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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gan Management Review

혁신 프로세스, 참여만으로도 이득이 있게 설계하라

크리스티나 라시(Christina Raasch) | 142호 (2013년 12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3년 가을 호에 실린 뮌헨 공과대 경영대학원 기술경영 교수 크리스티나 라시(Christina Raasch), MIT 슬론 경영대학원 기술경영 교수 에릭 폰 히펠(Eric von Hippel)의 글 ‘Innovation Process Benefits: The Journey as Reward’를 번역한 것입니다.

 

기업 경영자와 경제학자들은 혁신을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을지 판단할 때 혁신 프로젝트의 결과에 내재된 경제적 가치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X라는 혁신을 활용하거나 판매하면 혁신을 추구하는 데 투입된 돈과 시간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이윤을 얻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와 같은 일반적인 손익 분석 공식을 혁신에 참여하는 개인에게 적용하면 어떨까? 그 결과는 심각할 정도로 불완전하다. 자발적으로 혁신에 참여하는 개인은 혁신에서 비롯된 결과를 활용하거나 판매해서 이익을 얻을 뿐 아니라 혁신 개발 프로세스 참여 자체를 통해 상당한 이익을 얻는다. (혹은 전자보다는 후자를 통해 이익을 얻는다는 표현이 옳을지도 모르겠다.)1  혁신 프로젝트 후원자(innovation project sponsors)가 자발적인 혁신 프로젝트 지원자(volunteer innovators)에게 이런 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면 혁신 프로젝트의 순비용이 대폭 줄어들 것이다.

 

무슨 뜻인지 와 닿지 않는다면 혁신의 중심에 문제 해결이 놓여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혁신이 아닌 다른 상황을 생각해 보자. 참가자들은 문제 해결 프로세스 자체를 높이 평가한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이 문제 해결 프로세스를 통해 도출된 해결방안의 가치와는 무관하게 프로세스에 참여하는 행위 자체에 내재된 가치를 얻기 위해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십자말 퍼즐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십자말 퍼즐 마니아들은 빈칸을 채우기 위해 몇 시간이고 퍼즐을 붙들고 있을 수 있다. 이들에게 돌아가는 보상은 퍼즐을 완성해야만 얻을 수 있는 특정한 해결방안이 아니라 퍼즐을 푸는 즐거움 그 자체다. (어쨌든 퍼즐을 만든 사람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십자말 퍼즐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에게 퍼즐을 풀기 위한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도록 퍼즐의 답을 알려주겠다고 이야기하면 상대는 틀림없이 제안을 거절할 것이다. 어쩌면 상대가 고마워하기는커녕 비난을 퍼부으며 퍼즐을 푸는 재미를 빼앗지 말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필자들은 혁신가들이 혁신 개발 프로세스에 직접 참여했을 때만 얻을 수 있는(다른 누군가로부터 혁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전달받기만 할 때는 얻을 수 없는) 이런 유형의 이익을혁신 프로세스 이익(innovation process benefits)’이라고 정의한다. 중요한 혁신 프로세스 이익으로는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쁨과 지식, 양질의 기여를 했다고 알려질 때 얻게 되는 명성 등이 있다. 혁신 프로세스 이익은 혁신의 결과물을 활용하거나 판매하는 데서 비롯된 이익과는 다르다. 혁신 프로세스 이익은 오직 혁신 개발 프로세스에 참여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저자 중 한 사람은 소비자가 참여하는 혁신의 범위를 확인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하는 방법론을 개발해 여러 국가에서 활용했다. (영국: 1173명의 영국 소비자로 구성된 표본, 일본: 2000명의 소비자로 이뤄진 표본, 미국: 1992명의 소비자로 이뤄진 표본.)i  이 연구의 일환으로 핀란드의 소비자-혁신가를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본 논문에 소개돼 있다. 핀란드에서 조사를 진행할 당시 연구팀은 다양한 혁신 동기의 상대적인 중요도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런 목적에 걸맞게 설문 내용을 작성했다.ii  별도로 진행된 급류 카약 연구에서 소비자 제품 설계 활동이라는 단일 분야에 참여하는 소비자-혁신가들의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동일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iii

 

설문조사를 설계할 때 폭넓게 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유의했다. 소비자들이 이뤄낸 모든 혁신 사례를 빠뜨리지 않고 확인했고 실제로는 혁신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소비자들이 혁신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걸러내기 위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였다. 각 설문조사를 진행할 때마다 먼저 응답자들에게 지난 3년 동안 스스로를 위해 소비재를 개발하거나 수정한 적이 있는지 질문했다. ‘그렇다고 답하는 응답자에게는 개방형 질문을 던져 어떤 일을 했으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했다. 그런 다음 응답자의 설명을 토대로긍정 오류(false positive, 실제로는 혁신이 아니지만 응답자가 혁신이라고 주장하는 것)’를 찾아내 제거했다. 사실 연구진이 진행한 설문조사의 목적은 소비자들이 여가 시간에 이뤄낸 혁신 가운데 아직 시장에 공개된 적이 없는 진정한 혁신 사례를 찾아내 연구하는 것이었다.

 

 

혁신 프로세스 이익의 중요성

 

뛰어난 역량을 갖고 있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아무런 대가가 주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치 있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를 찾기 위한 연구가 진행된 적이 있었다. 이 연구를 통해 혁신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에 관한 내용이 최초로 문서화됐다. 그동안 자발적인 혁신 참가자들에게 돌아가는 중요한 이익으로 가장 빈번하게 언급된 것은 다름 아닌 이들이 개발하는 소프트웨어의 활용과 관련된 산출물 이익(output benefit)이었다.2  하지만 그와 더불어 소프트웨어 코딩이라는 혁신 활동을 통해 얻는 재미와 지식 또한 혁신 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동기인 것으로 밝혀졌다.3

 

연구진은 산출물 동기(output motives)와 비교한 혁신 프로세스 관련 동기(innovation-process-related motives)의 상대적인 중요도를 좀 더 정확하게 수치로 표현하기 위해 최근 소비자-혁신가(consumer-innovator)들이 경험한 동기의 범위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소비자-혁신가란 자신의 개인적인 요구를 좀 더 정확하게 충족시키기 위해 그 어떤 대가도 없이 소비재를 새롭게 창조하거나 수정하는 사람들이다. (‘연구 내용참조.)

 

핀란드에서 진행한 연구를 통해 개인 소비자-혁신가로 구성된 표본에게 특별한 혁신을 진행하고자 하는 모든 동기를 5개의 범주로 나눠볼 것을 요청했다.4  필자들은 5개의 범주를 산출물 관련 동기와 프로세스 관련 동기로 나누었다. 그 결과, 혁신 자체가 주는 이익과 관계 있는 산출물 관련 동기(개인적인 활용과 잠재적인 이윤이 결합된 형태)가 소비자-혁신가의 총 동기 중 평균 54%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프로세스 동기(혁신 프로세스 참여가 주는 기쁨과 지식, 다른 사람을 돕는 이타적인 행위에서 비롯된 만족)가 총동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5%.

 

급류에서 카약을 즐기는 혁신가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응답자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5  급류에서 카약을 즐기며 직접 사용할 목적으로 참신한 카약 장비를 개발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에게 총 100점을 5개의 동기에 분배해 5개의 혁신 동기가 자신에게 상대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좁은 범위의 혁신 영역에 주목하는 이 설문조사의 결과는 핀란드의 소비자-혁신가를 대상으로 하는 좀 더 광범위한 설문조사의 결과와 유사했다. ( 1) 혁신 개발을 통한 이윤 창출(개인적인 활용 및 잠재 이윤)과 관련 있는 산출물 동기가 급류 카약 혁신가들의 총동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62%. 혁신 프로세스 동기(혁신 프로세스 참여가 주는 기쁨과 지식, 다른 사람을 돕는 이타적인 행위에서 비롯된 만족)는 총동기에서 평균 3분의 1을 차지한다.

 

혁신 프로세스 이익이 유일한 동기가 되는 경우

 

앞서 설명한 각 조사에 참여한 자발적인 혁신가들이 언급한 혁신 동기 가운데 혁신의 결과물을 활용하고자 하는 바람이 포함돼 있는 건 당연하다. 설문에 참여할 응답자들을 선택할 때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품을 개발하거나 수정한 적이 있는 소비자를 뽑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혁신의 산출물을 활용하는 데 전혀 관심이 없는 개인이 오직 혁신 프로세스 참여와 관련된 이익을 얻기 위해 혁신 프로젝트 참여를 자원하게 될 수도 있다. 지금부터 폴드잇(Foldit)과 스와로브스키(Swarovski)의 사례를 살펴보자.

 

폴드잇은 단백질이 자연 상태에서 어떤 식으로 접히는지 연구 중인 워싱턴대(University of Washington) 과학자들이 개발하고 후원하는 프로젝트다. 이들은 단백질이 접히는 현상에 대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연구의 기본 데이터로 활용한다. 워싱턴대 과학자들은대중들(the crowd)’로부터 자발적인 도움을 구해 단백질 접힘 현상에 대한 다양한 해결방안을 도출할 목적으로 폴드잇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단백질이 접히는 방식을 활용하거나 판매하기 위해 문제 해결에 참여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혁신 프로세스 보상만을 기대하는 참가자를 모집해야 했다.과학자들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자신들이 풀어야 할 문제를 게임의 형태로 전환했다.

 

우리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게임에 참여시키고 지속적인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동기와 보상 구조가 존재할 수 있도록 게임을 설계했다. 예컨대, 단기적인 보상(게임 점수), 장기적인 보상(게임을 하는 사람의 지위와 등급), 사회적 찬사(채팅과 포럼), 개인적으로 작업하거나 팀 단위로 작업할 수 있는 환경, 게임과 과학적인 결과를 연계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6

 

폴드잇 게임은 어려운 편이며 실제로 게임에 참여하기 전에 온라인상에서 교육을 받고 관련 자료도 숙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싱턴대 과학자들은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예컨대, 2011년에는 무려 46000명의 폴드잇 게이머들이 과학자들의 연구를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여가 시간을 문제 해결에 쏟아부었다. 게이머들은 단백질이 접히는 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과 더불어 자동화된 접힘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방법론적인 통찰력을 제시하는 등 과학자들의 연구에 매우 가치 있는 기여를 했다.

 

과학자들은 기여자들이 폴드잇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소규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48명의 게이머들은 각자 최대 3개에 달하는 이유를 내놓았다. 참가자들의 응답은 총 4개의 범주로 분류됐다. (성취감 동기, 사회적 동기, 몰입 동기7 등 사람들의 온라인 게임 참여를 유도하는 것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는 3개의 동기와 더불어 폴드잇의 과학적 목적과 관련된 네 번째 동기로 분류했다.) 응답자의 30%는 몰입(: ‘게임은 재미있고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20%는 성취감(: ‘다음 차례로 게임을 하는 사람보다 좀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게임을 한다’), 10%는 사회적 이익(: ‘뛰어난 동지애’)이 게임의 동기라고 답했다.8

 

 

폴드잇 사례와 관련해 두 가지 놀라운 점이 있다. 첫째, 직접 해결방안을 활용하려는 동기, 해결방안을 판매하고자 하는 동기 등 산출물 관련 동기가 전무하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산출물이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가장 빈번하게 언급된 동기 요인( 40%의 응답에 포함)은 폴드잇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목적에 개인적으로 힘을 보태고자 하는 바람이었다. 예컨대 어느 참가자는과학 발전을 위해 단백질접힘 현상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답했다.9  많은 참가자들이 혁신의 산출물을 개인적으로 활용하거나 판매하게 될 가능성과 무관하게 폴드잇의 전반적인 목적을 지원하는 데 강력한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은 다음을 시사한다. 즉 여가 시간을 활용하는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경연대회를 여는 경우에는 자발적인 참가자의 전반적인 가치관이나 관심사와 일치하는 목적이 반영된 게임이 그렇지 않은 게임에 비해 관심을 끌 가능성이 크다.10

 

 

오스트리아 바텐에서 크리스탈, 원석, 보석류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스와로브스키도 개인의 혁신 프로세스 참여를 유도했다. 스와로브스키는 창의적이고 유행에 맞는 새로운 보석 장신구를 선보이기 위해 소비자들의 참여를 구했다. 2008, 스와로브스키는 자발적인 참가자들의 참여를 허용하는 온라인 문제 해결 사이트를 구축하는 전문업체 하이브 이노베이션 커뮤니티(Hyve Innovation Community)에 의뢰해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사이트를 구축했다. 스와로브스키의 크라우드소싱 사이트는 참가자들에게 직접 보석을 디자인하고 소개하며, 다른 사람의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남기고 투표하고, 아바타와 사진을 업로드하고, 시계 디자인 트렌드를 소개하는 책자에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드 세터로 소개될 기회 등 비금전적인 이익을 제시했다.11  스와로브스키의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다. 무려 1700명이 넘는 참가자가 3000개 이상의 디자인을 크라우드소싱 사이트에 업로드했으며 그중 상당수는 매우 뛰어난 품질을 자랑했다. 스와로브스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당시 특별한 보상을 계획하지도 않았고 보상 계획을 발표하지도 않았지만 매우 뛰어난 디자인을 내놓은 참가자들의 노고를 인정하기 위해 차후에 이들에게상을 수여했다.12

 

요한 퓔러(Johann Füller)는 스와로브스키를 비롯한 여러 회사를 대신해 하이브가 주최한 10개의 가상 공동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유모차와 가구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에서부터 휴대전화, 배낭, 보석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프로젝트의 범위는 다양했다. 퓔러는 설문조사를 통해 기여자들의 프로젝트 참여를 유도한 가장 강력한 동기가혁신에 대한 본질적인 관심과 호기심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필러는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오픈 소스 커뮤니티와 사용자 혁신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혁신을 활용해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혁신 활동에 참여한다. 하지만 이들과 반대로 하이브가 진행한 가상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참여 자체가 충분히 보상이 되는 경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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