최대 남성 뷰티 커뮤니티 ‘비욘드 그루밍’에서도 브랜드 버즈량 1위를 차지했다. 즉, 타 남성 브랜드 대비 20배 이상 입소문이 높은 브랜드로서 남성 화장품의 대명사로 인식을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남성 소비자들이 비레디에 높은 충성도와 관여도를 보인다는 점은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2020년 아모레퍼시픽의 공식 온라인 몰 ‘아모레몰’에 새로 가입한 남성들 중 약 60%가 비레디 제품을 구매하기 위한 고객들이었다. 기존 남성 화장품의 경우 남성들이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비율은 30% 정도다. 여성인 가족, 친구, 애인 등으로부터 선물을 받는 게 일반적이라는 뜻이다. 반면 비레디 제품은 남성들이 직접 구매하는 비중이 90%에 가깝다. 뷰티 유튜버들과의 협업으로 남성 메이크업과 비레디에 대한 정보를 신뢰감 있게 제공한 점이 주효했다.

이렇게 한국 남성 화장품 시장에 깜짝 등장한 ‘슈퍼 루키’ 비레디는 한국을 넘어 글로벌에서도 남성 화장품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2020년 2월에는 해외 소비자들이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을 직접 구입하는 역직구 형태로 알리바바 온라인 몰 티몰에 입점해 중국 시장에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비레디의 올해 3월 기준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0%나 성장했다. 무역 갈등으로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중국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인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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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화장품 시장에 비해 규모 및 다양성 면에서 ‘마이너리티’라 할 수 있는 남성 화장품 시장 내에서도 ‘니치(niche, 틈새)’한 영역인 남성 메이크업 시장에서 비레디는 어떻게 남성 소비자들의 마음을 저격해 인식의 꼭대기를 사로잡기 시작했을까. DBR가 비레디가 남성 메이크업 시장을 공략한 전략과 비레디를 지원한 린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취재했다.

1. 니치마켓 발굴하는 린 스타트업
Z세대 남성들의 속내에서 가능성 포착

2019년 비레디가 출시되기 전, 남성용 메이크업 제품들을 제대로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기존 화장품 브랜드에서 브랜드 이름 뒤에 ‘포 맨(for man)’ ‘옴므(homme)’ 등의 단어를 붙여 남성용 제품 라인을 출시하긴 했지만 스킨케어를 위한 기초 화장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메이크업 제품군에 속하는 아이템들마저도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헤어나 보디 제품을 함께 선보여 그루밍 브랜드라 할 만한 신생 업체, 또는 중소 업체들이 주로 제품을 내놓다 보니 품질 면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는 제품도 버젓이 팔리고 있었다. 소비자들은 ‘SNS 광고에서 본 것만큼 잡티가 잘 가려지지 않는다’ ‘화장한 티가 너무 난다’ ‘어떤 성분을 썼는지 피부 트러블이 났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따라서 화장에 관심이 많은 남성은 이러한 그루밍 브랜드 제품 대신 오히려 여성용 전문 메이크업 제품을 사용했다. 하지만 남성과 여성의 피부 특성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이 한계였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일반적으로 피부에 유분기가 많고 호르몬의 영향으로 붉은 톤을 띤다. 여성용 메이크업 제품을 사용하는 남성들은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기 위해 꽤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제품들을 테스트해봐야 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나름대로 남성 화장품 시장에 대응하고 있었다. 스킨케어 제품군에서는 ‘헤라 옴므’ ‘라네즈 옴므’ 등 여성 브랜드에서 파생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었다. 메이크업 제품 가운데선 2014년 출시한 ‘아이오페 맨 에어쿠션’이 품질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쿠션이라는 제품을 들고 다니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남성 소비자들이 많았다. 얼굴에 쿠션을 두드린다는 행위 자체가 낯설고 여성적인 행위로 느껴졌기에 남들 앞에서도 기꺼이 이 제품을 사용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2018년 당시 국내에서 12개 컬러의 파운데이션 제품을 출시한 에뛰드에서 제품개발 업무를 맡은 허도윤 담당(현재 과장, 비레디 팀 리더)은 남성들이 세계에서 화장품을 가장 많이 사는 나라에서, 또 그런 나라의 대표적인 화장품 기업으로서 아모레퍼시픽이 남성 메이크업 시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특히 지인들이 쓸 만한 남성 메이크업 제품을 알려 달라고 할 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제품이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2018년 하반기, 허 담당은 린 스타트업에 지원하며 남성 메이크업 브랜드 론칭을 제안했다. 린 스타트업은 2016년부터 시작된 아모레퍼시픽의 사내 벤처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니치 브랜드 또는 인디 브랜드의 개발을 장려하는 것이 린 스타트업의 목표다. 경영계에서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제품으로 제조한 뒤 시장의 반응을 통해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전략’으로 쓰이는 표현 그대로, 짧은 시간 내에 제품을 내놓고 시행착오를 거쳐 혁신을 도모하는 방식을 추구하기 위해 명명된 프로그램이다. 린 스타트업에 선정되면 팀 멤버들은 대부분의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받아 자율적으로 브랜드를 이끌어간다. 당시 린 스타트업을 통해 탄생한 남성 그루밍 브랜드 ‘브로앤팁스’가 남성용 올인원 기초 화장품, 샴푸, 보디워시 등을 선보이며 매년 2배 가까운 매출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DBR minibox Ⅰ ‘브랜드 네이밍에서 론칭 시기까지 린 스타트업에 자율권’ 참고.)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허 담당은 남성 메이크업 시장의 성장세, 경쟁사의 시장 대응 전략 등을 포함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당시 샤넬은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남성 메이크업 브랜드 ‘보이 드 샤넬’을 공개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미용에 관심이 많고 구매력도 높은 한국 남성들을 대상으로 남성 화장품 시장의 가능성을 테스트해 본 것이었다. 보이 드 샤넬은 광고 모델로 배우 이동욱 씨를 내세워 남성용 파운데이션, 아이브로 등 색조 제품을 선보였다. 뷰티업계의 글로벌 선도 기업이 남성 메이크업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은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보이 드 샤넬’은 제품력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제품당 약 10만 원 안팎의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Z세대 남성 고객을 대거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Z세대가 일상적으로 메이크업을 하기에 합리적인 가격대의, 질 좋은 제품을 내놓는다면 충분히 시장을 리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2019년 1월, 허 담당은 마침내 린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선발됐다. 그리고 남성 메이크업 브랜드 론칭 취지에 공감하는 동료 3명과 함께 ‘스타트업 7팀’에 소속됐다.

비레디 팀은 40명가량의 20대 남성들과 포커스그룹 토론(Focus Group Discussion)을 진행하며 “돈을 많이 쓰는데도 품질 좋은 제품을 쓰지 못하다니 남성 소비자가 무시당하는 느낌이다” “제품 이름에 옴므, 맨 등이 붙으면 마초적으로 보인다” 등의 피드백을 들었다. 특히 “더 이상 스킨, 로션 등을 한데 합친 올인원 제품은 싫다”는 피드백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다수의 Z세대 남성에게 올인원 화장품은 ‘아버지용 화장품’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남성용 화장품도 목적에 맞춰 전문적으로 세분화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2000여 명의 남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규모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가장 사용하고 싶은 메이크업 제품 1위가 파운데이션이었다.

시장 조사를 진행한 비레디 팀은 시중에 나와 있는 남성용 메이크업 제품들보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생겼고, 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었다. 린 스타트업 프로젝트의 원칙에 따라 허 담당이 직접 함께 일해봤거나 성향이 잘 맞는 팀원을 골라 팀을 빌딩해 출발부터 팀워크도 좋았다. 팀원들은 각자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내에서 제품개발, 마케팅, 채널 관리, 디자인 등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인재들이었다. 모두가 5∼7년 차의 대리, 과장급으로 실무에 있어서도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같은 미션을 가졌기에 각자 내 이름을 건 브랜드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칠 수 있었다.

2. ‘레거시’ 역량 갖춘 린 스타트업
하고 싶은 거 다 하라는 회사

비레디가 기존의 남성 메이크업 제품에 비해 자부심을 갖고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영역은 당연 제품 자체였다. 기존 남성 메이크업 제품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이 품질이었기에 아모레퍼시픽의 R&D 역량 그 자체를 강력한 무기로 쓸 수 있었다. 린 스타트업을 통해 ‘영 프로페셔널’들이 모여 중간관리자의 관리 없이 자율적으로 제품과 브랜드를 준비하는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비레디 팀의 첫 실험대에는 시장의 니즈가 가장 컸던 파운데이션이 올랐다. 실제로 남성들에게는 BB크림보다 파운데이션이 피부에 더 적합한 제품이라고 비레디 팀은 판단했다. BB크림은 보습, 커버, 피부 재생 등 여러 기능을 갖추고 피부에 쉽게 바를 수 있어 좋지만 오일 함유량이 높다. 유분기가 많고 수정 화장을 잘 하지 않는 남성들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또한 BB크림은 붉은 기를 잡기 위해 보통 잿빛을 띤다. 보통 여성보다 피부가 붉은 남성들이 BB크림을 바르면 얼굴만 하얗게 뜨는 백탁 현상이 일어나 부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다.

남성 메이크업 제품 시장이 아직은 좁은 틈새시장이었던 만큼 안정적인 시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타깃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비레디 팀은 포커스그룹 토론 결과를 토대로 커버력보다는 ‘자연스러움’에 초점을 두고 파운데이션을 개발했다. 화장에 능숙하지 않은 20대 남성들은 눈에 띄게 화장 효과가 나타나기보다는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꾸민)’ 스타일의 내추럴한 화장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수정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되게 지속력은 높이고 피부 표면이 들뜨지 않게 해야 했다. 또한 퍼프나 브러시 등 화장 도구를 사용하는 일도 어색하고 관리하기 귀찮아 하는 남성들을 위해 손으로도 쉽게 발리는 제형을 구현해야 했다. 남성들의 피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위해 약간의 붉은 기가 섞인 컬러를 베이스로 삼고, 향에 민감한 남성들의 취향을 반영해 무향무취에 가까운 제품을 기획했다.

아모레퍼시픽 내에서도 한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제품이라 원료부터 컬러까지 남성 메이크업 제품만을 위한 연구가 필요했다. 연구소에서는 남성 피부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며 데이터를 쌓았다. 허 담당도 남성 화장 경험이 풍부한 사내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을 인터뷰하며 테스트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구했다. 수십 번 연구소를 오가며 새로운 연구 데이터를 반영해 제품을 수정했다. 40명의 남성 소비자들이 직접 2주간 테스트 제품을 써 보며 느낀 피드백을 취합했고, 뷰티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들의 의견 역시 귀담아들었다. 인플루언서들은 남성 소비자들과의 최전선에서 늘 대중적인 반응을 모니터링할 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화장품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던지지 못하는 예리한 피드백까지 책임지고 답해주는 든든한 아군이었다.

제품 가격에도 남성 소비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실제 홍대 거리에 나가 100여 명의 20대 남성들에게 제품을 시연하고 지불 용의 가격을 물었더니 2만 원 이내라는 답이 돌아왔다. 보통 브랜드에서는 제품의 가격 중 재료비의 비율인 원가율을 고려해 가격을 정한다. 처음 비레디 내부에서도 원가율을 고려하면 3만 원 이상은 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고객들의 반응이 우선이라 생각해 원가율 기준 가격보다 50% 저렴한 수준으로 가격을 결정했다. 예상보다 가격대가 낮아 회사 측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의외로 결재도 막힘없이 진행됐다. 린 스타트업 프로젝트의 원칙 자체가 팀이 내린 결정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비레디 측은 연간 대형 행사 일부를 제외하곤 가능한 세일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회사 측은 오히려 비레디 팀이 보다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를 독려했다. 예컨대 파운데이션을 5종 컬러로 출시하게 된 것도 안세홍 사장이 낸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비레디 팀은 재고 관리 이슈를 고려해 3개 컬러로만 제품을 출시하고 시장 반응에 따라 가짓수를 늘려나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안 사장은 “여성용은 12가지 색상으로 나오는 제품을 남성용이라고 3가지만 내놓는 것은 혁신적이지 않다”며 5개 컬러를 제안했다. 비레디 팀은 팀원들의 영어 이름을 따 각 호수에 Stone(스톤), Ryan(라이언), Jeffrey(제프리), Damien(데미안), Owen(오웬)이란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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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린 스타트업 팀이 사장 직속 조직으로 임원진과 직접 소통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반 브랜드의 경우 담당, 파트 리더, 팀장, 상무, 전무, 사장, 회장 순으로 보고 및 최종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반면 린 스타트업 프로젝트의 경우 중간 과정 없이 곧바로 사장 혹은 회장과 의사결정에 대해 소통한다. 린 스타트업에서 정제되지 않은 신선한 아이디어가 최종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되고, 최종 결정까지 빠르게 내려질 수 있는 이유다. 많은 단계를 거치다 보면 연구소에서부터 시작된 아이디어가 하나의 브랜드로 탄생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비레디의 경우 팀 설립 이후 첫 제품 론칭까지 단 9개월이 걸렸다.

3. 남성 뷰티 유튜버와
‘찐 우정’ 선보이며 팬덤 확보

기성 화장품 회사가 처음 선보이는 남성 메이크업 브랜드인 만큼 마케팅에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했다. 특히 당시 남성 메이크업 시장에 만연한 광고 방식에 남성 소비자들은 매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 잘생긴 인플루언서 또는 일반인이 모델로 나와 화장 전과 후를 30초 내외 영상으로 비교하는 식이었다. 광고에 나온 제품만 쓰면 짧은 시간 내에 눈에 띄는 메이크업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처럼 연출됐지만 남성 고객들 역시 메이크업에 대한 경험이 늘어갈수록 좋은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을 구분할 능력이 생겼다. 광고로만 승부를 거는 것은 고객들의 실망으로 이어졌다.

비레디는 남성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고민한 끝에 일방적인 광고 대신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선택했다. Z세대가 모든 종류의 정보를 찾는 유튜브에서 인지도 높은 뷰티 유튜버들을 통해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었다. 뷰티 유튜버들은 다양한 제품을 직접 리뷰하는 방식으로 팬덤을 형성한다. 리뷰가 주력 콘텐츠인 뷰티 유튜버들 역시 자신의 신뢰도를 생명으로 삼기에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은 광고를 받지 않거나 솔직하게 비판을 할 정도로 검증력이 있었다. 신뢰도 형성과 팬덤 형성이 모두 필요했던 비레디로서는 이러한 유튜버 활용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비레디는 2019년 9월, 파운데이션의 제품 기획 과정 일부를 함께한 인플루언서 ‘아우라M(이상민)’의 유튜브 채널 ‘관리하는 남자 아우라M’에서 처음으로 제품을 공개했다. 채널의 주요 구독자들 역시 국내 Z세대 남성들이었기에 브랜드가 타깃으로 삼는 고객층에 부합했다. 유튜버가 직접 비레디라는 브랜드가 탄생하게 된 스토리, 파운데이션 제품의 특징, 사용 방법 등을 상세히 설명하며 제품과 브랜드를 소개했다.

특히 비레디는 규모가 작지만 비레디가 추구하는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지고 구독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를 발굴하는 데 집중했다. 비레디에서 마케팅을 맡은 김중용 담당은 “1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라 해서 매출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작더라도 브랜드와 핏(fit)이 잘 맞는 인플루언서를 발굴하는 게 핵심”이라고 밝혔다. 실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진행할 때 대행사에 맡기면 손쉽게 협업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들의 리스트를 얻고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리스트 내에도 허수가 존재한다. 100만 단위의 구독자를 보유했지만 구독자를 돈을 주고 구매해 확보했거나 구독자 가운데 해당 브랜드 제품이 수출되지 않는 국가의 외국인이 대부분인 채널도 많았기 때문이다. 대체로 구독자 수를 기준으로 광고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에 구독자 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협업을 결심했다가 최종 목표인 구매 전환을 이루기 어려울 수도 있다. 비레디 팀 역시 초기에는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었고, 이에 직접 인플루언서를 발굴하기 시작했다.

비레디 팀은 브랜드 성격에 맞게 우선 화려한 스타일보다는 내추럴 메이크업을 추구하는 유튜버를 찾아 나섰다. 댓글이나 커뮤니티 게시글을 일일이 살펴보며 유튜버와 구독자 사이의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이뤄지는지 점검했다. 한국 구독자들이 유튜버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해 유튜버가 모든 댓글에 심도 있는 답변을 다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비레디가 발굴한 대표 유튜버가 ‘스완(SWAN, 김수완)’이다. 유튜브 채널 ‘스완SWAN_비욘드그루밍’, 네이버카페 ‘비욘드그루밍’을 운영하는 스완은 ‘현실 남자 뷰티’라는 콘셉트로 영상을 만들어 올리며 그루밍족들 사이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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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 출시와 함께 스완과 협업을 진행한 비레디 팀은 ‘마그네틱 피팅 쿠션’ ‘무드 업 음영 아이 팔레트 4구’ 등 더욱 전문적인 메이크업 제품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스완과 긴밀하게 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남성들이 평소 자주 사용하지 않는 제품일수록 더욱더 남성 고객들의 시각이 철저히 반영돼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실 당시 스완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약 4만 명(10월 말 기준 약 7만8000명)이었다. 평소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작업하던 유튜버들에 비하면 구독자 수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스완과 비레디의 협업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있어 구독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어도 진정성이 있는 유튜버가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스완은 비레디 팀과 직접 연구소를 수차례 오가며 제형, 컬러, 가격, 디자인 등 제품 기획의 모든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대형 유튜버는 소속사가 정한 가이드라인이 있어 모든 과정에 원활히 관여하기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다. 반면 스완과 같은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은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적극적으로 프로젝트에 몰입한다. 스완은 ‘남성들의 손가락이 여성들보다 굵기에 퍼프의 손잡이 역시 커져야 한다’ ‘양을 컨트롤하면서 제품을 바르기 어려워하기 때문에 얇고 가벼운 제형을 구현해야 한다’는 등 남성 소비자 입장에서 깊게 고민한 귀한 피드백을 전달했다. 이같이 디테일한 조언은 비레디 팀에도 좋은 이정표가 됐다.

스완의 유튜브 채널에서 신제품 쿠션과 출시 영상이 발표되자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왔다. 프로모션 기간 동안, 4만 명 구독자 규모의 채널에서 약 2만 회의 조회 수가 나왔다(10월 말 기준으론 약 8만5000회). 언뜻 봤을 때는 적은 수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영상을 통해서만 억 원 단위의 매출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높은 구매 전환이 이뤄졌음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비레디가 스완과의 협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자 이들의 협업 자체를 응원하는 팬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올해 9월 출시한 ‘유브이 선 베이스 프레쉬•톤업’ 제품 역시 스완의 채널에서 공개됐고 팬들은 “스완-비레디는 못 참지” “돈쭐 내주러 가자”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현재 비레디는 스완을 비롯, 80여 명 정도의 인플루언서와 돈독한 관계를 다지며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기획하고 있다.

4. ‘남성인 듯 남성 아닌 남성 같은’ 브랜딩
‘히어로’를 위한 일상 메이크업 추구

브랜딩에 있어서는 성의 구분이 없는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한 이미지를 구축하면서도 남성 메이크업 제품이라는 정보를 전달하는 게 관건이었다. 타깃층인 Z세대 남성들은 제품 이미지가 지나치게 남성적이면 ‘구식이거나 제품의 기능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조금이라도 여성적인 느낌이 강해지면 사용을 꺼렸다.

비레디 팀은 브랜드의 중심 컬러로 경쾌한 느낌을 주는 코발트블루 계열 ‘위시블루(Wish Blue)’를 선정했다. 기존 남성 화장품들이 블랙, 그레이 등의 컬러 또는 카모플라주 패턴을 주로 사용해 진중하고 무거운 인상을 주는 것과는 대비되는 판단이다. 비레디 팀은 꿈을 소망하는 파란색에 보랏빛을 더해 청년들의 미래를 응원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무엇보다도 튀는 색감 덕분에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돋보일 수 있었다. 남성 소비자들을 지칭할 때도 옴므, 포 맨 등 직접적으로 남성을 나타내는 표현 대신 ‘히어로(hero)’라는 표현을 쓴다. 허 담당은 “메이크업을 통해 달라진 스스로의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으면 누군가는 그 미소를 보고 기분이 좋아진다.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하루를 선물할 수 있다면 그날의 히어로가 된 것”이라며 히어로의 의미를 설명했다. 히어로라는 콘셉트에 진정성을 더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한 영웅을 찾아 지원하는 ‘세이브 더 히어로즈(SAVE THE HEROES)’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 영웅으로 꼽히는 소방관들의 정신건강 증진, 산악구조대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 등에 비레디 수익의 5%를 기부하는 캠페인이다. 지원 대상 역시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Z세대 소비자 대상의 설문 조사를 통해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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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모델을 섭외하고 화보를 촬영하는 과정에도 비레디만의 젊은 개성이 드러난다. 기존 화장품 브랜드 화보에서는 남성성이 드러나는 모델이 하얀색 와이셔츠나 정장을 입고 등장한다. 그러나 Z세대 남성들은 모델의 남성적인 이미지에 공감하기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 모델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소비자들이 모델에 몰입해서 모델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Z세대 남성들은 기존 화장품 모델처럼 지나치게 남성적인 이미지를 선호하지 않았다. 특히 모델이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잘생긴 사람일수록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비레디 팀이 새롭게 주목한 것은 화장에 관심이 많은 남성이 패션에도 관심이 많다는 점이었다. 비레디는 화장품 화보보다는 패션 화보에 가까운 작업을 지향했다. 실제 모델들 역시 뷰티 전문 모델이나 연예인이 아닌 신인 패션모델들을 직접 섭외했다. 조각같이 잘생긴 모델보다는 훈훈하고 깔끔한 느낌의 모델들이 흰색 티, 후드 티, 청바지, 캡 모자 등을 입으며 편안한 느낌의 ‘남친룩’ 콘셉트를 살렸다. 일상적인 옷차림에도 메이크업이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한 것이다. 신인 모델들인 만큼 광고 비용 역시 크게 아낄 수 있었다.

5. 니치를 넘어 글로벌 니치로
‘유니크함’을 무기로 시장 확장

규모가 제한적인 니치마켓의 특성상 한 시장에만 머물면 성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니치마켓에서 시작한 비레디 역시 국내외로 유통 채널을 늘려가고 있다. 처음 비레디의 제품들은 아모레퍼시픽의 공식 온라인 몰 ‘아모레몰’과 오프라인 매장 ‘아모레스토어’를 통해 판매됐다. 아모레퍼시픽 소속이었지만 신생 브랜드인 만큼 유통사들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으며 실험적인 제품인 만큼 채널을 좁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시장에 비견할 만한 대체재가 없다는 점이 유통 채널 확장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점차 판매 데이터가 쌓이면서 비레디에 먼저 입점을 요청하는 유통사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비레디에서 채널 관리를 맡은 이규재 담당은 “온라인상에서는 무차별적으로 판매 채널을 확장하기보다는 비레디의 무드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채널들만 전략적으로 선별해 들어갔다”고 밝혔다. 틈새 제품일수록 유통 채널을 무작정 늘린다고 판매가 크게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관리에만 힘을 빼게 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레디가 입점한 온라인 몰에는 대표적으로 무신사스토어가 있다. 무신사의 경우 비레디의 타깃 고객과 실제 유저층이 겹쳤고 무신사 역시 그루밍 영역을 확대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국내 대표 MZ 남성들의 패션 커뮤니티인 무신사는 남성들 역시 예쁜 옷을 입는 것처럼 일상적으로 화장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에 최적의 채널이었다.

올리브영, 롭스, 랄라블라 등 오프라인 채널의 경우 고객들이 비레디의 제품을 직접 테스트해볼 수 있는 장소로 기능하고 있다. 브랜드 론칭 초기에는 제품별로 컬러가 5개나 되다 보니 자신에게 잘 맞는 색상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냐는 고객의 소리가 빗발쳤다. 전국 1000개에 가까운 올리브영 지점에서 비레디의 제품이 판매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고객들이 자신에게 맞는 컬러를 테스트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비레디를 향한 관심은 국내 시장에 국한되지 않았다. 중국과 일본의 바이어들이 비레디의 빠른 성장 소식을 듣고 현지 진출을 제안해 왔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맡은 한재호 담당은 “중국, 일본 역시 남성들이 화장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데 반해 시장에 다양한 제품이 없었다. 바이어들이 글로벌 남성 화장품 시장의 ‘넥스트 스텝’을 비레디에서 찾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의외로 미국, 유럽 등 서양 국가들은 남성 색조 화장품 제품에 대해 더욱 보수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따라서 유행에 민감한 아시아 국가들은 비레디가 한국 다음으로 진출해야 할 좋은 시장이다.

그중에서도 중국은 아시아에서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가 가장 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 남성 화장품 시장이 최근 4년간 매년 7.7%씩 성장했으며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167억 위안(약 2조8592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남성 뷰티 제품들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해외 직구 플랫폼 카오라하이거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2000년대 이후 출생자를 뜻하는 ‘링링허우’의 남성 메이크업 제품 구매량 증가율은 아이라인을 제외한 모든 품목에서 여성의 증가율을 뛰어넘을 정도였다. 최근 중국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남성 메이크업 제품은 BB크림이다. 중국에서 1995년 이후 출생자를 일컫는 ‘주링허우’ 남성들 가운데 약 3분의 2가 BB크림을 이미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레디는 2020년 2월 티몰에 진출한 이후 5월에는 중국의 커머스 기능을 갖춘 SNS 샤오홍슈에 입점했다. 현재 중국 시장에서 비레디의 주력 상품은 ‘유브이 선 베이스 톤업’이다. 톤업 기능을 갖춘 선크림 제품으로 환한 얼굴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중국 남성들의 니즈에 잘 맞는 제품이다. 한국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BB크림보다 지속력 높고 자연스러운 표현을 원하는 니즈도 있어 파운데이션과 쿠션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21년 3월 기준 중국 시장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540% 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자랑하기도 했다. 비레디는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넓히기 위해 내년 6월 중국의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 타오바오가 진행하는 대형 이벤트 ‘618 쇼핑 데이’에 참여하기로 하고 중국의 인플루언서 ‘왕홍’들과의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일본의 시장 조사 업체 인테지에 따르면 일본의 남성 화장품 시장은 2020년 약 373억 엔(약 3838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한국이나 중국보다는 작은 시장이지만 2017년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비레디는 일본 시장에 역직구 형태로 2020년 1월 진출했고, 바이어를 통한 현지 진출은 2020년 9월부터 시작하면서 일본의 대표적인 생활 잡화 스토어 로프트(LOFT) 전 매장에 입점했다. 특히 화보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패션 화보처럼 보이는 비레디의 화보를 신선하게 평가하고 있다.

한편 비레디는 국내 시장에서도 현재 주 고객군인 ‘화장에 관심이 많은 Z세대’ 이상으로 고객군을 확장하기 위해 올 8월 광고 모델로 유명 래퍼 사이먼 도미닉을 발탁했다. 사이먼 도미닉처럼 쿨한 이미지의 남성 래퍼도 편하게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발산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메이크업 제품뿐 아니라 Z세대 남성들이 평소 사용하고 싶지만 진입장벽을 느끼는 다양한 제품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예컨대 마초적인 느낌의 기존 남성 향수를 꺼리는 소비자들을 위해 ‘요즘 남자들’이 원하는 향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DBR mini box I : Interview: 이영진 아모레퍼시픽 NGI 디비전 상무
“브랜드 네이밍에서 론칭 시기까지 린 스타트업에 자율권”

비레디 외에 아모레퍼시픽의 ‘린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통해 출시한 브랜드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무엇인가?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부터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을 통해 기존에 없었던 창의적인 브랜드 개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 단어의 의미처럼 끊임없이 가설을 세우고, 지속적인 시도와 단계별 시행착오를 통해 변화를 추구하는 테스트 앤드 런(Test & Learn) 방법론을 강조하고 있다.

린 스타트업 브랜드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큐브미(cube me)’다. 큐브미는 ‘웰니스 이너뷰티 브랜드’로 2018년 론칭했다. 탄력, 수분, 민감 피부 케어, 미백, 안티에이징, 다이어트 등 소비자들의 고민별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바쁜 현대인들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게 츄어블(chewable) 타입과 앰풀 형태로 구성한 점도 고객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린 스타트업 프로젝트는 무엇보다도 개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사내 벤처 프로그램은 독립성과 자율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최종 의사결정권자들의 관여를 최소화하고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팀원들의 의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장 혹은 회장이 이견을 내도 자신들이 원하는 브랜드 네이밍을 고집해 결국 론칭까지 하거나, 내부 프로세스를 바꿔서라도 론칭 시기를 조정할 수 있게 할 정도로 자율성을 주고 있다. 린 스타트업 팀의 내재적 동기를 높이기 위해 근무 공간 역시 회사에서 제일 전망이 좋은 맨 꼭대기 21층에 배치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전사적으로 진행하는 유연근무제 역시 린 스타트업 팀들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더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지원한다. 연말 평가에서도 최저 평가선을 평균 이상으로 올려놓아 평가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신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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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스타트업 프로그램에서 브랜드가 실패해 팀을 옮기거나 중도에 이탈하는 팀원들이 있을 수 있다.이 직원들에 대한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나.

팀을 구성하는 개개인의 의지가 지속되지 못할 경우 팀원의 교체가 필요하다. 브랜드를 처음 만든 사람이 끝까지 책임지고 해당 브랜드를 운영해야 하는 건 아니다. 중간이라도 개인의 의지가 없고 교체를 원할 경우 의지가 더 강한 사람에게 기회를 준다. 또한 자발적으로 린 스타트업 프로그램에서 나가거나 안타깝게 브랜드가 실패해 팀원들이 부서를 이동해야 하는 경우에는 각자 자신이 가장 원하는 부서로 옮길 수 있도록 최대한 도움을 주고 있다. 린 스타트업과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피부에 닿는 사업 역량을 키워왔기 때문에 이들을 필요로 하는 부서가 많다.

린 스타트업 출신 브랜드들은 현재 회사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다고 보나?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을 봤을 때 현재까지 론칭된 린 스타트업 브랜드들의 비중이 매우 크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이들이 창출하는 새로운 고객 유입, 선제적인 신규 카테고리에 대한 도전 등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의 미래 성장 동력 탐색에 기여하고 있고 향후 실적과 영업이익이 기대되는 브랜드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비레디는 남성들의 직접 구매 비중이 90%에 가깝다. 기존 남성 브랜드의 남성 직접 구매 비중이 30%대였던 것에 비하면 남성 메이크업 브랜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린 스타트업을 포함해 어떻게 신성장 동력을 준비하고 있나?

로브스터(lobster)의 성장 주기를 보면 탈피를 통해 껍질이 늘어나며 성장한다. 사내 벤처는 아모레퍼시픽에서 로브스터처럼 성장의 껍질을 키워가는 역할을 한다. 또한 연구소에서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외부 스타트업들과 협력하며 아모레퍼시픽 내부에 없던 새로운 DNA를 심기 위한 시도들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까지 진행한 4기 린 스타트업까지는 상품, 브랜드 중심의 신사업 아이디어를 선발해 육성했다. 2020년 선발한 5기는 리테일, 플랫폼 영역으로 육성 사업을 확대했고, 2021년에는 펫케어 시장 성장에 대비한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공모 주제를 다양화하고 외부 스타트업과도 협업 포인트를 확대하고자 한다. 아직까지 사내 린 스타트업 브랜드 가운데 스핀오프(기업 분리) 사례는 없었지만 앞으로 스핀오프까지 염두에 두고 인플루언서와 협업하고 있다. 또한 내년부터 교육을 연계한 새로운 창업자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스타트업에 적합한 인재를 찾을 예정이다.



DBR mini box 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사내 벤처, 결정 존중하고 권한 부여해야”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sh.kang@cnu.ac.kr

1970년대부터 사내 벤처에 대한 활발한 연구와 논의가 있었던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90년대에 와서야 IT 벤처 붐과 더불어 사내 벤처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국내 IT 업계를 선도하는 네이버는 1997년 삼성SDS 사내 벤처로 시작해 1999년 분사했다. 국내 1세대 이커머스 업체인 인터파크는 1995년 LG데이콤의 사내 벤처로 시작해 1997년 분사, 1999년 상장했다. 이 시기의 사내 벤처 제도는 혁신을 통한 성장 엔진 발굴 목적보다는 IT 벤처 붐으로 인한 우수 인력 이탈 방지 목적이 더 컸다.

2000년대 초 벤처 붐이 꺼지면서 관심이 시들해진 사내 벤처는 최근 몇 년 사이 제2의 벤처 붐을 타고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구글 등의 유수 IT 기업이 사내 벤처를 통해 사내 기업가정신(corporate entrepreneurship)을 고취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i 국내 대기업 역시 적극적으로 사내 벤처 제도를 도입하거나 강화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2012년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랩(Creative Lab)’을 출범했다.ii 현대자동차는 2000년부터 ‘벤처플라자’라는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으며 2018년부터 이를 그룹사 전체로 확대했다. 정부는 2018년부터 사내 벤처 육성을 위한 정책 지원을 시작했다. 보수적인 문화가 강한 금융업계 역시 이를 타파하고자 사내 벤처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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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존 사업 중심으로 재편된 기존 조직이 전혀 다른 제품 혹은 시장 영역으로 혁신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일부 기업에서는 사내 벤처가 ‘퇴직자 프로그램’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2016년부터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과 비레디 사례는 여러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사내 벤처는 기존 사업의 자산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비레디가 이제까지 아모레퍼시픽이 간과하고 있던 남성 화장품 시장을 새로 개척하기는 했지만 제품 개발, 생산 등의 운영 측면은 기존 사업의 자원과 역량에 의존했다. 기존 사업의 자산을 활용할 수 있었기에 소규모 조직으로 새로운 시장 기회를 발 빠르게 검증할 수 있었다. 이는 반대로 기존 조직과의 운영적 관련성이 낮은 사업은 사내 벤처로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사내 벤처 공모 분야를 기존 사업과 운영적 관련성이 높은 분야로 제한하거나 충분히 노하우를 쌓은 이후 관련성이 낮은 분야로 확장하는 것이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사내 벤처 1, 2기를 거치면서 공모 주제의 전략 방향성을 명확히 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지난 4기는 상품, 브랜드 중심의 신사업 아이디어를 선발했고, 5기는 리테일, 플랫폼 영역으로의 확대로, 올해는 펫케어를 공모 주제로 내세웠다.

둘째, 사내 벤처에 충분한 자율성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의사결정 단계를 과감히 축소해 비레디가 조직의 최고 권위자에게 직접 보고하고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심지어 가장 민감한 사항인 가격도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율성과 권한을 부여했다. 경영진 역시 기존 관행을 고수하기보다 열린 자세로 사내 벤처의 결정을 존중하고 기존 조직 내부에서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독려했다. 물론 이는 쉬운 결정이 아니다. 사내 벤처의 결정을 조직 내부에서 우선시하다가는 기존 사업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사내 벤처 조직에 최대한 많은 자율성과 권한을 부여해야 기존 조직의 자원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고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발 빠르게 검증해볼 수 있다. 대기업의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에 갇혀서는 신규 사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셋째, 사내 벤처는 니치 시장에 집중해야 한다. 비레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대중적인 화장품 시장을 공략하기보다 사용자가 많지는 않지만 잠재성이 큰 남성 메이크업 시장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또한 초기에는 다양한 제품 라인을 구축하기보다 파운데이션 하나만 공략했다. 사내 벤처의 목적은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시장 수요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가장 핵심적인 니치 시장에 집중함으로써 제한된 인력과 자원으로 빠르게 시장에 침투할 수 있다. 비레디의 경우 기존 화장품처럼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지 않았고 광고 역시 타깃 고객층에 딱 들어맞는 핵심적인 온라인 채널 몇 가지에만 집중한 결과 광고비를 상당 부분 절감했다. 이후 비레디는 한국에서 성공 가능성을 파악한 다음, 사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 시장 규모가 더 큰 중국과 일본에 진출했다. 사내 벤처이기에 가능한 성장 방식이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한 기업의 사내 벤처 프로그램이 조직의 성장 동력 발굴 수단으로써 지속적으로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 첫째, 기존 조직과의 통합이다. 사내 벤처 조직이 검증한 신규 사업의 사업성 검증이 끝나면 이를 스케일업하기 위해 기존 사업과 통합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소수 정예로 기민하게 움직이던 모습이 사라지며 관료적으로 변할 수 있으며 이에 실망한 초기 인원들이 이탈할 수 있다. 이런 변화로 사업 자체가 추진력을 잃고 좌초될 가능성이 있다. 기존 사업 조직과 어떻게 통합하고 상호 업무를 조정해 신규 사업을 스케일업할 것인지는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 못지않은 고민이자 숙제이다.

둘째, 사내 벤처 참여 인원에 대한 보상 문제가 있다. 사내 벤처는 외부의 스타트업처럼 아이디어 기안자가 모든 지분을 갖는 형태가 아니다. 따라서 외부에 나가 창업을 하는 것에 비해 경제적 보상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스케일업 과정에서 사내 벤처 조직의 리더십이 바뀌면 초기 인력이 갖게 되는 박탈감이 클 것이다. 사내 벤처 프로젝트에 실패했을 때 조직이 이들을 어떻게 보듬어 줄 것이냐의 문제 못지않게 이들의 창의성과 노력을 어떻게 보상해 줄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필요하다. 사내 벤처로 성공을 체험한 직원들이 창업을 위해 퇴사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큰 인적자원 손실이다.

셋째, 사내 벤처 프로그램의 지속성 확보를 위해서는 분명한 성과 창출이 필요하다. 사내 벤처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성장에 기여하지 못하면 단발성으로 끝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벌써 6년이 흘렀다. 사업성이 엿보이는 여러 기회는 잘 포착했으나 기존 사업에 견줄 만한 규모로 성장한 사업 아이템은 아직까지 제한적이다. 따라서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기존 사업의 전략적 방향과 연계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중요하다. 또한 재무적 성과를 대체할 만한 전략적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강신형 교수는 카이스트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경영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 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경영 혁신으로 개방형 혁신, 기업벤처캐피털(CVC) 등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가치경영의 실천 전략』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