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Sloan Management Review

이사회서 여성 영향력 아직 작은 까닭은

248호 (2018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이사회에 여성 멤버가 들어가는 경우가 예전보다 많아지긴 했지만 감사나 보상, 지명 등과 관련된 주요 이사회 멤버가 되는 경우는 아직 드물다. 회사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사회 내 성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성 관련 숫자들을 꾸준히 추적하며 실력 있는 여성들의 발탁에 의도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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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 500대 기업들은 거의 다 이사회에 여성 이사를 적어도 한 명은 두고 있으며 두 명 이상 둔 회사들도 많다. 이들 기업의 이사회는 평균적으로 남성 아홉 명과 여성 두 명으로 구성돼 있다. 2006년과 비교하면 여성 이사의 수가 두 배로 늘어났다. 이런 변화는 긍정적이지만 그 속도는 더뎌 보인다. 실제로 작년에는 포춘 500대 기업에 속한 여성 이사의 수는 전체적으로 조금 줄었다.

숫자가 확연하게 정체된 이유는 뭘까? 여성들이 이사회 내에서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사실 많은 경영인은 여성 이사의 수가 늘어나면 이사회의 수행 능력이 향상된다고 믿는다. P&G(의장직 수행), GE,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Legendary Entertainment)를 포함한 여러 기업의 이사회에 위촉됐던 A.G.래플리(Lafley)는 자신의 경험을 빌려 여성 임원들은 이사회에 중요한 관점을 더해 준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다양성(diversity), 좀 더 폭넓은 의미로 포용성(inclusion)의 장점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사람들은 경험으로 확인된다. 더 많은 창의력, 더 많은 혁신, 더 많은 탐색, 더 폭넓고 많은 경험치를 끌어올 수 있으니까. 또 더 나은 문제해결 능력과 더 뛰어난 능력, 더 나은 ‘제3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결정을 유예하고 서로 협력하려는 의지도 높일 수 있다. 나는 이런 장점들을 대규모 상장사들에서만 목격한 게 아니라 작은 스타트업이나 비영리단체들에서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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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다양성이 높은 이사회가 더 혁신적이고, 더 전략적인 사고를 하며, 일반적으로 더 높은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은 다양한 분야의 컨설턴트들과 학자들을 통해서도 증명됐다. 맥킨지(McKinsey & Co)가 2012년에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에 있는 180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보면 다양성 측면(성별과 국적 관련)에서 상위 25%에 속한 기업들은 하위 25%에 속한 기업들보다 자기자본이익률(return on shareholder equity)이 평균 53% 더 높았다. 상위 그룹에 속한 기업들은 수익성도 하위 기업들보다 14% 더 높았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여성들의 이사회 진출이 생각보다 빨리 이뤄지지 않는 이유가 그 안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리더 위치에 오른 여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믿게 됐다. 물론 10년 전보다는 이사회에 위촉된 여성들 수가 더 많지만 일반 이사직을 뛰어넘어 영향력 있는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은 극히 드물다.

“여성들의 지위가 향상될 수 있는 3단계가 있어요.” 제록스의 전 CEO이자 현재 포춘 1000대 기업 중 여러 곳의 이사회에서 활동하는 앤 멀케이(Anne Mulcahy)는 이렇게 설명한다. “먼저 이사회 문을 뚫고 자리를 잡는 침투 단계가 있죠. 그런 다음에는 이사회마다 한 명 이상의 여성이 포함되는 임계량 단계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성들이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리더 자리에 오르는 영향력 단계가 있죠.”

멀케이가 말하는 리더 자리에는 단지 이사회 의장과 선임 독립 이사만 포함되는 건 아니다. 그녀는 이사회의 실질적인 업무가 여러 위원회를 통해 수행되며 모든 위원회가 동등한 위상을 갖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녀는 ‘서면이나 구두상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힘의 서열’이 위원회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필자들이 인터뷰했던 경영진 대부분도 그녀의 입장에 동의했다. 이사회 의장과 선임 독립 이사 이외에 감사, 보상, 지명, 거버넌스위원회를 이끄는 책임자들이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인프라, 리스크 관리, 재무, 지속가능성, 대외관계 등 나머지 위원회들은 그런 막강한 위원회들 뒤에 있다”라고 멀케이는 설명한다.

위원회 리더들이 의사결정 의제들을 선정하기 때문에 다른 이사들보다 더 큰 힘을 휘두르게 된다. 특히 감사, 지명/거버넌스, 보상담당위원회처럼 좀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구들은 그 힘으로 관련 사안에 중요한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이렇게 힘을 가진 위원회들은 차기 CEO 선정, 향후 이사회 임원 명단 구성, 경영진 보너스, 그 밖에도 이사회가 결정하는 여러 중요한 안건들에 영향력을 발휘한다.

따라서 이사회에 속한 여성 임원들에 대한 문제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10년간 기본적인 숫자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일단 이사회에 진입한 다음 내부의 주요 요직에 오른 여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들의 영향력과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여성들의 이사회 참여가 꾸준히 증가할 것인가에 대한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필자들이 2016년에 포춘 500대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사회의 권력자 위치에는 아직도 여성 비중이 낮다. 이런 기업들에서는 이사회 의장 자리의 단 6%만 여성이 점하고 있다. 여성이 의장직에 오른 기업의 절반가량(45%)은 그 여성이 회사의 CEO라는 점 덕분에 이사회 의장도 맡을 수 있었다. 이런 현상은 기업 규모가 클수록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포춘 100대 기업에서는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는 여성 임원의 3분의 2 정도가 회사의 CEO를 겸임하고 있었다. 그리고 선임 독립 이사를 둔 이사회의 경우(모든 이사회에 선임 독립 이사가 있는 건 아니다)에는 여성이 전체 활동 기간의 10%에 해당되는 동안만 의장직을 수행했다.

위원회 의장들을 살펴보면 그 숫자가 더 긍정적인 형태를 띤다. 2016년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이사회의 58%에는 적어도 한 명의 여성이 위원회 리더를 맡고 있었다. 그러나 위세를 가진 위원회들의 경우에는 상황이 달랐다. 가령 회사의 지명위원회와 거버넌스위원회 같은 경우에는 전체의 21%만 여성을 위원장으로 두고 있었다. 여성 위원장 비중이 이보다 더 낮은 위원회로는 감사위원회(21%), 보상위원회(13%), 집행위원회(5%)가 있었다.

나머지 여성 위원장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 다우코닝의 전 CEO면서 현재 여러 이사회의 이사로 있는 스테파니 번스(Stephanie Burns)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보고, 경험한 바에 따르면 여성들은 감사나 보상, 지명, 거버넌스 관련 위원회보다 주로 지속가능성위원회나 대외관계위원회의 수장을 맡는 경우가 많다.” 번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있다. 기업 책임/공공정책/환자안전위원회의 경우에는 위원회 활동 기간의 38%를 여성 위원장이 관할한다. 또한 지속가능성/혁신위원회는 활동 기간의 25%를 여성 위원장이 책임진다.

여성이 권력자 자리에 있을 때

여성이 이사회 안에서 권력자 자리에 있는 것과 이사회 구성원 중 여성의 전반적인 비중 사이에는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여성이 이사회를 이끌게 되면 내부의 다른 요직들도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이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적어도 한 개 이상의 위원회 위원장을 여성이 맡는 비율이 더 높고, 보상 및 감사위원회의 수장도 여성인 비율이 더 높다. 게다가 이사회 구성원 중 여성의 평균 비율도 20%에서 28%로 늘어난다.

여성이 이사회 의장이든, 아니든 이런 경향은 변하지 않는다. 여성이 지명위원회나 거버넌스위원회를 이끌 경우에는 이사회 내 여성 이사의 수가 평균 21% 더 많다. 여성이 감사위원회 수장인 경우에는 이사회에 속한 여성의 수가 평균 18% 더 많다. 이런 현상에 인과관계가 작용하든, 아니든 강한 연관성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멀케이는 여성이 과학 및 기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던 이사회에서 활동했던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전했다. “그 여성 위원장이 또 다른 여성 과학자를 이사회에 영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위원장의 노력은 마침내 성공했고 새로운 여성이 이사회에 합류했다. 하지만 그녀가 위원장이라는 힘 있는 자리에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멀케이는 이렇게 말한다. “위원장의 강력한 지지와 지위가 없었다면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멀케이는 이런 경험을 통해 여성에게는 자신을 후원해 줄 수 있는 다른 여성이 필요하며 남성이 지배하는 이사회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여성이 이사회 리더 자리에 아예 없거나 지명위원회나 거버넌스위원회처럼 힘 있는 위원회에 없다면 다른 여성들을 영입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일 수가 없다. 그것은 퇴직한 남성 경영인들의 몫이다.”

물론 여성들이 이사회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갖는다고 해서 그런 영향력을 주로 더 많은 여성을 합류시키는 데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필자들의 이론으로는 이사회 내 여성 임원들의 수는 이사회 요직에 있는 여성들의 수와 동반 증가할 수 있다. 여성이 이사회 안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그 경험이 쌓이면 남성 동료들도 그런 상황에 더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기업이 해야 할 일

프런티어 커뮤니케이션(Frontier Communi cations)의 전 CEO인 매기 윌더로터(Maggie Wilderotter)는 여성들이 이사회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단지 시간 문제라고 믿는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리더 자리에 있는 여성의 수가 적은 이유는 여성들이 아직 그만큼 비용을 치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성들은 이사회에서 아직 신참에 속하기 때문에 위원회나 이사회의 리더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스스로 권리를 쟁취해야 한다.”

필자들은 이사회 재임 기간이 한 가지 요인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그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기업들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믿는다.

여성 이사들의 영향력을 더 많이 평가하도록 독려하라. 평가와 조사는 변화를 만든다. 평가와 조사는 이사회 내 여성들의 숫자를 늘리기 위한 오랜 싸움에 일조했던 만큼 이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이 그 안에서 더 영향력 있는 위치에 오르는 데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멀케이는 투명성을 높여서 여성들의 영향력을 제고하는 것도 똑같이 가능하다고 여긴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단지 이사회에 진출한 여성의 수를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이사회 안에서 리더 자리에 오른 여성들의 숫자를 알리는 데에도 확실한 투명성이 필요하다.” 이상적으로는 몇 가지 객관적인 정보원을 통해 매년 데이터를 새롭게 업데이트하고 트렌드 분석 자료를 발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올바른 자격을 갖춘 여성을 영입해 힘 있는 위원회에서 일하게 하라. 이사회에 안착한 많은 여성이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재무위원회나 감사위원회에 적절한 전문가라는 보장은 없다. 다우코닝의 스테파니 번스는 자신의 경험을 떠올린다. “나와 함께 이사회에 있었던 여성 중 한 분이 백악관 요직에 있었던 분이었다. 굉장히 똑똑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했지만 기본 경력 자체는 기업 이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자리를 맡기에 부족했다.” 이런 사례와 달리 텍사스 A&M대의 전 CFO였던 수 레드맨(Sue Redman)은 이사회에 임명된 첫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활약상을 보이며 감사위원회의 위원장이 됐다. 레드맨이 승승장구한 데에는 2002년에 발의된 사바나-옥슬리법의 영향도 있었다. 이 법안에는 다음과 같은 조항이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감사위원회에는 반드시 재무 전문가를 위촉해야 한다. 그들은 기업의 재무를 관할하고 감사할 만한 경력을 갖춰야 하며 CFO나 회계 감사관에 준해야 한다.”

신임 이사회 일원들을 최종 권좌에 올리는 데 주력하라. 이사회 일원으로 뽑힌 여성들이 이사회의 조직적 역학이나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을 완전히 이해한 상태로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해선 안 된다. 여성들이 일단 이사회에 포함될 만한 위치에 오르면 노련한 이사회 선배의 지도를 받는 게 중요하다. 권좌에 오르는 최선의 길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조언과 지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성이 다른 여성들의 멘토가 되도록 권하라. 관리직 여성들 사이에는 직급과 상관없이 여성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사회라고 예외가 될까? 현재 HP에서 이사로 있는 스테파니 번즈는 이렇게 말한다. “여성 이사들이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사업 및 거버넌스와 관련해 겪는 고충들을 얘기할 수 있는 포럼이 정말 좋은 것 같다.” 그런 포럼이 이미 존재하고 기업의 지원을 받기도 하지만 지금보다 더 확대될 수 있다.

여성을 지명위원회와 거버넌스위원회에 배치하라. 필자들이 인터뷰했던 많은 이사는 여성 이사들에게 중책을 맡길 곳으로 지명위원회와 거버넌스위원회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두 위원회는 다른 위원회보다 노련하고 경험 많은 이사가 더 많이 포진해 있는데 대부분은 남성이다. 이들의 네트워크 또한 주로 남성들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사회 후보 명단에도 남성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성과를 바탕으로 의장을 선출하라. 마지막으로 위원회가 의장 선출 과정을 개선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할 필요도 있다. 현재는 기껏해야 이사회 재임 기간(성과 대신)을 의장을 선출하는 최선의 기준으로 간주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경영 원로들로 구성된 사모임에서 무심하고 분별없이 의장을 뽑는 경우도 있다. 관리자로서, 그리고 이사회 일원으로서 다양한 사례를 목격한 레드맨은 이렇게 말한다. “의장 후보를 객관적 평가로 선출하는 게 아니라 남성들이 더 편안하게 느끼는 주관적인 요소들로 결정하는 것이다.”

여성 지지자들은 이사회의 젠더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수십 년간 싸워 왔다. 진전된 측면도 있지만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 필자들은 본 기사에서 그렇게 된 주된 이유 한 가지를 확인했다. 기업들이 성 다양성을 기초로 의사결정의 장점들을 완전히 누릴 수 있는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이사회가 단순한 포용을 넘어 영향력 관점에서 문제를 다뤄야 한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8년 봄 호에 실린 ‘Why the Influence of Women on Boards Still Lags’를 번역한 것입니다.


킴벌리 A. 휘슬러 · 데버라 A. 헨레타

킴벌리 A. 휘슬러(Kimberly A. Whitler @KimWhitler)는 현재 버지니아대 다든 경영대학원(Darden School of Business)에서 경영학 조교수로 있으며 그전에는 20년 가까이 일반 관리 및 마케팅 분야에서 일했다. 데버라 A. 헨레타(Deborah A. Henretta @DebPG)는 다우코닝(Dow Corning), 매리티지 홈즈(Meritage Homes), 니소스(NiSource), 스테이플스(Staples)라는 4개의 상장회사와 여러 비영리단체의 이사회에서 독립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또한 SS앤드코(SSA & Co.)에서 수석 고문으로 있으며 그전에는 프록터앤드갬블(P&G)에서 30년간 근무하면서 여러 부문의 임원직을 거쳤다. 이 기사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9301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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