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인 중에는 <손자병법> <오자병법> 등 병법서에 관심을 가지고 즐겨 읽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래도 경쟁자와 치열하게 겨루면서 승리를 이끌어 내야 하는 상황이 군대와 기업에는 공통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장의 리더인 장군들이 어떤 전략으로 상대방을 제압했는지 살펴보면서 통찰력을 얻으려는 경영인들이 많다. 100년 전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은 인류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갔다. 인적, 물적 피해는 이전의 전쟁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엄청났다. 참전국의 규모도 매우 컸다. 거의 모든 유럽 국가들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하지만 거대 전쟁은 인류와 기업에 다양한 부산물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 한 세기를 맞아 DBR이 준비한 스페셜 리포트 ‘Great Lessons from the Great War’에서 필자는 남다른 교훈을 얻었으며 독특한 내용에서 흥미를 느꼈다.
특히 현역 장교인 남보람 육군 소령이 기술한 ‘솜 전투의 교훈’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무려 100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솜 전투에서 영국군은 전쟁 교범대로 똑바로 서서 일렬로 전진했다. 영국군은 강력한 포병사격을 실시하면 독일군이 전투력의 대부분을 상실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독일군은 참호에 숨어 포탄을 피했고 영국군이 접근하자 당시에는 파괴적인 무기인 기관총으로 영국군의 병력을 괴멸했다. 기관총을 생각하지 않고 기존 전술을 그대로 답습한 영국군의 사례는 기업이 왜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파악하고 변화에 대응하는 융통성과 기민함을 가져야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영국군은 사실 전쟁 교범을 프랑스군의 교범을 가져다 그대로 사용했다. 이 사례는 여건과 환경의 차이를 간과하고 무분별하게 선진 기업의 모범 사례를 따라 하는 ‘묻지마 벤치마킹’의 위험성마저 알려줬다.
제1차 세계대전은 전 세계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가치관, 소비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런 내용을 다룬 ‘소비성향의 변화’와 ‘대공황 원인과 시사점’ ‘1차 세계대전과 국가브랜딩’ 등도 흥미로웠다. 사람들은 큰 전쟁을 겪으면서 귀족 중심의 의례적 소비 행태에서 대중 중심의 실용적 소비 행태로 바뀌었다. 또 전쟁은 미국에 큰 번영을 가져다줬다. 채무국이었던 미국은 전쟁 이후 채권국으로 바뀌었고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적 성장은 광적인 소비를 이끌었고 마침내 미국 경제는 대공황으로 치달았다. 거대한 전쟁은 국가 이미지마저 탈바꿈시켰다. 전쟁 이후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이미지는 ‘구세주’로 바뀌었다. 반면 영국과 프랑스의 이미지는 심하게 구겨졌다. 연합국에 가담했던 일본은 전쟁을 서구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했으며 ‘시대에 뒤떨어진 공룡’으로 취급받던 중국은 유럽에 정착한 중국인을 통해 힘들거나 더러운 일도 마다 않는 억척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생사가 오가는 전쟁은 인간을 극한 상황으로 내몬다. 평화로운 시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거대한 생산과 소비, 결과를 만들어 낸다. 전쟁과 평화의 시기는 다르다. 하지만 극한의 상황이 인류에게 남긴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 교훈을 활용하는 것은 개인과 기업의 몫일 것이다. ‘총성 없는 더 거대한 전쟁’은 여전히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자주 발생한다. 최후의 승자가 되려면 과거의 사례를 되새기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과거의 교훈을 현 상황에 맞게 재해석하고 통찰력을 찾아내는 수고는 여전히 필요하다.
임혜인
DBR 제7기 독자패널(아모레퍼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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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다음 호(160호, 2014년 9월 1일자, 8월 다섯째주 발행 예정)에는 스페셜 리포트로 ‘적정 기술’ 을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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