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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gan Management Review

“85개국 5000개의 아이디어 얻다” GE의 포괄적 개방전략을 아시나요

앤드루 A. 킹(Andrew A. King) | 145호 (2014년 1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3년 가을 호에 실린 턱 경영대학원 경영학 교수 앤드루 킹(Andrew King), 하버드 경영대학원 경영학 부교수 카림 R. 라카니(Karim R. Lakhani)의 글 ‘Using Open Innovation to Identify the Best Ideas’를 번역한 것입니다.

 

혁신이 점차 민주화되면서 탄탄한 재정 지원이 뒷받침되는 기업 실험실과 정부 실험실 이외의 장소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한 최고의 아이디어가 등장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제 누구나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혁신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1  기업이 이처럼 분산된 지식과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에는 개방형 혁신 프로세스 활용을 고려하는 기업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개방형 혁신을 활용하는 것이 보기보다 복잡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2011년 식음료 제조업체 펩시코(PepsiCo)는 슈퍼볼(Super Bowl) 경기 시간에 내보낼 광고 아이디어를 공모하기 위해 오픈소스 방식으로 진행한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작품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영성체를 위해 제병(祭餠) 대신 펩시코의 과자 도리토스(Doritos)가 사용되는 모습이 담긴 광고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베지마이트(소금, 채소즙, 이스트를 섞어 만든 스프레드)가 들어간 새로운 치즈 과자를 출시하면서 과자의 이름을 짓기 위해 공개적으로 경연대회를 진행한 크래프트 푸즈(Kraft Foods) 호주 법인 역시 문제에 봉착했다. 수많은 응모작 중 자사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이름 아이스낵 2.0(iSnack 2.0)이 많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자 크래프트는 자사가 선택한 이름을 포기했다. 대신 크래프트는 소비자들에게 6개의 이름 중 하나를 골라줄 것을 요청했다. 크래프트는 6개의 이름 중 가장 많은 사람들로부터 선택받은 베지마이트 치지바이트(Vegemite Cheesybite)라는 이름을 택했다.

 

개방형 혁신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자 관리자들은 언제, 어떻게 혁신 프로세스를 개방해야 할지 확신을 잃어버렸다. 관리자들은 다양한 유형의 개방형 혁신, 각 혁신 유형과 관련된 핵심 성공 요인과 공통적인 문제 등을 분류할 수단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필자들은 지난 10년 동안 관리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지침을 개발하기 위해 여러 경제 분야에서 개방형 혁신 시스템이 등장하는 현상을 연구하고, 개방형 혁신 프로그램을 도입한 수많은 조직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직접 실험을 진행해 왔다.2  필자들은 이 같은 연구를 토대로 개방형 혁신 프로그램 실행과 관련된 기회와 문제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얻게 됐다. (‘연구 내용참조) 어떤 조직이나 산업에서 활동하건 모든 경영자들은 똑같은 결정에 직면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경영자들은 (1) 아이디어 창출 프로세스를 개방해야 할지 (2) 아이디어 선택 프로세스를 개방해야 할지 (3) 둘 다를 개방해야 할지 결정해야만 했다. 위와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어떻게 결정하는가에 따라 경영자들은 조직 경영과 관련된 수많은 문제와 맞닥뜨렸다. 또한 기업이 실제로 활용한 방법들은 혁신 활동의 성공 여부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개방형 혁신: 기회와 문제

 

필자들은 많은 관리자들이 개방형 혁신과 관련된 위험과 기회를 오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혁신 프로세스를 실행하는 데 두려움을 느끼는 관리자도 있었다. 대중에게 자사와 함께 혁신할 기회를 주었을 때 발생하는 위험(혹은 기회)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관리자도 있다. 하지만 개방형 혁신은 사실 아이디어 창출, 아이디어 선택 등 대표적인 혁신 원칙을 토대로 한다.3  개방형 혁신을 추진하더라도 성공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아이디어 창출 프로세스와 아이디어 선택 프로세스를 조직하고 관리하기에 적절한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아이디어 창출 프로세스 개방에 커다란 잠재력이 숨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 관리자라면 십중팔구방대한 양의 아이디어를 얻게 될 가능성이 아이디어 창출 프로세스 개방의 장점 중 하나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통계적으로 생각해 보면 효과적인 해결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어디에서건 등장할 수 있다면 아이디어가 늘어날수록 가장 뛰어난 아이디어의 질이 함께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개방형 혁신의 두 번째 장점이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장점은 제안된 아이디어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가장 뛰어난 아이디어의 가치 또한 증가한다는 것이다. 관리자들이 그동안 조직 내부에서 아이디어를 발굴해 온 경험을 토대로 개방형 혁신을 통해 신뢰할 수 있고 우수한 아이디어에 접근하려 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양한 수준의 아이디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좀 더 폭넓게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방법 역시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아이디어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하면 가장 뛰어난 아이디어가 놀라움을 안겨줄 가능성 역시 커진다.4

 

많은 관리자들이 개방형 혁신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 데 불안감을 느낀다. 마찬가지로 많은 관리자들이 개방형 혁신의 두 번째 부분, 즉 아이디어 선택 프로세스를 외부인에게 공개했을 때 어떤 가능성이 생기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오직 자사 직원들만이 어떤 아이디어가 가장 훌륭한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하지만 아이디어 선택 프로세스를 개방하면 상당히 많은 가치를 얻을 수 있다. 외부인들은 특유의 전문지식과 관점을 갖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최고의 아이디어를 선택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 가능한 제품과 관련된 아이디어 선택을 개방하는 경우, 혹은 유행이나 요구 사항이 급격하게 변하는 경우라면 특히 그렇다.

 

예컨대, 규모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윈드서핑과 카이트보딩(kiteboarding) 산업을 살펴보면 애호가들이 본래의 취지를 훨씬 능가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활용한다. 이 사례에서 보듯 능숙한 솜씨로 활발하게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평가하기에 유리한 입장에 서 있다. 전문적으로 조종하거나 기교를 부리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5  의류 산업을 비롯한 일부 산업에서는 변화가 지나치게 빨리 진행되는 탓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택하기 위해 불완전한 고객 의견을 활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활용할 방안을 찾고자 할 때도 외부인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외부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면 좀 더 수월하게 최고의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다.

 

개방형 혁신 전략을 선택할 때 관리자들은 아이디어 창출 프로세스를 개방할지, 아이디어 선택 프로세스를 개방할지, 혹은 둘 모두를 개방할지 결정해야 한다. (그림 1) 관리자들이 그동안 자신들이 쌓아 온 혁신 경험에 커다란 가치가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혁신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인들이 결국은 똑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요소들은 관리자들에게 새로운 도전과제를 제시한다.

 

아이디어 창출 프로세스만 개방하는 방법

 

많은 조직들이 아이디어 창출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혁신 경연대회(innovation contests)를 선택한다. 이런 경연대회는 일종의 역경매와 같다. 기업이 상금을 제시하면 참가자가 활용 가능한 해결방안을 앞세워 응찰하는 것이다. 참가자의 숫자와 아이디어의 질에 따라 경연대회를 주최하는 조직이 얻는 가치가 달라진다. 예컨대, 하버드 의과대학원(Harvard Medical School)은 최근 제1형 당뇨병 치료를 위한 새로운 가설을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적인 경연대회를 조직했다. 하버드 의과대학은 단 6주 만에 190개가 넘는 가설을 확보했다. 12명의 우승자 가운데는 화학을 전공하는 학부생, 은퇴한 치과의사, 지구 물리학자, 당뇨병에 대한 배경지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유명한 유전학 연구가 등이 있었다. 하버드 의과대학원은 분석 끝에 경연대회를 통해 확보한 가설 중 상당수가 전통적인 당뇨 연구 분야만 파헤쳐서는 찾기 어려울 법한 것들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6  메릴랜드 베데스다에 위치한 국립눈연구소(National Eye Institute) 역시 유사한 경연대회를 진행해 다양한 안과 관련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548개의 연구 제안을 확보했다.

 

관리자들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로 개방형 혁신의 장점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첫째, 많은 관리자들이 혁신 경연대회가 협력적인 혁신에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둘째, 많은 관리자들이 개방형 혁신이 단편적인 기술 문제 외의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관리자들의 우려는 모두 잘못된 것이다. 먼저, 개방형 혁신이 협력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부터 살펴보자. 필자들은 경쟁자들 간의코피티션(copetition, 협력을 뜻하는 cooperation과 경쟁을 뜻하는 competition이 더해져서 생겨난 용어)’을 허용하는(장려하는 것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방식으로 경연대회를 설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객에게 적절한 영화를 추천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알고리즘을 찾기 위해 넷플릭스가 진행한 100만 달러 규모의 경연대회가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최종적으로 우승한 알고리즘은 서로 경쟁을 벌이다가 경연대회 후반부에 하나의 팀을 이룬 참가자들이 내놓은 알고리즘이었다. 경쟁자와 협력하는 참가자가 나타나자 다른 참가자들도 최고의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해 자원을 공유했다. 넷플릭스가 주최하는 경연대회가 진행되는 내내 참가자들은 자유롭게 지식을 공유했으며 여러 경쟁자들이 협력을 위해 새로운 팀을 꾸리는 경우도 많았다. 마찬가지로 수학 연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더 매스웍스(The MathWorks)는 지난 10년 동안 1년에 두 차례씩 소프트웨어 개발 경연대회를 진행했다. 매스웍스가 경연대회를 진행할 때마다 수백 명에 달하는 문제 해결자들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알고리즘 방안을 찾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협력한다. 사실 수많은 온라인 경연대회 플랫폼들이 참가자들끼리 팀을 꾸리고 힘을 모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시카고에 위치한 크라우드스프링(crowdSPRING), 호주 기업 99디자인스(99designs) 등 일부 디자인 경연대회 플랫폼들은 주최 기업들이 완전히 개방적인 방식으로 경연대회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즉 제출된 모든 아이디어를 모든 경쟁자에게 공개해 경연대회 참가자들의 신속한 학습을 지원하는 것이다.

 

 

범위가 제한적인 기술 문제에만 개방형 혁신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과 반대되는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로 제너럴일렉트릭(General Electric·GE)이 있다. GE는 신재생 에너지, 그리드 효율성, 에너지 소비 등의 부문에서 최첨단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내 투자할 목적으로 2010년 중반부터 다수의 벤처캐피털 기업과 협력해 2억 달러의 상금을 걸고에코매지네이션 챌린지(Ecomagination Challenge)를 진행하고 있다. GE는 학자, 기업가, 그 외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제출할 수 있도록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GE는 단 6개월 만에 6만 명이 넘는 참가자를 끌어모았으며 85개 국에서 5000개가 넘는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계획이 접수됐다. GE와 벤처캐피털 기업들은 지금껏 접수된 아이디어에 134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했다.7  포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방형 접근방법을 활용하는 또 다른 조직으로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이카(eYeka)를 들 수 있다. 아이카는 새로운 제품 개념과 제품 포지셔닝을 개발하기 위해 HSBC, 크래프트 푸즈, 코카콜라(Coca-Cola) 등 여러 글로벌 브랜드와 협력한다. 프랑스 통신업체 SFR의 혁신 관리자로 일했던 스테파니 하자르(Stéphanie Hajjar)는 아동을 위한 새로운 교육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아이카를 통해 경연대회를 진행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자르는 당시 아이카 경연대회를 활용한 덕에 전통적인 기업이 상품 개발에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으며 비용 또한 절반 이하였다고 설명했다. AXE, 스마트울(SmartWool),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 레고(LEGO)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빅터스앤스포일스(Victors & Spoils), 턴갈(Tongal) 등 혁신 기반 플랫폼의 도움을 받아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그렇다고 해서 개방형 혁신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기업과 아이디어 창출자 간의 계약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근사한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고용해 왔다. 하지만 개방형 혁신을 추구하면 전문가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개발된 후에 아이디어를 구입하게 된다. 둘 간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차이점이 엄청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아이디어 창출자와 계약을 체결하면 향후에 등장할 아이디어에 대한 소유권을 누가 갖게 될지 사전에 명확하게 명시할 수 있다. 만일 아이디어 소유권이 기업에 돌아가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흔히애로의 정보 역설(Arrow’s information paradox)’이라 불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8

 

노벨상 수상자 케네스 애로(Kenneth Arrow)는 아이디어가 공개되지 않으면 아이디어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공개되면 잠재 구매자가 아이디어의 실체를 파악한 후 아이디어에 대한 대가 지불을 거절할 수 있다. 특허를 비롯한 지적 재산권은 승인되지 않은 발명품의 사용을 제한해 이런 문제를 완화한다. 하지만 아이디어 자체는 특허나 저작권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런 경우에 애로의 정보 역설이 중요한 걸림돌이 된다. 기업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베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가장 재능 있는 혁신가들이 경연대회 참가를 포기한 탓에 경연대회를 주최해봐야 기업은 별볼일 없는 아이디어만 얻게 되는 것이다.

 

애로의 정보 역설을 극복하기 위해 공정하게 거래한다는 평판을 구축한 기업도 있다. 방향제 글레이드(Glade), 구두약 키위(Kiwi), 벌레 퇴치제 오프(OFF!) 등 다양한 가정용품으로 잘 알려져 있는 에스시존슨앤드선(S.C. Johnson & Son)은 외부 아이디어를 정직하게 구매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외부인들로부터 훌륭한 아이디어를 확보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 왔다. 그동안 이런 명성을 쌓지 못한 조직이라면 중개업체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매사추세츠 월섬에 위치해 있으며 가장 성공적인 혁신 경연대회 플랫폼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는 이노센티브(InnoCentive)는 아이디어 창출자들로 이뤄진 광범위한 커뮤니티와 여러 기업을 이어준다. 이노센티브는 그동안 5000달러에서 100만 달러에 이르는 다양한 금액의 상금을 걸고 1000건이 넘는 혁신 경연대회를 진행해 왔다. 경연대회를 주최하는 기업들은 이와 같은 이노센티브의 평판을임대해 아이디어 경연대회를 벌이고 수만 명의 아이디어 창출자들에게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발명가들은 이노센티브가 진행하는 경연대회에 참가하면 아이디어를 빼앗길 염려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노센티브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경연대회를 효과적이고 정직하게 진행한다는 평판을 토대로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노센티브는 아이디어가 적절하게 사용되고 발명가들이 적절히 보상받는지 확인하기 위해 경연대회를 의뢰한 고객기업들에게 지적 재산 감사에 응할 것을 요청하는 등 자체적인 보호장치를 활용한다.

 

개방형 혁신 관리로 인해 두 번째 도전과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이디어 창출 비용(그리고 위험)을 짊어지는 주체가 바뀌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제품 개발 방식하에서는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사람이 노력의 대가로 돈을 받고 기업은 개발 프로세스가 훌륭한 아이디어로 이어질 가능성과 관련된 위험을 떠안는다. 하지만 개방형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은 디자인이 완성된 후에 돈을 지불한다. 다시 말해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당사자가 디자인 개발과 관련된 비용과 위험을 모두 짊어지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아이디어와 해결방안을 생성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투자가 늘어나면 경연대회 참가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혁신 경연대회가 성공하려면 제법 많은 수의 기여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기업은 참가자의 투자 비용을 낮추기 위해 메커니즘을 실행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경연대회 참가자들에게 디자인 도구를 제공하면 참가 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위치한 LSI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고객들에게 혁신적인 반도체 개발을 돕는 전자도구 세트(tool kit)’를 제공해 왔다.9  시카고를 기반으로 온라인 예술가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디자인 기업 스레드리스(Threadless) 역시 같은 맥락에서 디자이너들에게 티셔츠, 메신저백, 백팩, 노트북 가방 등 대중적인 제품을 디자인할 때 도움이 되는 템플릿, 조언, 지침 등을 제공한다. 매우 다른 환경에 놓여 있는 밴쿠버의 채굴 기업 골드코프(Goldcorp)는 경연대회 참가팀들이 온타리오 북서부에 위치한 광산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접근방법을 개발할 수 있도록 자사의 지질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공개했다.

 

복잡한 문제를 덩치가 작은 여러 조각으로 쪼개는 방법 역시 디자인 비용을 줄이고 참여를 장려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여러 개로 나뉜 각 문제에 상금을 걸어야 한다. 이노센티브에 도전과제를 공개하기 시작한 미 항공우주국(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NASA)도 이 같은 교훈을 얻었다. 미 항공우주국은 사람들에게 국제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에서 활용할 세탁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을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지나치게 복잡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 항공우주국 우주 생활 과학(Space Life Sciences) 이사 제프리 R. 데이비스(Jeffrey R. Davis)이번 경험을 통해 효과적이고 전반적인 해결방안을 찾으려면 하나의 커다란 문제를 크기가 작은 여러 조각으로 나눠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했다. 미 항공우주국은 문제를 여러 개의 작은 조각으로 나눠야 할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연구진이 이해할 수 있도록 문제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표현해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5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온라인 소프트웨어 개발 경연대회 플랫폼 톱코더(TopCoder)는 엄격한 문제 해체 프로세스를 개발했다. 톱코더는 고객이 의뢰한 대규모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각기 다른 개인이 설계하고, 개발하고, 통합할 수 있는 여러 개의 모듈로 체계적으로 분해했다. 최근 미 보건 사회 복지부(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와 미네소타 주로부터 새로운 의료 공급 포털과 사기 감지 시스템을 설계할 방안을 찾아달라는 제안을 받은 톱코더는 프로젝트를 123개의 작은 문제로 쪼갰다. 이후 16개 국에 거주하는 73명의 개인이 해결방안을 제안했다.

 

아이디어 선택 프로세스만 개방하는 방법

 

앞서 설명했듯이 관리자들은 외부인들에게 아이디어 선택 프로세스를 개방하는 데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편이다. 이런 접근방법은 대개승인 경연대회(approval contests)’의 형태를 띤다. 외부인들이 원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이나더 보이스(The Voice)’를 떠올려 보기 바란다. 승인 경연대회는 패션산업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패션업체들은 그동안 디자이너와 패션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의상 라인을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기 위해 유명 인사나 패션계의 거물들과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스페인의 의류 소매업체 자라(Zara)는 이런 접근방법을 활용하지 않는다. 자라는 전통적인 접근방법을 활용하는 대신 다양한 디자인을 소량씩 생산한 다음(매년 약 1만 개의 디자인을 선보인다) 소비자들에게 최신 트렌드를 결정할 기회를 준다. 이런 접근방법은 자라가 어떤 제품이 인기 있는지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선보인 제품이 실패했을 때 신속하게 손해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고전적인 의상과 고전에서 얻은 영감을 토대로 제작된 의상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온라인 소매업체 모드클로스(ModCloth)는 이런 접근방법을 한층 강화했다. 모드클로스는 고객 피드백을 활용해 패션 트렌드를 평가하고 어떤 아이디어를 실행할지 결정한다. 소비자들은 모드클로스 웹사이트를 통해 어떤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지 투표를 하고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개진한다. 2006년에 아마존닷컴(Amazon.com)에 인수된 또 다른 온라인 패션 사이트 숍밥(Shopbop)은 소비자들에게 제품에기운을 불어넣을(heart)’ 것을 요청한 다음 데이터를 통합해 맞춤형 부티크를 선보인다. 숍밥은 이 데이터를 활용해 생산 규모를 결정한다.

 

비단 의류업체나 패션업체만 소비자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아니다. 덴마크의 장난감 회사 레고그룹(LEGO Group)은 소비자들에게 향후에 자사가 선보일 건축물 모형 키트에 어떤 기념비적인 건물을 포함시켜야 할지 투표해줄 것을 요청한다. 좀 더 최근 사례로는 월마트(Wal-Mart)가 있다. 최근 월마트는 고객들에게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자사가 반드시 취급해야 할 신제품이 무엇인지 투표해 줄 것을 부탁했다.

 

이와 같은 실질적인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이디어 선택 프로세스를 개방하는 방법에도 위험이 따른다. 먼저 긍정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아이디어 선택 프로세스를 개방하면 비용과 위험을 외부인에게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외부인들이 아이디어의 가치에 대해 남다른 통찰력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가치에 대한 외부인의 개념이 항상 기업의 전략이나 브랜드, 이윤 목표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외부인들에게 최고의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선택할 것을 요청한다는 것은 곧 자사와 관심사가 다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통제권을 넘겨준다는 의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잔여 통제권(residual control)을 명백하게 남겨두는 것이다. 예컨대 의류 디자인 회사 스레드리스는 외부 선택자들에게 매주 제출되는 800개가 넘는 디자인에 투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투표 통계 자료는 후보를 100개로 좁히기 위해서 사용될 뿐이다. 일단 투표 결과를 토대로 후보를 100개로 줄인 후에 추가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은 스레드리스의 몫이다. 스레드리스의 경영진과 직원들이 매주 어떤 제품을 생산할지 7∼9개의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이다. 스레드리스 경영진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릴 때 외부 선택자들이 매긴 점수, 점수 분포(각 디자인의 인기를 반영), 복식 미학 및 스타일 트렌드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 등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한다. 이처럼 잔여 통제권을 명확하게 남겨둔 덕에 스레드리스 경영자와 관리자들은 자신들이 부적절하거나 역겹거나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디자인을 거부할 수 있다.최근 월트디즈니(Walt Disney)는 머펫(Muppets)을 비롯한 익숙한 캐릭터, 피니와 퍼브(Phineas and Ferb, 디즈니 채널에서피니와 퍼브라는 이름으로 방송 중인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 같은 좀 더 새로운 캐릭터를 토대로 새로운 티셔츠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스레드리스 및 스레드리스 커뮤니티와 협력했다. 스레드리스 커뮤니티는 예술적 감각을 발휘해 디즈니 캐릭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반영된 디자인의 티셔츠를 선보이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에 투표할 수 있다. 하지만 스레드리스를 통해 선택자들의 경험을 활용하는 것은 바로 디즈니다.

 

선택된 디자인과 선택 프로세스 참여를 요청받은 커뮤니티에 대해 얼마만큼의 통제권을 발휘할지 결정하는 것 역시 기업의 몫이다. 기업은 표현의 자유와 정직한 피드백을 향한 욕구,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중함과 존중 등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 요소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온라인 의류 소매업체 모드클로스에서 둘 간의 균형점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모드클로스의 최고운영책임자(chief operating officer)를 지냈던 케리 워튼 쿠퍼(Kerry Whorton Cooper)는 초창기에 페이스북(Facebook)을 통해 패션에 관한 고객의 피드백을 구했던 사례를 들려줬다. “우리 회사 직원 중 한 사람이 덩치가 큰 편이었다. 어느 고객이 그 여직원을뚱뚱하다고 이야기했고 페이스북 담벼락은 순식간에 온갖 이야기로 뒤덮였다. 모드클로스 여직원들은 각기 다른 체형을 갖고 있으며 응집력 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아이디어 창출과 아이디어 선택 모두를 개방하는 방법

 

일부 조직들, 특히 고객의 요구가 급격하게 변하는 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조직들은 혁신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두 가지 프로세스, 즉 아이디어 창출과 아이디어 선택 모두를 개방해 왔다. 스레드리스는 티셔츠 디자인을 확보하고 선택하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구축했다. 뉴욕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소셜 방식으로 개발된(socially developed)’ 제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쿼키(Quirky)는 이런 접근방법을 확장해 다양한 소비재를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켰다. 소비자들이 제품(구부러지는 멀티탭에서부터 접이식 옷걸이에 이르는 온갖 제품) 아이디어를 제출하면 쿼키는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한 다음 온라인, 베스트바이(Best Buy)나 타깃(Target) 같은 미국의 소매업체들을 통해 판매한다. 다양한 가정용품을 판매하는 일본 소매기업 무지(Muji)는 변형된 접근방법을 활용한다. 무지는 소비자들에게 자사의 핵심 제품을 수정하고 재조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충분한 숫자의 사람들이 수정된 제품을 주문하면 무지는 해당 고객들을 위해 제품을 생산하며 소매 매장에서도 수정된 제품을 판매한다.

 

아이디어 창출과 아이디어 선택 모두를 개방하는 접근방법이 비단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비재를 판매하는 기업들에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애리조나 챈들러에 위치한 자동차 디자인/제조/기술 기업 로컬 모터스(Local Motors)는 고객, 디자이너(아마추어와 전문가 모두), 자동차 애호가 등으로 이뤄진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한다. 경영진은 가장 많은 관심을 끈 제출안을 평가해 최종 선택을 한다. 그 후 로컬 모터스는 연간 2000대 정도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한소규모 공장에서 최종적으로 선택된 자동차를 생산한다. 로컬 모터스는 상업용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최근에는 미 국방부(U.S. Department of Defense) 방위고등계획연구계획국(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DARPA)과 손잡고 차세대 전투 지원 차량을 개발했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 역시 자체적인 실험을 위해 디자인 커뮤니티와 협력 중이다. BMW는 자동차 내부에 변화를 주기 위해 여러 차례 커뮤니티를 활용했으며 피아트(Fiat) 17000명에 달하는 소비자와 상호 작용하며 이들로부터 11000개가 넘는 아이디어를 확보해 미오(Mio)라는 이름의 도심형 콘셉트카를 개발했다.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오픈소스 코딩 프로젝트를 통해 외부인들에게 소프트웨어 코드에 들어갈 디자인을 개발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최근, 운영 체제, 데이터베이스, 웹 기술, 빅데이터 분석 등 인터넷 인프라의 핵심부와 안드로이드(Android) 단말기, 티보(TiVo) DVR, 소니(Sony)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과 같은 하이테크 소프트웨어 기기의 여러 측면에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급격하게 성장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급격한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지속적으로 코드를 생성하고, 수정하고, 선택하는 활발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커뮤니티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애플(Apple), 구글(Google), 페이스북, IBM 등 하이테크 부문 선도기업들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커뮤니티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법을 익혀 왔다. 예컨대, 하이테크 부문 선도기업들은 공공 소프트웨어 개발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커뮤니티가 개발한 해결방안을 활용하는 보완적 자산을 개발해 왔다.10

 

뿐만 아니라 하이테크 부문은 수천 명의 개발자들이 핵심 플랫폼상에서 틈새 소프트웨어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양면적 플랫폼 개발에 앞장서 왔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개발된 앱은 소비자에게 판매되며 판매 가격의 일부가 플랫폼 운영자에게 돌아간다. 애플의 앱스토어(App Store)가 가장 성공적인 양면형 플랫폼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SAP,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등도 성공적으로 양면형 플랫폼을 개발해 왔다.

 

혁신 프로세스 중 아이디어 창출과 아이디어 선택 모두를 개방하고자 하는 관리자들은 앞서 언급한 여러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이라고 볼 수 있는 문제,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재산권이 인정되는 지식을 경쟁기업의 진입을 막기 위한 중요한 장벽으로 활용해 왔다. 혁신 정보를 비밀에 부쳐 혁신을 통해 가치를 전유하거나 고객 요구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토대로 수익을 창출했다. 하지만 이런 활동이 조직 외부에서 이뤄지면 기업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또한 기업은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

 

기업들에 도움이 되는 성공적인 접근방법 중 하나는 자사가 실제로 하고 있는 활동을 재고하는 것이다. 톱코더는 다른 기업들이 자사의 개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서 수익을 벌어들이는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가 아니다. 톱코더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다른 조직을 위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톱코더는 자사 플랫폼을 사용하는 대가로 요금을 받는다. 이노센티브,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캐글(Kaggle) 등 다른 기업들도 톱코더와 같은 전략을 활용한다. 반면 좀 더 전통적인 비즈니스에 파급(spillover)11 가치를 추가하기 위해 플랫폼을 무료로 제공하는 기업도 있다.

 

하이테크 기업 역시 이와 같은 추가적인 가치를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IBM은 집적회로 생산을 위한 차세대 설비를 개발할 목적으로 도시바(Toshiba), 삼성 등 경쟁기업들과 협력해 아이디어 창출자와 아이디어 선택자가 함께 활동하는 실험실을 설립했다. 참여를 결정한 기업들은 자사의 지적 재산을 다른 참여 기업에 공개할 것을 요구받았으며 모든 기업들이 지적 재산권 공유를 약속했다. 물론 지적 재산권을 공유하면 참여 기업들이 더 이상 자사의 뛰어난 생산 프로세스를 토대로 경쟁할 수 없게 된다. 제휴 관계에 놓여 있는 다른 기업들 역시 자사의 우수한 생산 프로세스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 개발한 공용 생산 역량을 활용해 좀 더 뛰어난 제품을 생산해 낸다면 얼마든지 경쟁이 가능하다.

 

적절한 개방형 혁신 전략을 결정하라

 

적절한 개방형 혁신 전략을 선택하려면 몇 단계를 거쳐야 한다. 관리자들은 여러 단계를 거치는 동안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첫째, 외부 혁신가들이 혁신 문제 해결을 위한 타당한 방안을 내놓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독특한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 혁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 몇몇 개인이나 팀 내에 집중돼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광범위하게 분산돼 있는가? 필요한 기술의 분산 정도가 클수록, 혹은 필요한 기술에 대한 불확실성이 클수록 혁신 프로세스 중 아이디어 창출 부분을 개방하는 방법의 가치가 좀 더 커질 것이다. 필자들이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많은 경영자들이 기업이나 산업 외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지속돼 온 내부 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현했다.

 

일단 외부인들이 좀 더 뛰어난 아이디어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지 고려했다면 외부인들로부터 이런 아이디어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혁신이 문제 해결자의 상당한 투자를 필요로 한다면 기업의 혁신 프로그램에 기꺼이 참여하려는 외부인의 숫자가 제한될 것이다. (기업이 덩치가 큰 문제를 여러 개의 작은 문제로 쪼개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참가자 개개인이 투자해야 하는 비용을 줄이면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관리자들은 혁신가들에게 제출된 아이디어가 유용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개방형 혁신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려면 아이디어 공개를 망설이는 혁신가들의 태도를 극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리자가 외부 혁신가들이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으며 이들을 혁신에 참여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이런 관리자는 디자인 경연대회를 개발하거나 디자인 커뮤니티를 구축해 아이디어 창출 프로세스를 개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개방형 혁신 중 아이디어 창출 측면을 고려한 후에는 아이디어 선택 측면을 고민해야 한다. 외부 선택자들이 고객 요구에 대한 남다른 지식을 갖고 있는가? 고객의 요구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는가? 올바른 혁신을 선택하려면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가? 만일 그렇다면 외부 선택자들이 최고의 혁신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관리자가 외부의 관점이 유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면 이제 외부 선택자들에게 제공되는 동기 부여 방안을 자사의 목표와 일치시킬 수 있을지 자문해야 한다. 기업이 최종적으로 선택되는 디자인에 대해 부분적으로 통제 권한을 유지하는 동시에 선택자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지 자문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이와 같은 분석을 통해 관리자가 아이디어 창출 및 아이디어 선택 모두를 개방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면 마지막으로이 비즈니스를 통해 어떻게 이윤을 창출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기밀로 관리되는 지식이 경쟁기업의 진입을 막는 중요한 장벽 역할을 하는 한편 기업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조건이 되는 경우가 많다. 기업 외부에서 혁신이 이뤄지고 외부인들이 선택을 하는 환경하에서는 가치 확보를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기업들은 개방형 혁신 전략을 선택하기 전에 새롭게 떠오르는 혁신을 활용해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훌륭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개방형 혁신의 개념은 단순하다. 모든 일을 사내에서 처리하는 대신 외부의 전문성을 토대로 하는 아이디어를 활용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바로 개방형 혁신이다. 하지만 많은 단순한 개념에서 으레 그렇듯 문제는 사소한 것들에 숨어 있다. 개방형 혁신은 단 하나의 전략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사실 개방형 전략은 3개의 각기 다른 전략을 의미하며 각 전략에는 중대한 도전과제와 엄청난 기회가 숨어 있다. 뿐만 아니라 개방형 혁신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개방형 혁신이 몇몇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 낼 수도 있고, 모든 기업이 활용하기에 적합한 접근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개방형 혁신은 많은 기업들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성공적인 개방형 혁신을 위해서는 무엇을 개방하고, 어떻게 개방하고, 개방성으로 인해 생겨난 새로운 문제를 어떻게 관리할지 세심하게 고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앤드루 킹 · 카림 R. 라카니

앤드루 킹(Andrew King)은 다트머스대(Dartmouth College) 턱 경영대학원(Tuck School of Business) 경영학 교수다. 카림 R. 라카니(Karim R. Lakhani)는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 럼리가(Lumry Family) 경영학 부교수 겸 나사 토너먼트 랩(NASA Tournament Lab)의 수석 연구원이다. 이 논문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5121에 접속해 메시지를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 e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 앤드루 A. 킹(Andrew A. King) 앤드루 A. 킹(Andrew A. King) | 다트머스대 터크 경영대학원(Tuck School of Busienss, Dartmouth College) 경영관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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