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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바로 갚을 텐데 뭘”… 횡령의 자기 합리화,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좀먹는다

토드 하우(Todd Haugh) | 241호 (2018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질문

기업은 CP(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의 효과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대다수의 프로그램이 행동적 CP 의 모범사례들을 고려하지 않는다.
- 개인적, 조직적 행동을 강화하는 비결은 합리화를 제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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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다국적 기업들은 매년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 이하 CP)에 수백만 달러를 투입한다. 헬스케어나 금융처럼 규제가 엄격한 산업에서는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며 한 번에 CP 전문가들을 수백, 수천 명씩 고용하는 회사도 있다.1 지멘스(Siemens)는 회사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정부 조사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 감사에 1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2 그러나 CP에 금전적 비용만 드는 것은 아니다. CP는 윤리적 과실을 수반하는 시간 소모적이고 산만한 규제 및 법적 절차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업 리더들은 CP를 철저히 시행하면 직원들의 부정행위가 사라질 것으로 믿는다. 종합적인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면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자율준수와 윤리적 경영에 대한 회사 운영이 ‘효과적’(미국 정부의 판결 지침에 정해진 기준에 따라)으로 마련돼 있다는 확신을 규제기관에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3

기업은 가능한 어떤 총알도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한 CP를 만들려고 애쓴다. 애석한 일은 아무리 포괄적인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회사의 부정이나 그에 따르는 정부의 개입을 차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폴크스바겐(Volkswagen)의 CP는 배출가스 테스트 결과를 조작하기 위해 차량에 ‘차단장치’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직원들을 막지 못했다. 웰스파고(Wells Fargo & Co)에도 관련 규정이 있었지만 고객의 승인 없이 신규 계좌를 개설한 직원들의 부정행위를 차단하지 못했다. 엔론(Enron)의 회계 스캔들이 일어난 지 15년 이상이 지났지만 많은 기업은 아직도 직원들이 어떤 식으로 윤리적 판단을 하고, 또 어떤 심리적 기제가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를 일으키는지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게다가 그런 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CP 전략을 가진 회사는 더 드물다.

본 기사의 목적은 개인이 어떤 식으로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기 위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행동윤리학 이론들을 동원하고 개인 및 기업의 범죄 행위를 분석한 범죄학자들의 연구 내용도 살펴보는 것이다. 필자의 목표는 공정경쟁 자율준수를 위한 기업의 노력이 왜 부족한지, 그런 노력이 어떻게 개선될 수 있는지 비즈니스 리더들의 이해를 돕는 것이다. 또한 직원들의 행동에 초점을 맞춰 조직의 CP를 개선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비용 효과적인 몇 가지 단계를 제시할 것이다. 필자는 이런 접근법이 기업의 CP 효과를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고의 이중 시스템

기업의 공정거래 자율준수는 직원 개개인의 행동에 달려 있다. 직원, 관리자, 혹은 임원이 늘 윤리적인 태도로 법규를 준수한다면 자율준수 원칙이 위반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기업은 직원들의 행동 방식과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 그런 방식이 윤리적 의사결정과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전통적인 경제이론과 달리 사람들이 항상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가 연구를 통해 밝혔듯이 의사결정의 대부분은 직관과 추론이라는 이중 인지 처리 방식에 영향을 받는다.4 직관적 사고 프로세스(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시스템 1’이라고 말하는)는 ‘빠르고, 자동적이며, 힘들지 않고, 연상에 의하며, 대개 감정이 결부된다’.5 직관적 처리 방식은 연상 기억(associative memory)과 습관에 의해 진행되므로 통제하거나 수정하기 어렵다. 시스템 1을 통하면 많은 일이 한꺼번에 벌어진다. 마음이 빠르게 연상 작용을 일으키면서 하나의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을 낳으며 이 모든 사고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시스템 1이 작동하는 속도와 편안함은 ‘연상적 사고가 처리하는 대부분의 일이 조용히 일어나고 의식적인 자아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진행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6

추론적 사고 프로세스(‘시스템 2’로 불리는)는 좀 더 순차적이며 의도적이다. 시스템 2는 우리가 좀 더 체계적인 사고를 할 때 작동한다. 이를테면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거나, 문장을 작성하거나,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상황에서 다각적인 의사결정을 신중히 내릴 때 사용된다. 시스템 2가 관여하는 사고는 우리에게 ‘작인(agency, 행위자의 의도나 욕구에 의한 행동의 발현-역주), 자율성, 자유의지를 경험하게 한다’.7 당연히 직관적 사고보다 추론적 사고 프로세스에 정신적 노력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간다. 추론적 사고가 직관적 사고보다 꼭 낫다고 할 수는 없다. 일상적인 일들을 처리할 때마다 추론적 사고를 동원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에는 추론이 필요하다. 시스템 2가 결부된 사고에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므로 인간의 마음은 주로 시스템 1에 의지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그리고 시스템 2는 정신적으로 아주 어려운 과제나 자동적 사고에 의해 발생한 오류를 해결해야 할 때를 위해 남겨 둔다. 이런 전략이 꽤 괜찮게 보일 수도 있지만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종종 시스템 1이 내린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시스템 2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8 인간의 추론 프로세스가 오류를 수정하기보다는 쉽게 실수를 저지르는 직관을 강화하는 데 작동할 때도 있다는 의미다.

비록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직접적으로 윤리적 의사결정에 대해 연구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연구 결과는 사람들이 윤리적 맥락 안에서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 이해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행동윤리학 연구자들은 이중 시스템적 사고(dual system thinking)라는 통찰력을 받아들였고 이를 비즈니스 세계에서 일어나는 윤리적 의사결정 상황에 적용해 왔다. 연구자들은 사람들 대부분이 윤리적으로 행동하고자 하지만 선한 사람들도 종종 부정을 저지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9 실제로 연구자들은 인간의 사욕 추구가 직관적 사고와 관련된다는 점을 확인했다.10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사람들은 일상적인 상황에서 윤리적으로 행동한다. 이는 시스템 2가 윤리적 감시도구로서 기능을 수행하고, 우리 모두가 갖고 있으면서 자동적으로 발현하는 사욕 추구를 통제하기 때문이다.11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합리화

시스템 2가 윤리적 감시도구로 존재하는데도 왜 자주 고장 나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 가령 폴크스바겐 직원들은 왜 배출가스 테스트를 조작하는 코드를 입력했을까? 행동윤리학 연구는 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뇌가 무엇 때문에 비윤리적 행동을 향해 발걸음을 성큼 옮기게 되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범죄와 범죄자들을 연구하는 학문인 범죄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활용된다. 화이트칼라 범죄를 연구하는 범죄학자들은 기업 범죄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이론을 발전시켰다.12 첫째,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아도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되는 문제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공유할 수 없는 문제’란 도박 빚부터 실직 가능성까지 어떤 사람에게 엄청난 근심이 될 만한 일은 무엇이든 가능하다. 둘째, 신뢰를 위반하면 그 문제를 비밀리에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기업 리더들이 알고 있듯 신뢰는 어떤 조직에서나 필수 요소다. 거의 모든 주인-대리인 관계(principal-agent relationship)는 신뢰를 통해 구축된다. 셋째, 신뢰 위반 행위를 용인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비윤리적이고 심지어는 불법적인 해결방법에 대한 내적 대화가 있어야 한다.13 이에 대한 전형적인 예로, 자신은 회사 자금을 잠깐 ‘빌리는 것’뿐이며 나중에 꼭 갚겠다고 스스로 되뇌며 공금을 횡령하는 은행가를 들 수 있다.

범죄학자들은 마지막 단계를 ‘언어화’라 부르는데(일반인들이 보통 합리화나 변명이라 일컫는) 이는 화이트칼라 범죄의 핵심이 된다. 범죄학자들은 언어화를, 범죄자들이 잡혔을 때 자신의 과실을 덜기 위해 사용하는 단순한 사후변명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그들은 언어화를 ‘동기의 어휘’, 즉 범죄자들이 자신의 부정행위를 적절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나 구절로 여긴다.14 이는 범죄자들의 합리화가 행동이 이행되기 전에 진행되며 사실상 부정행위가 일어나도록 스스로 허용한다는 것을 말한다. 합리화 이론을 발전시킨 범죄학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합리화는 (범죄자에게) 동기를 부여한다.”15 합리화는 많은 연구에서 확인돼 왔으며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에게 합리화가 없었더라면 용인되지 않았을 방식의 행동을 허용한다.

이는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비윤리적인 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한 우리의 상식과 일치한다. 행동윤리학 연구는 누구나 윤리적으로 행동하길 바라지만 인지적 장애 때문에 거기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고 설명하지 않는다. 그보다 사람들은 개인적 이익을 위해 자연스럽게 비윤리적인 행위에 가담하며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의식적이든 아니든-방법을 찾는다고 말한다.16 이렇게 보면 시스템 2가 시스템 1의 결론을 정당화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인간이 가진 독특한 진화의 산물일 가능성이 크다. 서로 협력하는 능력은 인류가 가진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최선의 행동은 보통 자신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17 그래서 인간은 ‘친사회적’이지만 경쟁적인 이 세상의 모순적 측면을 해결하는 메커니즘을 개발했다.18 이 메커니즘 중 하나가 바로 개인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스스로 강구하는 비윤리적이거나 불법적인 행동이 ‘선한 사람’이라는 자기 인식에 부합될 수 있도록 본인의 행동을 이해하는 방식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자신이 협력 사회의 좋은 일원이라는 사실을 타인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보여주는 동시에 개인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필자는 화이트칼라 범죄와 비즈니스 윤리에 대한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합리화 이론을 통해 개인의 윤리적 감시 도구가 제압당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19 합리화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비윤리성을 억제하기 위해 개입하는 시스템 2의 반추적 사고 과정에 속임수를 쓴다. 일단 이렇게 되면 비윤리적이거나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르는 인간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조직의 규범이나 사업 규제, 혹은 형법이 작동하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가장 일반적인 합리화는 어떤 형태일까? 좀 더 중요하게는 합리화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필자의 연구 결과는 회사에서 비윤리적이거나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8가지 합리화 유형을 제시한다.20 (‘연구내용’ 참고.) 효과적인 CP의 일환으로 기업 리더들은 이런 합리화 유형들을 이해하고 각 유형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DBR mini box 
연구 내용

본 기사는 필자가 화이트칼라 범죄와 기업이 저지르는 부정행위의 원인에 대해 오랫동안 수행한 연구의 일부다. 약 10년간 주법원과 연방법원에서 화이트칼라 피고인들을 대변하고, 기업들을 대상으로 CP 전략에 대해 자문하고 연방법원 판사들이 사기범들의 형량을 결정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면서 필자는 기업인들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원인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는 필자가 범죄학 이론과 더불어 사회학자인 도널드 크레시(Donald Cressey)가 횡령범들에 대해 분석한 획기적인 연구 자료를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 도널드 크레시의 연구는 조직의 신뢰 위반 행위에 합리화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밝혀냈다. 크레시의 연구를 기점으로 필자는 화이트칼라 범죄와 조직범죄의 행동적 측면을 중심으로 경제사범, 사기를 저지르거나 관련 범죄에 연루된 프로 운동선수, 문화유산을 절도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그 밖의 수많은 개인 및 기업 사례들 사이에 존재하는 양형 차이를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 연구는 전체적으로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합리화 유형들을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줬으며 기업의 효과적인 CP와 화이트칼라 범죄자에 대한 양형, 형사법에 있어서 행동적 통찰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하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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