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 전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전 세계 기술 혁신의 중심지로 탈바꿈한다. CES 2025 역시 엔비디아가 ‘물리적 AI(physical AI)’ 시대의 도래를 천명하는 등 미래 기술의 발전상을 내다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특히 올해에는 ‘쇼의 도시’라는 라스베이거스의 수식어에 걸맞게 굵직한 초대형 이벤트들이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8년 만에 CES 기조 연사로 선다는 소식에 1만 명 넘는 인파가 몰렸고 델타항공은 창사 100주년을 기념해 CES 최초로 라스베이거스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스피어에서 기조연설 행사를 열었다.
필자 역시 그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렸다. 엔비디아와 델타항공의 기조연설을 직접 관람하기 위해 1시간씩 줄을 서거나 입장 티켓을 구하러 전시관의 1층부터 5층까지 뛰어가기도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행사와 전시를 살펴보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최첨단 기술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을까? 무릇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면 기술의 흐름이 어디로 흐를지를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연결(Connect)하고, 해결(Solve)하고, 발견(Discover)하라’는 CES 2025의 모토처럼 기술과 사람을 연결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선 결국 리더의 전략적 판단과 리더십이 꼭 필요하다.
이번 CES 2025에서 리더들이 꼭 품고 가야 할 통찰을 꼽자면 ‘과감하고 혁신적인 파트너십이 필수가 됐다’는 사실이다. 엔비디아는 현대차와의 협업을 소개하며 자율주행차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며 교차로를 안전하게 통과하는 장면을 선보였다. 젠슨 황 CEO는 “우리의 AI 플랫폼은 단독으로 빛나지 않는다. 현대차와의 협력으로 기술과 비전이 만나 안전과 효율성을 재정의했다”고 설명했다. 델타항공 또한 유튜브, 우버 등 이종 산업의 플레이어들과 파트너십을 선포하며 메리 엘렌 펠드 유튜브 최고비즈니스책임자와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를 무대 위로 올리기도 했다.
협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뾰족한 성과를 위한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델타항공이 유튜브, 우버와 손을 잡은 이유는 비행 중 고객들에게 맞춤형 콘텐츠 경험을 제공하고 고객들이 비행기에서 내려 최종 목적지까지 편안하게 이동하도록 돕기 위함이다. 고객들의 여행 이동 경험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사명을 위해 협업으로 기술을 녹인 것이다. 혼다와의 협업으로 자동차를 선보인 소니 또한 그들의 강점인 엔터테인먼트로 차별화를 꾀했다.
끝으로 파트너십을 전문가들의 생태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MOU(업무협약)를 맺고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해서 협업이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조직 내부와 외부의 전문가들을 연결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협력 구조를 만드는 것 또한 리더의 역할이다.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때 파트너와 함께 해결하고자 할 문제를 기민하게 파악하고 제시하며 조직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CES 2025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기술이 단순한 혁신의 도구를 넘어 리더십과 조직의 방향성을 재정의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술과 리더십이 만나 조직, 더 나아가 세상의 미래를 설계할 때 비로소 진정한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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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희
리박스컨설팅 대표
선마이크로시스템스 185개국 서비스 사업부 인사 총괄 임원, GE코리아 인사 총괄 전무, 콘티넨탈코리아 인사 부사장 등을 거치며 최초의 IT 여성 임원, 최연소 임원 등의 타이틀을 단 글로벌 조직 혁신가다. GE 아웃스탠딩 리더 어워드, 타임지 선정 톱 글로벌 100 CHRO(최고인사책임자) 어워드 등을 수상했다. 5개국의 글로벌 파트너들과 학습 플랫폼을 구축해 나눔, 연결, 성장을 지향하는 인사 전략 컨설팅 기업 리박스컨설팅을 설립해 여성 리더 발굴, 임원 코칭,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CES 2025 DBR 인사이트 투어’에 인사이트 투어 파트너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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