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Sloan Management Review

파괴에 대처하는 회복력을 길러라 화산폭발까지 대비한 DHL처럼…

172호 (2015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경영전략

질문

기업은 어떻게 회복력을 강화할 수 있을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전사적 위험 관리, 업무 연속성 관리 같은 프로세스가 유용하긴 하지만 이런 프로세스에는 한계도 있다.

- 모든 파괴에는 또 다른 운영 상태로의 전환을 제안하는 학습의 기회가 있다.

- 기업은 자사의 공급망 취약성을 파악하고 취약성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5년 겨울 호에 실린 오하이오주립대 회복력센터 소장 조셉 픽셀(Joseph Fiksel), 오하이오주립대 피셔 경영대 물류 관리 박사 후보 미카엘라 폴리비우(Mikaella Polyviou), 동 대학 물류 관리 부교수 킬리 L. 크록스턴(Keely L. Croxton), 미 공군 사관학교 경영 조교수 티모시 J. 페팃(Timothy J. Pettit)의 글 ‘From Risk to Resilience: Learning to Deal With Disruption’을 번역한 것입니다.

 

 

 

 

서로 연결돼 있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에서 공급망의 취약성이 나날이 증대되고 있다. 사소한 배송 지연을 비롯한 파괴 현상이 기업에 심각한 재무 손실을 안기고 주주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세계화로 인해 파괴를 예측하고 실제로 파괴가 발생했을 때 파괴를 관리하기가 한층 힘들어졌다. 파괴에 내재된 위험이 감춰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다 파괴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런 탓에 일이 벌어진 후에야 이해 가능한 ‘블랙 스완(black swan)’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베스트셀러 작가 나심 탈레브(Nassim N. Taleb)는 자신의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극단적인 사건과 알려지지 않은 사건, 있을 법하지 않은 사건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지배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잘 알려져 있고 이미 일어난 적이 있는 일에 주목하며 한담을 나누느라 시간을 허비한다.”1

 

기업들은 원래 저렴한 인건비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인도나 중국 같은 나라로 생산 활동을 이전했다. 하지만 2010년에 아이슬란드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 2011년에 일본을 강타한 쓰나미 같은 사건에 미뤄볼 때 확대된 공급망에는 심각한 취약성이 있다. 예컨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공개한 보고서에 의하면 미네소타 주에서 활동하는 제조업체 중 41%가 일본에서 발생한 쓰나미가 자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2 쓰나미 발생 이후 많은 제조업체들이 자사의 소싱(sourcing) 방안을 재평가했으며 일부는 생산 활동을 국내로 되가져왔다. 이런 업체들은 좀 더 신속한 대응이나 국내 일자리 창출 등 리쇼어링(reshoring)의 장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위험에 대한 노출을 줄이려는 의지가 리쇼어링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

 

안정적인 비즈니스 환경하에서 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공급망 관행이 실제로 파괴가 발생했을 때 오히려 위험을 증대시킬 수도 있다. 저스트 인 타임(just-in-time), 린 생산(lean production) 등의 방안을 도입하면 관리자들이 재고를 줄이기 위해 소수의 공급자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게 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안을 활용하면 완충 역량(buffer capacity)이 부족해 기업이 좀 더 취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일본에 몰아 닥친 쓰나미는 린 재고 모형(lean inventory model)을 채택한 많은 기업들에 심각한 피해를 끼쳤다. 쓰나미가 일어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GM은 일본에서 생산되는 부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탓에 루이지애나 주 슈리브포트에서 셰보레 콜로라도(Chevrolet Colorado) GMC 캐년(GMC Canyon)을 생산하던 공장의 생산 활동을 일시 중단했다.3

 

기업들은 잠재적인 위험 요인을 점검할 때 전반적인 운영 활동 가운데 공급 측면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고객 측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수요 변동성 증가 역시 기업의 운영 활동과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다. 2013 3, 오하이오 주 더블린에 위치한 의약품 유통업체 카디널헬스(Cardinal Health)는 약국 체인 월그린(Walgreen)과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일리노이 주 디어필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월그린은 카디널헬스의 최대 고객이었다. 2012년에는 카디널헬스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했을 정도였다. 월그린과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카디널헬스의 주가가 8.2%나 하락했다.4 하지만 카디널헬스는 고객층을 늘리고 다양화하기 위해 계획적인 노력을 기울인 덕에 단기간 내에 회복하고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공급망 위험에 대처하라

 

 

전통적인 공급망 위험 대처 방안은 안정성을정상적인(normal)’ 상황으로 보는 관점을 토대로 한다. 이런 관점에 의하면 폭발이나 홍수 같은 사건은 표준에서 벗어난 반갑지 않은 일탈일 뿐이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규모가 큰 대다수의 민영 기업들은 체계적인 위험 관리 접근방법을 도입했다. 특히 보험과 적극적인 공급망 위험 완화 전략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1984년에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 보팔 유니언카바이드(Union Carbide) 공장 유독가스 유출 사건을 비롯한 수많은 참사가 발생하자 위험 관리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 국제표준화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를 비롯한 비정부 조직이 정한 기준, 미 증권거래위원회의중대한비즈니스 위험 공개 의무나 독일의기업 통제와 투명성에 관한 법같은 법률도 기업들에게 위험 관리 동기를 부여한다.5

 

 

1990년대 중반에는전사적 위험 관리(ERM·enterprise risk management)’라 불리는 좀 더 통합적인 위험 관리 접근방법이 인기를 끌었다. 이후 많은 대기업들이 ERM을 도입했다.6 ERM은 경영자들이 다양한 비즈니스 활동과 관련된 위험을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됐다. ERM으로 인해 관리자들은 좀 더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위험 포트폴리오 관리 방법에 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업무 연속성 관리(BCM·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라고 알려진 또 다른 위험 관리 프로세스에는 파괴에 대처하고 운영 시스템을 뒷받침할 예비 역량(backup capacity)을 유지하는 방법을 비롯해 재해 복구 계획 및 위기 관리와 관련된 요소들이 포함돼 있다.7

 

ERM BCM 같은 프로세스는 기업이 공급망 파괴를 피하고 신속하게 정상적인 운영 상태로 되돌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심각한 단점도 있다. 먼저 이런 프로세스들은 위험 식별(risk identification)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복잡하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는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는 기업이 직면하는 위험 중 상당수를 예측하거나 파악할 수 없다. 있음직하지 않은 사건, 즉 사람들이 원인을 알지 못하고 어떤 폭포 효과를 일으킬지 연역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이 이처럼 예상치 못한 위험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 내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모든 잠재 위험을 찾아내고 조사하기란 불가능하다.

 

둘째, ERM BCM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통계 정보에 의존한다. 위험 평가의 근거가 되는 가정이 얼마나 정확하고 신뢰할 만한가에 따라 위험 평가 결과가 달라진다. 또한 잘못된 가정이나 데이터는 비효율적인 자원 분배로 이어질 수 있다.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며 관련된 경험적 지식이 거의 알려진 바 없는 사건들에 대처하기는 특히 힘들다. 관리자들이 이런 사건을 경험한 적이 없는 탓에 이런 사건이 발생할 확률이나 이런 사건이 초래할 결과의 심각성을 저평가할 수도 있다.8

 

셋째, 위험 식별, 위험 평가, 위험 완화, 위험 감시로 이뤄진 전통적인 ERM 프로세스는 단순화된환원적(reductionist)’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다. 전통적인 ERM 프로세스하에서는 각 위험을 개별적으로 찾아내 대처할 뿐 여러 위험 요인 사이에 존재하는 숨겨진 상호 작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같은 절차적 접근방법(procedural approach)으로 인해 조직이 헛된 만족감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근거 없는 만족감은 예기치 못한 사건(: 멕시코 만에서 발생한 석유 유출 사건)으로 인해 산산조각 날 수도 있다. 글로벌 공급망은 복잡하고 역동적이다. 따라서 시스템의 취약성(systemic vulnerability)을 포착할 수 있도록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되며 파괴가 발생하면 뛰어난 민첩성과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은

 

복잡하고 역동적이다.

 

따라서 시스템의 취약성

 

(systemic vulnerability)

 

포착할 수 있도록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되며 파괴가 발생하면

 

뛰어난 민첩성과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통적인 위험 관리는 안정적인 운영 상태로의 회귀를 목표로 삼으며 위험을정상상태로부터의 잠재적인 일탈로 간주한다. 하지만 모든 파괴에는 또 다른 운영 상태로의 전환을 제안하는 학습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좀 더 현실적이다. 예컨대, 동남아에서 홍수 발생 빈도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기업은 공급 기반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위험한 비즈니스 환경 내에서 잠재 기회를 찾아내면 경쟁상대들보다 이런 기회를 좀 더 일찍 활용할 수 있다.

 

회복력을 길러야 할 필요성

 

 

조직은 급격한 변화가 생기더라도 번성할 수 있도록 공급망 복잡성과 예기치 못한 파괴에 대처하는 능력을 개선해야 한다. 조직이 복잡해질수록 조직의 회복력이 약화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공급망의 취약성을 이해하고 파괴에 대처하기 위한 구체적인 역량을 개발하면 회복력을 키울 수 있다. 변동성 용인, 지속적인 적응, 파괴적인 힘이 만들어낸 기회 활용 등 자연계에서 관찰되는 일부 행동을 모방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회복력을 갖고 있는 시스템은 혼란이 발생하더라도 망가지지 않는다. 오히려 변화에 적응한다. 혼란의 유형에 따라 적응 속도가 빠를 수도 있고 점진적일 수도 있다.

 

 

10년 전, 작가 게리 하멜(Gary Hamel)과 리사 발리칸가스(Liisa Vlikangas)는 회복력 추구가제로 트라우마(zero trauma)’를 추구하는 것과 같다고 묘사했다.9 요즘과 같은 비즈니스 환경에서 제로 트라우마가 현실적인 목표라고 믿는 관리자는 드물다. 하지만 일부 관리자들은 회복력이 전통적인 위험 관리 프로세스를 보완하는 중요한 성공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필자들은 회복력을격동적인 변화에 직면했을 때 살아남고 적응하고 성장하는 기업의 역량이라고 정의한다.10 현실적인 측면에서 보면 회복력이란 글로벌 공급망의 적응 능력을 개선하고,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고,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IT를 활용한다는 뜻이다. 비극적인 파괴 현상이 벌어졌을 때조차 그래야 한다는 뜻이다. 회복력이란 단순히 위험을 낮춘다는 뜻이 아니다. 회복력은 기업이 경쟁상대들보다 좀 더 효과적으로 파괴에 대처하는 방법을 익히고11 어떻게든지 새로운 균형으로 이동해 경쟁 우위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Mini Box – 연구결과()

필자들은 7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기업 회복력의 개념을 연구해 왔다. 이 글은 필자들이 진행한 회복력 연구가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나날이 변화가 극심해지는 비즈니스 환경 내에서 회복력 관행이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관리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설명한다. 필자들은 초기 연구를 통해 공급망 회복력을 평가하고 관리하기 위한 SCRAM 도구를 개발했다. 필자들은 7개의 세계적인 제조·서비스 조직들로부터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 SCRAM 도구의 타당성을 입증했다. 내재돼 있는 취약성 요인과 통제 가능한 역량 요인 간의 구체적인 연결 고리를 파악하기 위해 혼합 삼각측량(mixed-method triangulation) 기법을 활용했다. 혼합 삼각측량 기법은 SCRAM 도구를 활용해 우선순위가 높은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한 역량 개선 방안을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됐다. 초기 연구 단계가 끝난 후 SCRAM 도구 실행 프로세스를 개발하기 위해 다우케미컬과 다각적으로 협력했다. 이 과정에서 20개가 넘는 다우케미컬 사업부에 SCRAM 도구를 적용했다. 취리히 파이낸셜(Zurich Financial), 존슨앤드존슨, 오웬스코닝(Owens Corning), 셸오일(Shell Oil), 유니레버(Unilever) 등 다른 조직들과 상호 작용하고 이들 조직에서 인터뷰를 실시해 추가로 통찰력을 확보했다.

 

 

 

 

 

대표적인 공급망 회복 사례로 노키아(Nokia)를 들 수 있다. 2000, 핀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노키아의 중요한 휴대전화 부품 공급업체 중 한 곳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노키아는 재빨리 위기를 파악한 덕에 대체 가능한 부품을 확보하고 제품 설계를 수정해 소싱 방안을 확대할 수 있었다. 반면 당시 같은 공급업체로부터 부품을 납품받고 있었던 스웨덴의 다국적 기업 에릭슨(Ericsson)은 신속하게 위기에 대응하지 못한 탓에 약 4억 달러의 판매 손실을 겪었으며 결국 휴대전화사업에서 손을 떼고 말았다.12 (하지만 노키아는 이후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하던 중 심각한 실수를 몇 차례 저질렀고 결국 휴대전화사업부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에 매각하게 됐다.)

 

필자들은 지난 7년 동안 기업들이 공급망 취약성을 평가하고 한층 강화된 회복력 역량을 발판 삼아 공급망 취약성에 대처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틀을 개발했다. ( 1) 이 과정에서 패션 소매업체 L 브랜즈(L Brands, 예전에는 리미티드 브랜즈(Limited Brands)로 알려져 있었다), 다우케미컬(Dow Chemical),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 유니레버(Unilever) 등 많은 기업들과 협력했다. 필자들은 취약성과 역량을 분류하기 위해 기존 연구 문헌을 살펴보는 한편 리미티드 브랜즈를 비롯해 공급망 파괴를 경험한 기업의 관리자와 직원들을 상대로 개인 인터뷰 및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진행했다.13 연구를 통해 특정한 취약성과 역량 간의 연결고리를 찾아냈다. 이와 같은 연결고리는 적극적인 개선 전략을 제안하는 데 도움이 됐다. 또한 필자들은 기업이 활용하기에 적합한 평가 도구를 개발했다.14 필자들은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탄생한 틀에 공급망 회복력 평가 관리(SCRAM·supply chain resilience assessment and management)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틀은 조직이 갖고 있는 취약성과 역량의 명확한 특징 및 우선순위를 토대로 한다. (‘연구 내용참조.)

 

회복력 요인과 연결고리를 찾아라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공급망 취약성이 크게 6개 유형으로 나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필자들은 6개의 취약성 유형을기업을 파괴에 취약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요인으로 정의한다. 흔히 언급되는 요인으로격동(turbulence)’이 있다. 이 글에 제시된 틀의 맥락에서 생각하면 격동을고객 수요의 변화, 지정학적인 파괴 현상, 자연재해, 세계적인 유행성 질환 등 개별 기업의 통제권 너머에 있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발생하는 변화로 정의할 수 있다. 또 다른 취약성의 범주로 절도, 방해 행위, 테러, 노조나 다른 집단과의 갈등 등계획적인 위협(deliberate threat)’이 있다. 제약이나 장벽을 만들어내는 외적 압력(external pressure, 혁신, 규제 변화, 문화적인 태도 변화 등), 기업의 생산 역량(원자재나 숙련된 근로자를 확보할 가능성)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는 자원 제한(resource limit), 생산 프로세스의 민감성(sensitivity)과 복잡성, 외부 파트너들과 협력할 필요성을 암시하는 공급망 내의 연결(connectivity) 수준 또한 취약성의 원인이 된다. 마지막으로, 공급망 내에 존재하는 여러 층의 고객과 공급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파괴 역시 공급망의 취약성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 2)

 

 

포커스그룹은 취약성 목록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됐을 뿐 아니라 특정한 취약성 패턴에 대응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역량 목록을 정의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모두 더해서 총 16개의 역량을 찾아냈다. 필자들은 16개의 역량을기업이 파괴를 예상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요인이라고 정의한다. 16개 요인은 (1) 소싱의 유연성, (2) 제조의 유연성, (3) 주문 처리의 유연성, (4) 생산 역량, (5) 효율성, (6) 가시성, (7) 적응성, (8) 예측, (9) 회복, (10) 분산, (11) 협력, (12) 조직, (13) 시장 지위, (14) 보안, (15) 재무 안정성, (16) 제품 책임주의로 이뤄져 있다. (< 3> 16개 역량에 관한 내용이 설명돼 있다.) 필자들은 성과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경영 도구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후 취약성과 역량 간의 상호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8개 기업에서 취약성 및 역량 목록을 검증했다. 그 결과, 특정한 역량이 특정한 취약성을 완화시키는 311개의연결 고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SCRAM 틀은 기업이 가장 중요한 공급망 취약성을 찾아내고 어떤 역량을 강화해야 할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보편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예컨대, 예상치 못한 시장 수요에 직면한 기업은 다양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가령,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조의 유연성을 강화하고, 시의적절한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최근의 수요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가시성)을 강화하고, 전략적인 대응을 위해 시장 변화를 조기에 예측하고 인지하며, 조화로운 행동을 지원하기 위해 고객 및 공급자와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복잡한 공급망에 대한 의존성을 우려하는 기업은 대체 가능한 공급원을 찾아내 소싱의 유연성을 높이고, 리드 타임을 줄여 제조의 유연성을 높이고, 파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경고 신호를 조기에 포착해 예측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관리자들은 SCRAM 분석 결과를 토대로 중요한 회복력 격차에 대처하고 전반적인 경쟁력을 높이려면 어떤 역량을 강화해야 할지 찾아낼 수 있다.15

 

 

SCRAM 틀을 활용하려면

 

유사한 조직들은 유사한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 저마다 다른 취약성과 역량을 갖고 있다. (같은 기업에 속한 각 사업부 역시 각기 다른 취약성과 역량을 갖고 있다.) 취약성은 높지만 충분한 역량을 갖지 못한 조직은 과도한 위험에 노출된다. 따라서 문제가 되는 특정한 역량을 개선하기 위해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반대로, 취약성이 낮은데 역량에 과도하게 투자하면 불필요하게 수익이 줄어들 수도 있다. (그림 1)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모든 곳에 두루 적용되는천편일률적인 접근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조직은 자사가 직면한 취약성 패턴에 어울리는 적절한 역량 포트폴리오를 개발해 균형 잡힌 회복력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자사의 비즈니스 방식에 SCRAM 틀을 포함시킨 기업으로 다우케미컬을 들 수 있다. 다우는 2010년부터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여러 사업부 중 20개가 넘는 곳에서 SCRAM 틀을 실행해 왔다. SCRAM 틀을 활용한 덕에 상당한 비즈니스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예컨대, P 시리즈 글리콜에테르 제품군에 SCRAM 프로세스를 적용한 후 생산 현장 폐쇄, 원자재 공급 중단, 내부 원자재 할당 부족 등 몇 가지 파괴 시나리오를 찾아냈다. 다우는 이런 시나리오의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모형을 개발했으며 시뮬레이션 모형을 활용해 기존 역량으로 95%의 서비스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분석 결과를 토대로 고정자산과 운전자본을 줄여 연간 110만 달러의 경비를 절약했다.16 다우의 또 다른 사업부는 SCRAM 틀을 활용해 원자재 공급 부족과 관련된 회복력을 개선했다. 그 결과, 150만 달러가 넘는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SCRAM 접근방법은 공급망 역학을 시스템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기업들이 파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본질적인 취약성과 자사의 통제 범위 내에 있는 역량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경험을 통해 교훈을 얻고 취약성과 역량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면 기업은 파괴의 빈도를 줄이고, 파괴가 미치는 영향의 심각성을 낮출 수 있으며, 그 결과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고 공급망 운영 비용이 줄어든다. 내재돼 있는 취약성을 줄이기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역량 개선에 도움이 되는 방안은 많다. 개선을 위해 투입해야 하는 비용과 기대되는 공급망 성과 개선 효과를 비교해야 한다.

 

일찌감치 회복력 사고(resilience thinking)를 받아들인 기업들은 파괴를 예측하고, 파괴에 대비하고 적응하며, 파괴로부터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역량을 활용해 전통적인 위험 관리 관행을 강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증명해 보였다. 재해를 발판 삼아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세계적인 운송업체 DHL 2010년에 아이슬란드에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이 폭발해 수백만 건의 항공 수송품이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기 전에 미리 비상 계획을 수립해 두고 있었다. DHL은 비상 계획을 수립해 둔 덕에 신속하게 100편의 항공기를 독일 라이프치히에 위치한 허브에서 상대적으로 화산 폭발의 영향을 덜 받은 남유럽으로 이동시키고 다수의 수송품을 지상 차량으로 옮겼다. 그 결과, DHL은 고객 충성도는 한층 강화하는 한편 심각한 재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17

 

 

회복력 구축이 다른 ERM 방안을 대신할 수는 없다. 회복력 구축은 기업이 역량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급격하게 변화하며 복잡한 비즈니스 환경 내에서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속적인 프로세스다. 공급망 회복력은 여전히 발전 중인 새로운 분야다. 또한 복잡한 산업 시스템의 회복력을 이해하고 기업 회복력 개선을 위한 혁신적인 방법과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18 생태학에서부터 사회학, 시스템 엔지니어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활용하면 공급망 회복력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경영자들은 역량 구축과 관련된 비용편익분석을 실시해 회복력의 투자 수익률을 확인해 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추가로 경험적인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회복력 사고를 조직 회복력, 행동 변화 등 기업 경영의 다른 측면으로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 회복력 문화를 발전시키면 기업들이 격동의 시대에 번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번역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조셉 픽셀, 미카엘라 폴리비우, 킬리 L. 크록스턴, 티모시 J. 페팃

조셉 픽셀은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에 위치한 오하이오주립대(Ohio State University) 회복력센터(Center for Resilience) 소장이다. 미카엘라 폴리비우는 오하이오주립대 피셔경영대(Fisher College of Business) 물류관리 박사 후보이며 킬리 L. 크록스턴은 동 대학 물류관리 부교수다. 티모시 J. 페팃은 콜로라도 주 미 공군 사관학교(United States Air Force Academy) 경영 조교수다. 이 글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6223에 접속해 메시지를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 e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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