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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vard Business Review

‘꿈의 직장 만들기’ 꿈이 아니다

롭 고피,가레스 존스(Gareth Jones) | 145호 (2014년 1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3 5월 호에 실린 런던 비즈니스 스쿨 조직 행동 명예교수 롭 고피(Rob Goffee) IE 비즈니스 스쿨 객원 교수 가레스 존스(Gareth Jones)의 글 ‘Creating the Best Workplace on Earth’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3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 세상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든다고 상상해 보자. 그런 직장은 어떤 모습일까? 필자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3년 동안 설문 조사와 세미나 등을 통해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수백 명의 경영자들에게 이상적인 조직의 모습이 어떠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설명해줄 것을 요청했다. 필자들은 진정성과 효과적인 리더십 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상적인 직장에 관한 궁금증을 갖게 됐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진정성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리더를 따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은 경영자들은 진정성을 얻으려면 먼저 진정성 있는 조직에서 일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말했다.

 

무슨 의미일까? 물론 경영자들이 내놓은 대답 중 상당 부분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하지만 필자들은 각 경영자가 처한 환경과 소속된 산업, 각 경영자가 갖고 있는 야망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6개의 공통된 원칙을 찾아냈다. 6개의 원칙이 모두 더해지면 직원들에게 최상의 업무를 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최대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조직이 된다.

 

필자들은 이런 조직을꿈의 직장이라 부른다. 간략하게 이야기하면, 꿈의 직장이란 개개인이 갖고 있는 차이점을 키워주고, 정보를 억압하거나 조작하지 않으며, 단순히 직원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직원에게 가치를 부여하고, 의미 있는 무언가를 대변하고, 업무 자체가 본질적으로 보람되며, 쓸데없는 규칙이 없는 직장이다.

 

이런 원칙이 모두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누군들 이런 원칙을 따르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지 않겠는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경영자들이 이런 장점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례를 생각해 보자. 헤이그룹(Hay Group)은 연구를 통해 업무 몰입도가 매우 높은 직원들은 업무 몰입도가 가장 낮은 직원보다 기대치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평균 50% 정도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매우 높은 편인 기업은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가장 낮은 기업에 비해 직원 유지율이 54%, 고객 만족도가 89%, 매출 성장률이 4배가량 높다.런던비즈니스스쿨(London Business School) 교수 댄 케이블(Dan Cable)은 최근 연구를 통해 직장에서 편안하게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드러낼 수 있다고 느끼는 직원들에게서 조직을 향한 헌신, 개인 성과,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성향 등이 좀 더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6개의 원칙을 모두 따르는 조직이 실제 존재한다 하더라도 소수에 불과하다. 6개의 속성 가운데 일부는 전통적인 관행과 깊이 몸에 밴 습관을 거스른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그 외의 몇몇 속성은 매우 복잡한데다 실행하는 데 많은 돈이 들 수도 있다. 일부는 다른 속성과 모순된다. 또한 대부분의 속성은 리더들에게 상충되는 이익 사이에서 신중하게 균형점을 찾고 시간과 관심을 재분배할 것을 촉구한다.

 

꿈의 직장은 그야말로 꿈인 것이다. 따라서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찾아낸 내용을 하나의 도전과제, 즉 가능한 가장 생산적이고 보람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리더와 조직을 위한 의제로 제시하고자 한다.

 

직원들이 진정한 자기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라

 

차이를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주장하는 기업들이 실제로는 성별, 인종, 연령, 민족성 등 전통적인 다양성 범주를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물론 이런 노력들도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필자들이 인터뷰한 경영자들은 관점, 사고방식, 핵심적인 가정의 차이 등 좀 더 미묘한 다양성을 추구한다.

 

예컨대, 세계 일류 유명 대학의 어느 부총장은 어디에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는지 파악하기 위해 밤 늦게 캠퍼스를 거닐곤 했다. 강인한 정신을 갖고 있는 물리학자였던 부총장은 과학 실험실에서나 밤 늦게까지 연구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고대사, 연극, 스페인어 등 모든 학과에서 밤 늦도록 연구가 이뤄졌다.

 

이상적인 조직은 조직 문화 내에 존재하는 지배적인 흐름, 업무 습관, 복장 규정, 전통, 관리에 대한 가정 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직접 대학 캠퍼스를 거닐었던 부총장과 마찬가지로 이상적인 조직은 이런 것들을 모두 초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가령, 대개의 직원이 정장을 차려 입고 일하는 금융 서비스 기업이지만 반바지와 샌들 차림으로 출근하는 IT 전문가를 용인하는 조직, 최신 유행과 관련된 일을 하지만 누군가가 정장을 입고 출근하더라도 미심쩍은 눈길을 보내지 않는 조직 등이 이에 속한다. 거의 모든 사람이 각자 다른 업무 시간을 선택하지만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업무 방식을 선호하는 1∼2명의 직원도 기꺼이 용인하는 조직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명품 기업 LVMH를 보면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피비 필로(Phoebe Philo)와 같이 뛰어나고 창의적인 혁신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실제로도 그렇다. 하지만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아이디어를 주시하고 평가하는 경영자와 전문가의 비중도 생각보다 훨씬 높다. LVMH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정반대되는 사람들이 번성하고 함께 일할 수 있는 문화다. 신중한 선택 또한 LVMH의 성공 비결 중 하나다. LVMH는 창의성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의 상품성을 높이고 싶어 하며 상업적인 가능성을 잘 포착하는 전문가들의 진가를 인정하는 인재를 원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지식과 재능을 활용하면 물론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를 실행하는 기업이 소수에 불과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선, 편견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성실한 부총장이 연구의 강도와 밤 늦게까지 계속되는 실험실 활동을 동일시하며 어떤 가정을 했는지 떠올려보기 바란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 파고들면, 직원 개개인의 개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은 인센티브 시스템을 고안하고 직원들을 위한 진로를 제시함으로써 조직의 효과적인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정반대의 노력과 상충된다. 역량 모델, 평가 시스템, 목표 중심의 관리 방식, 엄격하게 정의된 채용 정책 등은 모두 용인 가능한 행동의 범위를 좁히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직원 개개인의 개성을 효과적으로 키워내는 기업은 조직적인 질서를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엔지니어링 설계 기업인 아룹(Arup)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Opera House)에서부터 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 베이징 수영센터(Beijing Water Cube)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많은 상징적 건물에 아룹을 의미하는 독특한 흔적이 남아 있다.

 

아룹은 전체론적인 접근방법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현수교를 지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자사 고객의 관심사에 귀를 기울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교량을 사용하는 지역 전체를 고려한다. 아룹 직원들은 이를 위해 수학자, 경제학자, 예술가, 정치인 등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한다. 아룹은 다양한 기술과 성격을 수용하는 능력을 자사 전략의 핵심으로 여긴다. 아룹 회장 필립 딜리(Philip Dilley)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꼭 들어맞지는 않지만 우리를 예상치 못한 곳으로 데려다 줄 만한 흥미로운 요소를 원한다. 완전히 질서정연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 중 일부다.”

 

이런 세계에서는 전통적인 평가 시스템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따라서 아룹은 양적인 성과 측정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으며 직원들이 어떤 식으로 발전해나가야 할지 조직 차원의 정책을 명시하지 않는다. 관리자가 기대치를 결정하면 직원 개개인이 기대치를 충족시킬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다.아룹의 고위급 인사 책임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자기 결정이란 직접 나아갈 길을 결정하고 자신의 성공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을 뜻한다. 성장과 발달은 회사의 지원을 발판 삼아 직원 개개인이 이뤄내야 할 몫이다.”

 

좀 더 전통적인 기업에 적용하기에는 이런 방식이 지나치게 혼란스럽다고 생각되는가? 그렇다면 영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식품 소매업체 중 하나인 웨이트로즈(Waitrose)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웨이트로즈는 시장점유율, 수익성, 고객 충성도, 직원 충성도 등 다양한 척도를 기준으로 삼았다. 효율적인 프로세스 실행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식품 소매 산업에서 활동하는 웨이트로즈는 고객 경험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는 사소한 창의력을 육성하는 것이 자사에 경쟁 우위를 안겨준다고 생각한다.

 

웨이트로즈는 협동조합이다. 모든 직원이 웨이트로즈의 연간 이윤을 공유하는 공동 주인이다. 그러니 직원들이 회사에 충성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웨이트로즈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원 개개인의 이익을 권장하고 지지한다. 웨이트로즈 직원이 피아노 강습을 원하면 웨이트로즈가 강습료의 절반을 지불한다. 요리, 공예, 수영 등 다양한 동아리 문화도 발달해 있다. 필자들의 친구는 자신의 아버지가 요트를 타는 법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웨이트로즈에서 근무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웨이트로즈는 바로 이런 식으로 직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본연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친구들과 가족들이 직장에서 나를 인정해줄 것이라는 웨이트로즈 고위급 경영자의 말은 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웨이트로즈의 또 다른 경영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훌륭한 소매 기업들은 남다른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그런 인재를 많이 확보했다. 그런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겨야 할 뿐 아니라 시스템적인 문제로 인해 그런 사람들이 설 자리를 빼앗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면 순응하는 문화가 생겨난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은 이런 현상을기계적 연대(mechanical solidarity)’라 표현했다. 하지만 LVMH, 아룹, 웨이트로즈와 같은 기업들은유기적 연대(organic solidarity, 뒤르켐이 차이를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지칭하기 위해 고안한 표현)’를 토대로 한다. 그렇다면 왜 굳이 이런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일까? 필자들은 상호보험회사 뉴욕라이프(New York Life) CEO 테드 매터스(Ted Mathas)가 그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CEO로 임명됐을 당시 내가 가장 염려했던 것은이 일을 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바를 진실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였다. 내게 주어진 일을 훌륭하게 해 내기 위해서는 먼저 진정한 내 모습을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정보의 흐름을 막지 말라

 

꿈의 직장은 속임수를 쓰거나, 방해하거나, 왜곡하거나, 조작하지 않는다. 꿈의 직장은 페이스북(Facebook), 위키리크스(WikiLeaks), 트위터(Twitter)의 시대에는 남들보다 앞서서 사람들에게 진실을 이야기하는 편이 낫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꿈의 직장은 주어진 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하는 직원들의 욕구를 존중한다. 모든 사람들의 동요를 막기가 이미 어려워진데다 직급을 막론한 모든 직원들이 좀 더 전략적으로 생각할 것을 요구받는 불안한 환경하에서는 특히 그렇다. 어디에서건 관리자들이 이 같은 사실을 자명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급진적인 솔직함(radical honesty, 전적으로 솔직하고, 완벽하며, 명료하고, 시기 적절한 의사소통)’을 막는 장애물이 많다.

 

효율성을 유지하려면 직원들이 알아둬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 정보를 조금씩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관리자도 있다. 반면 직원들에게 걱정을 끼치거나 해결책을 찾기도 전에 문제를 언급하는 것을 꺼리는 등 선의가 전제된 온정주의를 실천하는 관리자도 있다. 조직을 위하겠다는 충성심 때문에 가장 부정적인 상황마저도 긍정적으로 묘사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나쁜 소식을 전달하기를 꺼리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다. 또한 수많은 최고경영자들이 사람들의 이런 성향이 자유로운 정보 흐름에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1990년대에 노보노르디스크(Novo Nordisk) CEO로 취임한 매즈 외블리센(Mads Øvlisen)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당시 덴마크에 위치한 노보노르디스크의 인슐린 생산 시설이 미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의 규정을 위반한 사태가 꽤 심각하게 흘러가 미 규제기관들이 미국 시장 내에서 노보노르디스크의 인슐린 유통을 금지하는 방안을 고려하기에 이르렀다. 지금에 와서 뒤돌아보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터무니없이 들리겠지만 당시 그 누구도 외블리센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고하지 않았다. 당시 노보노르디스크에 경영 이사회에는 나쁜 소식을 전달하지 않는 조직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노보노르디스크는 프로세스, 절차, 모든 관련자를 대상으로 하는 훈련 프로그램 등 조직 내 품질 관리 시스템 전체를 재설계하는 등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공식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런 노력 끝에 노보노르디스크는 새로운 관행을 신제품 개발, 제조, 유통, 판매, 지원 시스템 등으로 확대할 수 있었다. 노보노르디스크는 이런 노력을 좀 더 확대해 비전, 핵심 가치관, 일련의 경영 원칙 등을 노보노르디스크 웨이(Novo Nordisk Way)라고 명료하게 명시했다. 외블리센은 이런 위기가 발생한 근본 원인을 찾기 위해조직적인 촉진(organizational facilitation, 솔직한 정보의 흐름을 촉진한다는 의미로 외블리센이 직접 이름을 붙였다)’이라 불리는 프로세스를 통해 솔직함을 강조하는 새로운 문화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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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노보노르디스크에서 오랫동안 근무해 온 촉진자(사내 경영 감사관)들로 구성된 핵심팀이 세계 각지에 위치한 모든 자회사를 주기적으로 방문한다. 이들은 노보노르디스크 웨이가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일부 직원과 관리자들을 무작위로 선발해 인터뷰를 실시한다. 노보노르디스크 직원들은 조직 안팎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가능한 일찍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이 실제로 이런 원칙을 따르고 있을까? 필자들이 만나 본 노보노르디스크의 많은 직원들은 경영 감사관들의 현장 방문을 반긴다며 근본적인 비즈니스 가치와 프로세스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급진적인 솔직함을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의사소통 경로를 열어둬야 한다. 물론 다양한 의사소통 경로를 유지하려면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 또한 과거에는 나쁜 소식을 들을 필요가 없었던 관리자들은 급진적인 솔직함 때문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노보노르디스크가 최근 자사가 소유한 모든 건물에서 탄산음료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금지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살펴보자. 노보노르디스크의 사내 뉴스 사이트 피플컴(PeopleCom) 게시판에는 수백 건의 격정적인 반응이 쇄도했다. 탄산음료 판매 금지를 개인 자유 침해로 보는 사람도 있었다. (몹시 화가 난 어느 직원은 이런 글을 올렸다. ‘노보노르디스크가 내가 해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돕기위해서 다음 번에는 또 어떤 일을 저지를지 궁금하군요. 당 섭취를 줄여야 한다며 신선한 과일을 금지하는 것 아닐까요?’) 반면 당뇨를 관리하는 회사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확대해 탄산음료 금지 정책을 옹호하는 사람도 있었다. (‘회사 내에서만 안 될 뿐 얼마든지 설탕이 듬뿍 들어 있는 탄산음료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중략) 노보노르디스크가 세븐일레븐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의견에 직원들의 실명이 기재돼 있었다는 사실은 노보노르디스크의 문화에 솔직함이 얼마나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지 잘 보여준다.

 

업무상 기밀은 앞으로도 항상 기밀로 보호받아야 할 것이다. 또한 정직성을 강조한다고 해서 문제가 아예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규제가 매우 심각한 탓에 일상적으로 감시를 받는 산업의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하지만 필자들은 경영자들이 본능이 시키는 것보다 투명성 강화를 위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특히 그렇다. 직원과 고객 간의 신뢰 수준이 매우 낮고 잡음이 큰 요즘 같은 때에는 자사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다른 사람들에게 신뢰를 심어주려면 실제로 진행 중인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직원들의 강점을 강화하라

 

이상적인 직장은 최고의 직원들이 좀 더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도록 만든다. 뿐만 아니라 가장 성과가 떨어지는 직원들마저도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나은 성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재를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견실한 경제 환경하에서는 기존 직원들을 육성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새로운 직원을 구하는 비용을 능가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업들은 직원들이 좀 더 유망한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 기껏 투자한 돈이 모두 사라져버린다며 불평한다. 경제 상황이 좋을 때건 나쁠 때건 관리자들은 근로자의 업무 효과 개선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보다는 인건비 절감 실적을 기준으로 보상을 받는 경우가 훨씬 많다. 어쩌면 이런 탓에 기존 직원들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기업의 포부가 실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지도 모른다.

 

명문대와 유수의 병원,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와 맥킨지(McKinsey), 아룹과 같은 설계 회사 등은 모두 오래 전부터 가치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해 왔다. 좀 더 최근에 이런 대열에 합류한 조직으로는 구글(Google)과 애플(Apple)이 있다. 이런 조직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직원들에게 가치를 부여한다. 즉 네트워크, 동료와의 창의적인 상호작용, 까다로운 과제, 훈련 프로그램, 직원들에게 엘리트의 지위를 부여하는 브랜드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이 중 어떤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며 전혀 새로운 것도 아니다.

 

뛰어난 직원을 찾고, 훈련시키고, 붙들어두는 일은 매우 전문화돼 있는 하이테크 산업이나 고급 금융 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필자들은 많은 산업에서 피고용인과 고용주의 관계가직원들에게서 얼마나 많은 가치를 뽑아낼 수 있는가에서직원들에게 얼마나 많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가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본질적인 의미에서 이것이 바로 진정한 생산성 개선이다.

 

설립 당시부터 비용 효율성을 가장 강조해 온 맥도날드(McDonald's)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요즘은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넘쳐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도날드는 일선 근로자들에게 성장 경로를 제시하는 데 주목한다. 그 규모도 매우 방대하다. 맥도날드는 영국에서 연간 3600만 파운드(5500만 달러)를 투자해 87500명에 달하는 직원들에게 일을 하면서도 다양한 국가 인증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영국에서 견습직 일자리를 가장 많이 제공하는 조직 중 하나인 맥도날드가 2006년에 프로그램을 도입한 후 맥도날드 직원들은 35000개가 넘는 자격증을 취득했다. 매주 6개 학급의 학생과 맞먹는 숫자의 직원들이 수학과 영어와 관련된 공식적인 자격증을 취득했다. 뿐만 아니라 매일 20명의 직원들이 견습 수료 자격증을 취득한다.

 

다른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맥도날드 역시 경영자들을 위해 광범위한 경영진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지만 맥도날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매장 총괄 관리자, 부서 관리자, 교대 근무 관리자들도 훈련에 참여시킨다. (교대 근무 관리자는 현장에서 매일 리더 역할을 수행하는 직원들이다. 이들은 일선 직원들에게 동기를 불어넣고 각 근무 교대조의 판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의사소통 기술 및 코칭 기술을 교육받는다.) 맥도날드는 투자 수익률을 측정할 때 매출 증가나 수익성이 아니라 시급을 받고 근무하는 교대 근무 관리자와 직원들의 낮은 이직률을 기준으로 삼는다. 각종 프로그램을 도입한 후 맥도날드의 이직률이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컨설팅 회사 그레이트 플레이스 투 워크 인스티튜트(Great Place to Work Institute) 2007년부터 매해 맥도날드를 최고의 직장 50곳 중 한 곳으로 선정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직원 양성을 위한 노력이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London Organising Committee of the Olympic Games·LOGOG)가 선보인 자원봉사자 훈련 프로그램 게임 메이커스(Games Makers·올림픽을 가능케 하는 사람들)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LOGOG는 평화로운 시기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 영국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인력 집단을 관리해야만 했다. LOGOG 10만 명이 넘는 하도급 업자, 7만 명에 달하는 게임 메이커스 자원봉사자, 8000명에 이르는 유급 직원의 활동을 모두 관리했다. 게임 메이커스는 일이나 자원봉사를 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을 채용하기 위해 대담하고 상상력 넘치는 계획을 활용했다. 예컨대, 유급 직원들은 LOGOG의 트레일블레이저(Trailblazer·개척자)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갖고 있는 자원봉사자들과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법을 배웠다. LOGOG가 운영하는 퍼스널 베스트(Personal Best·개인 최고 기록) 프로그램은 다른 국가 기관들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오랫동안 실직 상태에 놓여 있었던 7500명 이상의 장애인(신체적인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학습 장애로 인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을 지원했다. 게임 메이커스의 스쿨 리버스(School Leavers·의무 교육을 모두 이수한 후 학업을 중단하고 취업하려는 사람) 프로그램은 올림픽이 개최되는 런던 동부에서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다. 3개월 동안 진행되는 현장 실습 기회를 두 차례 제공한 후 성공적으로 이수한 사람들과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지속되는 채용 계약을 맺었다. LOGOG가 활용한 모델에 감명을 받은 영국의 정부 기관 및 민간 부문 고용 기관들은 그동안 고용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기준보다 훨씬 다양한 범주의 사람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더불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업무-고용 지침을 수정했다.

 

모든 사람들에게서 최고의 역량을 이끌어내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위험도 크고 보상도 큰 전략이라는 사실을 필자들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전략은 평판 자본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지만 평판 자본은 쉽게 사라진다. 일례로, 골드만삭스는 가장 흥미진진한 투자은행이라는 평판을 구축하기 위해 수년 동안 노력했다. 골드만삭스를 자사가 정해 놓은 기준에 부응하지 못하는 기업으로 묘사한 그레그 스미스(Greg Smith)의 뼈아픈 사직서가 골드만삭스에 악영향을 미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단 이 길을 택한 기업은 계속 같은 길을 걸어야만 한다.

 

단순히 주주 가치를 대변하는 차원을 넘어서라

 

사람들은 자기 자신보다 좀 더 거대한 무언가, 자신이 믿을 수 있는 무언가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한다. 세미나에서 만난 어느 참석자는 필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내가 지금껏 일해 온 조직들은 모두 브랜드의 장점에 대해 나를 세뇌시키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내가 원하는 조직은 그 회사가 어떤 곳이며 무엇을 대변하는지 진심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래야 내가 그 조직의 브랜드를 몸소 실천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조직이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의미를 필요로 한다는 주장이 아주 흔해졌다. 물론 조직은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의미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의미를 제시한다는 것은 단순히 강령을 이행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공유할 만한 의미를 제시한다는 것은 곧 개인이 지향하는 가치와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를 잇는 강력한 연결고리를 만들고 유지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직원 개개인의 개성을 키우는 동시에 강력한 조직 문화를 구축할 수 있다.

 

일부 기업들이 이런 영역에서 본질적인 우위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학계에서 활동하는 어느 동료가 필자들에게흥미로운 대상과 함께 일하고 있는지질문한 적이 있었다. 필자들이 노보노르디스크가 그런 대상이라고 이야기하자 동료는 서류 가방에서 인슐린 투입용 펜을 몇 자루 꺼내더니 이렇게 이야기했다노보노르디스크는 매일 내 목숨을 구해주지.” BMW 미니의 사이드 바를 설계하는 엔지니어들은 차량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어줄 아이디어를 기록하기 위해 매일 아침 4시에 기상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궁극적인 운전 기기(the ultimate driving machine)’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기업들이 하고 있는 비즈니스 자체가 이들에게 우위를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이런 기업들이 만들어낸 연결고리는 비즈니스 자체보다는 오히려 비즈니스를 하는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좀 더 일반적인 사례로 마이클 베리(Michael Barry)의 경우를 살펴보자. 베리는 과거에 주정부의 예산 감축 때문에 학교에서 쫓겨난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지만 베리는 여전히 당시의 충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가장 마지막에 들어온 사람을 가장 먼저 내보낸다는 원칙에 따라 쫓겨났다. 내 능력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었다. 다시는 그런 식으로 일자리를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 직장을 찾기 위해 제법 신중하게 여러 방면으로 조사를 했다.”

 

학교에서 쫓겨난 베리라는 이상주의자가 택한 곳은 어디였을까? 베리는 뉴욕라이프의 보험 영업사원이 됐다. 뉴욕라이프와 어떤 연결고리가 있다고 느꼈는지 질문하자 베리는처음부터 끝까지 전혀 다른 회사라고 답했다. 베리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당시 다른 생명보험 회사들은 주식회사로 전환해 온갖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뉴욕라이프는 우리가 생명보험을 가장 중시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갔다. 보험 중개인들은 뉴욕라이프의 이런 정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랬다. 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 뉴욕라이프의 CEO였던 사이 스턴버그(Sy Sternberg)는 보험 중개인들로 가득한 공개 토론회에 참석해 가감 없이 이야기했다. “우리 회사는 생명보험 회사다. 우리는 생명보험 일을 잘한다.” 베리는 뉴욕라이프의 이 같은 정책이 단순한 비즈니스 전략 이상을 뜻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회사가 매일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뉴욕라이프는 고객의 보험금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몸부림 치는 곳이 아니다. 어느 남자가 생명보험에 가입한 후 집으로 돌아가 수표를 썼다. 그 남자는 그날 밤 세상을 떠났고 수표는 그 남자의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남자는 결국 보험료를 지불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보험금을 지급했다. 뉴욕라이프의 보험 중개인들은 진심으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뉴욕라이프의 CEO를 맡고 있는 테드 매터스는 상호 회사(mutual company)라는 특성이 이윤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매터스는 공개 기업에도 동일한 논리, 즉 이윤은 좀 더 의미 있는 다른 목표를 추구한 결과물이라는(혹은 그래야만 한다는) 논리가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보기 어렵다. 매터스는하지만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수많은 기업들이 갈 길을 잃었을 뿐 아니라 자사가 어떤 기업인가에 대한 의식마저 잃었다고 이야기한다. 필자들도 같은 생각이다.

 

직원들의 일상 업무가 합리적이라는 것을 보여줘라

 

필자들과 대화를 나눈 경영자들은 의미 공유 이상을 원한다. 경영자들은 일상적인 활동에서 의미를 찾아내고자 한다.

 

직무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이런 열망은 충족될 수 없다. 이런 열망을 충족시키려면 개개인이 수행하고 있는 일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 이 일이 이치에 맞는가? 그들은 왜 저런 식으로 구는가? 그들은 최대한 업무에 몰입하고 있는가? 일상적인 활동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것은 매우 까다롭고 복잡한 일이다.

 

웨이트로즈와 피터존스(Peter Johns) 백화점의 모기업인 존루이스(John Lewis)의 경우를 살펴보자. 2012, 존루이스는 직원들이 조직 내에서 기회를 좀 더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2200개가 넘는 일자리를 검토한 후 총 10개의 범주로 나눴다. 모든 것을 통일시켜 버리려는 움직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전통적인 기업에서라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직원들의 이익을 중시하는 존루이스가 직원들의 일자리를 10개의 범주로 분류한 것은 각 직원과 원하는 일자리를 이어주기 위해서였다.

 

또 다른 사례로 네덜란드에서 가장 커다란 규모를 자랑하는 금융 서비스 기업 라보뱅크그룹(Rabobank Group)이 운영하는 은행 라보뱅크 네덜란드(Rabobank Nederland)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라보뱅크는 몇 년에 걸친 개발 노력 끝에 직원들이 사실상 어디에서든 다른 직원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직적·기술적 인프라인 라보 언플러그드(Rabo Unplugged)를 선보였다. 물론 라보뱅크 직원들은 접속을 할 때마다 은행 시스템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암호화 기준을 따라야 한다. 명확하게 규정된 업무 공간도 없고 직무 내용이 엄격하게 기술돼 있지도 않기 때문에 라보뱅크의 직원들은 아룹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업무의 결과를 책임진다. 하지만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누구와 함께 일할지는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이런 접근방법을 실행하려면 관리자가 부하들을 매우 신뢰해야 한다. 또한 직원들은 나날이 기업가적이고 협력적인 사람으로 거듭나야 한다.

 

업무 자체를 좀 더 보람 있는 것으로 만들려면 직원 개개인의 역할을 재고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방식을 재고해야 할 수도 있다. ‘극단적인 균일이라고 묘사해도 좋을 만한 아룹의 조직 구조를 살펴보자. 아룹의 조직에 적응하려면 대개 시간이 좀 걸린다. 아룹의 이사 트리스트램 카프래(Tristram Carfrae)는 아룹의 각 동료(Associates) 조직 내에서 업무가 진행되는 방식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건축가, 엔지니어, 견적사, 프로젝트 관리자가 한방에 모두 모여서 일한다. 이들은 진심으로 자신의 자아를 감추고 공동체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보면 누군가가 이들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아니다.” 팀 전체를 향해 자신의 의지를 강력하게 표출하고 기술적이거나 건축적인 해결방안이 아니라 구조적인 해결 방안을 도출하도록 팀을 밀어붙여야 할 때가 언제인지 늘 따져왔던 구조 엔지니어인 카프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카프래는 이처럼 공평하고 독립적인 환경에 참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한다. 카프래는이런 방법이 먹혀 들 때는 엄청난 보상이 돌아왔지만 이런 방법이 실패할 때는 엄청난 좌절을 느꼈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매우 힘든 일이다. 하지만 필자들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면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 자체에 의미가 있으면 그 일이 하나의 대의명분이 된다. BMW의 엔지니어와 뉴욕라이프의 보험 중개인들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물론 위험도 있다. 전설적인 게임 디자이너 윌 라이트(Will Wright)는 자신이 가장 충성하는 대상은 자신이 소속돼 있는 기업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가 아니라 프로젝트라고 이야기한다. 라이트가 맨 처음 충성심을 가진 대상은 기록적인 판매고를 자랑한 심스(Sims) 시리즈였다. 최근에는 스포어(Spore)라는 새로운 게임에 충성했다. 윌은 결국 일렉트로닉 아츠를 나와 직접 회사를 차렸으며 일렉트로닉 아츠로부터 투자도 받았다.

 

이 문제는 직원 개개인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최고의 인재들이 회사를 떠날 수도 있고 아예 입사 자체를 고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 혹은 경쟁기업들이 자사가 간과한 인재들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발전시킬 수도 있다. 투자를 하면 자사 직원들이 자사와 경쟁기업에 똑같이 매력적인 인재가 된다. 그러니 직원들이 자사에서 하는 일을 통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직원들이 믿을 수 있는 규칙을 세워라

 

꿈의 직장에는 독단적인 규제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같은 이야기를 듣고 놀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규칙을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아룹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조차 정해진 절차와 엄격한 품질 관리 기준을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건물이 무너질테니 말이다.

 

조직은 구조를 필요로 한다. 시장과 기업은 규칙을 필요로 한다. 성장가도를 달리는 성공적인 창업기업들이 새롭고 복잡한 프로세스가 자사의 문화를 망가뜨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체계화가 반드시 관료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위한 규칙인지 이해하고 그 규칙이 합당하다고 받아들이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개도국 주민들을 위해 모기장을 생산하는 사회적 신생기업 베스터가드 프랜드센(Vestergaard Frandsen)의 사례를 살펴보자. 베스터가드는 자사의 문화를 위태롭게 만들지 않으면서 나날이 커져가는 자사의 비즈니스를 구조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행동 규칙을 익혔다. 베스터가드는 일부러 고용(및 해고)에 관한 결정을 간소화했다. 새로운 직원을 고용하거나 기존 직원을 해고할 때는 단 한 차례의 승인만 받으면 모든 일을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다. 지역 담당 이사에게는 명확한 마감일과 매출 및 이윤 목표 내에서 상당히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또한 베스터가드의 지식 관리 시스템은 직원들에게 서로 e메일을 보내기보다 전화를 걸도록 권장하며 누군가를 e메일 메시지에참조표시한 이유를 설명할 것을 요구한다. 베스터가드는 이처럼 단순한 규칙이 설립 가치에 위협이 되기보다 설립 가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위계질서가 사라지고, 위계질서의 붕괴로 인해 조직 경계가 무너지고, 직장 생활을 예측하기가 힘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조직들은 막스 베버(Max Weber)권위를 통해 조정된 단체(imperatively coordinated associations)’라 부르는 상태로 남아 있다. 다시 말해서 구조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권위를 향한 존경이 무엇보다 중요시되는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점차 많은 직원들이 온전히 계층적인 권력과 그럴듯한 직함, 오랫동안 정통성을 부여해 온 요소들(나이, 연공서열 등)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또한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들이 예상치 못한 약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폭로된 탓에 점차 많은 직원들이 카리스마에 대해서도 한층 커다란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근로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수단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태도가 아니라 최종적으로 생산되는 결과물의 중요성에서 비롯되는 도덕적 권위다. 꿈의 직장은 직원들에게 조직의 목적을 지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구조를 따라야 할 설득력 있는 이유를 제시한다. 언스트앤영(Ernst & Young) 영국 법인의 경영 파트너 스티브 발리(Steve Varley)는 취임 연설에서 기록적인 이윤 및 파트너들의 소득과 관련된 내용을 언급한 후 고위급 파트너들에게이게 전부입니까”라고 물었다. 꿈의 직장에서 리더가 권위를 얻으려면 발리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발리는 질문을 던진 후 재무적 성장과 사회적 변화를 동시에 이뤄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성공적인 성장과 변화(Growing Successfully, Making the Difference)’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필자들은 지난 30년 동안 수많은 조직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 늦게 퇴근할 거야. 편두통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어.” “지금도 일하고 있어. U2의 새로운 앨범이 내일 발매될 거야. 진짜 근사해!” “동아프리카에 인슐린을 도입할 방법을 찾느라 엄청 바빠.” 하지만오늘 늦게 퇴근할 거야. 주주가치를 높이고 있거든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사람들은 좋은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조직 내에서 자신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약점이 아니라 강점을 한층 강화시켜주는 조직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이를 위해서,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자율성과 구조를 필요로 하며 조직은 일관성 있고, 정직하고, 개방적이어야 한다.

 

상충되는 다양한 주장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다양성이 주는 이점을 모두 실현하려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을 때 느끼는 편안함을 포기하고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업무 습관, 사고 방식을 모두 아우르는 생동감 넘치는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관리자들은 빠르게 전진해야 할 때가 언제이며 시간을 들여 토론을 하고 타협을 해야 할 때가 언제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 글의 목적은 현대의 비즈니스 구조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필자들이 언급한 조직들이 소유 방식 및 야망의 측면에서 다른 기업들과 다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필자들이 소개한 기업들은 파트너 관계, 상호 조합, 공익신탁, 사회적 기업 등 두드러지는 특색을 갖고 있다. 이 글에 등장하는 모든 기업들이 매출을 늘리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지만 대부분은 전통적이고, 규모가 크고, 자본주의적인 기업과 거리가 멀다.

 

모든 조직이 똑같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필자들이 소개한 모든 조직들은 자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노보노르디스크는 당뇨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며 아룹은 아름다운 환경을 만들어낸다. 둘째, 이 조직들은 무조건 통념을 따르기보다 기업들을 사로잡는 일시적인 유행에 의구심을 갖는다.

 

일이 해방감을 줄 수도 있다. 반대로 일이 소외감을 주고, 사람들을 착취하고, 통제하고, 균일화시킬 수도 있다.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세대가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하지만 주주 자본주의와 검토되지 않은 관료주의라는 근본 세력은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진정성 있는 조직을 구축하고 직장에서 인간의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하려면 우리 눈앞에 닥친 도전과제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은 도전과제를 얕잡아 보면 필자들이 소개한 조직들이 대세가 되기보다는 예외로 남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이런 직장은 꿈으로 남고 말 것이다.

 

 

롭 고피 · 가레스 존스

롭 고피(Rob Goffee)는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조직 행동 명예교수다. 가레스 존스(Gareth Jones)는 마드리드 소재 IE 비즈니스 스쿨(IE Business School)의 객원 교수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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