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니 대기업보다 낫다’는 말은 언제쯤…

우리나라는 매해 GDP의 2.5%, 50조 원쯤 되는 돈을 교통 정체와 혼잡비용으로 날린다. ‘나홀로 차량’, 즉 혼자 탄 차량의 수송 비율이 무려 65%다. 모든 도로를 꽉 메운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중교통은 최고 수준의 공급량과 최저 수준의 가격을 자랑한다. 물론 어마한 세금을 잡아먹는 슈퍼 하마이긴 하지만 이만한 대중교통 체계를 가진 나라도 드물다. 왕복 100㎞ 넘는 광역 이동을 하는 데 채 5달러도 들지 않는다니 이건 기적에 가깝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혼자 차를 몰고 나온다. 기적을 거부하는 사람들 때문에 도로는 포화되고, 운전과 주차 부담에 환경에도 치명적이다.

우리는 해답을 알고 있다. 대중교통을 타야 한다. 그리고 타게 해야 한다. 대중교통의 양적 증대는 할 만큼 했다. 양을 더 늘려봤자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타지 않는다. 이제는 질을 높여야 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안락한 나홀로 차량을 버리고 대중교통을 타게 하려면 나홀로 차량이 불편해지고 대중교통은 더 좋아져야 한다. KTX 특실처럼, 공항리무진처럼 질적으로 좋아야 한다. 대중교통 주제에 오버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여야 겨우 시장 눈높이에 맞출 수 있다.

우리는 창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창업을 하게 해야 한다. 창업 없이는 고용도 세수도 늘릴 수 없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등 유력한 미래 산업에서 톱티어 대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소수 대기업에 의존하는 경제는 변화와 위기에 취약하다.어찌 보면 대기업은 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기업이다. 당연히 고용과 투자를 주저한다. 그러니 스타트업을 키워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스타트업들에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은 기본이다. 이들이 시대의 대전환을 이끌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해답을 알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공무원 열풍을 지나 의대 광풍이다. 이제 대기업 정규직은 사회적 신분이다. 경직된 노동법 덕택에 전문직을 앞서는 선호도를 자랑한다. 적당히 일하고, 꽤 많이 받고, 복지도 좋은데 안정적이기까지 하다. 나홀로 차량이 좋듯 따뜻한 이 자리를 사람들이 포기할 이유가 없다.

정부는 창업부국을 정책 목표로 삼는다. 애정도 많고 지원도 많다. 그러나 창업은 3년째 계속 줄어들고 있다. 결혼과 출산만 줄어드는 게 아니다. 출산장려금 얼마에 애를 낳게 하긴 어려운 것처럼 스타트업의 상황도 똑같다. 창업 자금을 지원한다고 해서 창업하지는 않는다. 똑똑한 인재가 창업하게 하려면 그만한 보상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기업의 깜깜이 내부거래에 공정과 자유는 빛을 잃는다. 직역단체는 새로운 경쟁자를 입법으로 도태시키고 더 공고한 폐쇄 시장을 만들어 독점을 누린다. 거래비용을 높이고, 비효율의 벽을 쌓는다. 소비자의 후생은 지속해서 하락한다.

우리는 해답을 알고 있다. 대기업의 내부거래를 줄이고, 직역단체의 폐쇄 시장을 열어야 한다. 계약에는 법치가 작동하고, 시장에는 경쟁이 일어나게 해야 한다. 코스피, 코스닥, 대기업 벤처투자(CVC) 등을 통해 양질의 투자금이 유망한 스타트업에 흘러가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래서 창업했더니 ‘의사보다 존경받는다’ ‘대기업보다 백배 낫다’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와야 한다. 곳곳에서 엑시트하고, 상장하고, M&A를 해서 후배를 키우고 생태계에 헌신하는 스타트업 CEO들이 연이어 나타나야 한다. 그렇게 해야 창업의 맥이 끊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해답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