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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이 날아온다, 파괴적 혁신에 대비하라

맥스웰 베셀 | 135호 (2013년 8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 12월 호에 실린 하버드 경영대학원 수석 연구원 맥스웰 베셀(Maxwell Wessel)과 하버드 경영대학원 경영학 교수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의 글 ‘Surviving Disruptio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은 기업을 향해 날아드는 미사일 공격과 같다. 필자들은 20년 동안 목표물을 정조준해 전멸시킨 미사일에 관한 수많은 사례를 연구해 왔다. 냅스터(Napster)와 아마존(Amazon), 애플스토어(Apple Store)는 타워레코드(Tower Records)와 뮤직랜드(Musicland)를 완전히 파괴했다. 크기가 작고 적은 양의 전력만을 필요로 하는 PC(개인용 컴퓨터)는 성장을 거듭해 소형 컴퓨터(minicomputer)와 대형 컴퓨터(mainframe computer)를 대체하게 됐으며 디지털 사진 기술로 인해 필름은 사실상 쓸모 없는 존재가 돼 버렸다.

 

필자들은 항상 기성업체들이 파괴로 인한 혼란이 사라지고 상황이 잠잠해질 때까지 성장 가능성이 있는 비즈니스를 지켜낼 수 있도록 단 하나의 처방을 내리곤 했다. 그것은 바로 너무 늦기 전에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직접 파괴를 주도하라는 것이다. 스위퍼(Swiffer)를 출시한 P&G, 지아이미터(Xiameter)를 선보인 다우 코닝(Dow Corning), 아이팟(iPod)과 아이튠즈(iTunes), 아이패드(iPad), 그리고 가장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이폰(iPhone)을 출시한 애플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나날이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시대에는 필자들이 내린 처방을 따르는 것이 한층 더 중요하다.

 

하지만 이 처방 역시 완전하지는 않다.

 

파괴는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오랜 시간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런 과정이 빠르고 완전하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느린 속도로 불완전하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항공 운수가 발명된 지 100년도 넘었지만 화물을 가득 실은 선박은 여전히 지구를 종횡무진한다. 저가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항공(Southwest Airlines)이 주식시장에 상장된 후 40년이 흘렀지만 매일 수만 명의 승객이 여전히 기존 대형 항공사를 이용한다. VCR이 도입된 지 이미 한 세대가 지났지만 박스오피스 성적은 여전히 영화 매출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관리자들은 파괴를 통해 자사를 쇄신하는 동시에 자사의 레거시 활동(legacy operation), 즉 기존 비즈니스의 운명 또한 고려해야 한다. 레거시 활동에 향후 수십 년, 혹은 그 이상의 수익성이 달려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들은 좀 더 완벽한 전략 반응을 수립할 수 있도록 파괴의 방향과 속도를 계획하기 위한 체계적인 방안을 제안한다. 미사일이 곧장 자사를 향해 날아올지, 스쳐 지나갈지, 자사를 완전히 지나칠지 판단하려면 다음과 같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파괴자의 비즈니스 모델에 어떤 강점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 자사의 상대적 우위를 파악해야 한다.

● 자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우위를 향후에 파괴자가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상황과 그러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상황이 무엇인지 평가해야 한다.

 

파괴자의 강점을 평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필자들은 확장 가능한 핵심 역량(파괴자가 좀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서서히 고급 시장을 파고드는 동시에 성능 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비즈니스 모델의 측면)의 개념을 설명한다. 그런 다음, 사람들이 자사가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는지(그리고 파괴자가 확장 가능한 핵심 역량을 앞세워 어떤 역할을 자사보다 잘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자사의 상대적인 우위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살펴본다. 그 후에는 파괴자가 향후에 기성업체를 약화시키기 위해 어떤 장애물을 극복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이런 접근방법은 자사가 현재 진행 중인 비즈니스 중 어떤 부분이 파괴에 가장 취약하며 자사가 지켜낼 수 있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는 데(취약한 부분을 찾아내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디에 우위가 있는가

무엇이 혁신을 파괴적으로 만드는 것일까? 필자들의 동료인 마이클 레이너(Michael Raynor)가 자신의 저서 <혁신가의 성명서(The Innovator’s Manifesto), 2011>에서 설명했듯이 모든 파괴적인 혁신은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의 우위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서 파괴적인 비즈니스가 좀 더 까다로운 고객을 찾아 고급 시장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 우위나 비즈니스 모델 우위가 파괴적인 혁신의 근원인 것이다. 이런 우위가 바로 확장 가능한 핵심 역량의 토대가 된다. 또한 이런 우위는 파괴와 단순한 가격 경쟁을 구별 짓는다.

 

이처럼 중요한 차이를 이해하고 싶다면 레이너가 언급한 호텔업계의 단순한 가격 경쟁 사례를 생각해 보자. 홀리데이인(Holiday Inn)은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포시즌스(Four Seasons)보다 저렴한 가격에 방을 제공한다. (물론 포시즌스에 비해 덜 호사스럽다.) 이코노미 호텔 체인인 홀리데이인이 포시즌스호텔을 애용하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호텔 내부 시설을 개선하고, 좋은 땅을 사들이고, 훌륭한 직원을 양성하는 데 투자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포시즌스와 같은 비용 구조를 도입하고 호텔을 찾는 고객들에게 포시즌스와 유사한 가격을 부과해야 한다.

 

반면, 파괴적인 혁신을 추진하는 경우라면 파괴 세력이 실적을 개선하는 동시에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예컨대, PC가 저가형 소형 컴퓨터가 아니라 파괴적인 혁신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PC 제조업체들이 표준화된 부품을 이용해 컴퓨터를 조립하는 과정에서 급진적인 비용 우위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부품 제조업체들이 지속적으로 부품의 가격과 성능을 개선한 덕에 PC 제조업체들은 PC의 출력과 용량, 유틸리티를 높이면서도 비용 우위를 지켜내거나 강화할 수 있었다. 소형 컴퓨터 제조업체들은 이런 방법을 활용할 수 없었다. 값비싼 맞춤형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설계해야만 개선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파괴자가 보유한 확장 가능한 핵심 역량에 내재된 모든 우위가 매우 강력한 것은 아니다. 사실 약점 때문에 우위가 상쇄되는 경우도 많다. 최근 고등 교육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는 파괴 현상에 대해 생각해 보자. 온라인 대학은 전통적인 고등교육 기관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훨씬 많은 학생을 수용하고, 교육시키며, 학위를 수여한다. 온라인 학습(e-learning) 기술 덕에 모든 교수진이 가장 규모가 큰 강당에서 강의를 할 때보다 훨씬 많은 수의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온라인 학습이 등장한 초창기에는 온라인 학습 기관의 질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파괴 이론이 예측한 바와 같이 온라인 학습 기관들은 비용 및 편의성 측면의 우위를 유지하는 한편 프로그램의 효과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좀 더 많은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 대학이 공략하기 힘든 두 부류의 학생들에 대해 생각해 보자. 첫 번째 부류는 자신이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한 학생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임으로써 이력서를 화려하게 장식하고자 하는 학생들이다. 온라인 대학이 갖고 있는 확장 가능한 핵심 역량은 이런 학생들을 유치하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온라인 대학의 우위는 동일한 자료를 활용해 좀 더 많은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데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온라인 대학의 우위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학교임을 강조하는 배타성과는 거리가 멀다.

 

두 번째 부류는 대학의 사회적 측면을 높이 평가하는 학생들이다. 다시 말해서 독립적인 생활, 친구들로 이뤄진 긴밀한 공동체, 유명한 스포츠팀 등을 통한 성장의 기회를 원하는 것이다. 온라인 학습 기관이 학생들의 다양성을 극대화하려면 온라인 강좌와 오프라인 캠퍼스에서 진행되는 강좌를 동시에 제공하는 방법을 택하면 된다. (실제로 그런 기관이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을 택하면 파괴적인 우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없다. 서비스를 추가할 때마다 전통적인 대학의 비용 구조와 조금씩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협력 관계나 기술 혁신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갖고 있는 확장 가능한 핵심 역량은 이런 학생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지 않다.

 

파괴자의 확장 가능한 핵심 역량을 찾아내면 파괴자가 어떤 유형의 고객을 유치할 수 있고 어떤 유형의 고객을 유치할 수 없을지 파악할 수 있다. 각 부류에 해당되는 고객이 얼마나 되는가?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 고려해야 한다.

 

 

 

 

어디에서 우위가 중요한가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는 특정한 제품과 서비스를 원하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해당 제품과 서비스를 원치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파괴 전문가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즉시살아가는 과정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일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가령, 대학생 A에게는 바닥 청소용품이나 스펀지, 양동이 등을 구입하고픈 욕구가 없다. 하지만 부모님의 방문이 예정돼 있다든가 하는 이유로 급히 방을 청소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되면 A도 청소에 도움이 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게 된다. 바닥 청소용품과 스펀지, 양동이는 A에게 그 어떤 본질적인 가치도 제시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청소용품들은 A가 사랑하는 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성공적인 기업가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고객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기회를 살핀다. 앞서 예로 든 대학생 A가 경험한 곤경을 가만히 지켜보던 혁신가는 A가 항상 방 청소를 신경 쓰지는 않기 때문에 청소용품을 비축해두는 데 관심이 없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A는 자주 청소를 하지 않을뿐더러 청소를 잘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A는 간단하고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부모님께 깨끗하게 정돈된 방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부모님이 도착하시기 직전까지 기다렸다가 재빨리 청소를 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서 단시간 내에 청소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용품이 필요한 것이다. 기업가정신을 갖고 있는 또 다른 대학생이 이런 상황을 지켜본 후 교내에서 30분 긴급 청소 서비스를 선보일 기회라고 여길 수도 있다. 소비재 회사라면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청소용품을 소량으로 묶어 교내 서점, 약국 근처, 커피숍 등에서 학생들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파괴자는 사람들이 해내고자 하는 일이 무엇이며 그 일을 좀 더 쉽고, 편리하고, 저렴하게 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파악한다. 그런 다음, 통찰력을 바탕으로 기성업체가 확보한 고객 중 가능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제품을 개선할 방법을 상상한다. 자사가 현재 하고 있는 비즈니스를 파괴자가 얼마나 효과적으로(혹은 비효과적으로) 해낼지 판단할 수 있으면 자사의 핵심 비즈니스 중 가장 취약한 부분이 무엇이며 가장 지속 가능한 우위가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다. 파괴적인 비즈니스가 기성업체와 같은 부문에서 중대한 우위를 갖고 있는 반면 약점은 전혀 없다면 신속하고 완벽한 파괴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 음악과 CD의 경우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 하지만 파괴자가 갖고 있는 확장 가능한 핵심 역량의 우위가 해당 업무를 해내기에 적합하지 않은 반면 약점이 상당하다면 더딘 속도로 불완전한 파괴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가장 단순한 차원에서 생각해 보면 화물선이 여전히 운행되는 것은 화물선이 비행기보다 무거운 화물을 운반하는 데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박스 오피스 성적은 여전히 영화사의 매출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한다. 십대 소년, 데이트 중인 커플 등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들이를 가기 위해 영화관을 찾기 때문이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온라인 학습기관에 비해 커다란 꿈을 갖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명문 대학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언제 우위가 지속되는가

화물선을 더 이상 쓸모 없는 존재로 만들거나 엘리트 교육의 가치를 떨어뜨릴 만한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향후에 파괴자가 얼마나 쉽게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어떤 변화가 발생하면 현재 내가 갖고 있는 우위가 사라질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필자들은 파괴를 방해하는 5개 유형의 장애물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를 제안한다. 가장 극복하기 쉬운 장애물에서부터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에 이르기까지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추진력 장애물(고객은 현 상황에 익숙하다.)

2) 기술 실행 장애물(기존의 기술을 이용하면 어떤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을까?)

3) 생태계 장애물(무엇이 비즈니스 환경 변화를 극복할 것을 요구할 것인가?)

4) 신기술 장애물(경쟁 환경의 변화를 요구하는 기술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5) 비즈니스 모델 장애물(파괴자가 기성업체와 동일한 비용 구조를 채택할 것이다.)

 

장애물을 극복하기 힘들수록, 혹은 파괴자가 맞닥뜨리는 장애물의 수가 많을수록 고객이 기성업체를 떠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생태계 장애물은 부두에서 철도로, 철도에서 다시 트럭으로, 또다시 하역장으로 빈틈없이 이동하도록 설계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화물선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항공사가 자체적인 통합 시스템을 동원해 생태계 장애물을 공격할 수도 있다. 물론 생태계 장애물보다 훨씬 넘기 힘든 장애물은 저렴한 신재생 제트 연료 개발을 방해하는 신기술 장애물이다. 저렴한 신재생 제트 연료가 개발되면 항공사들도 항공 운송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다.

 

이런 접근방법이 직관적인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경영자들은 수십 년간의 훈련을 통해 고객이 제공하는 가치가 아니라 가치의 대용물(높은 수준의 이윤과 매출 데이터)에 집중하는 법을 배웠다. 혁신가가 기업에 손실을 떠안기면 기업은 자사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간주한다. 반대로 위협을 일축하는 경우도 많다. 위협을 과대평가하는 것은 위협을 무시하는 것 못지 않게 많은 비용을 초래한다. 위험을 과대평가하는 관리자들은 파괴적인 신제품에 매료될 가능성이 적은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전통적인 경쟁기업을 상대로 경쟁을 벌일 때와 같은 방식을 택하곤 한다. 이를 위해 가격을 낮추거나 필적할 만한 제품 성능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런 반응으로는 파괴자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우위를 찾아낼 수 없을 뿐 아니라 레거시 비즈니스가 지켜낼 수 있을 만한 우위를 외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선박이 여전히 화물을 운송하고 DVD의 영화관 파괴가 불완전한 이유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파괴가 진행 중일 때보다 시간이 지난 후에 상황을 한층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1980년대에 콘텐츠 제작자들은 가정용 비디오 유통 확산에 격분했다. 지금은 똑같은 영화 제작사들이 디지털 스트리밍 확산을 제한하기 위해 기를 쓰고 있다. (디지털 스트리밍이 DVD보다 한층 개선된 형태이며 DVD를 직접 위협하는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디지털 스트리밍은 아직까지도 극장이 수행하고 있는 수많은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요즘 한창 파괴가 진행 중인 산업을 예로 들어 필자들이 제안하는 접근방법을 모호한 사례에 좀 더 규범적인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 살펴보자.

 

소매 식료품 잡화 매장의 파괴

지난 15년 동안 온라인 소매가 전통적인 오프라인 소매매장을 파괴해 왔다. 타워레코드, 할리우드비디오(Hollywood Video) 등의 기업이 빠른 속도로 몰락한 것이 파괴의 시작이었다. 또한 이와 같은 파괴 현상은 니만마커스(Neiman Marcus), 삭스피프스 애비뉴(Saks Fifth Avenue) 등 높은 마진을 얻는 정책을 채택한 소매업체에도 커다란 타격을 입혔다. 소매 부문은 계속해서 기업가정신과 혁신을 지속적으로 적용할 만한 대상이다.

 

파괴의 물결과 맞서 싸우고 있는 최후의 보루 중 한 곳이 식료품 잡화 산업이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식료품과 잡화 중 피포드(Peapod), 넷그로서(NetGrocer), 프레시다이렉트(FreshDirect) 등 온라인 소매업체를 통해 판매되는 것은 약 1%에 불과하다. 하지만 혁신을 통해 고급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인센티브가 있는 만큼 온라인 식료품 잡화 판매업체들의 중요성이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파괴 이론에 미뤄보면 온라인 식료품 잡화 업체들이 좀 더 신속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품 구색을 늘리는 한편 새로운 고객과 좀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지금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이미 온라인상에서 좀 더 다양한 기본 식료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자동 보충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할인을 제공하는 방안도 시험 중이다. 월마트(Walmart)는 고객이 온라인으로 구매한 제품을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도심 픽업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크로거(Kroger), 세이프웨이(Safeway), 홀푸즈(Whole Foods)를 비롯한 식료품 잡화 회사 경영자들은 다음과 같은 2개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 첫 번째는식료품 잡화 산업의 파괴가 얼마나 완벽할 것인가?’라는 것이고, 두 번째 질문은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이 미래의 식료품 잡화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온라인 식료품 잡화 판매업체가 보유한 확장 가능한 핵심 역량

우리는 모두 온라인 소매에 어떤 우위가 있는지 직관적으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파괴의 정도와 파괴가 미칠 영향을 예측하고자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직관만으로 충분치 않은 경우가 많다. 아마존이 처음으로 가상 세계의 문을 열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장 눈에 띄는 우위 외에 다른 것을 보지 못했다. 다시 말해서 물리적인 형태의 소매 매장을 없앤 덕에 비용 절감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만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하면 현금 흐름에 한층 커다란 우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존이 공급업체에 재고 비용을 지불하기도 전에 고객들이 아마존에 돈을 건네기 때문이다. (이런 지불 방식은 매우 수지가 맞는 방식으로 초창기에 아마존이 성장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됐다.) 생각해 보면, 책이건 옥수수로 만든 가공식품이건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모든 것은 유사한 우위를 갖고 있다. 온라인 식료품 잡화업체는 물류 창고 중앙집중화를 통해 재고를 줄이고 대량 구매를 통해 전통적인 식료품 잡화 체인점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재고를 사들일 수 있다. 온라인 식료품 잡화 판매업체는 많은 돈을 들여 판매 직원을 고용할 필요도 없다. 또한 창고의 입지를 세심하게 선택하면 주정부가 부과하는 판매세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 식료품 잡화 판매업체는 제품을 고객 개개인의 집으로 배송해야 한다. 그 어떤 오프라인 식료품 잡화 매장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도착지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한다. 슈퍼마켓에서 쇼핑을 하는 고객들은 모든 것을 카트 안에 집어넣고 계산대 앞으로 카트를 끌고 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온라인 식료품 잡화 매장들은 개별 주문에 포함돼 있는 다양한 제품의 배송을 조정하기 위해 복잡한 물류망을 관리해야 한다. 온라인 식료품 잡화 매장에는 판매 직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고객 서비스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또한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집에서 물건을 받아보는 편리함을 택하는 대신 구매 전에 물건을 직접 볼 기회를 포기해야 한다. 크로거, 홀푸즈 등의 관리자들은 이와 같은 우위와 약점 가운데 어떤 부분에 주목해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쇼핑객들이 매장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오프라인 식료품 잡화 판매매장은 어떤 역할을 할까

기업이 자사 고객을 위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살펴보려면 대규모 설문조사, 인터뷰, 포커스 그룹, 직접 관찰 등의 방법을 고루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루 종일 크로거 매장 출입구 근처에 서서 사람들을 관찰하면 몇 가지 명확한 패턴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오전과 이른 오후에는 많은 고객들이 매장 내 통로 곳곳에서 오랜 시간 많은 양의 식료품과 잡화를 카트에 담는다. 물론 재빨리 원하는 물건 1∼2개를 찾아 소량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고 매장을 떠나는 고객도 가끔 보인다. 늦은 오후가 되면 소수의 고객들이 매장을 돌며 기본 식료품으로 카트를 채우지만 신선한 야채와 단백질 공급원을 집어 드는 고객이 훨씬 많다. 이따금씩 제과나 제빵류를 카트에 담기도 한다.

 

하루가 끝날 무렵 몇몇 고객을 붙들고 무엇을 위해서 크로거 매장을 찾았는지(또한 동일한 목적을 위해 어떤 대안을 활용하는지) 인터뷰를 하고 관련 내용을 기록해 보면 고객이 크로거를 찾는 몇 가지 이유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늦은 시간에 카트를 채우는 사람들은 사전에 구입할 필요가 있다고 숙지한 제품들을 카트에 담았다. 다시 말해서 일주일 동안 사용할 식료품과 잡화를 카트에 담는 것이다. 재빨리 매장에 들어왔다가 매장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은 깜박하고 빠뜨린 긴급 물품이나 해당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중요한 물품을 구매한 사람들이었다. 많은 고객이 몰리는 오후 시간에 매장을 찾는 사람들은 그날 저녁 식사에 사용할 재료를 구입했다. 이와 같은 세 가지 역할만으로 고객이 크로거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종합적으로 파악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식료품 잡화 부문에서 진행되고 있는 파괴의 속도와 파괴의 바람이 불고 간 후 식료품 잡화 산업이 마주하게 될 미래를 이해하기에는 충분하다.

 

이런 류의 의도 분석(intention analysis)이 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도 분석이 필요한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의도 분석이 이뤄지는 경우는 훨씬 적다.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기법의 발달 덕에 누가 구매를 하고, 무엇을 구매하며, 얼마나 자주 구매하고, 구매할 때 누구와 함께하는가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대개, 컨설팅 회사와 사내 전략팀은 이와 관련된 다량의 데이터를 확보해 숫자를 분석하고 ‘단골 쇼핑객’ ‘젊은 부모’ ‘할인을 중시하는 고객등 여러 세그먼트로 고객을 분류한다. 이런 라벨 자체가 의도를 파헤치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 이런 라벨은 사람들의 유형을 알려주는 역할을 할 뿐 특정한 환경에서 각 고객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특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예컨대, 파괴가 시작됐을 때 크로거를 가장 자주 찾는 고객이 육아 중인 젊은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수도 있지만 매장에 들어선 후 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다. 동일한 여성이 어떤 때에는 여러 통로를 체계적으로 오가며 일주일 동안 사용할 보존 식품을 구매했다가 또 다른 날은 매장 안으로 달려 들어가 깜박 잊고 구매하지 않은 1∼2개의 물건을 구매할 수도 있다. 저녁 식사에 사용할 찬거리를 구매하기 위해 거의 매일 오후 530분에 매장을 찾을 수도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고객이 매장을 찾을 때마다 매번 어떤 일을 완수하려 하는 것인지 잘 알지 못하면 해당 고객이 매장 안으로 들어왔을 때 중요하게 여길 만한 혁신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없다.

 

 

 

 

고객이 자사에 가장 흔히 기대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파악하면 파괴자가 갖고 있는 확장 가능한 핵심 역량의 우위와 약점이 자사의 비즈니스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칠지 평가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고객이 긴급하게 무언가를 필요로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오후 845분경, B는 치약이 다 떨어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B는 잇몸병이 생겨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즉시 가게로 향한다. B는 온라인 쇼핑의 편의성, 거의 무한할 정도로 넓은 진열 공간에 늘어서 있는 다양한 제품, 대량 구매 할인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 B는 그저 곧바로 치약을 집에 가져갈 수 있을지를 고려한다. B는 어떤 매장을 방문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세븐일레븐(7-Eleven), 편의점,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매장이 갖고 있는 전통적인 경쟁 우위를 비교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결국 B는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매장이 어디인지, 해당 매장에 자신이 좋아하는 치약(혹은 용인할 수 있을 만한 대안)이 있을지를 기준으로 결정을 내린다. 이런 상황에서는 온라인 소매업체의 우위가 B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저녁거리를 구매하는 일을 생각해 보더라도 오프라인 방식과 온라인 방식의 상대적 우위에 대해서 비슷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저녁 식사에 사용할 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찾은 쇼핑객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대개 매장에 도착할 때까지 무엇을 구매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많은 소비자들이 매장 내에 갖춰진 재료를 보고 가능성을 줄여 나간다. 매일 매장에 있는 재료 중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하면 그 재료에 걸맞게 저녁 식단을 짜는 것이다. 이런 쇼핑객들은 가장 신선한 재료에 높은 가치를 둘 가능성이 크다. 토마토와 스테이크, 포도의 상태는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쇼핑객들은 자신이 고려 중인 신선 재료를 직접 집어 들고 상태를 살피기를 원한다. 프레시다이렉트와 피포드가 식재료의 신선도를 보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부류의 쇼핑객들은 직접 제품의 상태를 관찰하고서야 안도감을 느낀다. 길트 테이스트(Gilt Taste)가 온라인을 통해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미식가용 식재료와 같은 매력적인 제안만이 쇼핑객의 직접적인 판단을 대신할 수 있다. 이처럼 강력한 차별점이 없으면 소비자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슈퍼마켓, 농산물 직판장, 동네에 있는 구멍가게 등을 찾게 된다. 온라인 소매의 편의성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앞서 설명했듯이 파괴자는 긴급 물품을 판매하는 역할과 저녁거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반면, 기본 식료품을 판매하는 전통 소매업체의 역할은 파괴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참치캔, 커피, 팬케이크 믹스, 스파게티 소스 등 쉽게 상하지 않는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쇼핑객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으며 갑작스레 이런 제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들 중 상당수는 비제이스(BJ’s)나 코스트코(Costco)를 방문해도 좋을 만큼 충분한 양의 물건이 필요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아마존에서 물건을 주문한 후 며칠 동안 제품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것 역시 다르지 않다. 필자들은 분석을 통해 이런 영역이 온라인 식료품 잡화 판매업체의 파괴에 가장 취약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이어퍼스닷컴(Diapers.com)과 솝닷컴(Soap.com)이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식료품 잡화 매장에서 판매돼 온 각종 브랜드 보존식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해 초기에 성공을 거둔 것은 이런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는 징조다.

 

파괴를 방해하는 장애물

파괴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얼마든지 포착할 수 있다. 하지만 파괴가 얼마나 가까운 것일까? 앞서 설명한 추진력, 기술 실행, 생태계, 신기술, 비즈니스 모델 등 5개의 장애물을 떠올리며 다시 생각해 보자. 온라인 식료품 잡화 판매업체가 긴급 물품을 판매하는 역할과 관련해 약점을 극복하려면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 인프라 확대를 통해 직접 매장을 설립하고 전통적인 경쟁상대의 비용 구조를 도입하거나 배송 트럭을 최적 조업 수준과는 전혀 거리가 먼 수준으로 운영해야 한다. 따라서 긴급 물품을 판매하는 역할을 수행하려 드는 파괴자들은 만만찮은 비즈니스 모델 장애물에 직면한다. 둘 중 어떤 것이건 변화를 택하면 우위가 파괴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필자들은 이런 약점을 중대하고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판단한다.

 

기본 식료품 판매를 시도하는 파괴자는 비즈니스 모델, 신기술, 진정한 기술 실행 등과 관련된 그 어떤 장애물의 방해도 받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추진력 장애물도 날이 갈수록 약화된다. 하지만 매일 저녁거리나 긴급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식료품 잡화 매장을 찾는 고객의 입장에서는 보존식품 구입을 위해 온라인으로 쇼핑을 하는 것 자체가 중복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쇼핑객이 전통적인 식료품 잡화 매장에서 쇼핑을 하는 경우에만 타당성을 갖는다. 농산물 시장이 계속해서 급증하거나 트레이더조스(Trader Joe’s)와 같은 전통적인 경쟁업체들이 기본 용품의 숫자는 줄이고 신선식품의 숫자를 늘린 소규모 도심형 식료품 잡화 매장에 투자하기로 결정한다면 어떨까?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보존식품을 별도로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와 같은 생태계 변화는 기업가가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예상보다 일찍 파괴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나아갈 길

고객들이 이미 자신이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는 제품을 배송하는 영역에서는 온라인 식료품 잡화 판매업체가 확실하고 강력한 위협이 된다. 이런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전통적인 매장을 찾는 고객들도 이미 온라인 식료품 잡화 매장이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는 다양한 제품 구색 및 저렴한 가격을 높이 평가한다. 시간이 흘러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지면 무료 배송 서비스, 불필요한 매장 방문을 자제한 결과로 얻은 기름값 절약 효과 등을 높이 평가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온라인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면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식료품 잡화 판매업체가 이 영역에서 경쟁을 하기가 한층 힘들어질 것이다. 기성업체들은 할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독자적인 유통망을 확보하고, 좀 더 편리한 위치에 좀 더 커다란 매장을 배치하고, 필요한 물품을 대량 구매해 비축해두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쇼핑객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유류비 절감을 돕는 고객 충성심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기존 프로그램을 확장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이 모든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온라인 식료품 잡화 매장의 규모가 커지면 이들 역시 좀 더 뛰어난 할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오프라인 매장과 유사한 충성도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오프라인 매장과 동일한 배타적 유통망을 확보할 것이다. 현명한 오프라인 식료품 잡화 판매업체라면 이와 같은 파괴 현상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을 것이다. 대신, 오프라인 매장들은 계속해서 방어 가능한 역할(긴급 물품을 필요로 하는 쇼핑객, 저녁 준비 때문에 고민에 빠진 고객 등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혁신을 추구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전통적인 식료품 잡화 소매업체가 이런 부류의 고객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좀 더 낮은 가격과 좀 더 뛰어난 품질(신선 식료품의 품질)을 앞세워 편의점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데 주력해야 한다. 또한 그와 더불어 농산물 시장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한 노력에도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좀 더 다양한 제품을 갖추는 전략을 택할 수도 있고 농부들을 설득해 매장 안에서 직접 농산물을 판매하도록 할 수도 있다. 물리적 우위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 매장 배치가 저녁에 사용할 식사거리를 구입하려는 쇼핑객에게 도움이 되는지, 그렇지 않으면 방해가 되는지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다. 식품회사 브랜드가 부착된 보존식품의 판매 하락에서 비롯된 마진 감소를 부분적으로나마 회복하기 위해 고급 반조리 식품을 선보인 영국의 막스앤스펜서(Marks & Spencer)의 전략을 모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쇼핑객들이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을 만한 곳에 위치한 다른 소매매장의 진열대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가령 편의점 안의 한 구역에서 트레이더조스의 브랜드를 단 제품을 판매하면 편의점과 트레이더조스, 모두가 고객의 욕구를 좀 더 원활하게 충족시킬 수 있다. 자원 할당 결정을 내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크고, 어디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큰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단기적인 마진이 아니라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현실적으로 추구할 수 있다.

 

파괴의 미사일이 크로거와 홀푸즈, 세이프웨이를 겨냥하고 있다. 전통적인 소매업체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은 현재 슈퍼마켓 내의 수많은 통로를 가득 채우고 있으며 매우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는 브랜드 제품을 차지하기 위해 온라인 업체들이 한층 강력한 경쟁에 돌입할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어쩌면 이런 제품에서 비롯되는 매출 가운데 상당 부분을 온라인 업체에 영구적으로 빼앗기고 말 세상에 대비해 계획을 세우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새로운 경쟁 패러다임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경쟁 패러다임이 피할 수 없는 비즈니스 손실을 인정하도록 강요하는 경우도 많다. 새로운 경쟁 패러다임이 기존의 비즈니스를 잠식하는 파괴를 개발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나치게 일찍부터 경쟁상대가 갖고 있는 파괴적인 우위에 특출한 우수성이 있다고 확신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결국, 크로거와 홀푸즈, 세이프웨이는 여전히 수백만 명에 달하는 고객을 위해 앞으로 한동안은 온라인 식료품 잡화 업체들이 결코 해낼 수 없을 만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리더들은 이미 가망이 없는 비즈니스를 지켜내겠다고 무모한 가격 경쟁에 뛰어들거나 쓸데없이 자원과 노력을 낭비하기 전에 주주와 직원, 고객들이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포괄적으로 대처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사가 주도하는 나름대로의 파괴를 앞세워 파괴자에 대응하고 레거시 비즈니스에 가능한 건강한 미래를 선사할 수 있다.

 

 

맥스웰 베셀·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맥스웰 베셀(Maxwell Wessel)은 성장 혁신 포럼(Forum for Growth and Innovation) 회원이며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 수석 연구원이다.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킴 B. 클라크 경영학 교수(Kim B. Clark Professor of Business Administration).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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