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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200호를 읽고

김현주 | 202호 (2016년 6월 lssue 1)

 

 

‘낭중지추(囊中之錐).’

 

뾰족한 송곳이 저절로 주머니를 뚫고 나오듯 역량이 탁월하다면 자연스럽게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는 의미다. 결국 티가 날 정도로 뛰어난 재주나 성과는 알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 당신의 비즈니스를 송곳처럼 만들어줄 수 있을까? 송곳의 날카로움과 기업의에지(edge)’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DBR 200호에서 다룬 스페셜 리포트 ‘Rethinking Luxury’는 바로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지금까지의 럭셔리 산업은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동화와 계급이 사라진 시대에 자신의 지위를 인증받는 수단이기도 했고, 환상과 갈망의 대상이기도 했기 때문에 숨가쁘게 변화하는 현대의 기술적 변화에도 다소 그 흐름을 비껴가는 듯 보이기도 했다. 가만히 있어도 티 나는, 시장을 뚫고 나가는 송곳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제 우아하던 럭셔리 산업에도 패러다임의 격렬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급변하는 디지털 세계에서 럭셔리 산업은 전혀 새로운 형태의 혁명 앞에 왕좌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오래된 왕조의 늙은 왕과도 같다. 왕좌를 지킬 것인가, 폐위돼 잊힐 것인가. 럭셔리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분석하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DBR 200호는 왕좌를 지키고자 분투하는 늙은 왕에게 바치는 현자의 秘書.

 

‘저성장 시대, 럭셔리 브랜드가 살아남는 법이라는 아티클의 키워드는 가치소비, 온오프라인의 통합된 브랜드 경험, 브랜드 리스트럭처링으로 정리된다. 그리고 이는 이미지 편익보다 성능 편익이 더 중요해지는 가성비 시대이자 동시에 과잉 선택지로 인한 결정 장애의 시대에 적합한 전략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이는 초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에게도 꼭 필요한 전략일 것이다. 나에게 지불하는 비용보다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고, 시켜주기만 한다면 온갖 분야를 다 할 수 있다고 큰소리 치는 것보다 자신만의 고유한 무언가를 가진 사람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장 노엘 카페레 교수와의 인터뷰도 인상적이었다. 그는럭셔리는경험의 상품이며 럭셔리 비즈니스는 꿈을 파는 사업임을 명심하라고 주문한다. 더불어 온라인이라는 대세를 무시할 수는 없으나 철학을 먼저 세우고해서는 안 되는일을 고민할 것과 함께 럭셔리 브랜드의스타는 제품 자체여야 한다는 것을 충고한다.

 

DBR 200호는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저 한 개인으로서도 마음에 새겨야 할 부분들이 적지 않았다. 럭셔리 브랜드의 실용성과 테크노 전략이 강조되기는 했지만 그에 못지 않게이라는 위상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비중이 컸다. 어떤 트렌드도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이렇듯 격렬하게 부딪치는 다양한 흐름 속에서도 중심 철학을 세우고 자신만이 줄 수 있는 핵심 가치를 지켜나갈 때 개인도 기업도 변화 속에서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현주

11기 독자패널(변화와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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